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융의 인식론부터 마이어스 브릭스 모녀의 MBTI까지

Shinerd
Research Team — DAWN
7 min readNov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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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용 :: MBTI의 의미>

간단한 MBTI 검사가 인터넷에 등장하면서, MBTI 검사뿐만 아니라 관련한 meme(짤), 컨텐츠 등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검사는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자체적으로 모순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서 모방한 MBTI 검사가 아닌, 실제 칼 융의 인식론과 마이어스 브릭스 모녀의 이론이 궁금하여 공부하던 중 심리학 논문급의 디테일과 연구가 진행된 책이 있어 읽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이번 게시글에서는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한국MBTI연구소에서 전문 MBTI 교육을 진행하며,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E와 I의 의미

  • E (Extroverts) : 외향적인(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는)
  • I (Introverts) : 외향적이지 않은 (에너지가 외부로 적게 향하는)

첫 번째 지표 E와 I는 흔히 ‘외향적인’ / ‘내향적인’ 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외향적인’ / ‘외향적이지 않은’ 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르다.

외향적인 사람은 에너지가 외부로 향한다. (여기서 외부란, ‘뇌’ 바깥의 영역을 의미한다.) 활동이나 관심이 사회, 세상, 일, 사람 등 외부로 향하는 것이다.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는 경향이 적다.

특별히, E와 I 지표는 ‘긍정적 정서의 민감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 E : 긍정적 정서가 민감한 (작은 좋은 일에도 크게 기쁘거나, 신나는 등)
  • I : 긍정적 정서가 민감하지 않은 (큰 좋은 일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무던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사회에 더 많은 표현을 하고 피드백을 얻을 때, 이 피드백들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가 민감한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외향적으로 사용하며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다? 틀렸다. 에너지는 음식 등을 통해서 얻는 것이고, 사람들과 함께 있든 혼자 있든 활동을 하면 에너지를 사용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얻는 것은 에너지가 아닌 긍정적 정서이다.)

S와 N의 의미

  • S (Sensors) : 인식 과정에서 감각을 더 많이 사용하는
  • N (Intuitives) : 인식 과정에서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하는

두 번째 지표에서 말하는 ‘인식’과 ‘감각’, ‘직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사과를 보고 인식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1. 빨갛고 동그란, 주먹 크기의 ‘사과’를 눈으로 본다.
  2. 과거의 학습 경험, 통계적 기억을 활용하여 ‘사과’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1번이 감각(오감에 해당)이고, 2번이 직관(의미부여, 재배치)이다. 인식 과정에서 감각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직관만을 사용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감각의 비중이 크기도 하고, 직관의 비중이 크기도 하다.

감각의 비중이 큰 사람은 S, 직관의 비중이 큰 사람은 N이다. S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N은 해석과 의미부여, 공통점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를 통해 S는 민감한 감각이 요구되거나 사무적인 일에 소질을 보이고, N은 해석과 의미부여가 필요한 일, 예술 등에 소질을 보인다.

N은 S에 비해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빠르고 자유로워서, 생각이 많고 그 주제가 다양하다. 이는 에너지가 내향적으로 사용됨을 의미하고, 지표 I가 아닌 지표 N이 ‘내향적인’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N : 내향적인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는)
  • S : 내향적이지 않은 (에너지가 내부로 적게 향하는)

T와 F의 의미

  • T (Thinkers) : 참/거짓을 중시하는
  • F (Feelers) : 선/악을 중시하는

세 번째 지표는 MBTI 지표들 중 가장 그 의미가 와전된 지표이다. F라고 해서 ‘감정적인’ 성격이거나, T라고 해서 ‘논리적인’ 성격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T와 F 지표는 인식 과정 후에 이루어지는 사고(판단) 과정에 대한 지표며, 특히 F의 Feel (감정)은 우리가 ‘감정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이다.

T는 판단을 참/거짓에 근거하여 하며, F는 판단을 선/악에 근거하여 한다.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예시는 영화 “다크나이트”이다.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의 실험은 ‘사회적으로 정의된 도덕(선)이 옳다(진)고 할 수 없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도덕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사람들은 실재하는 도덕보다는 보여지는 자극과 스토리에만 매몰된다는 것이 조커의 주장이다.

조커는 극단적인 T이다. 증명될 수 있는 것만이 실재한다고 믿고, 진이 아닌 다른 합의들은 그저 허상이라고 생각하며 판단한다.

반면, 실재하는 법이나 규칙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도덕적으로 대하는 것이 옳고, 그로 인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된다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사람은 F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F가 의미하는 ‘감정’이란 오직 타인을 위해주는 공감, 이해, 배려만을 뜻하며, 우리가 말하는 ‘감정적이다’라는 표현의 ‘감정’은 앞서 긍정적 정서로서 언급한 ‘정서’에 가깝다.

(영어로 생각해보면 더 쉽다. feeling과 emotion의 차이이다. ‘감정적인’은 ‘emotional’로 표현한다.)

P와 J의 의미

  • P (Perceivers) : 인식하는
  • J (Judgers) : 판단하는

네번째 지표 P와 J는 앞서 설명한 인식의 지표 S/N과 T/P 중 무엇이 생활양식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가를 의미한다.

P는 인식을, J는 판단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P는 인식하는 것을 우선되게 생각하고, J는 판단한 결과를 우선되게 생각하기 때문에, P는 새로운 것을 인식할 때마다 우선순위가 바뀔 확률이 크고, J는 새로운 것을 인식하더라도 기존의 판단 결과가 변하지 않으면 우선순위가 그대로일 확률이 크다.

예를 들면, P는 계획을 세우더라도 새로운 우선순위가 생긴다면 계획과 무관한 활동을 하곤 하며, J는 계획이 판단된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계획을 잘 따르곤 한다.

또한, J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 깨끗한 방이 유지된다.’와 같은 판단이 생활양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식으로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만, P는 그 때 그 때의 활동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리정돈이나 청소는 하나의 활동으로서 새로운 우선순위로 들어와야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비교적 J는 깨끗한 환경을 잘 유지하는 편이며, P는 어지럽혀진 환경을 개의치 않고 청소나 정리정돈을 한 번에 처리하는 통계적 결과를 보인다. (물론 청소는 아주 작은 하나의 예시이기 때문에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예시이다.)

결론적으로 P는 새로운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임기응변의 생활양식을 가지며, J는 판단된 결과(자신만의 규칙 등)를 자기 통제와 절제를 통해 잘 지키는 생활양식을 가진다.

  • P : 우선순위가 자주 변경되는, 자기 통제력이 약한, 인식이 주기능인
  • J : 우선순위의 변경이 적은, 자기 통제력이 강한, 판단이 주기능인

5번째 지표? 신경성

  • 신경성 : 부정적 정서가 민감한 정도

Big 5 검사, 인터넷 MBTI 검사 등에는 신경성 지표가 추가되어 있다. <MBTI의 의미>의 저자를 포함하여, 많은 MBTI 전문가들이 이 새로운 지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개인의 성격을 해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경성은 지표 E와 반대로 부정적 정서가 민감한 정도를 의미한다. 신경성이 높다면 작은 일에도 크게 슬프거나, 화나거나, 짜증이 나는 등 부정적인 정서가 크게 발생한다. 신경성이 낮다면 큰 부정적인 일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무던함을 보인다.

지표들이 함께 모이면 의미하는 것

  1. E/I 지표와 S/N 지표로 알아보는 에너지 방향
  • EN : 양향적
  • ES : 외향적
  • IN : 내향적
  • IS : 소향적

2. E/I 지표와 신경성 지표로 알아보는 정서

  • E + 높은 신경성 : 전반적 정서가 민감 (히포크라테스 4기질설 중 다혈질에 해당)
  • E + 낮은 신경성 : 긍정적 정서만 민감 (담즙질에 해당)
  • I + 높은 신경성 : 부정적 정서만 민감 (우울질에 해당)
  • I + 낮은 신경성 : 전반적 정서가 둔감 (점액질에 해당)

3. S/N 지표 또는 T/F 지표와 P/J 지표로 알아보는 주기능

  • SP : ‘감각’이 주기능
  • NP : ‘직관’이 주기능
  • TJ : ‘사고’가 주기능
  • FJ : ‘감정’이 주기능

*주기능, 부기능, 열등기능, 추상기능 등은 그 내용이 어렵고 방대하여 생략

4. T/F 지표와 신경성의 관계

  •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F인 사람과 있다면 부정적 정서가 상대적으로 덜 발생한다.
  • 신경성이 낮은 사람은 T인 사람과 있어도 부정적 정서가 적게 발생한다.
  • MBTI 조합은 이것 말고는 더 좋다거나 더 나쁜 조합이 없다. 따라서 인터넷에 있는 MBTI 궁합표 등은 가짜이다.

알아두면 좋을 점

MBTI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낮은 심리검사이다. (중략) MBTI는 유형이 아니라 특질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이해해야 한다.유형은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한 전달법으로서만 사용해야 한다. (<MBTI의 의미> 중에서)

어디까지나 자신을 알고, 타인과 갈등을 줄이고 화합하며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서만 MBTI 검사를 활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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