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동차 추방하기

사람인가? 자동차인가?

ByungYup Lee
5 min readApr 20, 2014

하루평균 운전시간 : 2시간 30분
출근길 평균 속력 : 10km/h
교통체증으로 인한 손실 비용 : 연간 128억 달러 .

러시아 모스크바의 통계 수치이다.

상파울로에서는 2008년 5월 9일 세계 최장 교통체증을 기록했다.
그 길이는 무려 266Km.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거리가 230km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서울은?

출퇴근 평균 시간은 약 53분여. 서울 도심에서의 평균 속력은 17km.
두 도시보다는 훨씬 쾌적하다. 하지만 그런 비교를 하고자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세 도시 모두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과연 사람을 위한 도시인가? 아니면 자동차를 위한 도시인가? 란 질문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도심 어디에서나 보는 흔한 골목길이다.
약 10여 미터의 폭의 도로에서 사람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 있는것일까?

사람들은 자동차 사이를 보행하고, 뒤에서 자동차가 나타날때면 행여 백미러에 닫지 않을까 몸을 움츠린다. 자동차가 사람을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다니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보행에 대한 가혹한 폭력을 당하고 있다.

무의식에 관련하여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우린 도심에서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져 있다. 사람의 시신경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고 자극을 뇌에 끊임없이 보낸다. 그 자극은 일종의 위험신호이기도 하며, 쉬운 이야기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버스 중앙차로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편안한 마음일까? 속력을 내며 지나가는 차들 사이에서 우리의 뇌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보행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진다. 최근 MBC 다큐스페셜에서 “로드레이지, 도로 위의 분노” 가 방송되었다. 운자자들끼리 시비가 붙자 목검을 들고 달려드는 운전자. 사람의 분노를 조절하는 곳은 뇌의 전두엽인데, 일상 생활에서 보다 운전시에 전두엽이 2.4배 이상 자극되어 분노를 통제하기 어려워 진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었다.
그 결과 서울에는 성냥갑 아파트로 뒤덮이고, 한강을 둘러싸서 도로들이 생겨난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효율성을 추구해온 덕분에 지금의 서울이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각 계층의 사람들에 의해 비판이 쏟아져 왔다. 특히 나와 같은 건축가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깨가 무겁다.

1950~1980년대의 많은 건축가들이 도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어 놓았다. 하지만 그것들 대부분은 경제, 정치, 사회적인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물리적인 혹은 미학적인 제안들에 그쳤다. 최근의 추세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수동적인 입장이다. 자동차를 건물안에 끌어들이거나, 주차타워를 이용한 랜드마크를 계획한다. 그러한 수동적인 입장도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50년 전만해도 건축가의 손끝에서 하나의 도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언젠가 나올 수도 있는 자동차를 대신 할 무엇인가를 꿈꾸어야 하는 것일까?

이 주제를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필자 또한 물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 하고자 했었다. 토의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불가능함을 인정하였으며, 새로운 방법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주 쉬운 접근으로 우회하였다.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한 지점이 8차선 도로의 중앙이었다. 마라톤에 참가했던 필자는 통제된 도로 위를 달리는데, 도심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일뒤에 테헤란로 중앙에 서 보았다.

‘아! 인도 위에서 인식해오던 도시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르구나!’

마라톤을 뛰면서…
이 넓은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는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전, 서울은 어벤져스로 시끌시끌 했었다. 도로들을 전면 통제하고 그것이 서울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촬영이 끝난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도로를 우회하거나 혹은 차를 두고 외출한 이들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어벤져스 촬영에 지지한다는 의미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편리함이란 것은 일종의 마약과 같아서 쉽게 끊을 수도 없고, 편리함이 줄어들면 큰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그 편리함은 쉽게 가시화되는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효율성에 가려진 “삶의 질과 일상의 풍요로움”에 가치를 옮길 시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도로에서 자동차를 추방하고자 하는 거대한 포부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각종 문화 행사나 일상적인 이벤트로 임시적인 도로점유를 이야기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시민들 개개인의 의지가 모였을때 가능하다. 더이상 한명의 정치가, 개발자에 의한 변화는 용납할 수 없다.

Studio B.U.S 도 그 변화를 만드는 그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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