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Stable Coin) = 디지털 통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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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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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in readJul 19, 2022

스테이블코인의 개념과 종류, 그리고 규제 현황

백인성| CURG

비트코인은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즉 제 3자의 개입 없이 암호학적 증명을 통해 개인 간 직거래가 가능해지도록 만들고,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기능을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수단
  • 교환의 매개수단(Medium of exchange)
    : 상품과 용역을 거래하는 데 사용
  •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
    : 상품과 용역의 가격을 나타내는 공통된 단위

비트코인은 “거래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실물거래에 도입되기 까다롭다. 가장 큰 이유로는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자산에 비해 높은 가격 변동성을 띠고 있고, 이로 인해 화폐의 기능 중 가치의 척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을 제어하고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있다면 어떨까? 국제 거래 등 복잡한 과정과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며 이뤄지던 거래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다양한 실물거래 과정에 도입하는 것 또한 용이해질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이렇듯 안정된 가격의 암호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 등장하게 되었다.

동시에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하고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며 사용이 간편하고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2021년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해, 2022년 4월 기준 1,810억 달러(한화 약 233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했고, 덩달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규제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분류와 대표적 스테이블 코인을 소개하고 각국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 상황 들을 얕고 넓게 알아보려고 한다.

출처: The Block
출처: The Block

스테이블코인의 종류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금 등에 가격을 페깅(pegging)하여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는 암호화폐다. 여기서 페깅(pegging)이란 “못을 밖아서 고정한다.”라는 뜻으로서, 암호화폐의 가치를 마치 못을 박아 놓은 듯이 법정화폐나 실물자산에 연동한다는 뜻이다.

법정화폐와의 페깅 메커니즘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의 종류를 나눠볼 수 있는데, ‘명목화폐 담보’, ‘암호화폐 담보’, ‘알고리즘 기반’으로 크게 세 가지 분류가 있다.

  1. 법정화폐 담보(Fiat-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
출처: https://coinpricepredict.com/compare/what-is-the-difference-between-usdt-busd-and-usdc/

법정화폐나 현금성 자산을 담보로 가치가 유지되는 암호화폐이다. 중앙 발행자는 법정화폐나 환금성이 높은 자산(ex미국 국채)로 준비금을 보유하며, 이에 상응하는 가치만큼의 코인을 발행한다. 대표적으로 달러와 1:1 가치를 유지하는 USDT(Tether), USDC(USDcoin), BUSD(Binance USD) 등이 있다.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고 있어 안정성이 높고, 향후 국가에서 공인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담보물을 관리하는 중앙 주체에 의한 검열 및 단일 취약 지점으로 인한 문제 가능성 등이 존재하고, 법정화폐나 현금성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감사 등의 추가로 밟아야 할 절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2. 암호화폐 담보(Crypto-Collateralized) 스테이블 코인

출처: https://messari.io/article/makerdao-valuation

법정화폐 대신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자산으로 예치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탈중앙화 조직 MakerDAO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인 DAI가 있다.

DAI는 초과 담보 비율을 설정해서 자산 준비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만일 담보로 맡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최소 담보 비율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담보자산을 자동 청산시키고 차액은 사용자에게 반환함으로써 지급불능 사태를 방지한다.

암호화폐 담보 형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중앙화된 기관 없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덕분에 법정화폐 담보 형식의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과대 담보로 인해 자본 효율성이 낮다는 단점과 담보물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에 과부화가 걸리면 원하지 않는 강제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3. 알고리즘(Algorithmic) 스테이블 코인

법정화폐 담보 형식과 암호화폐 담보 형식 모두 담보물이 존재하므로 스테이블 코인 이용자들에게 언제든지 자산을 상환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고, 담보 가치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 자체의 안정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법정화폐 담보형식의 경우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의 스테이블 코인 수요는 높지만, 실제 달러를 예치한 만큼만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된다는 점에서 공급이 유동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암호화폐 담보형식의 경우도 초과 담보로 인해 자본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유통량 조절 메커니즘차익거래 알고리즘을 통해 1달러 페깅을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했다.

구체적인 페깅 방법으로는 ‘리베이스(ex. AMPL)’, ‘시뇨리지(ex. UST)’등이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알고리즘과 담보 형식을 동시에 취하는 ‘부분적 알고리즘(ex. Frax Finance)’방식도 있다. (보다 구체적인 알고리즘 등을 알고싶다면 해당 링크를 참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자체 메커님즘을 통해 발행되기 때문에 “시장 수요에 맞는 유동성 공급”“탈중앙성”의 두 가지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DAI도 탈중앙성을 보장하기 위해 등장했지만, 담보의 상당 부분이 USDC로 구성되어 있어 결국 USDC의 중앙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알고리즘을 통한 페깅이라는 특성이 주는 이점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격 고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고, 이 경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페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악순환 속에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0으로 수렴하게 되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 = 법정화폐 담보 기반

출처: https://coinmarketcap.com/ko/view/stablecoin/

그렇다면 현재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은 무엇일까? 2022년 7월 19일 Coinmarketcap 기준 스테이블 코인 상위 항목은 모두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며,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USDT, USDC, BUSD가 최상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가총액과 거래량 측면에서 보자면 암호화폐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DAI와도 굉장히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초로 달러와 가치를 연동하기 위해 최초로 등장한 USDT와 대규모 금융사를 등에 업고 등장한 USDC는 이미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최근 테라사태 이후 기관과 고래 투자자 사이에서 비교적 하이리스크인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회피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안전하고 사용처가 많은 USDT와 USDC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테더(USDT)

출처: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204144844B

USDT(테더-Tether)는 현재 시가총액 3위에 이르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2014년에 출시되어 미국 법정화폐인 달러와 최초로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은 아무런 규제나 룰이 없어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구매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이었는데, 테더사는 투자자가 달러를 입금하면 동일한 양의 테더를 발행해주며 1달러=1USDT가 될 수 있도록 하는 USDT를 발행했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많은 투자자를 유입시키는 중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2018년 당시 세계 거래소 5위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를 통한 비트코인 시세조작 의혹이 불거졌던 적이 있고, 헝다 그룹과 같은 부실채권 보유 의혹이나, 담보자산 장부의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테더는 법인을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두고 있으며, 사무실은 홍콩에 두고 있다. 또한 미국 권역 밖에 위치하고 있어 달러 예치금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를 받지 않고 있고, 자체적으로 감사 보고서를 맡기는 회사는 또 다른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있는 mha Cayman이라는 회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완벽히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운영되어왔다.

위와같은 문제점들로 인해 테더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라사태때 페깅이 2%가량 깨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테라사태 이후의 USDT디페깅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약 11조원 가량 빠지면서 최근 자체적으로 공개한 예치금 보고서에 따르면, Tether사의 예치금 중 86%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나머지는 회사채, 담보대출, 가상자산 및 기타투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유에스디코인(USDC)

출처: https://contents.premium.naver.com/jinyoung/coinstudy/contents/220516191736056cN

USDC(USD Coin)은 테더사가 여러 가지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CoinBase)가 합작해 개발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서클(Circle)은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부터 규제를 받는 회사로, 미국 제도권 내에 위치한 회사이다. 또한 미국의 각 주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등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다.

USDC의 담보 자산은 미국채77%, 현금23%로 USDT에 비해 담보 자산의 안정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출처: https://xangle.io/research/628f14e3b561336ae9ccbbf3

USDT vs USDC

USDT의 경우 암호화폐 시장에 별다른 규제의 손길이 없던 시절, 비트파이낵스 거래소를 통해 지극히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반면 USDC는 대규모 금융사인 골드만 삭스의 자회사로부터 설립되었고 미국 정부의 다양한 규제를 따르며 운영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가지 꼽자면, 해당 코인이 법정화폐와 완벽히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이다. 담보자산의 안정성과 운영의 투명성에서 기인한 신뢰의 차이는 앞으로 USDC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별 스테이블 코인 규제 상황

현재 각 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자금세탁 방지 및 보안 문제 등과 관련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국가별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의 윤곽을 잡아가는 중이다.

미국
-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을 은행으로 제한”할 규제 방안을 제안.
- 스테이블코인을 증권 및 파생상품으로 간주하여 각각 해당 법률에 따라 규제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

일본
- 금융청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은행과 송금대행업체로 제한한다고 발표
-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내용도 포함할 계획

영국
- 광범위한 가상자산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을 밝힘
- 화폐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화폐와 동등한 규제를 적용할 것을 강조

유럽
- 일부 스테이블 코인만 지급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견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
- EBC(유럽 중앙은행)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배타적 거부권 보유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은 지급준비를 위한 자산 요건을 갖추고, 이용자에게 자산의 상환권을 부여하는 등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

결론

앞서 살펴보았던 USDT와 USDC등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추종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이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살아남을지는 미국 정부의 규제 여부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정부 규제 하의 민간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이는 상황이고, 이에 따라 USDC처럼 현행 규제를 적극적으로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각국의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화폐 주권의 문제가 달린 중요한 문제다. 스테이블코인의 유통과 발행을 각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화폐 주권을 가져오기 위해 다양한 국가들은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을 논의해왔다.

CBDC란 중앙은행(Central Bank)과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인데,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유사하다. 특히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보증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지금까지의 스테이블코인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러한 CBDC의 등장과 각국의 민간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속화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로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들의 간편한 송금과 매우 낮은 수수료라는 장점을 중앙은행의 관리를 거쳐야 하는 CBDC가 따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섣불리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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