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사법 플랫폼(Decentralized Justice Platform) — 1편

zorba k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17 min readMay 5, 2023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에서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Decentralized Justice Platform)’를 주제로 Weekly Session에서 발표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Author

김응철(@Do_whatilove), 장재석(@jaymayday_eth)

Seoul Nat’l Univ. Blockchain Academy Decipher(@decipher-media)

Reviewed By (박찬우, 하성환, 임요한)

1. 들어가며 : Decentralized Justice에 관하여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사법 시스템과 그 중 일부가 블록체인으로 구현되는 사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기존 사법 시스템은 소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크게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민사사건에 관한 소송이며 ‘민사사건’이란 민법·상법 등 사법(私法)에 의하여 규율되는 대등한 주체 사이의 신분 상 또는 경제 상 생활관계에 관한 사건을 말합니다. 그러나 사법상의 생활관계가 모두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대등한 주체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형사소송은 “사인(私人)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관한 사건(형사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민사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 구별됩니다. 형사소송은 검사가 범죄혐의자(피의자)를 상대로 법원에 공소제기를 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심리한 결과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되면 사형, 징역형, 벌금형 등의 형벌이 부과됩니다.

피고인에 대한 형벌권은 국가의 독점적인 권한이므로, 본 연구에서는 형사 부분은 제외하고 사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법 상의 법률관계 중 일부에 관하여 소위 웹 2.0 및 웹 3.0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기존 사법 시스템은 국가에 의하여 부여된 1. 신뢰와 2. 강제적인 집행력을 갖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사인 간 분쟁에서 정당하게 승소한 일방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구했던 바를 국가 공권력을 통하여 강제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법 시스템 덕분에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사인들 사이에 분쟁이 해결되거나 악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신뢰와 집행력의 요소를 모두 온라인 혹은 온체인 상 실현할 수 있다면, 사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인 간 관계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집행력’은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등으로 확보할 수 잇는 여지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상상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현될 수 있는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코드로 기록할 수 있는 계약서로 볼 수 있으며, 위 코드에 따라 기록된 대로 스스로 실행(집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스마트 컨트랙트가 특정 조건에 의하여 실행되어야 한다면, 그 조건의 성취를 판단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주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컨트랙트 자체로서 온전히 집행력을 확보할 수는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서 기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을 탈중앙화된 사법 플랫폼(Decentralized Justice Platforms)으로 해결하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처럼 쌍방 당사자가 특정 계약의 조건의 성취와 관련하여 다툼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판단하여 해결해주는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으로서 Jur, Aragon, Kleros 등이 있습니다.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Decentralized Justice Platforms)은 블록체인 기술이 지원하는 ‘디지털 법원’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은 통상 배심원들이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배심제를 체택하고 있는바, 필요한 배심원단을 모아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들은 해결 절차에 관한 투명성, 집행력 등을 보장하기 위하여 통상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로 그 과정을 인코딩합니다.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내재된 조건의 해석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낮추고 블록체인에 구축된 많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체인 상에서 사인 간 분쟁을 해결하려는 개념과 접근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며, 소위 웹2.0에서 이루어지던 ‘온라인 분쟁 해결(ODR: Online Dispute Resolution)’ 시스템을 참고하여 발전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아래의 순서로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영감과 시초가 되었던 Web2의 ‘온라인 분쟁 해결(ODR: Online Dispute Resolution)’ 사례를 살펴봅니다.
  2. 탈중앙화 사법 시스템의 사업 구조(Business Model)와 선순환 구조를 분석해 봅니다.
  3. 기존 사법 시스템에 관한 사회적 비용에 관한 곡선 그래프를 구성해 보고,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경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 봅니다.
  4. 현재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Jur, Aragon, Kleros 팀의 각 플랫폼을 살펴보고, 그 중 가장 이용 사례가 풍부한 Kleros에 관하여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5. 앞서 살펴 본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현실적인 한계와 발전할 방향성에 대하여 짚어보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2. Web2의 온라인 분쟁 해결(ODR: Online Dispute Resolution) 구조

온라인 분쟁 해결(ODR)은 재화 판매자와 고객 사이 B2C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 분쟁 해결의 기본적인 개념은 실제 생활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툼과 분쟁 상황을 ‘온라인’으로 옮겨와서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기존의 사법 시스템으로 처리하기에는 경제적인 비용 때문에 다루기 어려웠던 소액사건 등 분쟁을 온라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궁극적으로 감소되는 결과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eBay와 같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소액사건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바, 온라인 분쟁 해결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전자 상거래가 탄생하고 번창한 미국에서 주로 이루어 지게 됩니다. 이하에서 온라인 분쟁 해결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 SquareTrade의 사례

온라인 분쟁 해결의 대표적 사례로 eBay 분쟁해결센터 및 SqareTrade가 있으며, eBay 이용자는 이하 일련의 과정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Bay를 이용하여 재화를 매수한 자가 매도인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매수인은 eBay의 온라인 분쟁 해결 파트너 회사인 ‘SquareTrade’ 웹사이트에 가입을 하도록 안내 받습니다. 일방 당사자는 SquareTrade 웹사이트에서 해당 분쟁이 어떤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양식화된 신고서를 작성합니다. 당사자가 이를 제출하면 SquareTrade는 자동으로 생성된 이메일 주소를 통해 연락을 취합니다.

SquareTrade가 구축한 통신 엔진은 각 당사자들에게 참가를 촉구합니다. 진행되는 절차는 비동기적인 통신수단을 이용하므로 당사자는 자기 편의에 따라 참여할 수 있으며 이메일로 진행 상황과 함께 보안 영역이 암호화되어 전송됩니다. 일방이 작성하여 제출한 신고서는 이전의 수많은 사례들과 그 해결을 위해 제공된 방안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하여, 포섭가능한 분쟁 유형에 배열되고, 이어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게 합니다.

[직접 협상] SquareTrade가 제공하는 온라인 분쟁 해결 서비스는 일차적으로 당사자 사이 ‘직접 협상’입니다. SquareTrade의 직접 협상 프로그램에서 당사자들은 적절하게 평가된 정보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력을 받습니다. SquareTrade는 거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각각의 분쟁 유형에 맞는 해결책을 생성하는 프로세스를 통제하여, 협상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당사자들은 물리적 위치의 제약을 받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각 분쟁 별로 축적된 데이터 중 우선 순위 데이터를 제공하여, 당사자가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에 도움을 주며, 이로 인해 분쟁 해결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SquareTrade 웹사이트 화면]

[조정] SquareTrade의 조정인은 양 당사자가 직접 협상으로 분쟁 해결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 당사자 중 한 명의 요청으로 개시될 수 있습니다. 조정인은 SquareTrade의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분쟁 해결을 수행하며, SquareTrade 내의 분쟁 해결 전문가 지원팀과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적절한 분쟁 해결을 시도합니다. 조정인은 해당 분쟁의 유형이나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자로 지정됩니다. 조정인은 당사자들에게 분쟁해결을 위한 조정합의서를 작성하여 제공하게 되는데 이를 수락하기 위해 당사자들은 온라인 시스템에서 ‘동의’ 버튼을 클릭하면 됩니다.

[eBay 분쟁을 해결한 SquareTrade 실제 조정 사례]

뉴욕 주에 사는 John은 eBay 사이트에서 캔자스 주에 사는 Claire로부터 가죽의자를 800달러에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John은 가죽의자에 곰팡이가 슬어 냄새가 나자 매도인 Claire에게 이메일을 보내 환불을 요청하였지만, Claire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John은 eBay에 연계된 SquareTrade로 이동하여 온라인으로 분쟁을 제기합니다. John은 SquareTrade의 자동화된 직접협상을 이용하여 해당 분쟁이 어떤 분쟁유형에 해당하는지를 정합니다. Claire는 이 내용을 SquareTrade가 생성한 이메일을 통해 통보받았고, 암호화된 case page로 이동하여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John과 Claire는 SquareTrade의 보안된 페이지 내에서 각각 의사결정을 통해 협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합의에는 실패합니다.

John은 둘 사이에서는 해당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SquareTrade에서 온라인 조정인 Mike를 선임합니다(SquareTrade에서 선임할 수 있는 조정인은 반드시 법률가일 필요는 없으며, Mike는 변호사는 아닙니다). Mike는 위 분쟁을 조정하며, 해당 가죽의자가 배송 중에 곰팡이가 슬었을 가능성이나 이미 곰팡이가 슬었어도 Claire가 야외 시장에서 구매하여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의점을 타진했습니다.

위와 같은 Mike의 조정 과정에서 John은 결과적으로 가죽의자를 소유하기를 원했고, Claire는 eBay 사이트에 기록이 남게 되는 판매자 평판에 부정적인 리뷰가 남지 않기를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Mike가 위 조정과정에서 종국적으로 제시한 권고안은 “가죽 의자를 세탁할 것”이었습니다.

John과 Claire는 해당 권고안을 받아들였고, 조정인 Mike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정 합의서를 확정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Claire는 총 세탁비용 150달러 중 100달러를 John에게 지급했습니다. 위 분쟁해결에 소요된 시간은 총 20일에 불과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강제력 없는 조정 절차를 ‘온라인’ 상으로 옮겨서 SquareTrade와 같은 확립된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도 소액사건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를 통하여 전자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온라인에서 처리하는 방법의 유용성을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분쟁 당사자 사이 대면 없이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절차를 통하여, 신속하고 편리한 분쟁 해결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둘째, 누가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 John과 Claire가 원하는 해결책으로서 양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분쟁 당사자 사이 비난이나 적개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넷째, eBay 입장에서는 SquareTrade가 양 당사자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여 eBay에 대한 좋은 평판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다섯째, 뉴욕 주(매수인 거주지)에서 캔자스 주(매도인 거주지) 간의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저렴한 비용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정’이라는 절차 자체가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이용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임의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해당 문제를 강제로 해결할 수는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나. Modria의 사례

eBay와 Paypal에서 온라인 분쟁 해결 프로그램을 만든 Colin Rule은 2011년경 ‘Modria’를 설립하였으며, Modria는 2016년 공공 기관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Tyler Technologies에 인수되었습니다. Modria는 1백만 건 이상의 분쟁을 다루었으며, 전통적인 방법에 비하여 50% 이상 빠르게 분쟁을 해결하고 있으며, 2022년 매출액은 $7,687,000 USD입니다.

앞서 살펴본 SquardTrade의 성공 이후, Modria는 ‘온라인 분쟁 해결’이 전자 상거래 이외의 영역, 특히 공공 부문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Modria가 제공하는 온라인 분쟁 해결 소프트웨어는 법원, 검찰, 경찰, 수용시설 등 일련의 사법 시스템의 모든 개별 사무실에서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간이나 비용의 절감은 물론 중복 절차를 제거하고 이로 인한 오류를 방지할 수도 있으며 최종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 절차의 진행에 기여합니다.

Modria는 가장 일반적이고 대량으로 제기되는 임대차 분쟁이나 소액 사건 등에 대해 법원이 온라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제공합니다. Modria는 다음의 그림을 통해 위 시스템이 소액 사건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사업 구조 및 선순환 구조에 관하여

온라인 분쟁 해결에 영감을 받은 소위 웹3의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은 기존 사법 시스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사업 구조와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Yann Aouidef, Federico Ast, and Bruno Deffains가 작성한 논문 ‘Decentralized Justice: A Comparative Analysis of Blockchain Online Dispute Resolution Projects’에 의하면,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은 분쟁 해결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시장(Marketplace)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구조]

배심원들은 관련 정보를 처리하여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기술을 파는 공급 측(Supply side)이며, 분쟁 당사자들은 시장의 수요 측(Demand side)입니다.

더 많은 배심원이 분쟁 해결을 위한 서비스 공급자로 참여함에 따라 기존 방식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분쟁 해결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배심원들이 제공하는 판결 서비스의 품질은 해당 배심원들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의해 보장되며, 이는 제도권 분쟁 해결 시스템인 법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전통적인 법률 및 중재 시스템은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가 법률 서비스 제공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이와 같은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여 저비용 분쟁 해결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선순환 플라이휠(fly wheel)의 순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하는 네트워크 효과]
  1. 당사자들이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에 가입하여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2. 당사자들의 분쟁 해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3. 이에 배심원들도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에 가입을 합니다.
  4. 배심원들의 가입으로 인한 중재 서비스의 공급이 더 많아집니다.

이처럼 매 사이클 마다 더 많은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므로, 결과적으로 배심원들의 향상된 전문성은 더 합리적이고 저렴하고 빠른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배심원 공급과 분쟁 당사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 시장 조정 메커니즘(수요와 공급) 등으로 인하여 해결 비용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분쟁 당사자들은 적절한 배심원이 구축되어 있어야 플랫폼에 가입하려 하며, 배심원들은 분쟁 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공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전통적인 문제에 빠질 수 있습니다.

4. 사법 시스템에 관한 비용 곡선

Allen, DWE, Lane, AM and Poblet, M.은 “The Governance of Blockchain Dispute Resolution“ 논문에서, 분쟁 해결 가능 한계 곡선(Dispute Resolution Possibility Frontier)을 제안합니다.

분쟁 해결 시스템에 대한 독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X축으로,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Y축으로 제시하며, 거버넌스의 상충관계(trade-off)를 보여줍니다.

위 논문에서는 네 가지 분쟁 해결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데, 1. 구속력 없는 협상이나 조정(Private Orderings), 2. 선택된 중재인에 의한 구속력 있는 사적 중재(Arbitration), 3. 구속력 있는 판결을 선고하는 법원(Courts), 4. 일방적 강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규제 사회(Regulatory State)가 그것입니다.

위 각 분쟁 해결 시스템 순서대로, 독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감소합니다. 즉, 독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다만, 위 논문의 한계 곡선은 각 분쟁 해결 시스템 마다 독재로 인한 사회적 비용 및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경향성을 제시한 점은 타당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반비례 곡선의 한 그래프 위에 모든 분쟁 해결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나, 해당 그래프의 곡선의 방정식 등에 관하여는 자세한 논증이 생략되었는바, 위 그래프는 단순한 경향성만을 보여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위 논문은 분쟁 해결 비용 곡선이 아래와 같이 탈중앙화 사법 시스템의 경우에는 DRPF2 그래프로서 원점에 더 가깝게 평행이동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다만, 이에 대한 근거는 달리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뒤에서 살펴볼 Jur, Aragon, Kleros 등 각 탈중앙화 사법 플랫폼(Decentralized justice platform)은 원점에 더 가깝게 평행 이동한 곡선 DRPF2 상 어느 지점에 위치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확히 어디에 존재하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초 분쟁 해결 비용 곡선을 제시한 이유와 실효성이 없으므로, 대략적으로 각 탈중앙화 플랫폼의 모습에 따라 위 곡선 상 대략 어느 지점에 위치할 수 있을지 혹은 위 비용 곡선 상 경향성 등이라도 서술하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위와 같은 2차원 그래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정보인 경제적 비용 요소도 ‘z축’으로서 추가하여 3차원으로 구성하게 되면, 해당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 더 바람직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편에서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