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첫 출근날, 주민센터로 향했다.

당근마켓 입사적응기 : 콘텐츠 에디터 편 🥕

당근
당근 테크 블로그
6 min readJul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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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난다’ 그리고 ‘와 어떡하지’ 그 사이 어딘가. 첫 출근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당근마켓으로 향했다. 당근마켓은 신논현역 건물과 연결되어, 비가 와도 우산을 펴지 않아도 되는 (아주 좋은) 곳에 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누가 봐도 처음이라는 듯한 어색한 포즈로 출입문 앞에 서서 주춤거리고 있으니, 메일로 소통하던 피플팀 담당자 시니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버선발로 반겨주는 회사라니! 유리문 너머로는 이모티콘으로만 보던 당근이가 사무실 한 가운데서 손을 바짝 올리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당근마켓 라운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당근이
당근마켓 라운지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당근이

‘나 진짜 당근마켓에 왔구나…?’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시니를 따라 쫄쫄 걸었다. 벽에 걸린 사인들이 눈에 띄었다. 복도에는 ‘오솔길’, ‘골목길’ 피켓이 붙어 있고, 회의실에는 ‘공원’, ‘뒷동산’, ‘빵집’ 등 이름이 걸려 있다.

슬쩍 들여다보아도 빵은 한 조각도 없어 보이는데, 빵집이라니?
당근마켓은 따뜻한 동네 커뮤니티에 너무나 진심인 나머지 스스로 하나의 동네처럼 공간 구석구석 이름을 마을에 있을 법한 공간으로 이름 지었다. 이름 듣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나무그늘’에는 안마의자가 있어 편히 쉴 수 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작고 어두운 공간 이름은 ‘토끼굴’이다.

당근마켓 회의실 이름 ‘나무그늘', ‘체육관', ‘풀밭'

신규입사자들이 온보딩 세션을 듣는 공간 이름은 ‘주민센터’였다.
주민센터에는 웰컴키트, 출입증, 그리고 정성이 담긴 손편지가 놓여 있었다. 장비도 가득했다. 당근마켓에 정식으로 합류하면 업무를 위한 기기를 총 2대 받을 수 있다. 재택하며 쓸 용도로 맥북 1대, 또 회사에서 쓸 용도로 아이맥 1대를 골랐다. 필요한 다른 애플 기기도 신청해 받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허 선생(의자 허먼밀러 선생님)도 만났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다시금 대감집, 아니 당근마켓에 왔음을 실감했다.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내부 복지제도가 생기게 된 배경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조엘과 루크의 모습이었다. 예컨대 ‘점심은 제한 없이 법인카드로 먹으면 됩니다!’가 아니었다. 점심 식대에 한도를 두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분할 계산이 아닌 일괄 계산을 할 수 있게 한도를 열어둔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었다. 루크는 “팀원끼리 밥 맛있게 먹고 ‘어떻게 계산하지?’하며 눈치 보는 것 대신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식대뿐 아니라 당근마켓 복지 대부분이 일의 몰입과 개인의 성장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고 느꼈다. 예컨대 휴가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일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교육비, 도서비, 콘텐츠 정기구독에도 제한이 없다. (오예!)

이건 되나? 이건 안 되나? 이런 고민하는 대신 일에 마음껏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듣다 듣다 참을 수 없는 본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조엘이 웃으며 끄덕였다.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뭐든 편히 이용하시면 돼요.”

아니… 저 말고 회사 괜찮은 거냐구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온 내게는 너무나 파격적인 제도라 들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조엘은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고 그걸 지키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눈물…은 아니고 기대감이 차올랐다. 당근마켓에서는 자율적인 환경 속에서 마음껏 성장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노트북에 이중삼중의 철저한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마지막으로,
당근마켓에 온 새로운 주민으로서 정식 등록이 모두 끝났다. 팀 내 온보딩을 도와줄 버디를 기다리며, 앞으로 가장 자주 찾게 될 방앗간 아니 매점에 들렀다. 갖가지 음료, 과자, 샐러드, 컵밥 등 간식거리가 가득했다. 비건 단백질 음료나 두부 과자, 비건 젤리도 있어 더 반가웠다.

곧 Corp 브랜딩팀 리더이자 버디인 레이첼이 내게 ‘또니?’하고 인사했다. 직무 면접 때 화면 너머로 만났던 레이첼과의 첫 대면 만남이었다. 웰컴키트로 받은 당근마켓 장바구니를 흔들흔들하며 레이철의 뒤를 따라갔다. 당근 노트, 당근 볼펜, 당근 스티커 등 온갖 당근 굿즈들이 장바구니 안에서 찰랑거렸다.

당근마켓 신규입사자 웰컴키트

“자. 이제 각자 팀으로 이동해서 팀런치하면 됩니다!”

입사 첫날에는 팀원들과 다 같이 팀 런치 시간을 가졌다. 내가 함께 일할 Corp 브랜딩팀은 새로 생긴 팀으로 나까지 3명뿐인데, 가깝게 협업하는 브랜딩팀이 모두 출근해 북적북적한 분위기로 환영해주었다. 덕분에 낯설어할 틈도 없이 마음이 편안했다.

“참, 우리 다음 달에 제주도 가잖아요!”
누군가 대화 소재를 던졌다. 제주도…? 궁금해할 틈도 없이 옆자리에 있던 동료 엠버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전해줬다. 다음 달에 팀이 ‘함께 일하기’ 워케이션으로 제주도를 갈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거리두기가 필수였던 코로나19 이후, 당근마켓은 팀원 간 마음의 거리를 좁혀 함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업무방식을 실험 중이다. 그중 하나가 ‘함께 일하기’다. 2022년 한정으로 실험 운영되는 제도인데, 말 그대로 팀원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당근마켓, 협업에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그나저나… 그럼 나 입사하자마자 제주도 가서 일할 수 있는 거야? 🏝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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