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담보 스테이블코인과 Sound Money: MakerDAO 분석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사이퍼에 스테이블코인 시리즈가 처음 소개되었던 2019년 11월 스테이블 코인들의 시가총액은 약 $5B 수준이었지만, 2021년 8월 현재는 약 $100B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합니다. 2년도 되지 않아서 약 20배가량이 성장한 것이죠.

무섭게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Source: The Stablecoin Index, Messari

이러한 성장세는 많은 부분 USDT, USDC와 같은 소위 fiat-backed 스테이블 코인들이 견인했습니다. USDT의 경우 19년 대비 약 $66B 이상의 시가총액으로, 그리고 USDC의 경우 $27B 이상의 시가총액을 가지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더리움에서의 스테이블코인 및 ETH 거래량. 21년 Q1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이더리움 거래량을 추월. Source: Messari

이러한 성장은 근본적으로 이더리움 사용자들이 블록체인 위에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토큰을 많이 원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위에서 ETH보다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지표들을 보았을 때, 가치가 안정적인 화폐 혹은 자산을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Sound Money?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경제위기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통화량과 역사적으로 낮아지는 이자율, 더욱더 늘어나는 부채량을 보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러면 경제가 위험할때마다 화폐를 계속 찍어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건가? 이자율도 계속 낮아지기만 하고, 정부 부채는 늘어나기만 하던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신용화폐는 정말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돈이 맞을까? 여기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최근 코로나 위기로 더욱더 빠르게 늘어나는 통화량(미국). Source: US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이자율(미국). Source: US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역사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GDP대비 정부 부채(%). Source: US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그리고 동시에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오픈소스를 내놓으며 썼던 글도 생각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The root problem with conventional currency is all the trust that’s required to make it work. The central bank must be trusted not to debase the currency, but the history of fiat currencies is full of breaches of that trust. — Satoshi Nakamoto

소위 ‘Sound Money’ 는 긴 시간이 지나도 해당 화폐의 구매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말합니다. 말그대로 가치가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것이죠. 최근 몇십년 이상 일반적으로 우리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주로 신용화폐)를 sound money 처럼 인지하고 사용합니다만, 종종 이런 화폐는 구매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sound 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1923년의 독일(29,500% 의 인플레이션), 1994년의 유고슬라비아(313백만 %의 인플레이션)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극단적 케이스는 아니지만, 1930년대의 미국(이때 미국은 금본위제를 시행했습니다) 또한 금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금의 가격을 조정하면서까지 달러의 가치를 절하시키며 연평균 10% 이상의 달러 공급을 하기도 하였습니다(자세한 사항은 링크 참고).

이러한 역사와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았을 때, 앞으로 ‘sound money’ 를 향한 니즈는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sound money를 만들기 위한 좋은 방안 중 하나가 바로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에, MakerDAO와 같은 과담보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것은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가치가 안정된 코인입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블록체인 위에서 서비스되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합니다. 예시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150 가치의 ETH를 담보로 $100 가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되며, 이 스테이블코인들은 많은 경우 아직 달러 가치를 추종하고 있습니다.

왜 과담보인가?

위 문단에서 언급한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는 달러 자체에 연동되는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그러할 가능성은 낮지만, 달러 자체가 sound 해지지 않으면 해당 스테이블코인 또한 sound 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MakerDAO와 같은 과담보 스테이블코인 같은 경우 현재는 $1에 soft pegging(자연스러운 시장의 메커니즘에 따라 1 DAI = $1를 유지)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를 추종하고 있지만, 사실 과담보라는 특징상 꼭 달러를 추종하지 않고 다른 안전한 자산 혹은 화폐의 가격을 따를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100 ETH를 담보로 잡고 100 ETH의 시장가격보다 더 낮은 가치의 다른 화폐나 자산을 새로 발행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특정 자산 혹은 화폐들의 basket에 대한 가격을 추종할수도 있겠죠. 즉 이러한 시스템은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산 혹은 화폐들의 가격을 통합적으로 추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sound money를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1) 대표적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인 MakerDAO의 개략적 소개와 최근(2019~2021)의 업데이트들, 2) 가격 안정화를 중심으로 한 MakerDAO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 마지막으로 3) 만약 MakerDAO 시스템을 활용해 Sound Money를 구성한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지 알아봅니다.

(2019년 쓰여진 디사이퍼의 스테이블코인 시리즈에서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개론MakerDAO의 가격 안정화 원리 와 관련해서 매우 잘 설명하고 있으니, 혹시 아직 해당 글을 읽지 않은 분들은 먼저 해당 글들을 먼저 참고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MakerDAO가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점

MakerDAO의 가격 안정화 원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MakerDAO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과 어떻게 다른지 먼저 알아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fiat-bakced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의 규제를 받는 중앙 기관에서 발행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MakerDAO의 경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서 발행되며, 이에 따라 외부 기관 등의 감사를 받지 않아도 담보물과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https://daistats.com/ 와 같은 사이트에서 어떠한 자산들을 담보로 DAI가 얼마나 발행되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장 큰 스테이블코인인 USDT의 경우, 실제로 발행한 만큼의 자산을 테더사가 정말 안전하게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The verge의 기사 가 해당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테더사의 변호사가 테더 스테이블코인 총량의 74%만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라는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은 중앙 기관에서 이뤄지는 발행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이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고 외부의 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해당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가 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단기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인한 뱅크런 등이 발생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MakerDAO와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 형식의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현재 많은 부분이 암호자산을 담보로 발행되었기 때문에, 암호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가집니다. MakerDAO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담보물을 최대한 다양화하고, 각 담보마다 발행할수 있는 DAI의 양을 제한하고 청산 메커니즘을 개선시키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의 업데이트

그리고 디사이퍼의 MakerDAO 분석 글 이후로 MakerDAO에 어떠한 업데이트가 있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략한 업데이트 내용들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Maker Foundation의 해산

많은 프로토콜들이 그렇듯, MakerDAO 또한 초창기 Maker Foundation이라는 조직을 통해 프로토콜의 개발과 사업을 시행하였습니다. 하지만 프로토콜의 이름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의미하듯이, 2021년 5월 재단을 해산하고 MakerDAO 프로토콜의 개발 및 거버넌스를 DAO를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7월, 해산이 완료되었습니다(링크 참고).

MakerDAO 재단은 84,000 MKR(2021.9.1 기준 3500억 가량)의 Development fund의 거버넌스를 MKR 홀더들에게 이양했고, 기존 재단의 멤버들은 DAO 팀들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팀들은 DAO 안의 core unit 들로 분산화되어 일하게 됩니다(링크 참고). 그리고 각 팀들은 그들의 성과를 직접 포스팅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또한 커뮤니티와 논의합니다.

이는 이 자체로 굉장히 기념비적인 일중 하나인데, 초기에는 Foundation이라는 일종의 중앙화된(?) 형태를 통해 개발을 시작하였으나 프로토콜의 개발 및 거버넌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결국 토큰 홀더들에게 이양하는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말 DAO라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MakerDAO 프로토콜을 잘 성장시킬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그리고 동시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물 자산들의 담보자산화

2021년 4월, MakerDAO는 Centrifuge 라는 실물 자산 브릿지를 통해 New Silver 라는 부동산 대출 서비스업체의 관련 채권을 Maker 프로토콜에 담보자산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이 또한 Defi가 현재 크립토 생태계를 넘어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는 큰 마일스톤중 하나입니다. Maker의 담보자산 리스크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앞으로 실물 자산을 Defi와 연결시키려고 하는 일들이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1.9.1 기준으로, 이미 이러한 실물 채권을 기반으로 약 60억이 넘는 DAI가 발행되었습니다.

청산 메커니즘의 개선(Liquidation 2.0)

2020년 3월 일어났던 Black Thursday(코로나 이슈로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로 인해, MakerDAO에서 관리되던 $8.32M 어치의 담보물이 0 DAI로 청산되어 결국 $5.67M 어치의 DAI가 담보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에서 청산은 기본적으로 담보물을 옥션을 통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던 가장 큰 원인은 1)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각종 청산 및 DEX 거래들로 과부하되어 거래 수수료가 급증하고 거래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어, 2) 청산을 수행해야 할 청산자들이 슬리피지(거래의 시간차로 인해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CEX등에서 더 낮은 가격이 되어 버리는 경우)에 대한 우려와 연속적 가격 하락 예상으로 청산을 하지 않았고, 3) 이 틈을 노린 하나의 청산자만 지속적으로 청산 대상 ETH 담보를 $0 에 bidding하여 결국 $0 가격으로 담보물을 구매해 간 것입니다.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Maker 팀의 대응은 여기에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MakerDAO측은 청산 매커니즘을 개선하여 2021년 5월 19일 이더리움의 45% 하락에 이은 $41M어치의 부실 담보를 성공적으로 처리하였습니다. 핵심적으로는 기존 청산 방식이 많은 청산자가 적극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청산에 참여할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청산자들이 쉽고 빠르게 청산을 시킬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 청산 과정에서 청산자들에게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 옥션 과정 또한 English Auction(낮은 가격에서 시작해 높은 가격으로 올려가며 경매)에서 Dutch Auction(높은 가격에서 시작해 낮은 가격으로 경매)으로 변경 되었습니다. 3) 추가적으로 기존 English Auction 에서 필요했던 락업 기간을 없애고, Instant settlement 및 Flash lending(설명은 링크 참고)을 통해도 담보물을 구매할수 있게 하는 등의 개선 사항이 있었습니다. 해당 개선에 대한 더 구체적인 사항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통해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MakerDAO의 가격 안정화 원리

디사이퍼의 MakerDAO 분석 글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 본 글에서 간략히 MakerDAO가 어떻게 $1 peg를 유지하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앞선 문단에서 언급했듯 DAI는 암호화폐 (근래에는 실물 자산 또한 포함이 되고 있습니다)를 담보로 DAI 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됩니다.

이런 DAI는 많은 경우 레버리지 투자 혹은 Defi 등에서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나 간혹 ICO 자금을 잠시 보관할 용도로도 발행됩니다. 만약 레버리지 투자 용도로 사용한다면 100 ETH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때, 자신이 추후 ETH가 더 많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100 ETH를 MakerDAO를 통해 담보화 하고 DAI를 발행해 ETH에 추가 투자를 하는 식이죠. 다만, 당연히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질수 있기 때문에 담보비율을 100%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 가치의 DAI를 발행하기 위해 $150 가치의 ETH를 담보로 제공하는 식입니다.

추가적으로 MakerDAO에는 MKR라는 거버넌스 토큰이 존재합니다. 기업에 비유하면, 주식회사의 주식과도 상당히 유사한 특징을 가집니다. 한마디로 MakerDAO의 성장 / 실패와 자신의 재무적 이익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MKR 홀더가 MakerDAO 프로토콜의 핵심적인 의사결정권(담보 서비스에 대한 Stability Fee 등, DAO 에 대한 Salary 지급 등)을 모두 가지는 동시에 MakerDAO에서 발생된 이익을 간접적으로 얻기도 합니다(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추가로 다룰 예정입니다). 반면 기업이 좋지 않거나 성장이 필요할때 주식을 추가 발행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과 같이, MKR 홀더들 또한 MakerDAO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갚을 수 없는 양의 부채가 발생할시 MKR를 추가 발행해 갚아야 하는 시스템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MakerDAO는 이러한 MKR과 담보물에 대한 여러 파라메터 조정, 시장 자체의 아비트리지 원리 등을 이용해 DAI를 $1로 유지하려 노력 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요소들을 통해 DAI의 가격 안정화를 시도합니다.

  1. 기초 담보 자산으로 인한 가치 안정화: 기본적으로, 담보 자산이 있기 때문에 DAI의 가치는 최소 담보물의 가치만큼 가치 보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MakerDAO는 이러한 과담보 상황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는 담보들을 청산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청산이 잘 작동하지 않아 시스템이 값아야 하는 DAI가 남는다면, MKR을 추가로 발행해 판매한 돈으로 DAI를 갚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마치 기업이 파산할때 남겨진 자산들을 채권자들과 주주들에게 배분하듯 MakerDAO 또한 남은 담보물을 모두 기존 담보대출자에게 상환하고 발행된 DAI를 모두 거둬들이는 시스템(Emergency Shutdown)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단계의 메커니즘들이 과담보 상황을 유지시키고 DAI의 근본적인 가치를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2. 담보 자산에 대한 리스크 파라메터 조절을 통한 공급 조절: MakerDAO에서 과담보를 통해 DAI를 발행할때, Stability Fee, Liquidation Ratio, Penality Ratio와 같은 리스크 관련 파라메터들이 이용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파라메터들을 통해 DAI 공급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 Stability Fee: 우리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할때도 해당 담보대출에 이자가 붙듯, 암호화폐를 담보로 DAI를 발행할때도 stability fee라는 일종의 이용료가 붙습니다. 만약 이용료가 높다면 DAI는 많이 발행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이용료가 낮다면 상대적으로 많이 발행 되겠죠. 이 메커니즘을 이용한다면, DAI의 가격이 $1보다 높을때는 stability fee를 올리고, $1보다 낮을때는 stability fee를 낮춰 DAI의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Liquidation Ratio 및 Liqudiation Penality Ratio: 먼저 Liqudiation ratio란 MakerDAO에서의 ‘최소 담보 비율’ 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과담보로 잡은 자산을 언제 청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100 가치의 DAI를 발행하는데 ETH를 170% 과담보로 잡았다면, 이 담보가 170% 가치가 아닌 150% 가치로 가격이 떨어졌을 경우 담보 청산의 대상이 되게 됩니다. Liquidation Penality Ratio의 경우 이러한 청산이 일어났을 경우 대출자가 받게되는 패널티이며, 2021.9 기준 ETH의 경우 약 13% 가량입니다. 즉, 자신의 담보가 청산되었을 때 대출자는 원래 자신이 받아야 하는 ETH의 양보다 13% 더 적은 양을 받게 됩니다. Liqudation ratio와 Penalty가 높으면 높을수록 담보대출에 대한 비용이 커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 두 파라메터가 높을수록 대출자들은 담보대출을 꺼려 DAI 공급을 덜 하게 됩니다.

3. 기존 담보 대출자들의 재무적 인센티브를 통한 공급 조절: 기본적으로 MakerDAO의 DAI 관련 컨트랙트들에서는 DAI를 항상 $1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DAI 가격이 $1보다 낮을 경우, 이미 MakerDAO를 통해 DAI를 발행한 대출자는 기존보다 더 싸게 DAI를 구매해 자신의 기존 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어 시장에 있는 DAI를 회수하게 됩니다. 예시로 100 DAI를 발행한 대출자는, 기존에는 $100 어치로 100 DAI를 구매해 대출을 값아야 했지만 DAI 가격이 $0.9일 경우 $90 어치로 100 DAI 를 구매해 자신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1보다 높을 경우, 대출자는 자신이 발행한 DAI의 시장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레버리지가 가능해 DAI 발행의 인센티브가 높아집니다.

4. DAI Savings Rate(DSR)을 통한 수요 조절: MakerDAO에는 DAI Savings Rate(DSR)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 시스템은 DAI 홀더가 DAI를 DSR에 예치하면 정해진 이자(예를 들어 연 5%)를 지급합니다. 마치 실물 경제에서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조정해 돈의 가치를 변동시키듯, MakerDAO 또한 DSR을 통해 DAI에 대한 수요의 매력도를 조절합니다. DAI의 가격이 $1보다 낮을 경우, DSR을 높혀 DAI에 대한 수요를 증진시킬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DSR를 내려 수요를 상대적으로 떨어트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5. 차익거래자(Arbitrageurs)들의 차익 기회: 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DAI는 $1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따라서 DAI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변동하더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1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많은 차익거래자들로부터 DAI 가격이 $1 보다 떨어질 경우에는 매수해 $1를 넘기면 파는 형식의 거래를 유도해 거래소 등에서 DAI의 가격을 $1로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위의 요소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격 안정화가 가능한가?

2019년 말부터 2021년 9월까지의 DAI의 가격 데이터를 보았을 때, 2020년 이후 전 구간에서 다른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들(USDC, USDT)와 비교했을 경우 가격 안정화를 정확히 달성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2019~2021년간의 가격 데이터를 비교해 보았을때, DAI 가격의 표준편차는 0.01인데 비해 USDC, USDT는 0.0024로 훨씬 낮은 편차를 보였습니다(더 안정적이었습니다). 실제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9년 말부터 2021년 8월까지의 가격 추이. Data Source: Coingecko

2021년 이후에는 꽤나 안정적인 가격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정화는 많은 부분 MakerDAO가 가지고 있는 가격 안정화 요소들을 활용하고 개선된 메커니즘들을 도입하며 이뤄졌습니다. 실제로 DAI의 가격이 $1보다 높을 때, 어떠한 방식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시도했는지 더 깊게 알아 보겠습니다.

DAI 가격과 stability fee, DSR rate 추이. Source: Dune Analytics

위 표는 2019년 말부터 2021년 9월까지의 DAI 가격과 Stability Fee Rate, DSR을 같이 그려 놓은 그래프입니다. DAI는 19년 말 가격 하락을 보이다가 정상화 된 후, 2020년 3월부터 2020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1보다 높은 가격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때 DAI는 Defi의 채굴 등에 널리 쓰이면서 가격이 급작스럽게 높아지게 되었고, MakerDAO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DSR rate과 Stabtility Fee를 거의 0에 가깝게 낮추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위 두가지 파라메터를 조절해도 DAI 가격은 꽤 긴 기간 안정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추론할 수 있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DAI의 수요 측면

(1) DSR을 0%로 낮추어도 타 Defi 프로토콜들(e.g. Compound, Uniswap 등)에서 DAI를 예치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여전히 컸기 때문에, DSR을 낮춤으로써 발생하는 수요 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DAI의 공급 측면

(2) Stability fee를 낮추고, DAI의 가격이 $1보다 높아 담보물 대비 더 많은 가치의 DAI를 적은 비용으로 발행할수 있는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DAI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간에는 ETH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기간이어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수요(== DAI의 추가 발행에 대한 수요)가 상승했지만(실제 해당 기간 타 담보대출 프로토콜 등의 TVL은 더 높아졌습니다) DAI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추가 공급에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기간 Liqudation ratio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아 stability fee만 고려하였습니다.)

(3) 차익거래자들 또한 해당 기간 DAI의 가격을 안정화시키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후술 하겠지만, 애초에 DAI를 발행하는데 있어 발행할 수 있는 DAI보다 더 많은 가치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차익거래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했던 것이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공급 측면의 문제가 심각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MakerDAO는 2020년 3월 기존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USDC)을 담보로 DAI를 발행하게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게 신선한 발상이기도 한데, 결국 핵심은 DAI에 대한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담보물화가 가져다 주는 이익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기사 참고)

스테이블코인 CDP(Collateralized Debt Positions)의 사용 예시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DAI의 가격이 $1 보다 높을 경우: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거기에 요구되는 담보율은 101%로 매우 낮고 stability fee 또한 0~1%로 낮습니다. 만약 DAI의 가격이 $1.02 이상이라면 차익거래자들은 현금 달러로 USDC를 발행하고, USDC를 담보로 DAI를 발행해 시장에 판매하여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2) DAI의 가격이 안정적인 경우: 마켓메이커(유동성 제공자) 등이 꽤 큰 현금(e.g. 1000억)으로 DAI 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DAI를 발행한 후 주는 형식의 거래가 가능합니다.

이 거래를 spot market에서 했을 경우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큰 슬리피지(slippage)가 생길수 있기 때문에, 마켓메이커 입장에서는 MakerDAO에 스테이블코인 CDP를 열면서 stability fee를 내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 포지션을 다시 청산하고 싶을때는 마켓에 충격을 주지 않을만큼 시간을 두면서 DAI를 다시 구매해 청산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DAI를 다시 구매해 CDP 포지션을 청산하는 시간이 엄청 길지는 않을 것이고, 현금으로 DAI를 대량 구매하는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수취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마켓 메이커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담보(USDC)를 도입함에도 불구하고 DAI의 가격이 $1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자 스테이블코인 담보 모듈은 2020년 12월 PSM(Peg Stablization Module) 이라는 모듈로 대체되었습니다.

PSM 모듈은 USDC를 DAI의 담보물로 하는것과 매우 비슷하나 1 USDC = 1 DAI 를 MakerDAO의 컨트랙트 단에서 강제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대신 Stability Fee가 없고, 청산자에 의한 청산 또한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USDC 담보로 DAI 를 발행하는 약간의 수수료(2021.9 기준 0.2%)만 내고 위에 언급했던 차익거래 기회를 DAI가 $1로 peg 될때까지 무한정 제공할수 있기 때문에 DAI의 가격 안정성에 큰 도움을 주게 될 뿐더러, DAI를 추가로 발행해 시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위 그래프를 보았을때, PSM 도입 이후로 DAI의 가격이 상당히 빠르게 안정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데이터를 통해 MakerDAO가 DAI를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안정화 시켰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얻었던 중간 결론은 DAI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결국 차익거래자들이 낮은 거래비용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공급하고(DAI 가격이 $1보다 높을 경우), 반대로 매도(DAI 가격이 $1보다 낮을 경우) 할 수 있는 시스템인 PSM을 만든 것이 다른 가격 안정화 요소들(Stability fee, DSR 및 기존 담보대출자들의 재무적 인센티브) 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이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직관적으로 이상한 점도 발견이 됩니다.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데 담보의 과반수 이상이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이죠.

MakerDAO의 담보 자산 비율 추이. Source: Dune Analytics

위 그래프를 보면 2021년 9월 기준 이미 DAI를 발행하는데 있어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많은 담보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MakerDAO의 한계: 높은 복잡성과 낮은 확장성

위와 같은 아이러니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근본 원인은 이렇습니다. MakerDAO는 탈중앙화된 과담보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목표로 시작했지만, 실제의 모습은 대출 프로토콜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 모습(Stablecoin vs. Lending Protocol)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 담보대출 프로토콜 혹은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과 비교해 한계점들이 발견됩니다.

이런 점들을 나열하기 전 이해를 위해 MakerDAO의 운영 과정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위 문단들에서, MakerDAO는 DAI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사용하는 요소 중 Stability fee와 DSR이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Stability fee는 일종의 담보대출 사용료로, Liquidation penality(MakerDAO에서 CDP가 청산될 경우 청산 패널티도 같이 받습니다) 및 PSM 수수료와 같이 Surplus Buffer라는 MakerDAO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금고에 보내집니다. 그리고 이 금고가 일정 수준(2021년 3월 기준 전체 DAI의 2% 가량) 이상 차면, 해당 수준을 넘는 DAI는 MKR를 구매해 소각하는데 쓰여집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MKR 가치가 상승하는 원인입니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기업이 남는 잉여 현금으로 자사주를 구매해 소각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DSR은 이 Surplus Buffer에 남아 있는 DAI를 이용해 지급됩니다(링크 참고).

정리하면, MakerDAO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인 MKR 홀더들은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들이 잘 되었을때 자신이 소유한 MKR 가치도 같이 올라가게 됩니다.

  1. 대출 수익: 많은 사람들이 stability fee를 내고 자신의 자산을 담보로 DAI를 발행하였을 때
  2. 청산 수익: 담보물이 청산되었을 때
  3. 트레이딩 수익: USDC를 담보로 DAI를 발행하였을 때(0.2% 수수료로 매우 작고 즉각적으로 일어나기에, 트레이딩 수익으로 분류)

트레이딩 수익을 제외하면, MakerDAO 수익이 발생하는 지점들은 타 담보대출 프로토콜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대출 수익입니다. 즉, MKR 홀더들은 DAI가 단순히 많아지는데 대한 수익을 얻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MakerDAO에서 담보대출을 해가야 수익을 얻습니다. 그 과정에서 DAI도 많아집니다.

담보대출 프로토콜과 비교: 담보대출에 최적화된 사용료가 아닌 DAI의 가격 안정성을 위한 리스크 파라메터 조절

일반적인 다른 담보대출 프로토콜 혹은 거래소 등에서 제공하는 담보대출 서비스의 경우, 해당 담보대출에 대한 수요와 공급 및 관련 리스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담보대출에 대한 가격이 정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해당 분야의 대표적인 담보대출 프로토콜인 Compound의 경우, 해당 담보대출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른 utilization을 고려해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가 정해집니다.

Source: https://compound.finance/markets/ETH

이렇게 알고리즘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담보대출시장 자체의 수요와 공급을 통해 서비스 사용료를 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용료 중 일부를 프로토콜이 수취하여 가격 안정화에 사용하거나, 해당 프로토콜의 토큰 홀더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갈 수 있도록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MakerDAO는 담보대출 프로토콜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부 서비스들 및 타 대출 프로토콜들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Stability fee, 즉 해당 대출에 대한 가격은 이런 경쟁을 하기 위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잘 해 내야 MakerDAO 커뮤니티, 즉 MKR 홀더들이 궁극적으로 재무적 이익도 얻게 됩니다. 그래야 MKR의 가치도 올라가고, 그에 비례해 향후 혹시 발생할 추가 부채를 더 손쉽게 갚을수 있습니다. 이는 그러한 추가 부채를 MKR을 추가로 발행하여 갚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MakerDAO의 경우 타 담보대출 프로토콜과 달리 DAI의 가격 안정성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복잡성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모종의 이유로 인해 DAI 가격이 $1 이상이 된다면, 앞 문단에서 언급했듯 Stability fee를 올려 DAI 공급을 제한하고, DSR 을 올려 수요를 증진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조정 메커니즘은

  1. MakerDAO 외 다른 담보대출 프로토콜 및 서비스들이 이미 더 높은 대출 금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담보대출 자체의 수요와 공급보다는 외부 요인을 고려해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더불어 DSR은 궁극적으로 MKR 소각에 사용될 재원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MKR 홀더의 이익을 미리 지출하는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DSR을 통한 지출이 직접적으로 더 많은 담보대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기도 합니다. 사용자들이 DSR만을 받기 위해 담보대출을 받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조정들이 DAI의 가격을 안정화해 궁극적으로 MakerDAO 커뮤니티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담보대출 프로토콜이라면 굳이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타 담보대출 프로토콜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담보대출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DAI 가격 안정화라는 고려해야 할 추가적인 요소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복잡성은 ‘담보대출’ 카테고리에서 다른 서비스들과 경쟁하는데 있어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이 담보대출 서비스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조정하는데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밑의 사진은 ETH 담보대출에 대한 각 서비스의 이자율 표입니다. 참고로 MakerDAO의 경우 2%가량이며, Collateral ratio는 약 145%입니다. 반면 Aave의 경우 보시듯 0.07%의 이자율과 125%의 Collateral ratio, 마지막으로 Compound의 경우 2.97%의 더 높은 이자를 가지고 있지만 130% 가량의 Collateral ratio를 가집니다.

Source: Coinmarketcap, 2021.9.14

그리고 일정부분 이러한 차이들로 인해, ETH 담보대출 시장에서 타 담보대출 프로토콜들의 성장에 비해 최근 MakerDAO는 비교적 저조한 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Aave가 Flash loan 등의 새로운 기능들을 앞세워 최근 많이 성장하였고, Compound도 성장한데 반해 MakerDAO의 경우 1년 전보다 오히려 담보대출량이 줄었습니다.

Aave의 ETH 담보대출량 성장세. Source: Defillama
Compound의 ETH 담보대출량 성장세. Source: Defillama
MakerDAO의 ETH 담보대출량 성장세. Source: Defillama

그리고 밑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MakerDAO 수익의 많은 부분은 ETH 담보대출에 의하여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는 것은 MKR 커뮤니티에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Source: Dune Analytics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과 비교: 담보자산 대출로 인한 제한된 확장성

또 하나의 문제는, DAI를 만드는데 있어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다면 암호화폐 등의 타 자산군을 과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때문에 DAI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맞춰 확장성 있는 공급을 하는것이 많은 부분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을 거치지 않고서는 DAI를 발행하기 위해서 ETH 등의 자산을 과담보로 해야 합니다. 참고로, 2021.9 기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담보중 약 80% 가량은 ETH 담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담보는 대부분 ETH 에 레버리지 베팅을 하기 위한 트레이더들의 수요로 생성되게 됩니다. 그리고 트레이더들의 ETH 담보대출 수요는 DAI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와 불일치할 수 있습니다.

Source: Coingecko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TH 의 시가총액이 커질수록 ETH에 레버리지 롱 포지션을 잡게 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DAI는 ETH의 시가총액과 거의 유사하게(상관계수 0.94) 커져 왔습니다. 따라서 실제로도 DAI는 많은 부분 ETH에 대한 레버리지 롱 포지션 수요에 따라서 시가총액이 커진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점인데, USDC의 경우 만약 USDC의 가격이 $1보다 높아진다면 즉각적으로 현금으로 USDC를 새로 민팅해 차익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USDC의 가격이 $1보다 높다는 것은 USDC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높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가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DAI의 경우 위에 서술했던 PSM(USDC로 DAI 발행해 fiat-stablecoin과 같이 추가 공급에 의한 차익거래가 가능하게 함) 도입 전에는 DAI의 수요만큼 공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을때, ETH 등의 담보만으로는 DAI를 확장성있게 공급하는 것이 실제로도 어려웠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다음과 같은 예시로 DAI의 수요에 맞춘 공급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AI의 가격이 시장에서 $1.03에 거래된다고 가정 하겠습니다. 즉 DAI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죠. 이 때 가격을 다시 $1로 돌리려면, 새로운 DAI가 최소한 $1.03가격 밑으로 발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ETH로 다이를 공급하려면, $1 가치의 ETH로는 $1 DAI를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145%의 ETH 과담보를 해야 하고, 2%의 stability fee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순전히 이런 차익거래를 위해서라면, ETH 과담보 대출은 비합리적인 선택지입니다.

결론적으로 MakerDAO의 작동 방식이 담보대출 프로토콜과 유사하기 때문에, 담보대출 수요를 넘어서는 DAI를 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ETH 등의 담보대출을 하지 않고 DAI의 수요에 맞게, $1 peg를 유지하면서 DAI를 공급하는 방법은 위에 언급했던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을 담보화 하는 것입니다. 현재로는 전체 자산중의 일부(하지만 50%가 넘습니다)로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지만, 만약 이 비중이 확대되어 70~80%를 넘어갈 시점에는 ‘왜 USDC를 쓰지 않고 굳이 DAI를 써야 하지?’ 라는 물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계들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

MakerDAO는 위에 언급한 한계들, 특히나 DAI의 확장성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더리움 위에서의 성장세가 정체되자, 크게 두가지 영역에서 담보물을 추가시키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첫번째는 다른 Defi 프로토콜과 같이 멀티체인으로 메이커다오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며, 두번째는 계속해서 실물자산들을 MakerDAO 프로토콜위에 새로 올려 나가는 것입니다.

멀티체인 전략의 경우 이더리움의 Layer 2 솔루션들을 첫번째로 단순히 DAI를 타 체인으로 이동시키는것 뿐만이 아니라, 해당 체인에서 MakerDAO 프로토콜을 통해 직접 DAI 생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1년 하반기 Optimism에서부터 동작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추후 L2솔루션 및 체인들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MakerDAO 커뮤니티에서 이뤄진 구체적인 논의들은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글 서두에 언급했듯, 2021년 4월, MakerDAO는 Centrifuge 라는 실물 자산 브릿지를 통해 New Silver 라는 부동산 대출 서비스업체의 관련 채권을 Maker 프로토콜에 담보자산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특히나 이러한 실물자산이 블록체인 위로 올라올 수 있게 되는 것은 MakerDAO의 향후 성장에 있어서도 매우 큰 기회인데,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보다 이미 훨씬 더 큰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담보물을 확장시키는 것 외로도, MakerDAO는 기존의 과담보 시스템을 약간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MakerDAO는 Aave와 같이 협력하여 D3M(*Maker Direct Deposit Dai Module)*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중인데, 이 모듈은 쉽게 말해 DAI를 빠르게 발행하여 Aave의 변동이자율에 일종의 최대값을 보장해 줄 수 있게 하는 모듈입니다.

Aave와 같은 담보대출 프로토콜은 변동이자 담보 대출 상품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동 이자는 변동성이 커 대출자들로부터 대출 비용을 미리 계산하기 어렵게 만들게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D3M 모듈은 최대 변동 이자율을 정하고(e.g. 4%) 시장의 DAI에 대한 초과 수요로 인해 이자율이 4%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갈때 DAI를 먼저 발행해 해당 DAI 대출 시장에 다시 채워 넣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수요가 낮아지면, 기존에 발행되어 해당 담보대출 풀에 넣어졌던 DAI 유동성은 다시 회수되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적으로 DAI는 항상 어떠한 담보를 가지고 발행되었는데 D3M에서는 일단 먼저 발행이 되고, 그 후에 DAI를 예치하고 받게 되는 aDAI 토큰(일종의 채권)이 이후에 담보가 되는 구조라는 것 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발행될 수 있는 DAI의 갯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Source: https://governance.aave.com/t/the-maker-direct-deposit-dai-module-d3m/3514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으로 DAI가 가지고 있는 과담보 상태를 레버리지해 추가 DAI 발행에 대한 담보가 단기적으로 있지 않더라도 신규로 DAI를 발행할 수 있는 것이라서, 앞으로 충분한 리스크 관리 하에 이뤄진다면 DAI의 확장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ummary: Sound Money?

MakerDAO의 DAI에 대한 설명. Source: https://makerdao.com/en/

MakerDAO의 홈페이지나 백서에는 DAI가 ‘Sound money’가 되겠다는 말은 없습니다. 다만 먼 미래 하나의 sound money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서두에 언급되었듯 결국 과담보로 생성된 토큰은 그 담보물의 가치가 해당 토큰의 최소 가치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동의하는 화폐 혹은 자산의 basket에 해당 토큰의 가격을 동일화시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더 직접적으로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자산들/화폐들을 담보로 잡아 토큰을 발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는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담보화를 하지만, 앞으로 블록체인 위에 더 다양한 자산과 화폐들이 올라온다면 이러한 자산들을 담보로 이용하여 sound money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회도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MakerDAO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만약 sound money를 만드려고 시도한다면, 크게 다음 부분들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 담보자산의 다양화: 담보자산의 다양화는 이미 MakerDAO가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DAI 발행 담보 대부분이 암호화폐와 실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DAI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DAI 발행량을 늘리기 위해, 암호화폐 및 달러와 상관관계가 적은 자산군을 편입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2. 담보대출 시장에서의 경쟁우위: 본 글에서 언급했듯, MakerDAO는 담보대출 프로토콜인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MakerDAO가 decentralized currency의 지위를 유지하고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 담보 종속을 피하려면, 담보대출 시장 자체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3. 강력한 가치안정화 알고리즘: 마찬가지로 본 글에서 언급했듯, 현재 MakerDAO의 가치안정은 사실상 많은 부분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아비트리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만약 DAI의 가치안정화가 지속적으로 대부분 현재와 같이 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아비트리지로만 이뤄진다면, DAI의 담보중 점점 더 많은 부분을 fiat-backed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극단적으로 90%의 담보자산이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면 DAI라는 스테이블코인이 새롭게 존재해야 할 이유가 많이 희석되므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가치안정화 수단들에 더해 새로운 방식의 가치안정화 알고리즘 혹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반면, Sound Money를 만드는데 있어 (다양한 담보자산이 구성되었다는 전제 하에) MakerDAO가 가지는 확장성의 한계는 오히려 장점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금본위제가 많은 결점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가 마음대로 돈을 발행할 수 없게 한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었고 이는 곧 sound money를 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말 화폐로써 많이 쓰이기 위해서는 실물 경제 성장과 연동되는 다양한 자산군들을 담보물로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DAI가 많이 발행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의 글에서 1) MakerDAO의 개략적 소개와 최근(2019~2021)의 업데이트들, 2) 가격 안정화를 중심으로 한 MakerDAO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 가능성, 3) 만약 MakerDAO 시스템을 활용해 Sound Money를 구성한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지 알아 보았습니다. DAI는 새로운 실험임에도 2017년 출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출렁임과 같이 여러번의 위기들을 잘 버텨 왔고, 이러한 위기들을 잘 극복하며 프로토콜을 개선시켜 왔습니다(DSR, Liquidation 2.0, 담보물의 다양화 등). 그리고 비록 한계점 또한 가지고 있지만, MakerDAO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문구인 ‘Dai is a stable, decentralized currency that does not discriminate. Any individual or business can realize the advantages of digital money.’ 라는 목표는 잘 이뤄내 온 것 같습니다. 과연 앞으로 MakerDAO가 하나의 sound money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치열한 decentralized finance 분야에서 성장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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