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굴리는 거라고?

20 ~ 30대의 젊은 학생들에게 권하는, 전통 자산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

Hyunbin Jeong
CURG
10 min readSep 5, 2020

--

Hyunbin Jeong in CURG
-37% (9/4 23:55)
hodl.. wins..

대학을 졸업한 뒤 본인의 진로를 결정한 많은 사람들— 곧바로 직장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CURG의 많은 구성원들처럼 대학원에 진학했을 수도 있는 — 이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들어서면서 고민하기 시작하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는데, 그것은 저축, 다시 말하면 ‘돈을 모으는 것’ 이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고, 평범하게 적금을 들어 돈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젊은 나이에, 여태 모은 돈이 많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을 어떻게든 불리고자 하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돈을 굴려야 할까

은행의 금리가 0보다 낮아지지 않는 한, 지금의 1000만원은 내년의 1000만원 +α(이자)와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 개인이 보유한 현금의 가치가 미래에 하락하는 것은 자명하다. 참고 용어 : 할인율 (link)

또한 적어도 소위 ‘달러 본위제’ 라고 불리는 체제가 지속되는 동안만큼은 패권통화(달러)를 발행하는 미 연준(link)에서 자국의 경제를 위해 달러를 계속해서 찍어내는 양적 완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개인이 보유한 현금을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이 찍혀 나와 결국 어디로 향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면 (평범하게 돈을 모아왔다고 가정할 경우) 보통 X00만, 많게는 X000만 원 단위의 돈이 계좌에 모여있을 것이다. 이 액수가 미래 어느 시점의 우리의 눈에 큰 돈으로 비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에게 저 액수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스노우볼을 굴리는 속도가 같다면 작은 스노우볼을 굴릴 때보다 큰 스노우볼을 굴릴 때 스노우볼이 커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작지 않은 액수로 돈을 굴린다면 그만큼 기대수익도 클 것이다.

어떻게 굴리는 것이 좋을까

먼저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해보자.

유형 1. 원금의 손실을 원하지 않는, 안전제일 타입

비록 낮은 리턴을 받을지라도 로우 리스크를 추구한다면, 은행을 통한 정기 예금정기 적금과 같은 무난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은행이 망하면 어쩌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면 백스페이스를 눌러 달라.

유형 2. 원금의 손실을 감수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너무 큰 리스크는 지고 싶지 않은 타입

이 경우 가장 무난한 선택지는 주식 시장에 진입해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인데, 한발 더 나아가서 미래에 특히 주목받을 우량주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 이후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 AI 학습에 쓰이는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10년 차트

원금이 넉넉한 경우 오피스텔과 같은 부동산에 투자해서 월세와 같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는 선택지도 있다.

유형 3. 원금의 큰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승부사 타입

유형 2의 사람들에 우량주 투자를 권한다면, 유형 3의 사람들에게는 소위 작전주, 테마주 등으로 불리는 종목의 투자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올 것이다. 2017년 암호화폐 시장이 달아오를 때 비덴트, 우리기술투자 같은 종목이 크게 오른 것을 관련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빗썸 관련주인 비덴트, 업비트 관련주인 우리기술투자의 월봉 차트

유형 3과 관련하여 추가로 권장되는 방법은 저평가주를 발굴하여 미리 투자해 두는 것인데, 이는 자산 시장을 둘러싼 흐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므로 투자자 자신의 노력이 어느 정도 수반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자산 시장으로 인정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대강의 흐름을 적어보려고 한다.

일본은 암호화폐를 가장 빠르게 수용한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13년에 터진 마운트 곡스(link)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일찍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적용할 비트라이센스(link) 제도를 만든 뉴욕도 암호화폐를 빠르게 수용한 곳으로 꼽힌다. 이후 해외의 많은 국가에서 암호화폐 매매차익 등에 대한 과세를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합법화 흐름을 형성하였다.

2017년의 투기 열풍이 지나자 각국의 인사들 내지는 국제기구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의논,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업체에 대해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명칭을 붙여 관련 규정을 따르게 하였고, 암호화폐 시장을 받아들이는 흐름이 되자 한때 모든 거래소의 폐쇄까지 고려 중이라던 국내 관계부처의 기조도 바뀌게 되었다.

디지털커런시그룹 (산하 그레이스케일, 코인데스크 등), 골드만삭스 (산하 서클), JP모건 등 한 가닥 하는 업체들이 친 암호화폐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 각국의 은행들이 암호화폐 커스터디(link)의 사업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법을 찾아보자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는 작고, 바로 이전에 말한 것처럼 이 시장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이 판단근거들로부터 필자는 아래의 대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마저 진행하려고 한다.

암호화폐 시장에 장기적으로 많은 돈이 유입되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앞서 언급한 각 투자 유형의 사람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유형 1. 원금의 손실을 원하지 않는, 안전제일 타입

언젠가 바이낸스 세이빙(link)에 대해 다뤘던 적이 있다. 바이낸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면 해당 스테이블코인을 이자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9/4 기준으로 USDT (USD Tether), USDC (USD Coin), BUSD (Binance USD)등 세 가지 스테이블코인에 대하여 각 조건별 연 이자율은 다음과 같다.

  1. 언제든 출금 가능 — 6.75% (1일 단위로 이자 지급)
  2. 7일간 출금 불가 — 7.2%
  3. 14일간 출금 불가 — 7.4%
  4. 30일간 출금 불가 — 7.6%
  5. 90일간 출금 불가 — 8.0%

놀라운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1000 USDT를 90일간 락업할 경우 만기 시점에 받는 이자가 20 USDT에 육박한다. 이렇게 상당한 이자율 설정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바이낸스 세이빙을 언급한 글에도 적어두었지만, 더 높은 이율로 다른 업체에 빌려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디파이 시장이 과열되면서 달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바이낸스에서 운영하는 마진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수수료 몫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9/4 기준 각각 시가총액 3위, 17위에 위치한 스테이블코인 투톱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없는 안전한 방법이지만 사실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하나는 바이낸스 거래소가 망하지 않는다는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USDT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가정이다.

바이낸스는 거래 규모가 업비트의 약 20~30배 달하는 초대형 거래소이기 때문에 바이낸스가 무너질 리스크는 매우 낮다고 보지만, USDT는 시가총액 3위임에도 불구하고 그 발행 주체가 홍콩의 비트파이넥스 거래소라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필자는 USDT 대신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서클에서 발행하는 USDC를 예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자율은 USDT와 동일하다.)

유형 2. 원금의 손실을 감수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너무 큰 리스크는 지고 싶지 않은 타입

앞서 이 유형에 대해 우량주식 투자 선택지를 제시한 것처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투자가 가장 무난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살아있는 한, 이 두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도태될 일은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투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랜딩, 커스터디 등이 있는데, 랜딩의 경우 바이낸스 세이빙과 같이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것이고, 커스터디의 경우 암호화폐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암호화폐를 맡기는 것이다. (앞서 각국 은행에서 암호화폐 커스터디를 연구 중이라고 했었던 점을 상기하자.)

유형 3. 원금의 큰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승부사 타입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다양하다.

  1.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는 시가총액이 낮지만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충분한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도 있고,
  2. 특별한 근거 없이 잊을만하면 튀어오르는 세력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으며,
  3. 시가총액이 낮은 저평가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앞서 주식의 예시에서 말한 것처럼 저평가된 암호화폐를 찾는 것은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4. 마지막으로 현재 유행하는 메타(?)에 맞는 암호화폐를 매수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요즘 시장에서 핫한 디파이 관련 암호화폐인 YFI, UMA (아래 사진 참고) 등이 있다.

※ 절대로 매수 추천이 아니다

시가총액이 다소 낮지만 장기적인 전망이 나쁘지 않은 암호화폐들 중에서 스테이킹을 지원하는 암호화폐의 경우, 스테이킹을 통해 추가 리스크 없이 보유 수량을 늘리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다.

마치며

자산 굴리기의 필요성과 성향 별 투자 유형,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 성향 별 암호화폐 투자 유형에 대해서 살펴봤다. 필자는 유형1, 2, 3 모두에 해당하는 투자를 하고 있는데, 자산 비중으로 보면 유형3에 가장 많은 원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같은 시기(자산시장이 자주 휘청이는 시기)에는 자산의 총액 변동폭이 상당히 크다.

주식/암호화폐 이야기 위주로 글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자산을 불리기 위해서 꼭 이런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암호화폐 시장 같은 자산 시장에 진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위 ‘제로 금리’ (link)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에 단순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투자 시장에서 ‘풀매수’ 보다는 ‘분할매수’ 를 추천하는 것처럼, 당장 보유한 모든 돈을 투입하지 않고 일부만 경험 삼아 불려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방법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으로 자산을 불리는 재미를 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