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이 되물었다

JS Liu
Internet Service & Mobile
5 min readMay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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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는 알리바바에 무엇을 줄 수 있습니까?

역으로 묻고 싶습니다. 전자상거래 외의 한국 IT기업이 저희(알리바바)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겸 회장이 첫번째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던진 질문은 매서웠다.

“전자상거래 외에 알리바바가 한국 개발자나 IT 기업에 줄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반문이었다.

부족한 시간 때문이었을까. 혹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는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을까. 그건 분명치 않은 것 같다.

마윈은 “전자상거래 외의 한국 IT기업에 줄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IT기업은 저희(알리바바)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관심이 있는 건 한국, 중국, 일본의 소기업(Small Business)이 아니라 소기업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청년들이여,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세계를 이웃 만들라”

마윈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고 있었다. 짧게는 핀테크, 멀게는 O2O(Online to Offline)에까지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그가 간담회에서 강조했다.

알리바바는 플랫폼이 됐다.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 이베이를 중국 땅에서 내쫓은 고객간거래(C2C) 플랫폼 타오바오, 세계의 상품을 중국으로 옮긴 기업고객간거래(B2B2C) 플랫폼 티몰, 세계를 향한 B2B2C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서비스가 중국을 넘어 세계인을 향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뒤를 빅데이터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타오바오의 이미지 데이터는 다양하면서도 방대하다. 그러나 동시에 각 판매자별로 이미지를 만들어 올리는 만큼 다 달라서, 복잡하고 처리하기 어렵다. 이미지에 붙는 상품정보 역시 판매자의 불성실 영향을 받아 부정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활용된 기술은 ▲복잡한 배경 속에서 의류를 감지하는 디텍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딥러닝 플랫폼 ▲유사한 옷을 찾기 쉽도록 하는 로컬 시밀러리티 매칭 기술 ▲고차원 데이터에 대한 인덱싱과 복구(Rerieval) 등이다. 인덱싱과 복구 성능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매일 달라지는 데이터 업데이트를 들었다. — 알리바바, 딥러닝 기반 이미지 검색 구현(ZDNet Korea)

알리바바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었다. 플랫폼도 갖고 있고, 기술도 갖고 있는 거대 이커머스 회사의 수장이 이날 한국에 도전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너희가 우리에게 기술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느냐”라고.

마윈 회장이 5월 19일 그랜드하얏트서울서 열린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플레시먼힐러드

몇 달 전 상해서 같이 공부하던 중국인(조선족) 친구가 한국에 출장을 와 티미팅을 한 적이 있다. 이 친구는 중국 모 스타트업의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돼 있었다. 대화 중에 한국과 중국의 기술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기술적으로 아직 한국에 뒤처지는 부분이 있긴 해요. 하지만 금액대비 효과를 따지면 우리(중국) 기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남은 건 ‘디자인’뿐이라고 보고 있어요.”

플랫폼, 기술을 모두 다 가진 중국이 한국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다. 최근 1~2년 그들의 일차 시선은 한국에 방문한 중국 사람들에게 있었다. 알리페이가 명동 거리를 뒤덮고, 티머니, 각종 은행과 제휴한 목적 역시 이들을 공략할 목적에서였다. 추가로 중국 내 인기 있는 한국의 화장품, 전자 제품을 역직구하는 정도랄까.

그러더니 이제는 알리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서비스를 한국에 이식하겠다고 한다. 일명 ‘코리안페이’다.

나는 한국의 핀테크가 규제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공습이 시작됐다는 평가들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규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두려운 것은 그들의 플랫폼과 기술이다. 이제는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무엇을 제공할 게 있을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기술이 따라잡혔다는 위기감이 온몸에 느껴진다.

마윈은 2008년에 자신의 꿈을 직원들과 공유했던 적이 있다.

몇십년 내로 중국의 기업들이 세계 500강에 들어갔을 때. 그 중 200개 기업의 CEO들이 알리바바에서 출발한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几十年以后中国企业进入世界五百强以后,如果有两百多个强的CEO是从阿里巴巴出去的,那就好了。

그래서 그는 1999년 알리바바닷컴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은 뒤, 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인프라를 만들었다. 이제는 아마존, 이베이를 위협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꿈을 꾼 적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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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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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圈深度观察, interested in AI, Ecommerce, Fintech, Chinese 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