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간단한 고찰

bellman
Bellman Research
Published in
8 min readSep 19, 2022

크립토는 자산이다

크립토는 자산이다. 이제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CFTC에서 “상품”으로 취급하고, SEC에서 “증권법" 을 적용해 잡아들이려 하는 (사실 이건 좋은건 아닌데… 뭐) 크립토는 엄연히 자산이다.

자산운용 서비스

자산은, 자산의 특성에 맞는 자산운용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주식도 그렇고, 원자재도 그렇고, 채권도 그렇고, 다 그렇다. 다 저만의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저만의 펀드가 있다. 크립토는 생긴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또 저만의 펀드가 있긴 하다. 다른 자산들의 케이스를 생각하면 굉장히 운용 상품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유동성을 먹고 자란 시장이라 그런가 보다.

크립토 자산운용시장

그래서 오늘 글 주제는 크립토 자산운용시장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투자를 잘 하는 방법이 아니라, 투자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회사(혹은 DAO?) 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예측불가능한 크립토 업계지만, 앞으로 크립토 자산운용시장이 어떤 니즈에 의해 어떻게 변할지도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

주 고객층

크립토 자산운용시장의 주 고객층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 자금 규모로 치면 크립토의 투자 생태계 특성상 크립토/제도권 자산운용업체의 재간접수요가 제일 많을것으로 판단되고, 그 다음은 크립토 전문 회사 혹은 재단, 다음 개인 (고액/소액) 순이 될 것 같다. 각 고객별로 니즈가 정말정말 많이 다르다. 어떤 니즈를 가지는지는 아래 상품군 종류 다루며 알아보도록 하자.

크립토 자산운용 상품 종류 (리스크 높은 순으로 나열)

벤처 펀드

초고위험 초기투자 딜 위주로 들어가는 VC(벤처캐피탈) 형 크립토 펀드다. 소규모 개인은 웬만해선 들어갈 수 없으며, 초기투자 특성상 개별 딜의 리스크가 매우 크고 유동성 또한 낮은 편이다. 주로 크립토 펌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자산운용 상품이다. (사실 그냥 Web2 VC랑 많이 다를 건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근본 크립토VC는 판테라캐피탈.

인덱스 추종형 펀드

시장 상승기에는 특히 다양한 인덱스 (DeFi 썸머때는 DeFi 섹터 추종하는 펀드들이 정말 잘나갔다) 펀드들이 활황이다. OTC로 기관간 거래도 일어는 나겠으나, 이런 유형의 상품은 따로 비공개해야할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DeFi, 심지어는 단일 토큰 형태로 제공하면 매우 편리하다. 소액 개인부터 기관까지 다양한 레인지의 참여자들이 크립토 시장에 그래도 노출되기 위해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Tokensets 같은 프로토콜에서 많이 제공하고 있다.

Tokensets

시장 초과/중립적 수익 추구형 펀드

다음으로는 시장 중립적 수익 혹은 초과수익을 액티브하게 추구하는 펀드가 있다. 물론 VC형 크립토 펀드도 홈런을 쳐서 시장을 아웃퍼폼하는게 목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부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는 1차시장 (발행시장) 에서 거래하므로 2차시장에서 경쟁해 직접적으로 살아남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시장초과 수익 추구형 펀드는 가격 예측에 기반한 다양한 방향성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낸다. 전통적인 시장에 있는 CTA나 원자재, 지수 트레이딩 전문 헤지펀드 / 프랍샵이 하는 거래와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크립토의 2차시장 (유통시장) 혹은 유동성이 좋은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하며, 주 수요층은 VC 펀드와 비슷하지만 만나봤을 때 보다 고액자산가를 고객으로 많이 데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형태의 펀드들은 느껴지겠지만 크게 자신들을 마케팅하기보단 프라이빗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소규모 팀을 데리고 영업하는 경향이 크다.

큰 곳 중 이런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BlockTower Capital이 있다. (거기 플래그십 펀드가 대략 이런 형태다)

무위험 거래 펀드

위보다 조금 더 리스크가 낮은 상품의 경우 무위험 혹은 저위험 차익거래를 하는 펀드가 있다. 가격 변화를 예측하지 않고 거래소간 스프레드, 현-선물간 스프레드 등을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에서 설명할 고정수익형 CeFi 상품보다는 수익률이 높다. (대단한 인프라 써서 거래하는데 낮으면 뭐하러 하겠어?)

고객층은 시장 초과/중립형 펀드와 비슷하게 고액자산가/기관 중심인 경우가 많다. 크립토 시장이 아직도 초기라 차익거래 기회가 많은가 보다. 하지만 또 점점 작아지고 있기도 하니, 수익률이 점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형이다.

로고도 홈페이지도 구리지만 돈을 엄청 잘버는 대표적인 크립토 차익거래 전문 회사 시스테믹알파매니지먼트.

고정수익형 펀드

고정수익형 펀드는 주로 CeFi/DeFi 예치상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쉽게 말해 Yearn Finance가 이런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시스테믹 리스크 혹은 신용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고정수익형 대출을 이용해 매우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유동성 또한 자유입출금 되는 상품들이 많아 대체로 아주 좋다.

큰일이 없다면 이런 상품의 경우 원금이 거의 보장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셀시우스 사태로 인해 이런걸 원금 보장된다고 막 넣었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교훈을 얻도록 하자)

Rest In Peace…

수요층의 극단적인 분포

다양한 크립토 펀드 자료를 보며 느꼈던 점은, 크립토 자산운용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소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기관이고 개인이고 할 것 없이, 초고위험 상품 (VC, 인덱스 레버리지형), 혹은 초저위험 상품 (무위험 거래형, 고정수익형) 만 찾는다. 전통 자산운용 시장에서 사실상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중위험 중수익 유형의 상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실제로 중위험 중수익이라 할 수 있는 크립토 헤지펀드의 총 AUM은 고작 $4.1B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크립토 전체 시총이 $1T나 되는데, 0.4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DeFi 고정수익형 펀드라고 할 수 있는 yearn finance 프로토콜 하나의 TVL이 $4B였다는 점에서, 벌써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판테라캐피탈 (VC) 의 같은 기간 AUM이 4.5B 정도 되었다. 제일 큰 VC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크립토 헤지펀드 수익률과 수수료율이 훨씬 비싸긴 하니 매출 수준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또한 PwC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펀드들도 있을 것이니 감안해서 보긴 해야 한다.

극단적인 리스크 혹은 노리스크: 중간은 없다

그래서 결국 하고싶은 말은 크립토 운용시장에는 중간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다.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은 매우 리스키한 베팅을 하거나, 아예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는 상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 다른 전통자산들의 초기시장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크립토는 초기시장이라 더더욱 그런 것 같다.

X축: 리스크 Y축: 수요

프로젝트가 대다수 생겨나는 과정에서는 발행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보다 기회가 많을 수 있고,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니 차익거래 기회 혹은 무위험에 가깝게 높은 이자율을 받을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결국 그런 기회들은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의 방향성

DeFi, DAO, NFT 등등에 대한 PoC가 점차 완료되고 몇가지 유즈케이스에 대한 합의가 생기면 발행시장보다는 이미 비대해진 프로토콜에 대한 유통시장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고, 무위험 차익거래 기회는 유통시장이 커지고 똑똑한 참여자들이 많아지면 결국 많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앞으로 많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2차시장에서 알파를 창출하는 유형의 운용상품이라고 생각된다. 시장점유율이 초기시장 특성상 낮아 블루오션인 점이 가장 크다.

1차시장 vs 2차시장

정형화된 밸류에이션 모델과 투자방법에 대한 합의

알파를 창출하는 모형은 가격과 거래량에 기반한 기술적 분석, 내재가치 분석에 기반한 기본적 분석으로 나눌 수 있다. 기술적 분석 분야의 범용성 때문에 크립토의 기술적 분석에 기반한 상품은 비교적 활발한 데 반해 (물론 이것도 시장 사이즈는 여전히 작다), 크립토의 내재가치 분석은 아직 크게 합의된 바가 없어 많은 연구와 정형화가 필요할 것이다.

크립토가 점차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어떻게 밸류에이션하는 것, 혹은 어떻게 트레이딩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크립토 산업 내에서의, 크립토의 특성을 고려한 합의가 필요하다. 주식시장에 몇 가지 정형화된 팩터들이 있듯이 말이다. 이런 합의를 잘 이끌어 낸다면 그것이 크립토 운용시장을 주도하는 키가 아닐까 생각한다.

크립토 운용상품도 이렇게 카테고리화가 점차 진행될 것!

마치며

크립토 운용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고 분명 새로운 사업기회가 많다. 크립토는 크립토만의 특성이 있어 전통 기관이 생각보다 빠르게 점령하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고, 크립토만의 정형화된 전략과 밸류에이션 모델들에 대한 합의가 앞으로 일어나며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크립토 전문 운용사들과 운용상품들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크다.

--

--

bellman
Bellman Research

Consistent Quant Trader / CIO of Silentist / Leader of Quant.start()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