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시리즈] #1 디파이 생태계

강준영
CPLABS-TECH
Published in
10 min readMar 9, 2021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점차 대중화됨에 따라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가상자산 보유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 블록체인 네트워크 중심의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파이 시리즈에서는 디파이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목적으로, 사용자 응용 서비스 수준부터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들어가며,

디파이 시리즈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탈중앙화된 금융; DeFi에 친숙해지기 위해 현재 디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서비스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를 칭하는 용어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금융 서비스 및 금융 시스템 전체를 포괄한다. 그렇다 보니 경계가 모호해 디파이라는 용어만으로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현재 디파이는 기존의 전통적 금융 시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대출, 환전, 자산운용, 보험, 결제, 선물, 파생상품 등)들과 각 서비스 간의 관계를 블록체인 위에 재현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가는 중이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 중 현재 디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출(Lending), 거래소(Automated Market Makers, AMMs),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프로젝트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여기서, ‘시장 주도’의 기준은 사람들의 관심과 자금 유입 정도이다.)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플랫폼

디파이는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종속된 개념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 응용 서비스에 해당하므로 어떤 블록체인 위에서든 구성될 수 있다.

현재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에 예치된 자금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스비로 인해 투자자들이 점차 다른 네트워크 기반 디파이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기반 디파이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대출 Lending & Borrowing

Compound, Maker, Aave, Dydx 등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된 P2P 대출 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은 각 가상자산별로 준비된 대출 풀(Lending Pool)에 자산을 예치(Deposit) 할 수 있다. 유동성 공급자 역할인 셈이다. 이때, 대부분의 플랫폼은 일종의 예금 보증서에 해당하는 토큰을 발행해 주는데 투자금을 회수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P2P 대출 플랫폼 구조

예를 들어, Compound라는 플랫폼에서 DAI 풀에 DAI를 예치할 경우 cDAI를 발행해 준다. cDAI는 예치했던 DAI와 이자 수익을 찾아갈 때 필요하다.

Compound 플랫폼의 DAI와 cDAI

대출 이용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가상자산을 모은 대출 풀에서 자금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굳이 더 많은 양의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맡기면서 특정 가상자산을 빌려 가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담보가 투자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해당 플랫폼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했다는 점을 빼고는 기존 대출 서비스와 크게 다른 부분이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디파이에서는 무담보 대출도 가능하다. Aave, Dydx 등의 플랫폼에서는 하나의 트랜잭션에서 대출부터 투자, 상환까지 모두 처리함으로써 플래시론 이라 부르는 담보 없는 대출이 가능하다.

플래시론에 대해서는 이후에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자동화된 마켓메이커 Automated Market Makers

AMMs라 부르는 자동화된 마켓메이커는 블록체인에 특화된 거래소에 해당한다. 약 30년 전 등장한 이 백 엔드 기술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거래 방식이 가능해짐에 따라 함께 발전하고 있으며, 이 AMMs를 기반으로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컨트랙트 함수 호출 시마다 가스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앙화된 거래소처럼 주문이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오더북 중심의 거래 체계를 대체할 방법이 필요했고, 미리 예치된 자산의 비율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자동화 마켓메이커 방식이 주목받게 되었다.

AMMs 플랫폼에서 마켓메이커(또는 투자자)들은 두 종류 가상자산 쌍을 유동성 풀(Liquidity Pool)에 예치(Deposit)한다. 예치하는 두 자산의 가치는 현재 가격 기준으로 동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시장에서 ETH와 DAI의 가격이 각각 2,000$와 1$라 할 때, 마켓메이커는 ETH-DAI 유동성 풀에 5ETH:10,000DAI와 같이, 각 자산의 총 가치(10,000$)가 1:1이 되도록 예치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는 하나의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Swap)하는 목적으로 유동성 풀을 사용한다. 이때,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이것은 서비스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동성 공급자, 즉 투자자에게 보상으로 배분된다.

서비스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교환할 때 적용되는 가상자산 간의 환율, 즉 가격은 유동성 풀에 예치된 자산 간의 비율로 자동 결정된다. 이 가격(비율)은 각 가상자산의 공급(Deposit)과 수요(Swap)에 의해 변동된다.

예를 들어 ETH-DAI 풀에 10ETH와 20,000DAI가 예치되어 있을 때, 두 자산의 환율은 2000:1이 된다. 그런데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DAI와 ETH가 각각 1$, 1,500$에 거래되고 있다면 차익거래 투자자들은 중앙 거래소에서 1,500$에 ETH를 구매하고, 이를 AMMs 플랫폼에서 DAI로 환전함으로써 500$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 경우 유동성 풀에 예치된 ETH의 수는 늘어나고, DAI의 수는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환율은 변경된다. 이러한 과정은 풀에 예치된 두 자산의 가치 비율이 중앙 거래소와 동일해질 때까지 반복된다.

풀에 예치된 두 자산의 정확한 환율은 두 자산의 수량과 특정 상수 간의 방정식에 의해 결정되며, AMMs 플랫폼마다 적용하는 공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환율 결정 방식에는 대표적으로 CPMM, CSMM, CMMM 등이 있다.

  • CPMM : Constant Product Market Maker
  • CSMM : Constant Sum Market Maker
  • CMMM : Constant Mean Market Maker

풀에 예치된 자산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비영구적손실 및 풀 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AMMs 운영의 핵심은 충분한 예금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안정된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많은 투자자들의 유입을 유도해야하므로 유동성 공급자들에게 수수료 보상 외에도 거버넌스 토큰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더리움 기반 AMMs 플랫폼에는 대표적으로 Curve, Uniswap, SushiSwap 등이 있다.

자산운용 Assets Management

자산운용 플랫폼은 일종의 탈중앙화된 펀드이다. 자산운용 프로토콜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앞에서 언급했던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대출, 유동성 풀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 운용하는 간접 투자상품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이더리움 기반 자산운용 플랫폼으로는 Yearn Finance, Harvest Finance, Badger DAO 등이 있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자산 운용 플랫폼이 실제로 사용하는 간단한 투자 전략을 예로 들어보자.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다이(DAI)를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에 투자하고자 한다. Compound, Aave, Dydx 플랫폼은 전부 다이 대출 풀이 존재하는데, 현재 각 플랫폼의 다이 대출 이자는 다음과 같다:

  • Compound : 10%
  • Aave : 8%
  • Dydx: 12%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당연히 예상 수익이 가장 높은 Dydx 플랫폼에 다이를 투자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일주일 후에 Dydx의 대출 이자는 8%로 떨어지고, Compound의 대출이자가 11%로 올랐다면 투자자는 Dydx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여 Compound에 다시 투자할 것이다. 이러한 수고는 각 플랫폼별 대출 이자 순위가 역전될 때마다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투자 플랫폼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가스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투자자는 디파이 자산운용 플랫폼에 투자함으로써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Yearn Finance의 금고(Vault)에 다이를 맡기면 Yearn은 주기적으로 각 대출 프로토콜의 이자 정보를 확인하고 매 투자 시점마다 이자율이 가장 높은 플랫폼을 찾아 투자한다. 이 모든 작업은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처리된다.

<투자 흐름>

  1. 투자자는 Yearn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자산을 예치한다. 이때, yToken을 발급받는다.
  2. Yearn 스마트 컨트랙트는 각 대출 프로토콜로부터 이자 정보를 수집한다.
  3. 이자 연이율이 가장 높은 대출 프로토콜을 투자 대상으로 결정한다. 이전에 투자했던 플랫폼이 아닌 경우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토콜에 투자한다.
  4. 투자자는 언제든 원할 때마다 yToken을 반환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현재 자산운용 플랫폼에서 실제로 이용하는 전략은 대출 프로토콜 뿐만 아니라 다른 디파이 플랫폼들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컨텐츠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마치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파이는 대출, 거래소, 자산운용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또한 각 서비스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디파이가 급격히 수면 위로 드러난 것에 비해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얽히고설켜 있는 상태이다.

난해한 UI/UX 부터, 복잡한 사용 방법은 처음 디파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또한 디파이가 아직 신용관리위험이 남아있다는 점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규제도 풀어야할 숙제로 보여진다.그러나 디파이가 가진 잠재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사용자와 기술 간의 격차를 좁히고 규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디파이의 대표적인 서비스들에 대해 알아봤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산운용 플랫폼의 대표격인 Yearn Finance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Yearn 프로토콜이 발전해온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디파이의 흐름과 방향성을 이해하고, 기술적 측면에서 어떻게 블록체인과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하고 있는지 파악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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