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쿠팡에 4300억 원을 쾌척한 이유

한국 모바일 커머스의 가치로 본 투자 이야기


12월 11일 오전.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일이 터졌습니다. 미국의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해 약 3322억 원을 쿠팡에 투자한 사건이죠.

12월 11일 소셜커머스 쿠팡은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한 투자사들에 3억 달러(약 3322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쿠팡의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이커머스 모델 구축’ ‘당일배송을 위한 물류 및 배송 인프라 투자’ ‘거래액 70%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독보적 모바일 리더십 확립’ 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쿠팡에 복이 터진 한 해랄까요. 지난 5월 미국 투자사인 세쿼이아 캐피탈이 1억 달러(약 1026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지 7개월 만에 벌어진 빅 뉴스였습니다.

변방의 국가인 한국, 심지어 오픈마켓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소셜커머스입니다. 심지어 적자 연속의 빛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도 받고 있죠. 그런데 이들은 왜 쿠팡에 투자했을까요. 투자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궁금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스타트업리포트의 분석을 한 번 보시죠.

김범석 대표(사진)의 맨파워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데요. 언론에서는 하버드 공부벌레 출신 벤처사업가 정도로 그를 포장하지만 이미 두 번의 사업을 통해 상당한 인맥과 자본을 갖고 있던 터였습니다.
초기 자본금만 하더라도 무려 30억원. 이중 대부분을 스스로 출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버릭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VC로부터 70억원의 자금을 유치!

세쿼이아 캐피탈의 투자 소식 이후 정리한 내용인데요.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3322억 원 추가 투자로 인해 ‘맨 파워’가 전부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쾌척했을까요?

돈 벌기 위해서?

맞…맞습니다. 투자사가 기업에 공짜로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뽑아먹을 게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거죠. 투자사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요.

한국 소셜커머스 들이 600억~700억 원 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3강 중 하나인 쿠팡의 지속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돈지갑을 열었을 것입니다. 기업공개(IPO) 이슈도 있고, 한 번에 망하진 않을 거라고 본 거겠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면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3사(쿠팡, 위메프, 티몬) 매출 다 합쳐도 지마켓에 못 미치는 소셜커머스에 투자했을까요.

모바일 커머스가 갖는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세쿼이아 캐피탈, 블랙록의 주력 투자 시장인 미국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마존이 독점하다시피 했고, 나머지 영역은 이베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9년 혜성같이 등장한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현재 성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5년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그랜드 캐니언 반값 투어’ 말고는 시장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죠.

쿠팡의 대 미국 언론 기조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블랙록 투자가 확정된 날 김범석 대표가 포브스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대뜸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를 원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유통업체이며, 펀딩을 받은 유명한 기술 회사(Tech Company) 중 하나죠. We want to be the Amazon of Korea, We are the largest online retailer here, and we’re one of the most well-funded tech companies in Korea.

한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유통 업체라는 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한국의 아마존’을 내세웠다는 점을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모바일 퍼스트’ ‘직접 배송’을 더했죠. 모바일 영역에서 독보적인 공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투자사는 쿠팡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모바일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지분이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의 정보를 공유받는 권리를 획득한다는 의미니까요. 추후 투자할 기업들의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한국에서 얻어갈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이를 놓고 한 VC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러한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투자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만 투자하지 않습니다. 모인 아이디어를 이용해 그 다음 혁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죠.”

한국은 미국과 달리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으로 대표되는 기존 이커머스 시장을 점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쿠팡은 단순히 PC 페이지를 모바일로 옮긴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배송과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죠. 실리콘밸리 개발 문화를 이식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쿠팡으로서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총알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블랙록이나 세쿼이아캐피탈은 모바일 커머스 투자에 있어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거죠. 서로에게 ‘윈윈’인 셈입니다.

김범석 대표가 갖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인맥, 한국 모바일 커머스가 갖는 힘이 결합해 시너지를 이룬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 소셜커머스가 갖는 가치가 단순히 매출, 영업이익 등의 수치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블랙록의 투자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싼값보다는 IT 중심 기업인 소셜커머스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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