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NYC, 뒤늦은 후기

Changwoo Nam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12 min readAug 7, 2022

글에 들어가기 앞서서, 본문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글이며, 투자 의사 결정에 대한 근거로 사용될 수 없음을 밝힙니다.

목차

  1. NFT NYC에 가다
  2. 홀더들에게 NFT가 가지는 의미
  3. NFT 씬에서 Marketplace가 가지는 독보적 위상
  4. NFT Finance의 등장과 성장, 그리고 남은 과제들

1. NFT NYC에 가다

NFT NYC 2022가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 간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뉴욕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NFT NYC는 NFT 관련 컨퍼런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로 201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15000명 이상이 참가하였습니다.

저는 현재 블록체인 데이터와 ML 모델을 이용해 NFT valuation을 하는 NFTBank라는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 NFT 씬의 유저들을 직접 만나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행사라고 생각해 회사 차원에서 NFT NYC에 단체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은 6월 18일 토요일에 뉴욕에 도착하였는데, 도착한 날을 전후하여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하여 한 때 1ETH이 9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였습니다. 농담 삼아 컨퍼런스가 장례식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NFT NYC에서 만난 이들 중에 이더 가격을 문제 삼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들은 NFT 자체가 주는 커뮤니티 기능 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거나, 금전적 가치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하락에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크립토와 NFT 씬 전체가 추세적인 하락장 속에 있는 와중에 열린 행사라 분위기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할 만큼 NFT NYC의 분위기는 밝았습니다.

NFT NYC에서 열린 행사들은 타임스퀘어의 행사장에서 열리는 메인 세션과 각 프로젝트별로 주최하는 사이드 이벤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메인 세션의 경우 연사들이 너무 많고 뉴욕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의 이점이 별로 없었습니다. 세션이 끝나고 질문 시간이나 세션 간 휴게 시간이 짧아 유의미하게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사이드 이벤트가 NFT NYC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PFP 프로젝트, NFT 금융 프로젝트, VC/DAO 등이 각각 프라이빗한, 혹은 퍼블릭한 사이드 이벤트를 열고, 그 곳에서 네트워킹을 하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가장 화려했던 사이드 이벤트는 wall street 부근의 Pier 17에서 열린 BAYC 행사였습니다. 실외에 거대한 ape 모형과 돛의 ape 그림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행사장 내부에 있던 굿즈 매장은 BAYC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BAYC 이외에도 doodles, coolcats 등 블루칩 PFP 프로젝트에서 여는 행사들은 홀더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doodles는 doodles 2의 런칭을 소개하며 향후의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렇듯 주요 사이드 이벤트들은, 프로젝트 홀더들을 만족시키고 홀더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행사 기간 동안 여러 PFP 프로젝트들의 Floor price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0%까지 치솟았습니다.

메인 세션과 사이드 이벤트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총 세 가지 측면에서 인사이트를 정리해보았습니다.

2. 홀더들에게 NFT가 가지는 의미

PFP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프로젝트 홀더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것 자체에 목표를 두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다수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만나본BAYC 홀더들은 요동치는 NFT 가격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커뮤니티가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는 다소 회의적인 질문을 던져도,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장담 못하지만 지속되는 동안 즐기면 그만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NFT라는 새롭게 열리는 기회의 초창기에 얼리 어답터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투자 목적이 아니다 보니, 여러 PFP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가진 가장 비싼 NFT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 NFT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습니다.

이렇게 토큰 가격이 아니라 NFT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이들은 작년 8월부터 진행된 PFP summer 이전에 토큰을 구매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큰 수익을 낸 사람들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유저들이 많다면, NFT의 향후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NFT의 가격 추이를 관찰하기 앞서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다른 요소에 대한 선행 분석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가격이 오를 프로젝트는 홀더들을 만족시킬 프로젝트일 것이고 그것은 시장 거래에 포착되기 전에 정성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이외에도 흥미로웠던 포인트들이 몇 가지 존재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프로젝트 홀더 집단 내에서도 진입 시점에 따라서 암묵적으로 reputation의 위계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디스코드 내에서 그림은 똑같은데 닉네임이 계속 바뀌는 걸 보면 홀더가 교체됐다는 걸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같은 닉네임으로 같은 profile picture를 오래 유지했던 이른바 OG(Original Gangster, 크립토 씬에서 오래 머문 사람을 지칭하는 말)들이 커뮤니티에서 더 대우받는다고 했습니다. 커뮤니티의 속성 중 하나가 구성원의 영향력이 모두 평등하지는 않으며 위계를 결정하는 커뮤니티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점인 것을 생각하면, PFP가 실제로 커뮤니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로 받아들였습니다.

아직까지도 NFT 씬이 초기 시장이다 보니,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시장의 미래를 내다 보고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이런 홀더들과의 대화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다만 뉴욕 한복판의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PFP 프로젝트에 진심인 사람들은 아웃라이어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들을 PFP 홀더 집단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겠다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트레이딩과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홀더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PFP의 내재적 가치를 얻는다기보다는, NFT 씬이 잠재력을 가진 초기 시장인 만큼 블록체인 씬이 성장할 때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필드로서, 다시 말해 레버리지된 투자처로 이해하고 NFT를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매크로 경제 상황이나 블록체인 씬 전체의 상황으로부터 출발하여 NFT 씬으로, 그 다음에 개별 NFT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탑 다운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편, 유동성이 더 적고 fungible token보다 훨씬 마이너한 분야에 굳이 투자하러 왔다는 것은 블록체인과 NFT 씬의 미래를 평균적인 투자자보다는 긍정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혔고 실제로 대화해봐도 그런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Fungible Token 투자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보니 NFT 투자에서도 fungible token에 투자할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얻고 싶어했습니다. 예를 들어 Floor Price의 Moving average라던가, 누적거래량 100만불 이상 프로젝트로 구성된 NFT Project로 구성된 시장 전체의 Market Cap 같은 정보들을 원했습니다.

3. NFT 씬에서 Marketplace가 가지는 독보적 위상

블록체인 씬에서 사실상 활성화된 유일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토큰의 거래다 보니, 거래소의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블록체인 씬 중에서도 상대적 신생 분야인 NFT에서는 거래소의 위상이 더욱 크다는 것을 해서 NFT NYC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Opensea에서는 단순 거래 기능 외에도 본인의 인벤토리를 확인하고, activity log를 확인하고, 본인이 소유한 컬렉션의 floor를 확인할 수 있고, floor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Opensea에서는 위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곧바로 액션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일 경우 곧바로 리스팅을 올려버리거나 제시된 offer를 승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곧바로 액션이 이어질 수 있는 편리함이 포트폴리오 매니징 서비스가 주는 편리함을 뛰어넘기 때문에, 거래소 플랫폼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보안 이슈 때문에 유저들이 지갑 연결을 극도로 꺼려한다는 것도 거래를 위해 지갑을 연결할 수밖에 없는 거래소 플랫폼의 지위를 강화해주고 있었습니다. 추가로 지갑을 연결하기 싫으니까 이미 지갑을 연결해 놓은 플랫폼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정말 확실한 니즈를 해결해줘야 지갑을 연결해서 거래소가 아닌 서드 파티 서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https://mobile.twitter.com/zxsasha_

결국 거래소가 스스로의 이해관계상 하지 못하면서도 편리한, 혹은 유리한 ‘거래’를 도와주는 서비스는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러 거래소를 비교해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매매할 수 있게 해주는 Market Aggregator입니다. gem.xyz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거래소 입장에서는 굳이 다른 거래소의 상황을 보여줘서 다른 곳으로 트래픽과 거래가 새어나가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마켓 어그리게이팅을 직접 지원할 수가 없지만, 서드 파티는 할 수 있습니다. LooksRare가 거래소 이용자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X2Y2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거래량을 늘려나가면서 작년에 관찰되었던 Opensea가 거래량의 거의 전체를 담당할 정도로 독점력을 행사했던 형국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습니다. 따라서 마켓 어그리게이팅 서비스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NFT Finance의 등장과 성장, 그리고 남은 과제들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졌던 PFP summer가 지나가고, 현재 NFT 거래량은 고점 대비 1/3 정도로 떨어진 형편입니다. PFP를 민팅하고 파는 단순한 스키마의 확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NFT 씬에서 next step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NFT의 단순 보유를 넘어서 NFT를 금융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들입니다.

NFT의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유동성의 부족입니다. 팔려고 할 때 바로 팔 수 없으며, 그렇다고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니 NFT 하나하나가 고유하다보니 담보물건의 가치 산정이 어려워 담보 대출도 그 동안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fungible token이 AMM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makerDAO, 컴파운드, 아베와 같은 담보대출 플랫폼들이 활성화돼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https://dune.com/gideontay/Dashboard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NFT lending platform들이 현재 급격히 활성화되는 단계에 있습니다. 유저들의 입찰과 수락을 통해 대출이 이루어지는 peer to peer 방식과, lender가 어떤 프로젝트에 대출을 해주기 위해 조성한 pool에 borrower들이 NFT를 넣고 담보대출을 받아가는 player to pool 방식이 존재하며 각각의 장점을 무기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격인 프로토콜은 NFTfi로, 대출 플랫폼 시장에서 가장 큰 loan volume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대표는 BendDAO, pine protocol 등이 있습니다.

윗 문단에서 언급한 플레이어들 외에도 Astaria, Genesis Trading, Arcade, Bridgesplit, Unlocked Finance 등 다수의 유망한 팀들이 lending platform 시장에 뛰어들려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Astaria는 런칭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고 이번 NFT NYC에서도 사이드 이벤트를 열어 교류를 후원하였습니다. 또한 담보대출 플랫폼에서 lender로 활동하는 기관인 Goblin Sax, 그들의 대출채권을 거래하여 수익 모델을 만들어낸 Metastreet 등의 플레이어들도 존재합니다. 아직 대출 시장의 파이는 전체 NFT 시장의 market cap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이토록 많은 팀들이 몰린다는 것은 씬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혔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담보 대출 시장에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우선 담보물건의 가치 평가가 프로젝트별 Floor Price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NFTBank가 제공하는 아이템별 valuation이 appraisal 지표로서 활용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직관적인 floor에 의존하는 비중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가치에 비해 담보가치가 저평가 되게 되므로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APR이 평균 50% 수준으로 높고, 대출 기간 또한 평균 한 달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2022년 8월 현재 NFTfi 기준, https://dune.com/browse/dashboards?q=nftfi 참조). PFP는 cash flow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므로 시장의 센티먼트에 따라 가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서,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는 반대급부로 APR이 높아야 합니다. 또한 대출기간이 늘어날수록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대출 기간도 짧은 것이죠. 리스크 평가 모델이 점차 성숙해지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임을 기대해야 합니다.

NFT NYC에서 만난 유저들도 이러한 대출 시장의 등장을 분명히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NFT로 대출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면 시도해보겠냐는 질문에는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답을 해주었습니다. 다만 높은 APR 등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는 NFT 씬 전체가 보편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파급되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무리하며

web3 업계에서는 유저들이 지갑 address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유저 집단이 누군지를 특정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NFT NYC라는 NFT에 진심인 유저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교류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NFT 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고, 내년 여름 다시 열릴 NFT NYC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해법들을 보며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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