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트랙트의 중재자? — Kleros, J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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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G
Published in
9 min readMar 26, 2022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계약 당사자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미리 프로그래밍 하여 전자 계약서 문서 안에 넣어두고, 이 계약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 내용이 실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Wiki.hash)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계약 당사자들은 거래 중개 수수료를 절감하고, 상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생태계에는 스마트 컨트랙트 그 자체만으로는 계약의 분쟁이 생겼을 경우 해결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고, 계약 이행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들도 굉장히 많다.

처음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을 무렵 스마트 컨트랙트로 상호 신뢰가 필요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필자의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현실 세계의 문제들은 참과 거짓으로 나누기 참 애매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계약 당사자들 간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애매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블록체인 기반 중재 플랫폼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

오라클 문제

먼저 “스마트 컨트랙트”하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부터 알아보자.

오라클(Oracle)이란 블록체인 밖(off-chain)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on-chain)으로 가져와 스마트 컨트랙트의 이행 조건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 외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직접 수집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내부의 데이터만 다룰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컨트랙트 내용 중 블록체인 외부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경우, 해당 스마트 컨트랙트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외부의 제 3자로부터 제공받은 데이터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때 외부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실되거나, 데이터에 위변조가 발생하는 등의 경우에 해당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데 이를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라고 부른다.

해결 방법?

계약 이행의 조건이 ‘객관적’인 경우 오라클 문제는 생각보다 해결하기 쉬울 수 있다.
“내일 KOSPI 지수가 3000 이상이면 A는 B에게 1ETH를 지급한다.”와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있다고 한다면, 오라클의 역할은 KOSPI지수 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블록체인 안에 기입하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정보라고 해서 오라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보 입력과정에서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했거나, 관리자의 악의적인 의도로 잘못된 정보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보 입력자나 데이터 제공자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오라클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신뢰도 있는 기관에 데이터 제공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이행의 조건이 ‘주관적’이라면? 예를 들어, “A가 B에게 웹사이트 디자인을 맡기고, 해당 작업이 완료될 경우 1ETH를 지급한다.”와 같이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없는 내용의 스마트 컨트랙트의 경우 오라클 문제의 해결은 굉장히 애매하고 합의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확장된다.

위의 사례와 같은 경우 “웹사이트 디자인이 완료되었다.”라는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사전에 구체적인 기술적 내용들을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디자인과 같은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는 영역은 “누가 결과물의 완성도를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3의 인물이 평가자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계약 이행 여부 평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고, 결국 계약의 당사자인 A와 B간의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수 도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당사자간 분쟁을 해결할 대안은 없을까..?

필자는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세계에서는 각 국가별 사법기관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물리적 경계가 없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특정 국가의 사법기관에 분쟁 해결을 의뢰하는데 다양한 문제가 뒤따른다.
(재판 관할 문제, 준거법의 문제, 기존 계약법 상 인정 여부 등등…)

따라서 블록체인 생태계의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사법체계와 분리된 또다른 중재 체계가 필요하고, 오늘 소개할 두 서비스가 어쩌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이더리움 기반 중재시스템 — 클레로스(Kleros)

이더리움 기반 중재시스템 — 클레로스(Kleros)
  •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주체간의 갈등을 판단하고 중재하는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수행
  • 이해 당사자간 분쟁을 다수의 일반인 배심원을 통해 해결하는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방식으로 중재
  • 중재가 완료되면 참여한 배심원들에게 ETH으로 보상

Kleros의 배심원 선정 과정은 완전 자동화 되고, 중재의 신뢰성과 공정성은 소수 개인의 정직성에 의존하지 않고 게임 이론을 사용한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존한다.

배심원은 Kleros 플랫폼에서 랜덤으로 선발되며, 배심원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체 토큰인 PNK토큰을 많이 예치해 둘 수록 선발될 확률이 높아진다. 배심원들은 서로를 알 수 없으며, 주어진 증거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판결을 진행한다. 판결이 마무리되면 배심원 및 승소자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패소자 측 판결, 즉 소수의 판결을 내린 배심원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배심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보다 신중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재판 당사자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클레로스를 중재센터로 지정하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계약 주제에 따라 특화된 클레로스 내 법원 유형을 미리 선택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은 개발 법원을, 보험 계약은 보험 법원 선택)

Kleros의 분쟁 해결 과정

Kleros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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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방식의 소송은 높은 변호사비를 요구하는데 비해 저렴하게 중재를 의뢰할 수 있다. 법원 소송의 복잡한 과정을 피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 개인들로 하여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의 Gig economy 모델을 차용하고 있다. 개인들에게 중재에 참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 확대

Kleros의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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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이 다수 배심원의 판결과 다른 입장에 투표하는 경우, 보상을 받을수 없다.

- 이 때문에, 배심원은 ‘다른 배심원은 어떤 판단을 할 지' 고민해야 하며, 소신껏 중재에 임하는 대신 보상을 받기 위한 다수결 투표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

2. 경력직 법률가들을 통한 중재 시스템-JUR

경력직 법률가들을 통한 중재 시스템-JUR
  • 블록체인 기반 분쟁중재 플랫폼으로, 5년 이상의 경력직 법률가만 중재자로 활동 가능하다.
  • 단, 개인간 분쟁을 해결하는 상품의 경우 일반인도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참여 가능하다.
  • 기업간 분쟁을 중재하는 ‘Open Justice’,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개인간 소규모 분쟁을 중재하는 ‘Open Layer’, 커뮤니티간 소규모 분쟁을 중재하는 ‘Community Layer’,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법률문서 양식을 판매하는 ‘Jur Editor’ 등의 서비스 제공

JUR은 5년 이상의 경력진 법률가들로만 배심원을 구성하여 기업-기업, 기업-개인 간 중소규모 분쟁을 중재하는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Kleros와 차이점을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Hub를 선택해 중재를 의뢰할 수 있으며, 중재 전후에 변호사가 중재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남기고 중재인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중에 있다고 하니 보다 전문화된 중재 절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leros가 단순히 자체 토큰을 스테이킹한 일반인 중재자들을 섭외하는데 반해, 중재인을 선발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중재인이 되고자하는 법률 전문가들은 프로필과 추천서 등을 JUR에 제출해야하며, 영상 인터뷰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재인들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는 훨씬 높아지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초기 중재인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중앙 기관의 개입이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형태의 탈중앙화 기반 중재 서비스라고 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완벽한 중재가 가능할까?

탈중앙화 환경에서의 분쟁 해결을 위한 Kleros, JUR과 같은 서비스들의 등장은 기존에 통용되던 사법기관 형태의 해결책을 블록체인 생태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븐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일반인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문가 집단의 중재가 필요할 것이고, 이럴 경우 단순히 탈중앙화 환경에서 랜덤하게 중재인들을 선발한다고 해서 판결의 신뢰성이 확보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전문가 집단을 중재자로 모집한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중재자들을 등록하는 과정 자체는 중앙에서 이뤄지므로 중재인 선발 과정을 완벽히 신뢰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또한 Kleros의 경우 배심원을 모으고 이들의 판결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판결 결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한 중재가 이뤄진다면, “보상을 위한 판결”이라는 형태의 주객전도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Kleros 사이트에서는 “Earn Money For Your Time”이라는 문구를 Guide페이지 상단에 적어둠으로서 판결에 참여함으로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홍보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중재 서비스 미래

블록체인 기반 중재 서비스는 정식적인 소송에 비해 유연하고 빠른 절차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의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계약 분쟁을 위한 우선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 블록체인 기반 중재 서비스들은 단순히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사법부의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재판 결과를 이행하도록 하는 행정부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재가 시작되기 전 결과에 따라 이행되어야 하는 배상금 등을 미리 스마트 계약으로 체결하는 형식으로 재판 결과 이행의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서비스 외에도 Astra와 같이 KYC와 AML(자금세탁방지)기능을 포함하며, Legal Firms와의 협업을 통해 DeFi영역에서 플랫폼과 고객 인증을 진행하고 양 당사자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증기관” 형태의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분쟁 해결 서비스나 신용 보증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보급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새로운 형태의 분쟁 해결 방식이 등장한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신뢰할 수 있고 전문성까지 갖춰진 중재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여러 중재 서비스들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확장시키는 긍정적 선순환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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