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유동화와 부가수익에 대하여

디파이 이야기의 연장선. 시장 충격의 영향으로 글이 다소 산만할 수 있음

Hyunbin Jeong
CURG
9 min readJan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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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bin Jeong in CURG
YGG -52%
살려주세요

글을 쓸 때마다 어떤 사진을 썸네일로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곤 하는데, 이번에는 시장 충격의 영향으로 심신이 능이버섯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래의 유명한 짤을 사용하였다.

저게 뭔 쌈박한 개소린가 생각했다면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정상인!

여기까지 몇 문장 적을 동안 YGG가 -53%가 됐다

개요

위키백과에 따르면 금융 시장에서 자산이나 채권을 증권화하는 것을 ‘유동화’ 라고 한다. 이 설명에 부합하는 올바른 단어의 사용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어떤 자산을 기초로 하여 다른 자산을 획득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종의 유동화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뇌피셜)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예시, 이를테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이것을 보유한 상태로 어떠한 추가적인 액션을 취하고 싶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날법한 방법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잡고 다른 자산을 대출받는 것이다. 장기간 보유할 예정인 자산에 대하여 그저 묵히는 것 이상으로 뭔가 응용을 하는 방법들, 기존 금융시장에서 관련 예시를 찾자면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대충 그런 느낌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산을 유동화하여 유의미하게 운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이것저것 끄적여보는 시간

기본적인 형태

적어도 지금까지는 디파이 섹터에서 임의의 사용자에 대해 완벽한 신용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출 시장에서는 과담보(over-collateralized)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국룰이다. 사용자들은 보유한 자산을 예치하는 것에서 멈추고 안전하게 조금씩 대출이자를 받거나, 예치한 자산을 담보로 다른 자산을 대출해 운용할 수 있다. 대출을 택하는 경우 변동성 자산을 대출해 시장에 매도하는 것으로 숏 포지션에서 시세차익을 보려고 할 수도 있고,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해 변동성 자산을 매수하는 것으로 롱 포지션에 설 수도 있다.

스테이킹과 같이 프로토콜 단에서 제공하는 부가수익 루트가 없는 자산의 경우 대출 시장을 통해 부가수익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똑같이 단일 자산의 예치가 가능하더라도 AMM 기반의 거래 플랫폼에 붙어 레버리지 LP파밍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담보대출이 불가하다. 이 경우에도 예치된 자산에 대해 지분 토큰을 주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 지분 토큰의 사용처가 있다면 또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토콜 단에서 스테이킹이 지원되는 자산의 경우 스테이킹을 통해 부가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테이킹 상태에 있는 자산에 대해서도 어떤 추가 액션을 취하고 싶다거나, 흔히 존재하는 언스테이킹 기간을 무시하고 싶다는 수요에 따라 요즘은 스테이킹된 자산을 유동화한 토큰을 따로 두는 메커니즘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적절한 예시로는 스테이킹 유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Lido를 통해 이더리움 2.0에 스테이킹된 ETH를 유동화한 stETH 토큰을 들 수 있겠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1

스테이킹된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의미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테라의 Luna를 예로 들면, Luna는 스테이킹 시 테라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 수수료를 나눠받을 수 있고 언스테이킹 기간은 21일인데, 테라의 대출시장 중 하나인 Anchor를 통해 Luna를 스테이킹하면 스테이킹된 Luna의 유동화 토큰인 bLuna를 받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사용자에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bLuna를 단순히 보유하여 Anchor를 통해 bLuna 보유량에 상응하는 스테이킹된 Luna로부터 발생하는 스테이킹 수익을 받을 수도 있고, 이 수익을 받을 권리를 Anchor에 일시적으로 양도하는 대신 Anchor에서 테라 스테이블코인 UST를 빌려갈 수도 있고, bLuna의 예치를 지원하는 Anchor 이외의 테라의 다른 서비스에서 bLuna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선택지가 단순히 Luna를 스테이킹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bLuna 라는 유동화 토큰을 시장에 매도하여 Luna의 언스테이킹 기간을 무시하고 Luna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일의 언스테이킹 기간에 대한 패널티가 반영된 시장 가격은 1 bLuna = 0.98~1.00 Luna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사용자는 스테이킹 기간을 감수하고 수량을 온존할지 혹은 약간의 수량 삭감이 있더라도 즉시 자산을 회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유동화 덕분에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어진 셈이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2

암호화폐 시장에는 장기 호들러(hodler)가 많은 만큼 시장에 불리쉬(bullish)한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담보대출을 통한 유동화 전략을 구상할 때는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하는 것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의견은 뇌피셜이기는 하지만, 그럴듯한 근거로 Compound나 Venus같은 대출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변동성 자산에 비해 스테이블코인들의 Utilization Rate, 즉 예치규모 대비 대출규모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라는 점을 들 수 있고, 이는 변동성 자산을 예치하여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출한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는, 진정한 야수라면 스테이블코인으로 다시 변동성 자산을 매수하여 담보로 예치하고 다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는 선택지도 있을 것이고 (예를 들면 BTC를 담보로 USDT를 대출해서 매수한 ETH를 담보로 다시 USDT를 대출해서 매수한 BNB를 담보로 다시 USDT를 대출하는…), 스테이블코인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부가수익을 보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동성 자산을 매수하지 않고 부가수익을 보는 전략을 택하는 후자의 경우에 대해서, 선택지 중 하나로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려서 다시 담보로 예치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있는데, 이제는 많은 경우에 부가수익은 커녕 오히려 손실이 날 정도로 디파이 거품이 조금은 내려앉았지만 상대적으로 신생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했을 때 부가수익이 짭조롬하게 나오는 경우가 은근히 있다.

Abracadabra의 스테이블코인 MIM은 담보자산으로 UST를 받는데, 이 경우 MIM 대출에 대한 보상으로 약 16%대의 APY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Curve를 통해 MIM을 UST로 거의 손실 없이 스왑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한 MIM을 UST로 바꿔서 다시 Abracadabra에 예치해 MIM을 대출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APY를 상당히 뻥튀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발빠른 디젠(degen)들에 의해 UST를 통한 MIM 대출 한도가 일찍 차버려서 지금은 이 방법으로 Abracadabra에 신규 진입하는 것이 불가하다.

Kokoa는(Kakao 아님) 최근 스테이블코인 KSD를 발행하기 위한 담보자산으로 Klayswap의 lp토큰을 받기 시작했는데, 지원하는 lp토큰으로 USDT-DAI 페어의 lp토큰과 USDT-USDC 페어의 lp토큰이 있다. 해당 스테이블 페어의 lp토큰으로 KSD를 발행하면 약 20%대의 APR을 받을 수 있고 스테이블 페어의 lp토큰은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스테이블 자산이기 때문에, 발행한 KSD를 i4i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스왑한 뒤 스테이블 페어 lp토큰으로 묶어서 다시 Kokoa에(Kakao 아님) 예치해 KSD를 발행하는 작업을 반복하면 APR을 매우 뻥튀기할 수 있다. 신규 진입은 가능한 상태이지만 설명하지 않은 자잘한 고려 요소가 있고 다른 선택지도 많기 때문에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는 것을 권장한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3

위와 같이 보유 자산을 스테이블코인의 형태로 유동화하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부가수익을 내는 방법 이외에 가끔씩은 변동성 자산을 대출해서 부가수익을 낼 수 있는 괜찮은 타이밍이 생기기도 하는데, 바로 에어드랍과 런치패드이다.

가끔씩 일부 프로젝트에서 홀더들에게 에어드랍을 해주는 것을 거래소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OMG 홀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BOBA 에어드랍, XRP 홀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SGB 에어드랍 등이 있다. 얼핏 보기에는 특정 자산의 홀더들만이 에어드랍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해당 자산이 대출시장을 통해 대출 가능한 자산이라면 기존에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해당 자산을 단기 대출하여 거래소에 입금하는 것으로 에어드랍 스냅샷에 참여할 수 있다. 예시로 언급한 OMG와 XRP 모두 이러한 편법(?)으로 스냅샷 참여가 가능했다.

특정 토큰의 홀더를 대상으로 토큰세일을 진행하는 이벤트인 런치패드 또한 에어드랍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약 1주일간 진행되는 바이낸스 런치패드의 경우 BNB를 홀딩하는 것으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BNB에 투자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자산을 담보로 BNB를 대출하여 바이낸스 거래소에 입금하는 것으로 런치패드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 단기 대출만으로 참여 가능한 에어드랍과 달리 런치패드는 며칠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런치패드 기간 동안 치솟는 BNB 대출이자를 고려한 손익계산을 사전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꿀팁을 던지면, 디파이 섹터에는 상당히 많은 대출서비스가 있으며, 각 서비스마다 Utilization Rate에 따른 예치/대출 이자율 산정 공식과 같은 변수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대출 이자율이 낮은 곳을 미리 찾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낸스 런치패드 기간마다 BNB 대출이자율이 튀어오른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 4?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모두 거래소 외부에서의 담보대출을 가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사실은 거래소를 통해서도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존재하는데.. 이 이야기까지 해버리면 나중에 글 주제가 마땅치 않을 때 요긴하게 쓸 거리가 하나 줄어들 것 같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돈이 삭제되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시장에 더 큰 충격이 와서 YGG가 -58%가 되었는데, 실시간으로 잔고가 증발하는 와중에도 정신줄을 완전히 놓지 않고 이렇게라도 글을 마무리한 본인에게 격렬한 셀프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런다고 증발한 돈이 다시 생기지는 않지만

Reference

내 머리에 가득한 우동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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