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시리즈] #1 비트코인 검열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 숏치는 변호사 우영우 팀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규제’를 주제로 한 글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본 글은 검열 시리즈의 세 번째 편으로 비트코인 노드 검열에 대해 설명합니다.

Authors
김대현, 김도원, 전진현
Reviewed by 여석원, 하헌, 임요한

<증권성 시리즈>
#1 가상자산의 증권성
#2 STO와 증권성
#3 P2E와 증권성
#4 리플 vs SEC

<DAO 시리즈>
#1 DAO의 법적 실체
#2 OOKI DAO vs CFTC

<검열 시리즈>
#1 비트코인 노드 검열
#2 이더리움 검열
#3 Tornado Cash 검열

Intro

출처: Bleeping Computer

최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관리국(OFAC) 규정을 준수하는 이더리움 MEV 부스트 릴레이를 사용하는 노드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체 노드의 51%라는 논란이 일면서 이더리움도의 노드 검열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이쯤 되면 한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과연 비트코인은 어떨까? 블록체인의 시작이자 현재 가장 큰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과연 노드 검열로부터 자유로울까?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비트코인 노드를 검열 혹은 규제하려고 했던 시도들을 살펴보고, 해당 이슈들로부터 비트코인의 검열 저항성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비트코인의 검열 저항성은 노드에 대한 직간접적인 검열에 대한 저항성임을 밝힌다. 예를 들어, A가 불법 마약을 비트코인을 받고 판매했으나 정부가 거래소 출금 내역을 추적하여 A의 신원을 알아내 체포했다고 하다. 이는 거래소에 대한 검열이지 비트코인 노드 자체에 대한 검열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노드가 검열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무결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지를 바라볼 것이다.

Body

2009년 1월 3일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되며 탄생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현재까지 약 14년 간 달려왔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멈추거나 해킹된 적이 없으며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노드 단계에서 검열하려는 시도들도 많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

비트코인 노드 검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21년 5월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가 있다. 케임브릿지 대학 대체금융 센터에서 추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채굴 금지에 나서기 직전인 2021년 5월에 전세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즉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무려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각 채굴기마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대략 40%의 채굴기가 중국에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Cambridge Bitcoin Electricity Consumption Index (CBECI)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의 정부 당국은 2021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2021년 4–5월 즈음부터 중국 당국은 금융범죄와 경제 불안정을 예방하고 전력을 과다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을 막아 국가의 저탄소 발전 목표를 이루려는 취지라고 밝히며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후 5월 21일에는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류허 부총리가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통해 채굴 또한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전세계적으로 큰 여파가 불었다. 이후 지방 정부들이 후속 조치를 내놓으면서 다양한 도시들이 구 차원에서 관내 채굴업체 폐쇄에 나섰다. 그렇게 중국 내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업체의 90% 이상이 폐업을 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환경 보호나 금융 범죄 예방 등은 그저 형식적 명분일 뿐이며,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 진짜 이유는 국외로의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의하면,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동아시아 지역에서 최소 $50B 규모의 자금이 암호화폐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가장 큰 규모의 거래량이 발생하던 국가였던만큼, 중국으로부터 많은 규모의 자금이 암호화폐를 통해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중국 당국에서도 이를 의식하였고, 또 다른 국가도 아닌 ‘중국’인 만큼 아예 암호화폐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접근 방식을 취했을 수도 있다. 물론 진실은 정부 당국만이 알 것이다.

유럽 MiCA PoW 암호화폐 전면 금지 시도

출처: cryptonomist

올해 초 유럽연합(EU) 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는 가장 기본적인 틀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안 MiCA(Market in Crypto-Assets)를 제정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 규제안 중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작업증명(PoW) 기반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고려되어 많은 이들이 주목한 바 있다. 유럽연합 의회는 많은 전력 소비를 소비해 환경파괴적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PoW 기반 암호화폐의 채굴 및 거래를 모두 중지하는 조항에 대해 논의를 거쳤지만 올해 3월 14일 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MiCA를 통과시키면서 해당 조항을 제외시켰다. PoW 암호화폐 금지 조항이 제외된 MiCA 법안은 2022년 10월 통과되었고 올해 2월 최종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란 전기 부족 사태에 의해 비트코인 채굴 금지

https://www.bbc.com/news/world-middle-east-57260829

2021년 5월 도시 정전 사태가 발생한 이란이 암호화폐 채굴을 4개월 동안 금지하였고 당연히 비트코인도 포함이었다. 역대 최고 규모의 가뭄에 의해 수력발전에 의해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급감하였다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하산 로하니는 설명했다. 이란은 2019년에 일찍이 암호화폐 채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암호화폐 채굴 면허를 발급해 면허를 딴 이들만이 채굴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였다. 면허를 가진 채굴자들은 일반 국민보다 높은 세금을 지불하고, 신원 확인을 거쳐 이란의 중앙은행에 비트코인을 판매해야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면허를 갖지 않고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불법 채굴자들이 매일 2MW(메가와트)의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적발 시 엄중 처벌을 언급했다.

그래서 비트코인 노드의 검열 저항성은?

출처: Bankrate

이처럼 비트코인을 채굴 단계에서부터 규제하려는 시도들은 존재했으며 실제로 중국은 전면 금지, 이란은 면허 제도 안에 채굴 산업을 둠으로써 비트코인 노드를 검열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검열에 취약하며 검열로 인해 멈춰버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갖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검열로부터 취약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중국과 이란은 자국 내 비트코인 채굴 활동을 전면 금지하였으며, 유럽연합의 MiCA 법안에 비트코인 금지 조항이 일단은 제외되긴 하였지만 만약 포함되었다면 실제로 금지되었을 것이다. 즉, 비트코인 노드는 완전한 검열 저항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노드가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가 멈춰버릴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스템에 적용되는 것이다. 오히려 비트코인은 그 중에서 가장 나은 검열 저항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세상에 검열에 취약한 것은 비단 비트코인 노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정부의 검열에 취약하다. 어떤 것이 존재하는 국가의 정부가 마음만 먹고 검열을 한다고 한다면 모두 그 영향권 안에 들 수가 있다. 비트코인의 개별 노드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개별 노드의 취약성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취약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비트코인은 개별 노드가 취약하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노드라는 것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 형태를 띄며 어느 국가에 종속된 장비일 뿐이다. 그러한 노드들이 모인 탈중앙화 네트워크인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검열로부터 높은 저항성을 갖는다. 그것이 완벽할 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다른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모든 서버, 서비스, 화폐 시스템보다는 높다. 즉, 비트코인은 완벽한 해결책보다는 현실적인 최선책에 가깝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현재 약 14000개(출처: https://bitnodes.io/)의 노드들이 전세계에 분산되어 공동으로 관리하는 원장과도 같다.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개별 노드가 중단되어도 다른 수많은 노드들이 계속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에 중단되지 않는다. 중앙 제어 지점이 없기에 충분한 수의 노드가 있는 한 네트워크는 계속 작동한다.또한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네트워크의 노드 수나 컴퓨팅 파워가 변경되더라도 블록체인에 새로운 블록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속도로 추가될 수 있도록 마이닝의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중단이 있더라도 네트워크가 계속 작동하고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

출처: Coin Culture

한때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이 전면 채굴을 금지했을 때도 여전히 중국을 제외한 전셰계의 국가들에 존재하는 노드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였으며 전혀 타격이 없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며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로 전국적인 비트코인 채굴 금지와 같은 제재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기타 국가에서 중국의 제재와 같은 제재를 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들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제재에도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멈추지 않았으며, 가장 제재가 강력한 중국의 제재도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한 지 약 반년이 지난 ‘22년 1월 중국의 해시레이트는 39.6EH/s였으며, 이는 전세계 점유율 21.1%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치였다. BTC(비트코인) 채굴이 전면 금지됐던 중국이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 2위으로 바로 등극한 것이다. 중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VPN 등을 통해 IP 주소를 우회하고 있다는 추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과 같은 국가도 비트코인 채굴을 완전히 막지 못하였다. 그리고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멈추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대형 제재를 다른 기타 국가들이 동시에 함께 시행해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의 검열 저항성은 100%라고 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기술 및 프로그램 상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규제, ‘사람’이 규제되는 문제는 비트코인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문제이다. 비트코인이 검열로 인해 멈춘 상황이 온다고 하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들도 다 일찌감치 심각한 중단의 리스크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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