[번역]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주류로 채택하는 날이 올 것인가?

Will Central Banks Ever Make Crypto Mainstream?

엄세웅
Coinmonks Korea
9 min readOct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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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현재 금융 시장은 암호 화폐의 등장과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은 이미 기존 산업에 블록체인을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술기반의 대기업들은 블록체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 은행도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에 적응해 가는 기관들이 있는 반면, 중앙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기관들은 이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와 기술의 변화는 전통 기관 역시 대세에 합류하도록 할 것입니다.

중앙은행

중앙은행 (Central Bank) 은 국가 통화의 공급과 금리 전반을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화 정책 실행

인플레이션과 국가 환율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금리값의 설정

국가 전체의 통화 공급 통제

정부의 은행가이자 은행가들의 은행
(“위기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대출을 담보해주는 주체”)

국가의 외환, 금 보유 및 정부 증권에 대한 관리

은행 업계에 대한 규제 및 감독

중앙은행은 최악의 상황에서 마지막 기둥이 되어줍니다. 즉, 중앙은행이 금융 위기 상황에서 은행에 대한 규제와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만에 하나 중앙은행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민간 은행에 더 의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보통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낮추어 수요를 촉진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만일 지금의 상황처럼 이자율이 0에 수렴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금리를 더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은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양적완화 (QE) 를 실시하여 통화량을 증가시킵니다. 양적완화는 사실상 시중은행에게 대가없이 공짜로 돈을 주는 셈입니다. 특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시중 화폐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 과정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중앙은행이 다음 두 가지의 통화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는 현금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전자화폐

중앙은행은 민간 은행과 여러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중앙은행의 계좌는 오로지 민간 은행이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중앙 은행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이 실시되면, 중앙은행은 민간 은행의 계좌에 전자화폐를 지급하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전자화폐를 일반인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은행 카드나 송금, 혹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나 암호화폐를 활용해야 합니다.

만일 일반 사용자들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면 중앙은행이 새롭게 공급한 화폐는 일반 사용자에게 바로 지급될 것입니다. 소비와 수요의 진작이 즉각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짤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양적 완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기존의 구조의 경우, 민간 은행을 거쳐 일반 사용자에게 화폐가 지급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화폐를 나누어주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이 방법은 통화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관한 논의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볼겐트 발의

스위스는 최근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국민투표를 발의했습니다. 볼겐트 (Vollgeld) 라 불리는 이 정책은 스위스의 화폐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제안된 것입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민간은행 역시 화폐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현대 경제에서 대부분의 통화는 현금으로 직접 유통된다기 보다는 은행 예금으로 남아있습니다. 은행의 예금은 부분 지급준비제에 사용되는데, 민간은행은 자사의 예금을 담보로 더 많은 통화를 발행하게 됩니다.

볼겐트 개혁에 찬성하는 자들은 은행 예금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은행이 사라지면 기금의 담보를 보장할 수 없게 되며, 따라서 담보가 사라진 기금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하여 개혁 찬성 측은 대중들이 직접 스위스 중앙은행과 거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에는 민간은행의 대출이 자사의 예금에 의존하거나 다른 기관에서 차입 받아 운용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간은행의 대출은 실질적으로 부분 지급준비제의 형태를 띄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혁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가 은행을 더욱 은행답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은행이 파산하게 될 때 정부가 납세자를 긴급 구제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반면 반대자들은 실이 득보다 훨씬 크다고 봅니다. 일반인이 중앙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볼겐트 정책은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은행 구조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이 개혁이 미래에 닥칠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에는 이자율 조정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했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화폐 순환을 직접 통제해야 하므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볼겐트 개혁은 국민투표에서 최종적으로 좌절되었지만, 이는 통화 정책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관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은 일반인이 중앙은행에서 개인 계좌를 직접 개설하고 민간은행의 부분지급준비 제도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분산원장에서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중앙은행이 통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에 일반인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시행하는 데 더욱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보통 민간은행의 예치금에 따라 받는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금리율을 관리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지극히 간접적이므로 일반인에게 미칠 때 효과가 완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놓은 보유금의 이자로 1.75%를 벌 수 있다고 합시다. 중앙은행의 보유금 이자가 바뀐다고 해서 민간은행의 고객인 일반 소비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인 셈입니다.

일반인이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면, 금리는 시중은행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바로 지급될 것입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정말 유례없는 강력한 정책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정책 구조에서는 금리 변경이 예금자에게 직접적이고 투명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중앙은행의 거래를 전자화폐가 주로 처리하게 된다면 일반인의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정책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 정책이 잘 운용된다면, 개인계좌 설립 제도가 소비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거시경제 정책 실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입니다. 국가의 정치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 특성에 따라 위험을 회피하고 변화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개인 계좌가 가질 수 있는 보안 위험과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 염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암호화폐의 익명성도 중앙은행이 도입하기에 주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익명성을 띄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앙은행은 투명성과 돈세탁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들도 여러가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들의 진행 과정은 서로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과 경우를 직접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 선택할 수 있는 프로토콜은 많습니다. 만일 중앙은행이 새로운 통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자체 암호화폐를 설계하고 싶다면 중앙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상당히 넓을 것입니다.

결론

암호화폐는 보수적인 중앙은행이 근본적이면서도 급진적인 개혁을 이행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실상 선진국들은 늘어나는 전자화폐 지불 수요에 맞춰 불필요한 종이 화폐의 비중을 낮추며 전자 화폐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자체 전자 화폐인 ‘Risksbank’의 e-krona와 같이 중앙은행들이 전자화폐를 직접 발행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약 전자화폐를 활용해 새로운 경제 구조를 설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현재 화폐 시스템에 대해 재고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화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통화 정책의 운용과 전자 화폐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심과 도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새로운 통화체제를 향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해답은 결국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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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GeoLinkCrypto님이 2018년 6월 29일 작성한 Will Central Banks Ever Make Crypto Mainstream? 을 국문으로 번역하고, 직접 각색한 자료입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blockchainkhu@gmail.com으로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 번역에 BLiKH 내부 Development 팀 연구원 엄세웅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최원혁 학회장님, 박진형 연구원님의 검토와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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