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디지털휴먼 — ① Z세대(Gen-Z)의 셀럽, 릴미켈라(Lil Miquela)

Elin Park
C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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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min readMay 3, 2021

written by Bosung Park in CURG

메타버스에 대한 오해

source: 각 사 이미지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라고 하면 ‘Roblox’, ‘Fortnite’와 같은 게임을 먼저 떠올린다. 메타버스를 ‘Zepeto’와 같은 아바타 서비스 자체가 메타버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AR/VR 발전수준과 성능이 부족해서 메타버스는 먼 미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메타버스는 꼭 3D여야 한다는 오해도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는 메타버스가 꼭 3D, 게임, 아바타, AR/VR 키워드 없이도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지점이 바로 메타버스가 아닐까?

Outlier Ventures 이미지를 참고해서 직접 재구성한 그림

필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것 자체가 ‘메타버스’이며 메타버스의 주요 구성요소는 ‘Physical(물리적공간)’, ‘Human(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Economics(그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경제)’, ‘Contents(그 세상을 채우는 것들)’ 이다.

Physical: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공간은 꼭 3D일 필요는 없다. Clubhouse, Reddit과 같은 SNS, 커뮤니티들도 가상공간에서 만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마치 현실세계에 있는 것처럼 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메타버스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Human: 공간이 있다면,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존재해야한다. 그 사람은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일 수도 있고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고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다른 가상인간일 수도 있다.

Economics: 또 다른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경제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예를들어 Roblox 공간에서는 Robux라는 화폐로 모든 경제가 돌아간다. Reddit에서도 이용자들은 Karma를 통해 또 다른 경제를 구축했다. 투자 목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가상화폐 또한, 새로운 공간에서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한것이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의 경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Application으로 나온 DeFi 또한 그 연장선이라고 본다.

Contents: 그 공간에서 사람들의 활동을 책임질 모든 서비스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ex. 게임, 영상콘텐츠, 데이팅)

이번 글에서는 이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 ‘사람'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메타버스 안에서의 ‘사람', 디지털휴먼

메타버스 공간의 사람이라고 하면 [1. 실제인간을 대변하는 아바타], [2.실존하지 않는 가상인간]이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서 볼 수 있다. [1. 실제인간을 대변하는 아바타]라고 하면 Apple의 미모지, Zepeto의 캐릭터 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2.실존하지 않는 가상인간]을 디지털휴먼(AI휴먼)이라고 정의하고 이 존재가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진짜 인간'처럼 인식되는 현상과 원인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겠다.

(1) 디지털휴먼(Digital Human)의 발달단계

같은 공간에서 진짜 사람처럼 디지털휴먼이 생활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화 ‘Her(그녀)’에 나오는 수준의 고도화된 AI 알고리즘 기반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디지털휴먼을 만들기 위한 모든 분야의 AI기술의(ex. Natural Language Processing, Video Synthesis, Audio Synthesis, 3D Rendering)발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본 컨텐츠를 위해 제작된 이미지

완벽한 인간이기보다 사람과 구분이 가지 않는 쌍방향 소통/대화를 어느정도 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잡았을때, 디지털휴먼의 발전 단계는 위의 그림과 같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 Influencer: 1단계의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은 쌍방향 소통이 거의 없는 일방향 IP기반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연예인, 패션모델 같은 존재를 말한다.
  2. Virtual Assistant: 2단계는 Siri나 빅스비의 디지털휴먼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호텔, 공항, 은행에서 단순한 Customer Service에 대해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휴먼이다.
  3. Intelligent Assistant: 3단계는 좀 더 발전해서 맞춤형으로 사람과 대화하고 요가, 언어교육 등에 대해서 코치를 해줄 수도 있는 디지털휴먼이다.
  4. Companion: 진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자연스러운 AI가 마지막 단계의 디지털휴먼이다. 스캐터랩의 ‘이루다'가 그 역할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루다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발전된 형태로 사람들과 대화 가능한 디지털휴먼에 대해서는 기술도 미숙하고 그에 따른 거부감도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Application은 1단계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디지털휴먼(Digital Human)의 첫 단계,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

다양한 CGI 모델들, Source: 각 사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은 AI로 비즈니스가 가능함을 증명한 영역이기도 하다. 몇 명의 디지털휴먼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컨텐츠, 광고 활동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으로는 미국 Brud사에서 개발한 릴미켈라(Lil Miquela), 일본 Aww사에서 개발한 Imma, 올해 CES에서 LG가 공개한 김래아가 있다. 이들을 CGI 모델 (Computer Generated Imagery Mode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Imma는 33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로 이미 IKEA, Porche, SK-II와 같은 탑 브랜드들의 광고를 진행한바 있다.

인플루언서 디지털휴먼의 시초이자 가장 큰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는 모델은 바로 릴미켈라(Lil Miquela)이다. 19년도부터 굉장히 적극적으로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하였고 음반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릴미켈라의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306만명, 유튜브 구독자수는 대략 27만명으로 웬만한 실제 인플루언서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하나의 광고단가는 약 $8,500 의 가치가 있고 그녀를 만든 Brud사는 2019년 광고 등의 활동으로 130억 매출을 냈다고 한다. 이미 Chanel, Givenchy, Louis Vuitton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의 광고를 한 적이 있으며 19년에는 삼성 갤럭시 광고를 하기도 했다.

(3) Epic Games — MetaHuman의 등장

2021년 3월 Unreal Engine에서 릴미켈라와 같은 디지털휴먼을 굉장히 쉽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툴서비스인 MetaHuman을 공개했다. 아래 영상과 같은 high-fidelity digital human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것이다.

Youtube: Unreal-Engine Metahuman

몇 주 또는 몇 개월이 소요되는 리얼타임 디지털휴먼 제작 시간을 한 시간 이내로 단축 시켰으며 최고의 퀄리티와 사실감 기반의 디지털휴먼 제작이 가능해졌다.

디지털휴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면, 제2의 릴미켈라와 같은 파급력 있는 디지털휴먼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걸까?

릴미켈라를 만든 Brud사의 Chief Design and Innovation Officer인 Issac Bratzel은 성공적인 디지털휴먼 제작을 위해서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페르소나 설정'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I think a huge part of the popularity is her style, her wardrobe, her makeup, where she lives, where she goes, and what she does

“So I think it’s very natural to who Miquela is to be empathic and to represent communities and people that feel marginalized and on the outskirts of society.”

“ there’s something interesting about not really trying to cross the uncanny valley, but rather, living in this space that typically you try to avoid, where she’s eye catching because you can tell there’s something different.”

릴미켈라의 페르소나와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형성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릴미켈라 (Lil Miquela), Gen Z들을 위한 디지털휴먼

(1) 릴미켈라 (Lil Miquela)의 탄생

Will & Grace, American sitcom television series (1998~2020)

릴미켈라를 만든 Brud의 CEO, Trevor McFedries는 디지털 영역에서 Will & Grace와 같은 영향력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 릴미켈라를 처음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The beginning of Brud was like, is there a way to do what Will and Grace did at the scale of software?” _ Brud CEO, Trevor McFedries

Will & Grace는 미국에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인식되었던 게이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게이에 대한 인식을 바꾼 시트콤으로 알려져있다. 게이에 대한 인식이 이 시트콤 등장 전/후로 나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현재 릴미켈라의 영향력을 보면, 이미 Brud사는 미디어에서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펼치는 것에 성공한듯하다.

(2) 릴미켈라 (Lil Miquela)의 페르소나

릴미켈라라는 IP는 ‘스토리텔링', ‘세계관', ‘성격', ‘외모'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본 컨텐츠를 위해 제작된 이미지

SNS, Media(인스타그램, 유튜브, 잡지)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로 릴미켈라에게 페르소나를 투영했고 그 이미지를 이용해서 광고, 음원발매, NFT발매 등의 활동을 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그녀의 페르소나가 더 고도화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보여지는 릴미켈라의 다양한 성격/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Identity

  • 19-year old Brazilian-American it-girl (나이 절대 안 바뀜)
  • mixed-race identification, bisexual(kiss with Bella Hadid)
  • lives in California, loves music (released 10 songs/ Spotify), and happens to be a robot.

Personality

  • self-conscious, personable
  • like hanging out with pals (both human & bots)_ best friends: Blawko, Bermuda/ x-boyfried: Nick

Characteristics

  • virtual social activist: vocal about real social justice
  • mission: be empathetic and open minded
  • love K-pop (Love Blackpink)

릴미켈라는 케이팝을 좋아하고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모두 인스타그램에 보여주고 Bisexual이라는 성소수자 특징을 갖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급진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Gen Z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19세이자 Gen Z인 그녀는 왜 이런 성격과 특징을 갖게 된걸까?

(3) 릴미켈라와 Gen Z (Z세대)

Source: tuberfilter, Lil Miquela Instagram

릴미켈라에게 이와 같은 페르소나가 투영된 가장 큰 이유는 그녀를 팔로우하고 그녀의 존재에 가장 많이 영향 받는 집단이 Gen Z이기 때문이다. 2019년 릴미켈라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를 분석해보면 83%의 팔로워가 24세 이하이다.

Digital Native 한 세대인 Gen Z 이기 때문에 그녀가 실존인물인지 가상인물인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녀의 존재에 회의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릴미켈라의 라이프스타일 전체에 Gen Z 문화가 다 담겨있다. 그녀가 광고하는 브랜드들도 Gen Z에게 인기가 많은 Supreme, Off-White와 같은 브랜드가 많고 10대 20대가 즐겨쓰는 SNS로도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Snapchat에 릴미켈라 시리즈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TikTok 활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NFT형태로 디지털자산 영역에서 릴미켈라 관련 컨텐츠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Superrare에서 판매된 릴미켈라(Lil Miquela) NFT

4월 8일에는 1500개의 릴미켈라 NFT를 에어드랍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20살 혹은 그 이전부터 가상자산의 존재를 인식하고 살았던 Gen Z들에게 가상화폐는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투기자산이기보다 자연스러운 자산의 일부이다. (필자가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한참전인 21세때인 2017년 첫 번째 crypto boom이 일어났다.)

Lil Miquela Twitter

(4)릴미켈라(Lil Miquela) 페르소나에서 보는 Gen Z의 특징

릴미켈라의 다양한 특징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 만한 Gen Z의 특징은 바로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스스로 브랜딩하고 보여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릴미켈라도 엄청난 Social Activist로 인스타그램에 투표, 흑인인권 등에 관련된 포스트를 거리낌 없이 올린다. 그녀의 인스타 프로필에는 아직도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가 있다.

릴미켈라 인스타그램

2019년에 이런 Gen Z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큰 트렌드가 있었다. 바로 VSCO girl 트렌드이다.

VSCO girl

#VSCOgirl: Gen Z 트렌드가 Social Media, Commerce 등 산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이다.

VSCO girl 트렌드는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를 생각하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다 구입하고 인스타에 인증하거나 특정 말투나 행동을 하는 영상을 TikTok에 업로드 하는 것이었다. 보여주기식 Social Awareness 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나 이만큼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라고 SNS에 보여주는것)

“branding themselves” — or showcasing their personality through social media presences — and want to see the same from the brands they wear.

“The concept of brand is interesting in the social media generation, especially looking at Gen Z, when you think about the fact that they’re totally comfortable with the idea of branding themselves in social media,”

Gen Z는 규모는 크지만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사회적 파급력이 크지 않을거라는 의견이 많았던 시점에 Gen Z의 영향력을 보여준 첫 케이스라고 본다. 실제로 관련 브랜드들의 매출이 모두 상승하기도 했다. (Crocs 10%↑ , Fjallraven Kanken 33%↑)

Source: Instagram, TikTok
CNBC Article (2019.09.09)

내면부터 착하기 보다는 ‘착한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을 힙하다고 생각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 VSCO girl과 릴미켈라의 Activist 성향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 원인은 어린시절부터 미디어가 정의하는 ‘착한행동’에 노출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브랜딩도 그런 방향으로 하고 싶어지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긴듯하다.

(5) 메타버스와 릴미켈라 (Lil Miquela)

릴미켈라의 스토리텔링과 페르소나를 쭉 살펴봤을 때 알 수 있는 점은, 그녀는 수 많은 디지털 인플루언서 중에 일부가 아니라 Gen Z대상의 디지털휴먼 IP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현재는 Instagram, Youtube, Snapchat과 같은 제한된 SNS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Gen Z에게 익숙한 다양한 새로운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NFT 발매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추후에는 Travis Scott처럼 Fortnite에 등장하거나 Decentraland의 셀럽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Next, 이루다를 통해서 보는 디지털휴먼의 현상태

릴미켈라는 인간과의 쌍방향 소통이 거의 없는 일방향 IP였기 때문에(제작자가 통제가능한 디지털휴먼)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정말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휴먼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게 필요할까?

다음 글에서는 ‘이루다' Case Study를 통해 AI챗봇과 정말 사람같은 디지털휴먼의 등장에 대해서 논의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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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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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ber of CURG (Crypto United Research Group)&D3LAB / bs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