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배우는 그로스 해킹

골목식당 ‘신포시장 청년몰’ 편에 출연하고 있는 온센텐동은 일식 튀김 덮밥집 (푸드 트레일러)이다. 이 식당의 이야기는 초기 스타트업이 그로스 해킹을 통해 product-market fit을 찾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골목식당 2018년 8월 3일, 10일 방송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SBS의 빡센 저작권 단속으로 인해 스크린샷은 사용할 수가 없어요. SBS 나빠요!)

1. 초기상황

  • 온센 텐동: 8,000원, 새우 2마리 + 기타 튀김
  • 에비 텐동: 10,000원, 새우 4마리 + 기타 튀김
  • 스페셜 텐동: 12,000원, 아나고 + 새우 2마리 + 기타 튀김
  • 맛은 백종원이 인정함 (김선영 사장이 일본에서 배워 옴.)
  • 푸드 트레일러 앞쪽 바에 4명 정도 앉아서 식사 가능. 아니면 포장.
  • 장사는 잘 안됨. 점심에 손님 3명 정도. (푸드 트레일러에서 먹는 점심 식사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원인.)

쉽게 말해 좋은 아이템은 있는데 product-market fit을 찾지 못해 성장을 못하고 있는 상황. ‘푸드 트레일러에서는 맛있고 회전율 높은 음식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라는 원칙에 맞지 않다.

  • 맛있는 음식인가: yes (= 음식 장사의 기본)
  • 회전율 높은 음식인가: no (= 많은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가)
  • 저렴한가: no (= 푸드트럭, 길거리 음식의 한계를 인식해야, 박리다매)

2. 백종원의 첫번째 조언: 점심 메뉴

백종원이 튀김 구성을 변경 (새우 1마리로 줄임)해서 밥을 넉넉히 주는 방법으로 원가를 절감해서 5~6,000원대의 점심 메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때 한은미(장모 사장)이 손님들이 새우를 대부분 좋아하기 때문에 새우를 1개만 넣으면 손님들이 안 좋아할 거라고 말한다. 백종원이 답하길 “안 좋아할 거 같은 거죠?”라고 되묻는다. 이에 한은미 사장이 “네”라고 답한다. 이어서 백종원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장사하는 사람의 눈높이’와 ‘손님의 눈높이’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후 이어진 대화

  • 백종원: 양이 많아서 느끼하니 튀김을 조금 줄이고 밥을 더 주자.
  • 한은미: 점심 메뉴만 변화를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
  • 김선영 (예비 사위 사장):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에는 온센텐동 (기본) 메뉴만 하려고 했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

‘점심 메뉴’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갑론을박이다. 다들 자기 생각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어렵다. 백종원은 잘 생각해 보고 점심 메뉴를 만들거면 다음 주에 만들어서 보여 달라고 하고 간다.

3. 김선영 사장의 놀라운 대응: 빠른 프로토타이핑

이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짐. 이하 김선영 사장이 한 일

  • 백종원이 가자마자 아이디어 정리 후 파트너 (한은미)에게 공유.
  •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손님 테이블에서 시식. (주방에서 서서 먹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 직접 경험해 봄.)
  • 자기가 먹으면서 충분히 배부르다는 것을 직접 깨달음. (결국 확신은 자기 경험에서 나온다. 초기 창업자에게 중요한 것. 누가 옆에서 말해 봐야…)
  • 작가에게 프로토타입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작가가 백종원에게 시간 있는지 물어 봄. (창업자의 적극성이 빛을 발한다.)
  • 백종원이 내려 온다고 하자, 바로 4가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보여줌. (개발자가 이래서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김선영 사장이 빠른 프로토타이핑 (rapid prototyping)을 통해 원래 7일 걸릴 일을 2시간 안에 끝내 버림.

  • 프로토타입은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엄청나게 줄여 준다. 사람들은 다 각자 머리 속으로 상상해서 이야기하는데 같은 걸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그게 같은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맛 볼 수 있는 걸로 평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 프로토타입 툴을 쓸 줄 모르면 그냥 연필과 종이에 스케치로라도 꼭 만들자. (페이퍼 프로토타이핑 참고)

4. 백종원의 피드백

백종원에게 4가지 메뉴 (프로토타입)를 보여 주고 의견을 구함. 백종원의 예상가격은 6,000원이었는데 사장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그보다 낮은 5,000원. (박리다매 만세!) 백종원에게 4개 중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백종원은 꽈리고추가 들어간 2번을 선택. (느끼한 맛을 잡아 준다.)

백종원의 추가의견

  • 저녁 메뉴와 같은 그릇을 사용하라. (단일 고객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 초보들이 자주 하는 실수.)
  • 남긴다 하더라도 밥 양을 늘려서 볼륨감을 만들어라. 풍성하게 보이도록.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하게 아는 백종원의 인사이트.)
  • 일주일 동안 손님 반응을 봐라. 내 의견이라고 그냥 따르지 말고 직접 부딪혀서 경험해 보라. (직접 경험해 보고 자신감을 얻어라.)

결국은 백종원도 시장에서 일주일 동안 테스트를 해 보라고 조언했다.

  • 가설: 기존 3개의 메뉴에 더해 저렴한 가격대의 점심 특선 메뉴를 만들면 점심 시간대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새로운 점심 메뉴에 대한 이 가설을 일주일 간의 테스트 (=실험)을 통해서 검증해 보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일단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험 비용이 크지 않다면 갑론을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실험을 통해 검증해 보라는 그로스 해킹의 주장과 똑같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로스 팀은 자신감을 얻게 되고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갈 수 있다.

5. 첫 방송 후: 실험

첫 방송이 나가자 예상대로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고 평소 50인분도 팔아 본 적 없던 사장들에게 헬게이트 열림.

  • 총 4개의 메뉴: 기존 메뉴 (3개) + 점심 특선 메뉴
  • 손님이 몰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 기다리다 돌아가는 손님 속출.
  • 많은 메뉴로 인해 잦은 실수 발생.

하루 종일 불안했던 사장들과 백종원의 면담 시작

  • 손님이 많아 힘들었다.
  • 아나고 수급 방법 (백종원에게 약간 비린내 난다는 지적을 받았던 스페셜 텐동)을 개선했으나 지속적인 공급이 어려워서 고민이다.

백종원의 조언

  • 결국은 ‘단가 높은 메뉴로 매출 상승 vs 실속 있는 메뉴로 회전율 상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당연히 푸드 트레일러에는 후자가 맞다. 왔다가 돌아가는 고객들을 생각하라. (이게 쌓이면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 결국, 기존 메뉴들은 온센텐동 (기본 8,000원)만 남기고 없애기로.

추가 아이디어

  • 한은미: 점심 메뉴 (5,000원) + 온센다마고 (계란반숙튀김) 1,000원 옵션은 어떨까?
  • 백종원: 하루에 계란 100개, 200개 준비가 가능할까?
  • 사장들: “네” (이 대답을 기억해 두세요!)

온센텐동 (8,000원)점심 특선 메뉴 (5,000원) + 온센다마고 (계란 추가 1,000원)2개의 메뉴로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놀라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선영 사장이 “궁극적으로는” 점심특선 메뉴 + 온센다마고 (6,000원) 단일메뉴로 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한 것. (현재 메뉴 중 회전율이 가장 높아서라고.) 백종원도 깜놀하면서 사실은 자기가 미안해서 나중에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스스로 생각해내서 놀랍다고 말함. (이전에 골목식당에 출연한 대부분의 사장들이 단일 메뉴에 대한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자.)

사실 영상만으로는 실험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김선영이 현재 메뉴 중 가장 회전율이 높은 메뉴가 점심 특선 메뉴라고 한 것으로 봐서 ‘점심 특선 메뉴’라는 실험은 좋은 결과를 가져 온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근거를 바탕으로 김 사장 스스로 단일 메뉴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확신은 결국 김 사장이 ’푸드 트레일러에서는 맛있고 회전율 높은 음식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라는 백종원의 원칙에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게 돌아와 보면 언제나 결론은 원칙으로…)

백종원의 또 다른 아이디어 제안

  • 단호박, 가지, 꽈리고추 등 채소를 계절에 맞게 바꿔라.

이렇게 단일 메뉴로 통일하는 것으로 사실상 온센텐동에 대한 백종원의 솔루션은 사실상 끝이 났다. 결국 이 팀은 과거 다른 팀들이 몇 주가 걸렸던 과정들을 단 1주일만에 해치워 (깨달아) 버렸다.

이렇게 탄생한 단일메뉴. 기존의 온센텐동과는 다르다. 점심 특선 메뉴에 온센다마고를 더한 구성이다.

6. 포스트모템

‘인생은 실전이다.’

맺음말

스타트업의 최고 가치는 빠른 실행력이라는 걸 잊지 말자. 그 빠른 실행력은 적절한 실험과 검증을 통해서만 빛을 발할 수 있다.

  •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고 실험해서 검증하라.
  • 골목식당은 최고의 스타트업 교과서다. 백종원 만세!
  • 온센텐동 사장님들, 대단해요!

사족: 처음에는 한은미 사장을 ‘장모님’이라고 표기하다가 8월 10일 방송분부터 성함을 적기 시작했다. SBS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