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회계] #4 당면 과제와 향후 발전 방향

하헌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18 min readFeb 27, 2023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에서 가상자산과 회계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본 글에서는 가상자산 회계 관련 이슈를 다루며 향후 가상자산 회계의 발전 방향성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Author
하헌
Seoul Nat’l Univ. Blockchain Academy Decipher(@decipher-media)

Reviewed by Yohan Lim

Series
#1 신뢰 회복을 위하여
#2 Holdings of Cryptocurrencies
#3 두나무와 위메이드 재무제표 분석
#4 당면 과제와 향후 발전 방향

#4 Table of Contents
1. 암호화폐 외 토큰 보유자 회계처리
2. 토큰 발행자 회계처리
3. 고객 위탁 암호화폐
4. 가상자산 회계에 대한 제언

현재 가상자산 회계 관련 이슈 요약

현재 가상자산 회계 관련 주요 이슈를 정리하자면 암호화폐 외 토큰 보유자 회계처리, 토큰 발행자 회계처리, 그리고 고객 위탁 암호화폐이다. 해당 항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 암호화폐 외 토큰 보유자 회계처리

앞서 설명했듯, IFRS IC에서는 <Holdings of Cryptocurrencies>의 적용 범위가 되는 암호화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 분산원장에 기록되고 보안을 위해 암호화하는 디지털 혹은 가상의 화폐
(b) 관할 당국 또는 다른 당사자가 발행하지 않음
(c)보유자와 다른 당사자 간 계약을 발생시키지 않음

따라서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그리고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과 특정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은 <Holdings of Cryptocurrencies>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IFRS IC가 제시한 암호화폐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가상자산들이 수없이 발행되었다. 이들을 단순히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묶어 재무제표에 공시하게 된다면 해당 자산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 EFRAG 에서는 ‘Recommendations and Feedback Statement on Accounting for Crypto-Assets (Liabilities)’을 발행하여 다양한 가상자산의 회계처리를 제안함으로써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이 제안한 토큰 종류에 따른 보유자의 권리와 적용가능 IFRS 기준서는 다음과 같다.

EFRAG ‘Recommendations and Feedback Statement on Accounting for Crypto-Assets (Liabilities)‘

첫 번째로 CBDC와 스테이블 코인 등 발행자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E-Money 토큰은 법정화폐로 바꿀 수 있는 묵시적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금에 대한 청구권을 가지는 자기앞수표, 당좌예금 등을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를 E-Money 토큰에 적용한 것이다. 다만, 중앙은행이 발행하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되기 위해서 해당 토큰의 주요 특징이나 공정 가치에 대한 공시를 명확히 하도록 제안하였다.

두 번째로 발행자에게 특정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Utility Token)의 경우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 혹은 선급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유틸리티 토큰을 선급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위메이드의 사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Wemix Network 상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 Wemix 매각 대금을 선급금(부채)로 처리했기 때문에, Wemix 보유자는 위메이드가 제공하는 Wemix를 선급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은 유틸리티 토큰이 제공하는 권리와 의무를 먼저 구분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세 번째로 증권형 토큰(Security and Asset Token)의 경우 해당 토큰의 특성을 고려하여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증권형 토큰이 IFRS 9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할 경우에만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며 IFRS 9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는 증권형 토큰의 경우 어떤 자산으로 분류해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네 번째로 미래 특정 시점에 다른 토큰으로 변환할 수 있는 사전기능 토큰(Pre-functional tokens)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회계처리를 제안하였다. 우선 유틸리티 토큰으로 변환되는 일반적인 사전기능 토큰의 경우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 혹은 선급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변환된 사전기능 토큰이 IFRS 9 금융자산의 정의를 충족하게 된다면 이를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암호화폐 발행자가 미리 대금을 지급받고 추후 토큰이 발행된 후 이를 지급하는 계약인 SAFTs(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가 바로 IFRS 9 에 따라 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이 발표한 ‘Recommendations and Feedback Statement on Accounting for Crypto-Assets (Liabilities)’는 기존 지침서 <Holdings of Cryptocurrencies>가 다루지 못한 가상자산을 다양하게 정의 및 분류하고 이에 대한 회계 처리 지침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해당 제안의 핵심은 결국 ‘가상자산의 실질에 맞게 기준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의 제안에서도 특정 가상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의 경제적 특성을 정의하고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는 과정은 MiCA를 포함한 다른 법령으로 점차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 토큰 발행자 회계처리

우리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보유자의 회계처리를 다루었다. 그러나 위메이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상자산 회계에서는 토큰 발행자의 회계처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Holdings of Cryptocurrencies>에서는 토큰 발행자와 관련된 지침은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EFRAG에서는 2020년 6월, ‘Accounting for Crypto assets (Holder and Issuer perspective)’을 발간하여 토큰 발행자의 회계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다.

토큰 발행자의 회계 처리 쟁점은 ‘해당 토큰을 발행한 자의 의무’를 파악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위메이드의 경우 토큰 보유자가 Wemix를 지불하고 Wemix Network 상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제공할 의무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의무를 다하기 전까지는 수익을 인식하지 않았다. 만약 위메이드가 Wemix 보유자들에게 어떠한 의무도 짊어지지 않았다면 토큰 매도 즉시 수익을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회계처리 였을 것이다.

즉, 토큰 발행자의 회계처리에서는 가상자산을 판매하고 대가를 수취할 때 해당 토큰을 발행한 주체가 부담하는 의무의 존재여부와 성격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토큰 발행자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토큰 매도 즉시 수익을 인식할지, 혹은 금융부채, 계약부채, 자본 등으로 인식할지 구분할 수 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이 제안한 토큰 종류에 따른 토큰 발행자의 의무와 적용가능 IFRS 기준서는 다음과 같다.

EFRAG Accounting for Crypto assets (Holder and Issuer perspective)

첫 번째로 토큰 보유자의 청구권이 없는 결제 토큰(e.g. IFRS IC가 다루는 암호화폐)의 경우 토큰 발행자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IFRS 15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Revenue from Contracts with Customer)’의 조건을 만족한다면 판매대금을 수취하는 즉시 수익을 인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E-Money 토큰의 경우, 토큰 발행자에게는 법정화폐를 돌려줘야 하는 암묵적인 의무가 부과된다. 따라서 토큰 발행자는 토큰을 매도할 때 수익을 인식하지 않고 수취한 판매대금을 계약부채 등으로 이연한 뒤, 해당 의무를 이행할 때 IFRS 15 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

세 번째로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토큰 발행자는 미래에 토큰 보유자에게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할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토큰 발행자는 토큰을 매도할 때 수익을 인식하지 않고 수취한 판매대금을 계약부채 등으로 이연한 뒤, 해당 의무를 이행할 때 IFRS 15 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 만약 계약부채로 인식할 수 없는 의제의무가 발생한다면 IAS 37에 따라 충당부채나 우발부채로 인식한다. 참고로 의제의무란 계약이나 법률에 의하여 발생하는 법적 의무와 달리, 기업이 특정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을 표명하고 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가 존재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의무를 말한다.

네 번째로 증권형 토큰의 경우 해당 토큰의 특성상 잔여배당청구권 등 발행자에 대해 청구권이 존재한다. 만약 해당 토큰이 IAS 39 이나 IFRS 9 에 따라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토큰 발행자는 토큰을 매도할 때 받은 대가를 금융부채로 인식한다.

다섯 번째로 하이브리드 토큰, SAFT를 포함한 사전기능 토큰, 재취득 토큰 등 기타 토큰의 경우 해당 토큰의 경제적 실질과 발행자의 의무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기타 토큰은 토큰 발행자와 보유자 간 권리와 의무의 실질에 따라 다르게 회계 처리를 한다.

결론적으로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이 제안한 토큰 발행자의 회계 처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토큰의 경제적 실질을 기반으로 분석한 ‘토큰 발행자의 의무’에 따라 IFRS 기준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살펴본 ‘1. 암호화폐 외 토큰 보유자 회계처리’에 적용된 원칙과 동일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발행자의 의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매우 힘들다.

우선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백서(White Paper)를 분석하여 토큰 발행자의 의무를 구분하는데, 백서가 집행 가능한 계약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 백서는 특정 프로젝트의 청사진과 운영 방식을 주로 제시할 뿐, 발행자의 의무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행자와 보유자 간의 계약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백서 상에 발행자와 보유자 간 계약을 구분해낸다 하더라도 토큰 발행자의 수행의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토큰 보유자가 어떤 목적으로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토큰 보유자가 투자 목적으로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토큰 판매를 투자자와의 계약으로 볼 수 있는데, 투자자들은 발행자에게 어떤 수행의무를 부과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투자자들이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위험과 효익을 공유하는 협업당사자라고 판단한다면 이들과의 거래를 고객과의 거래로 볼 수 있는가? 즉, IFRS 15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Revenue from Contracts with Customer)’ 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이번엔 가상자산 보유자가 기업의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의 계약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토큰 발행자의 수행의무는 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할 의무나 플랫폼 활성화 의무로 나뉜다. 따라서 재화나 용역이 이전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하거나 플랫폼이 활성화 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데, 그럼 과연 플랫폼이 활성화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백서 상에 명시한 기본적인 기능을 구현한 시기일까? DAO로 거버넌스를 이전한 시기일까? 혹은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 MAU 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 시기일까? 프로젝트 마일스톤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플랫폼 활성화 시점을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론적으로 토큰 발행자의 회계처리의 핵심 문제는 어떤 IFRS 기준서를 적용할지가 아니다. 오히려 발행자와 보유자 간 계약을 명확히 하여 토큰 발행자의 의무를 확실하게 지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점은 암호화폐 이외의 토큰 보유자 회계처리에서 지적했던 것과 동일하다.

3. 고객 위탁 암호화폐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탁 중인 암호화폐를 거래서의 자산과 부채로 인식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다루기 전에 먼저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본적인 구조를 알아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증권거래소와 유사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바라보는 금융의 시선-권세환’ 참고

먼저 증권거래소의 거래 구조를 살펴보자. 투자자가 특정 증권사에서 유가증권을 거래한다는 것은 증권사가 보유한 증권을 매매한다는 뜻이 아니다. 증권사는 단순히 중개인의 역할만 맡고 있으며, 실제 증권의 매매는 증권사와 연계된 한국거래소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매매되는 증권의 실물은 한국거래소가 아닌 한국예탁결제원이 보유하고 있다. 즉, 증권거래는 증권사(중개) — 한국거래소(매매, 청산, 상장) — 한국예탁결제원(결제, 예탁, 실물 보관)의 구조로 권한이 분산되어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거래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토큰 매매 중개를 비롯해 상장, 예탁, 결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신이 운영하는 거래소에 어떤 코인을 상장할 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마다 상장된 코인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상자산의 거래 또한 거래소에 예탁하고 있는 토큰에 대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코인의 가격이 거래소마다 달라진다. 즉, 가상자산 거래는 증권거래와 비교하여 권한이 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거래 구조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수탁과 소유권’이다. 증권의 경우,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구입한 증권은 투자자의 소유이지만 한국예탁결제원이 수탁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만약 투자자가 자신의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위탁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암호화폐의 소유권은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을까? 아니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투자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통제권은 투자자가 보유하기 때문에 거래소에 경제적 효익을 유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두나무를 비롯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여 회원이 위탁한 암호화폐를 재무상태표 상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2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다르게 판단하였다. SEC는 수탁한 암호화폐에 대한 위험과 보상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탁 중인 고객들의 암호화폐를 재무상태표 상 자산과 부채로 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Coinbase를 비롯한 미국 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기존의 자산과 부채에 더해 고객들로부터 위탁받은 암호화폐를 ‘Customer Crypto Assets and Liabilites’라는 계정으로 인식하며 이를 자신의 자산과 부채로 공시하였다.

2022 Coinbase Financial Statement, EDGAR

이러한 지침의 본질은 증권 거래소와는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탁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래소에 수탁된 암호화폐는 개인 회원 지갑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지갑 내부에 생성된’ 개인 회원 계좌에 보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즉, 투자자들은 자신의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위탁하는 순간 실질적으로는 타인이 소유한 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것과 다름 없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파산이나 해킹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거래소가 파산하게 되면 수탁 암호화폐가 고객에게 귀속될 것인지 아니면 거래소의 파산재단에 귀속되어 채권자들이 권리를 다투게 될 것인지 애매하다. 비슷한 논리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 해당 암호화폐의 손실은 고객에게 귀속될지 거래소에 귀속될지 판단하기 힘들다. 수탁자와 거래소 모두 ‘파산 당하면 내꺼였으니까 내놔, 해킹 당하면 니꺼였으니까 책임져’ 라는 논리를 펼치기는 힘들다.

결국 요약하자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탁 기능을 담당함에 따라 가상자산의 소유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유럽재무자문보고 EFRAG에서는 고객 자산이 다른 고객의 자산과 혼합되면 수탁자에게 경제적 통제권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중개인의 파산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고객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탁자가 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암호화폐에 대해 경제적 통제권, 소유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Coinbase Financial Statement, EDGAR

실제로 Coinbase는 재무제표 상 ‘고객으로부터 수탁받은 가상자산은 파산 시 파산재단에 귀속될 위험이 있다’라는 내용을 기재하며 수탁 암호화폐의 경제적 통제권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시사하였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공시 현황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공시하고 있는 고객 수탁 암호화폐에 대한 추가적인 공시 지침이나 가상자산 거래 과정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위험과 보상을 인지할 수 있는 공시 지침을 제시하거나 혹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거래소에서 수탁기능을 분리하여 가상자산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4. 가상자산 회계에 대한 제언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을 새로운 자산군으로 분류하지 않은 이유는 받아드릴 수 있다. 가상자산 관련 이슈는 기존에 확립된 기준서나 규정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례들이 축적되며 회계 처리는 안정화 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을 새로운 자산군으로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면 오히려 산업 발전 과정에 따라 해당 규정이 더 빨리 진부화 될 가능성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가상자산 산업에서 기준서나 지침서의 존재여부만큼 중요한 요소를 세 가지 꼽자면, 바로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대한 판단을 축적해 나가는 것, 가상자산의 가치평가를 위한 범용 모델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회계감사를 위한 내부통제절차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우선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대한 판단을 축적해 나가는 일은 산업의 특성상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아직도 회계 지침서나 제안서가 다루지 못하는 토큰이나 거래들(e.g. Wrapped Token, Node Operater의 회계처리)이 존재한다. 향후 등장할 또다른 형태의 가상자산을 고려한다면, 해당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마련하여 사례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MiCA를 비롯한 다양한 법안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해당 부분은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가상자산의 가치평가를 위한 범용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재무회계기준심의회 FASB에서는 가상자산을 공정가치로 측정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원가측정 보다는 공정가치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목적을 더 잘 반영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기인하였다. 그러나 활성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가상자산의 경우 사실상 공정가치를 평가하기 힘든 상황이며, 활성시장에서 거래가 된다하더라도 해당 자산의 가격을 조작하기 용이한 경우 이를 공정가치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재 가상자산의 공정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만큼, 가장 논리적이거나 널리 사용되는 가치평가 기법을 선택하여 더 나은 공정가치 평가를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감사인의 입장에서 가상자산과 관련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감사를 위해 내부통제절차나 IT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형성하기 위해 기업이 소유한다고 주장하는 지갑 주소가 실제로 기업에 귀속되는지, 해당 기업이 개인키에 대한 정당한 접근권한과 소유권을 보유하는지, 그리고 개인이 단독으로 지갑의 자산을 이동시킬 위험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기업의 내부통제절차나 IT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식어가는 지금이 바로 회계 제도나 규제를 만들어가기 좋은 환경이다. 앞으로 회계 산업계에서 가상자산에 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올바른 규제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Reference

Recommendations and Feedback Statement on Accounting for Crypto-Assets (Liabilities)
Accounting for Crypto assets (Holder and Issuer perspective)
Coinbase Annual Report for 2022
가상자산 거래소를 바라보는 금융의 시선
가상자산 회계기준의 국내외 동향과 기업 회계 쟁점 참석 자료
제9회 삼정회계법인 컨텐츠(게임, 미디어&플랫폼) 산업 세미나 참석 자료
2022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 심포지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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