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 블록체인 : 게임 자산의 토큰화
블록체인 그리고 게임, 두 가지 키워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는 크립토키티일 것입니다. 크립토키티는 한때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매우 많은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면서 화제가 되었죠. 크립토키티는 게임의 모든 요소를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하였습니다.(아쉽게도 표현형 로직을 담은 스마트 컨트랙트 주소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보다는 부분적으로 블록체인을 게임에 적용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하여 게임에 부분적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입니다.
게임 머니, 아이템의 토큰화
게임 내 자산은 크게 게임 머니, 아이템으로 구분됩니다. 게임 머니의 예로는 메이플스토리의 메소, 아이템의 예로는 메이플스토리의 냄비 뚜껑이나 피파온라인의 선수 카드를 들 수 있겠죠. 재밌는 점은, 게임 머니와 아이템을 토큰화하고자 했을 때 각각 취해야 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먼저 게임 머니의 경우 ERC-20과 같이 분절 가능한 형태로 토큰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이플스토리의 메소를 토큰화한다고 생각해보면, 게임 상에 나타나는 1 메소가 블록체인에 실제로 존재하는 1 메소 토큰이 되겠죠.
반면, 게임 아이템의 경우 ERC-721이나 decimal이 0인 ERC-20과 같이 분절 가능하지 않은 형태로 토큰화하여야 합니다. 게임 머니와 달리 게임 아이템은 각각이 고유성을 가지기 떄문에 나뉘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게임 내 아이템을 토큰화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Loom Network가 개발하고 있는 TCG(Tradable Card Game) 게임 Zombie Battleground를 들 수 있습니다. Zombie Battleground 게임 내의 모든 카드는 각각 해당하는 토큰과 매핑될 예정입니다.
토큰화시 발생가능한 이점
그럼 이렇게 게임 내 화폐 혹은 아이템을 토큰화 했을 때 발생가능한 이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필자가 생각하는 게임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이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1. 게임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이점
1) 투명한 게임 자산 공급
기존 게임에서는 10%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이 정말로 10% 확률로 드랍되는지 알 수 없고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게임 자산이 토큰화되면 발행 내역이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게임 유저들은 게임사나 버그 유저에 의해 게임 머니와 아이템의 공급이 임의로 조작될 우려를 덜 수 있습니다. 게임 머니와 아이템의 공급이 투명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게임 유저들은 비교적 자산 가치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있죠.
2) 게임 자산의 소유권 획득
추가적으로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얻게 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게임사가 게임 머니 및 아이템을 유저에게 ‘빌려’주는 구조였지만, 토큰화되면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영구적인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소유권 자체가 게임사에서 게임 유저로 이전되면, 게임사는 게임 내 자산과 관련된 부분을 조금 더 신중하게 다루게 되겠죠. 이러한 영구적 소유권에서 오는 효용은 게임 내 갓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나 TCG의 카드와 같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아이템의 경우 특히 높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 망했을 때 자산의 가치가 보존되냐는 점은 별개의 문제지만요.
3) 높은 게임 자산의 유동성
마지막으로 게임 유저 입장에서 게임 자산을 유동화하기 쉬워진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게임 유저의 고충 중 하나는 열심히 게임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데, 해당 게임을 접으면 그 속의 자산이 다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플랫폼을 통하면 게임 머니는 어떻게든 현금화할 수 있겠지만, 아이템의 경우 몇몇을 제외하고는 현금화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토큰화될 경우, 기존보다 쉽게 현금화 할 수 있게 됩니다. 토큰화되면 거래소에서 쉽게 거래가 가능해지고, 더불어 거래소에는 실제 게임 유저가 아닌 아닌 트레이더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유저만이 거래할 때에 비해 유동성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또 실질적으로 유동화하는데 드는 비용도 낮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템매니아의 수수료는 5%에 달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거래 수수료는 0.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DEX를 이용하면 게임 내 자산을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다른 게임 내 자산으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2.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
다음으로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게임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비교적 명확하고 토큰화 프로세스 자체에서 비롯되는 반면, 제가 생각하기에 토큰화를 통해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확하지 않고 다소 부수적입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이점은 마케팅적인 부분입니다. 토큰화를 통해 게임사는 게임이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게임에 대한 신뢰가 아직 쌓이지 않은, 이제 막 게임을 런칭하는 상황에서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큰화시 예상되는 문제점/한계점
앞서 게임 내 자산 토큰화시 게임 유저, 게임사가 각각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한계점 혹은 문제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1. 게임사의 손실/리스크
가장 먼저, 앞서 언급했듯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불명확한 반면, 적용했을 때 게임사가 떠안아야 하는 손실 혹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1) 게임 관리의 어려움
가장 큰 리스크는 게임사가 게임을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전통적인 게임에서 게임 머니 혹은 아이템을 잘못 발행해 게임 내 경제 밸런스가 붕괴될 경우 혹은 심각한 버그가 발생할 경우 등에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으로 롤백을 해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하면 롤백이 불가능해져, 문제를 처리하기 힘들어지죠.
2) 비용적인 문제
또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MMORPG를 생각해보면, 게임 내에 무수히 많은 종류의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중에는 리니지의 ‘진명황의 집행검’처럼 값어치가 있어 토큰화해서 희소성이 보장되면 좋은 아이템도 있지만, 이보다는 메이플스토리의 ‘달팽이의 껍질’처럼 토큰화했을 시 큰 이점이 없고, 게임사에서 감당해야 할 비용만 커지는 아이템들이 훨씬 많습니다. 이 모든 아이템들을 토큰화해서 관리하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일이죠.
물론 귀중한 아이템만 토큰화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게임의 아이템을 부분적으로만 토큰화하게 되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중앙 DB에 의해 관리되는 아이템들이 게임사나 악성 유저에 의해 복제된다면, 토큰화된 아이템의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 내 경제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죠.
이외에도 게임 서비스 종료시 게임 유저의 토큰화된 자산 가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중요한 아이템들이 게임 내에서 활용되지 않고 거래소에서 거래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게임사 입장에서 토큰화하기 전 해결해야 할 부수적인 지점들이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결국 게임사 입장에선 앞서 언급했듯, 게임 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점이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 할 유인의 거의 전부인 셈인데, 이러한 이점은 사실 중앙 DB의 핵심 요소들을 투명하게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도 비슷하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UX 저해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할 경우, UX가 저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 내에서 자산을 거래할 때마다 게임 유저가 지갑에서 (프라이빗 키로) 트랜잭션을 승인해야 하고, 트랜잭션이 발생할 때 마다 수수료가 소모된다면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트랜잭션 전송 시간도 꽤나 오래 걸릴 수 있겠죠.
이 뿐만 아니라, Private Key 관리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Private Key를 관리해야 하는 것도 가뜩이나 귀찮은데, 이를 잃어버렸을시 복구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게임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본질적인 부분은 다른 무엇도 아닌 게임성이라는 점에서, UX 저해는 토큰화의 매우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죠.
3. 여전히 존재하는 중앙화 이슈
게임 내 자산을 토큰화했을 때, 해당 자산이 완전히 탈중앙화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산을 게임(클라이언트)에 표시하는건 게임사의 자율적인 권한입니다. 여전히 게임사를 믿어야한다는 한계점이 발생하는 것이죠. 다른 분야의 경우에도 동일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클라이언트의 비중이 큰 게임의 특성상 이러한 한계점은 더욱 부각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토큰에 해당하는 아이템이 더 이상 게임사에 의해 발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어느정도 보장이 된다고 해서, 아이템의 가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게임에서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아이템이나 더 좋은 아이템을 게임사에서 많이 만들 경우 해당 아이템의 가치는 아무리 희소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큰화를 진행할만한 분야가 있다면?
사실 게임 종류마다 위에서 언급한 한계점 및 문제점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TCG의 경우, 아이템 구성과 경제 시스템이 MMORPG 등에 비해 매우 단순하고 게임 내 자산 이동이 플레이어간 배틀을 할 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UX 저해 문제, 토큰화시의 비용적 문제 등이 약화되기 때문에 토큰화하기 비교적 좋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턴제로 게임이 이루어지고 게임 내에서 이뤄지는 행동이 단순하기 때문에, 게임 내 자산이 아닌 다른 데이터(플레이 데이터 등)도 함께 블록체인에 올려도 다른 게임 카테고리에 비해 문제가 덜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Loom Network는 Zombie Battleground라는 TCG 게임을 2018년 7월 릴리즈 하였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고민의 필요성
위에서 언급한 TCG의 경우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문제점이 다른 분야에 비해 적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그래서 블록체인과 잘 맞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게임과 블록체인을 접목할 때에는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이점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들은 ‘Why Blockchain’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어떻게 ‘문제없이 잘’ 게임과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접근 방식으로 혁신적이거나 기존보다 훨씬 더 높은 효용을 주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게임의 영역에서 기존에 대두되던 문제들이 블록체인을 써야만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냐라고 물었을 때 적어도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라면 질문에 독자적인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Special thanks to Matthew Minseok Kim, GXC_Jin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