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펀더멘탈 투자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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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man Research
Published in
9 min readSep 2, 2022

Disclaimer: 투자 조언이 아닌 리서치 자료입니다. 해당 리서치 자료는 개인의 견해를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 자료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크립토는 내재가치가 없다?

내재가치 라는게 뭐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 말일 수도 있고 절대적이지 않은 말일 수도 있겠으나, 단순히 내재가치를 내 돈이 일을 하고 있는가, 즉 내가 투자한 돈으로 나 혹은 누군가 추가수익을 창출해주고 현금흐름이 나오는가로 본다면 크립토도 내재가치는 존재한다.

결국 거버넌스 토큰은 주식이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인프라 사용료 코인은 원자재에 가깝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거버넌스 토큰은 확실히 주식에 가깝다. 그럼 멀쩡한 주식 놔두고 왜 거버넌스 토큰에 회사 혹은 프로젝트 지분을 담냐고 반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이 글의 본질이 아니기에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거버넌스 토큰은 의사결정권과 프로토콜 수익배분권 (DAO Reserve 바이백, 배당, 스테이킹 보상, etc) 를 가지고 있다. 엄연히 내가 투자를 하면 누군가가 일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즉 현금흐름과 내재가치가 존재하는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단순히 일명 “테헤란로 밸류” 를 붙이며 하잎이 붙은 프로젝트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기보다, 실제로 계량적인 가치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간단하게 크립토들을 일명 “여의도식 밸류” 로 계량적으로 가치평가하고, 백테스트까지 해보도록 하겠다.

데이터 준비하기: Tokenterminal

크립토의 블룸버그 터미널(…) 이라기에는 데이터와 기능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이정도면 정말 크립토판에서 훌륭한 데이터 소스라고 생각하는 Tokenterminal을 이용해 데이터를 다운받을 것이다.

토큰터미널에서는 가격 데이터 뿐만 아니라 펀더멘탈 데이터를 제공한다. 정말 귀한 데이터다. 데이터 구독비용은 한달에 300유로가 넘지만, 처음 가입하면 3일 무료 플랜을 주니 그때 한번 데이터를 받아서 쓰면 될 것 같다.

Tokenterminal은 REST API를 지원하므로 간단하게 REST API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부 받아 준다. 데이터는 라이선스 이슈 때문에 공유할 수 없으니, 체험판 혹은 구매를 통해 직접 다운받도록 하자.

엔드포인트 두개짜리 심플한 API다.

가치평가 방법론

크립토는 일단 상대 가치 평가로…

크립토는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된걸 감안해서, 절대가치평가보다는 상대가치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워런버핏 형님이 비트코인 20불 와도 안 산다는 건 워런버핏 형님의 절대가치평가에 따른 굉장히 리즈너블한 결과인 것이다. (비트코인 P/S Ratio(시가총액/매출 비율) 은 현재기준 4000x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하면 크립토는 그냥 쓋이야 라는 결론이 나오니까, 상대적인 가치평가를 해보도록 하자. 쉽게 말해 크립토를 거래하긴 할건데 좋은 크립토를 더 사고 나쁜 크립토는 덜 사거나 판다는 말이다.

시가총액 팩터

첫번째로 볼 팩터는 시가총액이다. 제일 간단하고 쉬운 팩터다. 시가총액이 많으면 많이, 적으면 적게 담는게 시장을 가장 잘 반영하므로, 일단은 클수록 좋은 팩터다.

매출액 팩터

두번째는 단순 매출액이다. 가격과 관계없이 그냥 제일 돈 잘버는 크립토일수록 많이 사 보는 것이다.

P/S 팩터

단순 매출액이나 시가총액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팩터는 맞지만, 가격이 펀더멘탈에 비해 얼마나 싸고 비싼지 알 수 없으므로 두 팩터를 나눈 P/S 비율 또한 가치평가 대상으로 활용한다. 이건 작을수록 좋다.

매출액성장률 팩터

매출액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는 팩터다. 크립토 펀더멘탈 데이터를 보면 P/S의 분포가 2x~100,000x 까지 사실 섹터별로 너무 많이 달랐다. 오늘은 섹터 분리 없이 백테스트를 할 것이지만, 섹터에 따른 기준 PSR의 차이 때문에 단순 P/S로는 경직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으므로, 조금 더 유연하게 매출액성장률을 사용한다.

모멘텀 팩터

가격을 기반으로 만든 팩터이기 때문에 엄밀히 펀더멘탈 팩터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든 어디든 모멘텀은 존재해왔기 때문에 넣어보았다.

저변동성 팩터

자산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보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소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식시장 등에서 저변동성 팩터를 많이 활용한다.

포트폴리오 방법론

상대/절대 가치평가 이후에는 가치평가 결과를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줘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그냥 간단하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짜보도록 하겠다.

스마트 베타

스마트 베타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장 수익률 (베타) 에 익스포져를 가져가면서 추가로 알파를 얻는 형태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말한다. 이번 글에서 테스트해볼 스마트 베타 방법론에서는 팩터를 각 크립토의 가중치로 주고 리밸런싱하는 형태로 테스트 해보도록 하겠다.

롱-숏 에쿼티

롱-숏 에쿼티는 팩터에 따라 좋아 보이는 자산은 매수, 나쁜 자산은 공매도하여 시장 익스포져를 없애고 순수한 알파만 남기는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이번 글에서 테스트해볼 롱-숏 에쿼티 포트폴리오에서는 팩터 기준 상위 20%는 매수, 하위 20%는 공매도하는 전략을 테스트할 것이다.

리밸런싱

위에 기술한 포트폴리오 분석 방법론을 이용하여, 월별 리밸런싱을 시행한다. 주식은 재무제표가 발표되는 분기마다 테스트하지만, 크립토에서는 재무제표가 초단위로 찍히기 때문에 굳이 3개월까지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회전률의 현실성을 위해 리밸런싱 주기는 1개월로 설정했다.

결과 분석

스마트 베타

스마트 베타 팩터별 수익률 (Log)
스마트 베타 팩터별 결과

결과를 분석해 보자면 수익률과 위험조정수익률이 제일 잘 나오는 팩터는 의외로 저변동성 (inverse_std) 였다. 거래하다 보면 크립토에도 일종의 순환매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상승추세가 한번 나타나면 다 가긴 갈건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소외된 애들이 나중에 가니까 선취매 해두면 수익이 나는거다.

다음으로는 모멘텀(momentum), 매출액성장률(revgrowth) 등의 팩터가 벤치마크인 시가총액(market_cap_circulating) 팩터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준다. P/S 비율 또한 섹터별 바이어스가 고려되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인상깊은 점은 모멘텀은 4-week이든 13-week 결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데 매출액성장률은 많이 차이가 난다. 13-week 매출액 성장률은 월등한 위험조정수익률을 보여주지만, 4-week 매출액 성장률은 2021년부터 급격하게 말아먹더니 벤치마크를 언더퍼폼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단순 revenue는 기대한 대로 성과가 별로다. 뭐 revenue가 엄청나게 좋은 크립토들은 이미 그만큼 오버밸류 되어 있었다는 말이었겠지?

롱-숏

결과를 보여드리기 전에 참고말씀 드리자면 롱-숏은 거래할 수 있는 크립토의 모수가 많아지는 (아마도 DeFi, NFT 썸머 탓인 듯 하다) 2021년부터 정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테스트했다.

롱-숏 팩터별 수익률 (Log)

일단 팩터별 결과를 보기 전에 느껴지는 점은 정말 크립토의 대부분 수익은 시장 베타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는 약간 상반된다면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아마도 2021년- 부터 급격한 상승장이었고 이상한 알트가 많이 떠서 그런 것 같다.

최고로 잘 나온 팩터와 그 다음 잘 나온 팩터는 13-week 매출액 성장률, 4-week 매출액 성장률이다. 매출액 성장률은 스마트 베타 포트폴리오에서도, 롱-숏 포트폴리오에서도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

둘에는 못 미치지만 수익이 난 팩터가, P/S이다. 매출액이 들어간 팩터들은 2021부터 2022까지의 혼란하고 혼란한 시장에도 꾸준히 시장 중립적인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이래도 크립토에 펀더멘탈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아쉽게도 저변동성과 시가총액(높은순) 팩터는 거의 깡통에 가까운 결과를 보여줬는데, 궁금해서 거래내역을 까보니 2021년 초 알트 불장때 숏을 잘못 쳐서 대부분의 자산을 잃어버린 걸로 보였다.

더 해볼 수 있는 점

섹터별 바이어스 제거

주식시장도 그렇지만 크립토도 섹터별로 정말 극단적인 적정 P/S 비율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룩스레어나 유니스왑 같은 비교적 서비스, 수수료 모델들은 P/S가 10 이하인 것도 있지만, XRP나 스텔라루멘 같은 가스비가 싼 페이먼트성 코인은 평균적으로 50000x~100000x의 P/S 비율을 유지한다. 이런 바이어스를 제거해 섹터별로 가치평가 로직을 적용하면 보다 의미있는 결과를 낼 것이다.

시가총액 필터링

토큰터미널에는 짱짱한 크립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실제로 거래, 특히 공매도가 어려운 자산들이 있다. 해당 자산들을 필터링 해야 보다 현실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토크노믹스 기반 매출액 주주 환원율(?) 계산

매출액이 가격과 상관성이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매출액이 DAO 혹은 토큰에 환원되는지를 토큰별로 리서치해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굉장한 노가다가 수반되겠지만, 의미는 있을 것이다.

센티먼트 등 얼터너티브 팩터

CMC에 있는 평가 기능이나, 프로젝트 웹사이트/트위터 방문자, 팔로워 수 등등 프로젝트의 하잎을 정량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이런 데이터도 사용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총평 & 인사이트

크립토에도 주식시장에서 통하던 팩터들이 일부 통한다. 즉, 크립토에도 펀더멘탈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격 말고도 실제 얼마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크립토에 투자하는지 알아보는 용도로 활용하기 적합할 것이다.

크립토 윈터에 크립토를 매수해 장기투자할 생각이 있는 투자자라면, 특히 펀더멘탈이 튼튼해 하잎에 의존하지 않는 크립토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쉽게 발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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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man Research

Consistent Quant Trader / CIO of Silentist / Leader of Quant.start() Comm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