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창업자의 스타트업 창업하기 11화 — 해외시장 진출

Gary Kim
당근 테크 블로그
7 min readNov 8, 2020

페북의 MAU 그래프입니다. 2004년 2월에 창업한 페북은 3년만에 MAU가 12백만명을 달성합니다. 당근마켓이 창업 5년반에 이룬 MAU 입니다. 하지만 페북은 2008년부터 사용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에 1억명이 넘더니 그 다음해는 3억명, 그 다음해는 6억명을 넘어갑니다. (참고로 2020년 페북 MAU는 무려 27억명입니다)

카카오톡이 2010년에 출시해 10년 지난 시점에 MAU 4천만명을 넘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입니다. 페북과 카톡이 사용자수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 시장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SNS 서비스의 시장점유율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2008년 페북의 점유율은 7%에 불과했습니다. 2010년말에는 62%까지 급상승합니다. 2008년~2010년은 페북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2011년 구글이 뒤늦게 소셜 네트워크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구글+를 출시했을 때 페북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이미 63%였습니다. 구글은 페북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전사적인 리소스를 퍼부었지만 페북은 이미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후였습니다. 물론 페북도 이 시기에 엄청난 위협을 느껴 전사적인 Lock down(전원 야근모드)을 선포하고 3달동안 미친듯이 달렸다고 하더라구요.

당근마켓의 해외진출은 하나의 이벤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2019년 7월에 라인이 당근마켓 앱을 그대로 베껴서 베트남에 출시한 사건입니다. 그때는 화도 많이 났지만 동시에 위기의식을 많이 느꼈습니다. 라인 뿐만 아니라 자본력을 앞세운 다른 글로벌 it 회사가 유사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라인은 그나마 네이버 자회사라 SNS나 언론에 하소연이 가능했지만 다른 외국 기업이 같은 행동을 할 경우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러다가는 해외 시장을 다 뺏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 하에 사내에 글로벌TF가 생기게 되었고 3달 안에 글로벌 앱 출시라는 목표를 가지고 글로벌 앱을 만드는 동시에 진출할 국가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유저만 고민하고 4년간 만든 앱을 3달 안에 글로벌 버전으로 탈바꿈 시키는 일은 상당히 큰 도전이었습니다. 번역부터 시작해서 해외 서버 세팅까지… 지금 생각하면 이 일을 어떻게 3개월 안에 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야했습니다. 물론 이런 고생이 결국 해외에서 성공을 해야 의미가 있겠지만요.

3개월 동안 한 일을 정리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그때 TF멤버분들이 워낙 고생을 많이해서 각 항목 밑에 동료분들의 이름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으니 양해바랍니다. )

국가선정

100% 데이터를 근거로 국가를 선정했습니다. 인구수, 인당 GDP, 인구밀도, 대도시 거주 인구비율, 경쟁현황, 모바일 침투율, 온라인광고시장 등 당근마켓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factor들을 모두 뽑고 이를 점수화해서 가장 점수가 높게 나온 영국이라는 국가를 선정했습니다. 물론 영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도 상당히 큰 작용을 했습니다. (thanks to Noah & Eddie)

번역

첫번째로 번역가와 클라/서버 개발자 그리고 PM 사이에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어떤 번역툴을 이용해야할 지 선정해야했습니다(참고로 앱과 서버의 모든 문구를 번역가능한 구조로 변경하고 번역이 빵구 안 나게 잘 관리하는 거 자체가 개발자와 PM에게는 상당히 큰 일 입니다.)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서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한국어/영어 통번역 대학원 졸업생)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번역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Vincent라는 분인데 현재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서 영국 운영, CS,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외주로 맡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설명하고 당근마켓 서비스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속적인 대화와 설명을 통해 Vincent도 더 자연스럽고 당근 느낌이 나는 단어로 번역을 수정/업데이트 했습니다. (thanks to Vincent)

앱 개발

앱의 각 기능별로 국가별로 Turn on/off 할 수 있게 앱 구조를 변경해야했습니다. 영국 출시를 앞두고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했기 때문에 핵심기능만 간단하게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시장성숙도에 따라 제공할 수 없는 기능도 여러개 있었습니다(예: 동네생활) 그 외 여러 언어를 지원할 수 있게 수많은 노가다(?)와 코딩작업도 필요했습니다. 클라이언드, 서버, 웹화면 등등… (thanks to Lonnie & David)

작명 및 현지화

작명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내 공모전도 했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분들에게도 물어보기도 했고, 영국에 거주하는 지인분들에게도 물어보고, 당근 모양 앱 아이콘도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 제약도 있었습니다. 여러 후보가 중에 직원 중 한분이 제안한 KARROT 이라는 이름을 선정하게 되었고(사실 이분이 ‘당근'이라는 이름을 만든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CARROT이라는 이름은 이미 영국에 상표권이 등록된 상태라 사용할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해당 이름을 영국 사람 수백명에게 서베이 서비스를 통해 들었을때 첫인상이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와 해당 이름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상표권 등록도 진행했습니다. (Thanks to Phoebe & Eddie)

또한 당근이도 빼야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영국 성인들은 귀여운 스티커를 채팅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기본 이모티콘만 사용하더라구요. 당근이 스티커를 보여줬을때 영국인들의 첫인상은 ‘유치하다' ‘애들거 같다.’ ‘일본 만화가 생각난다' ‘아시아적이다' 라는 충격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한 글쓰기 버튼 디자인과 사진 첨부 UI도 영국인들에게 더 명확한 디자인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게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명확한게 영국인들에게는 애매한 디자인이 꽤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매너온도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왜 온도를 매너와 결부시키는 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앱에서 36.5도를 봤을때 영국인들은 우리동네 기온을 알려주는구나 라고 이해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Thanks to Lucy & Rachel)

해외 서버세팅

당근마켓은 AWS를 이용했기 때문에 해외 서버세팅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습니다. 초기에 글로벌을 별도앱으로 가나 하나의 앱으로 갈지 토론이 있었지만 몇 일간 고민 끝에 국내와 같은 앱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말은 곧 앱도 하나, 서버도 같은 코드를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적 서버와 DB만 분리하고 같은 코드를 사용한다는 결정은 그때 당시에는 개발자분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있는 부분이었지만 현시점에서 판단해보면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글로벌이 사실 같은 기능인데 다른 코드로 갔다고 하면 개발팀도 분리 되어야 하고, 기능 업데이트도 다 별도로 해야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지금은 서버/클라 개발자 분들이 당근마켓은 여러국가에 서비스하는 글로벌 서비스라는 전제 하에 개발/유지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thanks to Wayne, Ben & Seapy and all other engineers)

Seeding(초기유저 모으기)/마케팅

처음에는 Southampton이라는 중규모 도시에 시딩 작업도 없이 페북 광고로만 초기유저를 모집했습니다. 2~3억원을 써서 WAU 5천명을 단기간에 만들었지만 광고로 모은 유저의 리텐션이 상당히 안 좋다는 것을 깨닫고 (물론 안 좋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ㅠ) 현재는 초기에는 마케팅에 큰 돈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KARROT이라는 서비스를 사랑해줄 수 있는 유저 1천명을 어디로부터 데려올까라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마치 국내에서 초기 1천명 유저를 판교에서 발로 뛰어다니면서 모집했듯이 말이죠. 현지 대학생들을 Karrot Ambassador로 채용해서 이런 작업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Seeding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thanks to Nicole, Jace, Noah & Chris)

어쨋든 이런 노력 끝에 2019년 11월에 KARROT 앱이 영국 Southampton이라는 도시에 첫 진출을 하게되었고 현재는 영국의 10여개 도시, 캐나다 London, 미국 Manhattan에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지금도 당근마켓은 디자이너, PM분들을 모시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여기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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