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를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환영한다
사람을 수술·치료·진단하는 행위 즉, 의료 행위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를 누군가 독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의료 행위를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특허법에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허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일본의 제도와 관행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허법 대신 특허 심사기준에서 의료 행위에는 특허를 주지 않도록 하는데, 의료행위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이러한 일본의 기준을 우리나라 특허청은 그대로 표절했고, 법원도 아무 비판없이 일본의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였다.[1]
[1] 산업상 이용가능성은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요건 중 하나로 특허법 제29조에 규정되어 있다. 의료 행위에 대해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심사기준만을 운용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는데, 우리나라 특허청은 일본의 심사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료 행위의 공공성을 생각하면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기준으로 의료 행위의 특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어떤 것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할지 말지는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법률로 정해야 하는데, 특허청 내규에 불과한 특허 심사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의료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의료 행위는 산업상 이용할 수 없다는 빈약한 논리로는 의료 공공성을 지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모든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의료산업화를 추진해 왔고, 최근에 발의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도 제9조 제3항에서 첨단재생의료의 산업적 응용을 촉진하는 것을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한다는 이유로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정밀의료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진단 기술은 특허 대상에 포함되도록 특허청 내규를 변경하여 의료행위에 대한 특허 독점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따라서 조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허법 개정안은, 일부 문제점도 있지만, 의료 공공성을 특허법에 반영하고, 무분별한 일본 제도 베끼기 관행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