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

아마도 마지막

Hyunbin Jeong
CURG
9 min readMa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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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bin Jeong in CURG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변한다. 노화로 인한 외적 변화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마주하는 다양한 경험이 내적 요소에 영향을 줄 때, 그런 작은 어긋남에 시간이 더해지면 언젠가는 싫어도 보이게 되는 것을 말할 때 쓰는 듯하다. 정말 많은 의미를 훌륭히 함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마지막일 글에서는 필자가 변하기 전에 설정했던 목표와 이를 이루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간단히 진단해보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와 함께 나름의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밝은 미래를 그리던 2021년의 어느 날

진단

거버넌스 토큰

디파이 섹터가 흥하면서 소위 곡괭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버넌스 토큰은 그 거창한 네이밍과 달리 실제로는 그냥 받아다 팔고 현금화하는 목적으로 쓰이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유통량이 낮은 초기에는 그 희소성과 높은 리워드율로 상당한 가격적 퍼포먼스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라는 내용은 이제는 잘 알려져 있지만 거버넌스 토큰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경험이 부족하던 때에는 거의 모든 곡괭이의 말로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블록당 N개씩 꾸준히 발행될 이 곡괭이가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간과하곤 했다.

뭐든지 잘 나갈 때에는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이 더 쉬워보인다. 당시의 필자도 가격에 취해 이 집 일 잘하네 따위의 생각을 하며 거버넌스 토큰을 락업했었는데, 그렇다고 락업이 해제되는 시점의 예상 유통량과 이 디파이 서비스의 예상 TVL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지만, 당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서비스의 흥행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심지어 그 근간이 되는 레이어조차 당시의 예상과 달리 충분한 하이프를 얻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 아닐까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변동성 자산의 장기 락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본 글이 작성되는 시점에서 1년 락업의 종료일이 하루 남았다는 것이 킬링포인트

메타 예측

시장의 수혜를 받는 다음 테마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한 인사이트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언젠가는’ 에 대한 예상은 비교적 허들이 낮다고 해도, 그 범위가 연 단위에서 월~주 단위로 좁혀지면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필자가 좋아라 하는 뇌피셜의 이야기다.

엑시인피니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2021년 여름, AXS가 없는 설움을 삼키며 본 그룹의 SNS 채널에서 ‘넥스트 엑시 믿습니다 샌박’ 같은 말을 외치던 시절이 필자에게도 있었다. 가시적인 개발성과를 보이고 있었고,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임 외견이 샌드박스의 타겟 유저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까지 보고 홀딩을 이어가다 마침 테라의 콜럼버스5 업그레이드 이후 루나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어 아주 잠깐 동안만 루나의 상승을 먼저 받고 돌아와 SAND 수량을 늘리자고 생각해 잠시 매도한 것이 10월 20일 새벽.

약 1주일 뒤에 메타버스 테마의 유행을 알리는 어떤 발표가 있었고, 필자가 이 메타의 수혜를 받는 일은 없었다.

언젠가는 수혜를 받을 법한데, 그게 내일일지 다음 주일지 다음 달일지 내년일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 지를 예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한번 보유했다면 끝까지 보유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수 차례에 걸쳐 많은 양을 팔았다

대전제

평소에 크립토 관련 잡담을 주고받는 몇몇에게는 한번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던 내용인데, 필자는 본인이 투자를 잘 한다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할 수 있다. 애초에 필자가 설정한 목표를 아득히 상회하는 젊은 부유층이 수두룩빽빽하게 널린 것이 크립토판인데, 작년에 저 기준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아웃 오브 아웃이다.

다만 예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소위 4년주기설에 따라 2021년에는 불마켓이 있을 것이라는 대전제를 세워놓고 작년만 바라보며 무지성 적립식 매수를 해왔던 것이, 종목 선택이 영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기초자본 수준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는 운 좋게 들어맞았던 것 뿐이고,

문제는 2022년이 오면서 대전제가 무의미해졌을 뿐더러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과 맞물려 생긴 패턴의 변화와 함께 슬슬 4년주기설 마저 깨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으며, 나름의 인사이트나 정보를 전달하는 SNS 채널이 부쩍 늘어난 만큼 점점 더 똑똑해지는 개미들의 돈을 빼앗기 위해 시장의 난이도 또한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안타깝게도 필자는 초인이 아니다.

정말로 어렵다.

밝은 미래를 그리던 2020년의 어느 날

현재

대전제가 살아있을 적에는 거의 모든 자산이 큰 변동성을 가진 알트코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을 정도로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지만,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국제정세마저 어지러운 지금은 아무리 그래도 어느정도의 안전장치는 마련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상당히 많은 알트코인을 정리한 상태로 바짝 엎드리고 있다. 대학에서 배운 것들은 기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어도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렇지 못해서, 새로 알아가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작년까지 주로 디파이 섹터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NFT 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데, 커뮤니티가 뭉치고 사람의 과시욕을 자극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있다.

라고 말해도 시장 진입이 늦었던 만큼 BAYC나 Azuki 같이 이더리움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들을 잘 아는 것은 아니고, 우연한 계기로 클레이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들 위주의 자산이 구성되었기 때문에 요즘은 코리안들이 득실거리는 디스코드 채널들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올해는 특히 사전에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던 국내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pfp 내지는 p2e 판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적당한 프로젝트의 NFT들을 미리 선점해두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S 모 사의 M 모 프로젝트라던가.. L 모 사의 S 모 프로젝트라던가..

막간을 이용한 블로그 홍보 — https://blog.naver.com/jhbin194

서이추 환영!

타언

상향평준화

게임이든 학문이든 종류나 분야에 관계없이 처음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배우는 단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면 어느 곳이나 상향평준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 같다. 필자가 한창때에는 플래티넘에서 놀았지만 지금은 실버에서조차 사람xx가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아무튼 그럴 것이라 믿는다.

시장은 시장대로 기술은 기술대로 각 분야 참여자들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히 좋은 현상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필자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상향평준화 라고 하니 그룹 CURG의 레벨도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 기존의 학생 중심에서 조금씩 현업자 구성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필자는 처음부터 이 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이 그룹에 합류했을 당시와 비교해서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 때는 말이야.. 모든 발표를 영어로 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이 말이야..

에헴

분기

필자가 학부생일 적에 운영하던 개인 블로그에 언젠가 삶을 고속도로에 비유하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고속도로는 일직선으로 넓은 길이 뚫려 있지만 가끔은 막히기도 하고, 요충지(?)에 휴게소도 보이고, 갈래로 빠지는 분기점도 곳곳에 존재한다.

일직선으로 달리는 것만이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모든 것이 선택의 결과이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붙이는 것으로 과정을 합리화할 수 있다면 일단은 그것으로 된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은 중요한 결과로 보이는 것이 나중에 지금을 돌아볼 때에는 단순한 분기점 A에 지나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만.

곳간

소제목을 진리로 적으려다 너무 식상하다 싶어서 노골적으로 곳간이라 지었다. 코드네임 ing 을 쓰는 어느 분께 받은 깨우침 중,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는 만고 불변의 진리가 있다. 극단적인 시장의 변동성과 함께 이 진리를 몇 번이고 되새김 당한 입장에서 이를 전수하여 주신 분께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자매품 ‘오히려 좋아’ 도 있다

끝으로

분량의 이슈도 있고 해서 마지막은 모 학회원에게 받았던 리퀘스트(?) — 메타콩즈와 실타래 홀더로서의 시각을 짤막하게 공유하고 마치려 한다.

돈키 관련 이슈로 시장에서 이두희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필자도 그 중 하나였지만, 미디어 매체를 통한 인터뷰나 AMA, 채팅채널에서의 소통 등을 직접 지켜본 바로는 괜히 색안경을 낄 이유가 없었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막간 자랑) 본인 실타래 클베 마스터 19위까지 갔었다!

두희형이 이름 불러줬다고

위의 두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다수의 인플루언서가 포진하고 있는 샌드박스의 메타토이 시리즈에도 나름의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당장 NFT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딱히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리스키한 선택인 것 같기는 하다. 위험하기 때문에 비로소 투자인 것이기는 하지만. 필자는 매도를 쥐똥 냄새만큼도 못하지만 어쨌든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Adió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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