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너두, 상장할 수 있어” 디지넥스의 나스닥 상장으로 보는 SPAC

Yj C
C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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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in readOct 17, 2020
  • 본 글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주식의 매도/매수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많은 스타트업과 하이테크기업들에게 증권시장 상장은 궁극의 목표다. 상장을 위해 까다로운 등록 및 상장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이후 투자자 신뢰를 제고하여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1일 (현지 시간), 홍콩의 블록체인 기술&서비스 기업 디지넥스(EQUOS)가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 정식 상장되었다. 이는, 가상통화거래소(Virtual Currency Exchange 이하 VCE)를 보유한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가 최초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분수령적인 사건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입법기관에 반하여 미묘한 대립점에 서있던 가상화폐거래소가 자본주의 꽃, 미국 주식시장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특히, 디지넥스의 상장은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을 이용한 역합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2020년 10월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의 상장 통로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본 글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SPAC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기업인수목적회사로, 향후 인수(Acquisition)를 완료하기 위하여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주식회사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SPAC은 ‘다른 법인과의 합병을 유일한 사업 목적으로 하고, 모집을 통해 주권을 발행하는 법인 (paper company)’으로 정의된다. 공모를 통해 액면가로 신주를 발행한 후, 이 자금을 바탕으로 상장 후 3년 (한국)/24개월 (미국) 내에 비상장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이때, 통상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별도로 예치 해야 하고 (한국), 기간 내 합병에 실패할 경우 반환 해야 한다. 예치금을 인출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SPAC 의 기본구조

SPAC을 통해, 우량 비상장기업 (유니콘 기업 등)은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 받으며, 다른 사모투자기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할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의 시황과 관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공모가를 산출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는 지분 획득의 이득뿐만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정하며, 합병을 반대할 시 주식매수청구권(Conversion Right) 행사하는 방법으로 M&A 참여가 가능하다. 주주총회에서 M&A를 승인하면 대상기업은 상장기업의 지위를 얻게 되며, 만일 합병 실패 시, 예치금은 반환되고 SPAC은 해산된다.

한국 시장에서 SPAC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SPAC의 설립은 발기인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금융투자업자 1인 이상 포함)에 의해 주식회사 형태여야 하며, 정관 작성, 임원 선임 등의 실무 절차는 금융투자업자의 주도하에 최종적으로 법인 등기를 통해 완료된다. 이후, 신규상장을 원하는 SPAC은 상장예비심사청구서와 함께 재무제표 등 보호예수 관련 서류 등을 제출 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SPAC의 계량적인 요소와 함께 투자자보호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질적 심사하며, 상장적격성이 인정된 SPAC은 IPO(공모)를 한다. 공모를 통한 주식의 분산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심사한 후, 상장을 승인하면, 투자자는 장내에서 SPAC 주권을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다.

위와 같은 SPAC의 설립과 상장 절차는, 기존의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이 비판 받은 부실 기업의 상장 문제를 일부분 상쇄할 수 있다. 우선, SPAC의 전 과정을 경영진이 주도하기에, 그들과 일반투자자의 경제적 이익이 일치하도록 운영된다. 경영진이 M&A에 최선을 다하도록, 그들이 보유한 워런트의 행사는 M&A 이후로 제한되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공모 전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 M&A 완료 후 일정 기간(Lock-up period) 내에 처분할 수 없다.

그러나 SPAC도 여느 투자와 마찬가지로 투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스펙을 향한 ‘상장되면 수익, 실패해도 본전’ 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스펙은 거래량이 많지 않다. 또한 만기 이전에는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모가 또는 그 이하로 매수했을 경우에만 ‘실패해도 본전’ 이 성립할 것이다. 또한 ‘곧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 만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수합병 성공률은 미국 기준 약 76%, 한국 기준 약 66%다.

디지넥스의 나스닥 상장

위 디지넥스의 일부 재무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많은 손실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 역시, 타 스타트업/ 벤쳐 기업들의 발전 양상과 비슷하게, 사업 초기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디지넥스는 2019년 10월 8일 SPAC인 8i Entreprises Acquisition Corp (JFK) 와 합병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20년 10월, 민간 자본 조달 & SPAC 주식 상환 후, 5,000만 달러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SPAC을 이용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상장기업으로서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었다. 또한 향상된 기업 신뢰도를 바탕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기업 정보를 공시하며 신뢰를 향상 시켰다.

“ When we started building Diginex, we felt strongly that we needed to help raise standards and the transparency of the industry in order to help it grow. Nasdaq was the ultimate destination as a technology company and now investors will be able to participate in the ‘picks and shovels’ of this burgeoning new asset class via the rich ecosystem built across the Diginex group.” — Diginex CEO Richard Byworth

위의 디지넥스 CEO의 말처럼, 비상장 기업들은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를 통과해야 주식시장에 상장될 수 있다. 상장기업으로서 투명성과 거버넌스의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규제 프로토콜과 시장 규범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범세계적으로 낮은 수용성을 갖고 있으며, 그 가치는 큰 변동성을 보였기에, 이를 다루는 거래소의 상장은 쉽지 않았다. 디지넥스의 FORM 20-F 역시, 블록체인 기술 관련 산업의 다양한 부분이 주주에게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Diginex’s business lines are nascent, unproven and subject to material legal, regulatory, operational, reputational, tax and other risks in every jurisdiction, including those applicable due to its use of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and are not assured to be profitable.”

특히, 거래소 사업은 재정적, 기술적, 그리고 규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거래소 사업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보안과 운영에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되어 구축한 거래소가 이에 상응하는 고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빠른 속도와 거래 안전성을 갖춘 다른 거래소가 등장한다면, 또는 갑작스런 정부의 규제에 막혀 거래소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면 이는 투자자에게 큰 위험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 같은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디지넥스의 상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FORM 20-F를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디지넥스는 가상통화거래소 (EQUOS), 디지털 증권 발행, 커스터디, 자산운용, 그리고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소수의 블록체인 full-service 제공 기업 중 하나이다. 디지넥스의 핵심 비교우위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금융 관련 분산 원장 기술 서비스 제공으로, 디지넥스 보유 사업들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홍보한다. 디지털 자산을 발행, 수탁하며 운용까지 연계된 full-service를 제공함으로써 타 기업과 차별화한다.

그 중, 가상통화거래소 EQUOS는 디지넥스의 주력 사업이다. FX(Foreign Exchange)나 금리파생상품과 같은 기존 전통 자산은 현물 시장 대비 수백배의 거래량을 보이지만,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거래량은 기존 암호화 현물 시장의 3–4배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주로 인프라의 부족과 자본 효율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디지넥스는 일간 거래량이 약 20배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보며, EQUOS 구축으로 이를 수용하고자 한다.

Diginex’s Competitive Advantages

디지넥스는 거래소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기관투자자의 자산 보관을 위한 커스터디 솔루션 Digivault를 제공한다. 이는 영국 국방부에서 설계한 사이버 보안 인증 Cyber Essentials Plus을 최초이자 유일하게 갖고 있다. 특히, 디지넥스의 다중거래 플랫폼인 Access는 세계 최대 거래 기술 제공 업체인 FIS 및 ITIVITI와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에 연결된다. 전통적인 금융 기술회사인 위 두 곳의 고객은 디지넥스의 Access를 사용하여 디지털 자산 시장에 입장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FORM 20-F 에서, 디지넥스는 회사가 현재 직면한,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위험과 이를 감소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상세히 설명한다. 회사가 취득해야 할 면허와 규제가 생겨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기업으로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위해 디지넥스는 외부 법률 전문가의 지원과 더불어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넥스의 고위 경영진은 전통 금융 기관(투자은행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규제 준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타 경쟁 기업의 기술 모방 가능성, 분산 저장 기술 관련 시스템 오류 가능성, 디지털 자산의 가치 변동의 취약성 등이 존재하지만, 나스닥은 내부통제기준과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갖춘 디지넥스를 상장 승인하였다.

마무리

미국 법무부 산하 Cyber-Digital Task Force에서 발행한 Cryptocurrency Enforcement Framework을 보면, 암호화폐에 관한 많은 이의 지지와 우려를 함께 소개한다. 이후, 법무부는 암호화폐가 국가와 공공의 안전을 보호하며 법을 준수하는 것과 기능적인 양립(functionally compatible) 할 수 있도록 추구함을 덧붙인다.

SPAC을 이용한 디지넥스의 상장은 단순히 유망한 기업의 상장을 넘어, 미래 상장을 꿈꾸는 디지털 자산 관련 기업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디지넥스 상장과정에서 사용된 금액 정보 등은 타 기업들에게 중요 지표가 될 것이다. 특히, 상장의 여러 요인들 중, 규제를 준수하는 안전 장치의 존재와 더불어, 기존 전통 금융 시장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빼놓을 수 없다.

디지넥스의 뒤를 이을 기업들 역시 사회의 많은 우려와 규제에 부딪히겠지만, 주주 가치 실현과 투명 경영의 방법으로 상장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 국무부의 보고서처럼, 암호화폐 기업과 기존 금융시장의 기능적 양립이 실현될 때, 기술 발전과 상생하는 인류의 진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

[1] Saraf, E., & Griggs, N. (2020, September 11). SPAC. https://www.nasdaq.com/solutions/spac

[2] 한국거래소, SPAC 상장 https:// listing.krx.co.kr/contents/LST/07/07010000/LST07010000.jsp

[3] Diginex Lists and Begins Trading on Nasdaq. (n.d.). Retrieved October 16, 2020, from https://finance.yahoo.com/news/diginex-lists-begins-trading-nasdaq-113300647.html

[4] Wintermeyer, L. (2020, October 12). Diginex: The First Crypto And Digital Asset Exchange To Go Public In The U.S. — The Future Is Here.

[5]https://www.forbes.com/sites/lawrencewintermeyer/2020/10/09/diginex-the-first-crypto-and-digital-asset-exchange-to-go-public-in-the-us--the-future-is-here/

[6] 김범준 (2010.6) 자본시장법상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제도의 도입과 법제적 과제, 한국기업법학회

[7] Diginex Limited, FORM 20-F, United State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8] Diginex Limited, FORM F-3, United State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9] Cryptocurrency white paper by 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 (October, 2020) Office of the Deputy Attorney General Cyber-Digital Task F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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