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hain Voting :: How to embrace a voice (Chapter 1)

Eddy Song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18 min readJul 28, 2018

효과적인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위한 온체인 보팅 메커니즘 분석

차이새(Jesse Cha)
송범근(Bumgeun Song)
Seoul Nat’l Univ. Blockchain Research Group Decipher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에서 온체인 보팅 메커니즘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1편과 2편으로 나누어서 연재될 예정입니다.

Agenda

Chapter 1.

Ⅰ. 왜 온체인 투표를 통한 거버넌스가 필요한가?

  • Blockchain Governance to embrace a voice
  • On-chain Voting의 필요성과 장단점

Ⅱ. 투표 참여를 높이는 메커니즘

  • Smart contract Voting
  • Block Reward와 Voting의 연동

Chapter 2.

Ⅲ. 투표에 책임을 부여하는 메커니즘

  • Masternode Voting
  • Liquid Democracy

Ⅳ. 소수에게 투표권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메커니즘

  • Ticket lottery voting

Ⅴ. On-Chain Governance를 도입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Ⅰ. 왜 온체인 투표를 통한 거버넌스가 필요한가?

Exit or Voice

정치경제학의 고전 중 앨버트 허쉬만의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라는 책이 있다. 원제목은 <Exit, Voice, and Loyalty>다.

이 책은 조직에 변화가 필요할 때 구성원들의 반응을 2가지로 나눈다.

조직을 버리고 이탈(Exit)하거나,
남아서 항의하는 목소리(Voice)를 내는 것.

이탈 방식은 주로 시장 경쟁에 기반한 조직 체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고객은 특정 기업의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다른 기업의 제품을 고르면 된다. 고객이 이탈하는 기업은 결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따라서 이탈이 주로 기업을 변화시키기 위한 경고가 된다.

항의 방식은 주로 정치 영역에 해당한다. 정치는 다양한 방법과 강도로 표출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다. 정치에서는 조직을 이탈하기도 쉽지 않으며 대부분 변절, 비일관성 등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허쉬만은 이 책에서 이탈 방식과 항의 방식 중 어느 한쪽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조직의 경우에게는 이탈에 기반한 경쟁 체제가, 어떤 조직에게는 이탈을 억제하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용한 방향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교육의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사회 문제가 있다고 해보자. 정부는 공립학교라는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사립학교를 많이 세워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불만이 있을 때 쉽게 이탈할 수 있도록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이탈에 기반한 경쟁 체제 이후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은 오히려 낮아진다.

이탈이 항의 방식을 잠재우기 때문이다. 사립학교가 없었다면 공립학교에 남아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촉진할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사립학교로 떠난다. 그 결과 공립학교는 항의의 목소리를 잃게 되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공립학교에게는 이탈보다는 항의가 더 좋은 수단이다.

Blockchain Governance to embrace a voice

허쉬만의 통찰을 블록체인에 적용해보자.

블록체인 생태계의 발전 방식은 이탈에 기반한 경쟁 체제다. 기업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어떤 블록체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나 쉽게 서비스를 떠날 수 있고, 주주들이 기업의 전망이 좋지 않거나 의사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듯이 블록체인의 참여자들도 토큰을 팔아버릴 수 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이 기존 블록체인을 그대로 복사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블록체인은 자연스럽게 토큰 가격이 떨어지고, 그 블록체인을 포크한 새로운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도태된다. 블록체인은 적자 생존의 방식으로 발전해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이탈(Exit) 중심의 변화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번째, 이탈은 네트워크를 파편화시킨다.

블록체인은 오픈 소스이고 네트워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이 네트워크의 상태를 그대로 복사해서 하드 포크를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경우 전체 참여자들은 2가지 네트워크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갈라지게 된다. 하드 포크가 반복되면 네트워크의 크기는 줄어들고, 파편화된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의 속성을 띈다. 즉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 많을수록 가치있어진다. 네트워크의 참여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것이 네트워크다.

파편화된 네트워크는 각각의 가치 자체가 하나로 통합된 네트워크보다 훨씬 작다. 메신저가 대표적인 네트워크다. 예를 들어 내가 카카오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카카오톡과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하드 포크를 할 수 있다면 같은 메신저를 쓰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메신저의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두번째, 이탈 위주의 방식에서는 건설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다.

블록체인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 중앙 주체가 없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이탈을 하기만 하면, 이 조직을 발전시킬 사람이 없다. 참여자들 스스로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계속해서 더 나은 기술과 정책을 가진 네트워크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즉, 이탈은 너무도 쉽지만 ‘탈중앙화’와 ‘네트워크’라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이탈만 해서는 건설적인 발전도, 네트워크 효과도 얻기 어렵다. 따라서 블록체인에서는 이탈(Exit)을 억제하고, 항의(Voice)를 잘 반영하는 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해진다. 항의가 유효한 수단이라면 이탈을 하기 전에 구성원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Vote on blockchain: On-chain Voting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거버넌스에 반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투표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투표를 하고 다수결로 결정한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경험해본 의사결정 방식일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에서의 투표는 일반적으로 2가지 특징을 지닌다.

#1. 블록체인에 기록 (On-chain)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블록체인에서 투표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투표의 규칙, 투표 정보, 투표 결과가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되어야 한다.

#2. 1토큰 1표(One token, One vote)

신원 증명이 존재하지 않는 블록체인에서는 사실상 1인 1표란 불가능하다. 1주소 1표를 사용한다면 누구나 주소를 만들어내서 쉽게 자신의 표 수를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온체인 투표는 기본적으로 1토큰 1표의 원칙을 따른다. ‘토큰’은 블록체인 내에서 명확하게 추적되고 희소성을 가지는 데다가 이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관계를 뜻하기도 하는 좋은 기준이기 때문이다.

온체인 보팅(On-chain Voting)의 장점

온체인 보팅 (앞서 말했던 블록체인 상의 투표를 이제부터 온체인 보팅이라고 부르겠다)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온체인 보팅의 장점은 특정 사안에 대해 명시적이고 투명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0명이 모여서 다 같이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100명의 그룹에는 리더가 없어서 그냥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다들 따라가고 있었다. 길이 한 길로 이어져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중간에 갈림길이 나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100명의 사람들은 모두 자유로운 개인이기 때문에 각자 어디로 갈지를 선택할 수 있다. 리더가 없기 때문에 어디로 가자고 누가 지시를 내리지도 않고,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길을 가고 싶어하고, 혼자 길을 가게 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되도록 다른 사람들과 합의를 이루려고 한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채택하고 있는 오프체인 거버넌스는 이 상황에서 ‘각자 알아서 결정한다’를 지침으로 삼는다. 명시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서로 얘기를 하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소통을 통해서 알아서 갈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끼리는 비공식적인 투표를 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집단은 높은 확률로 둘로 갈라지게 된다.

오프체인 거버넌스에서는 어느 길로 갈지 결정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갈림길을 여러번 만나다보면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여기서 공개 투표가 있다면 어떨까? “어느 쪽으로 갈까요?”라고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투표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투표 결과를 따르도록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구성원들에게 이 집단이 어디로 의사결정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된다. (물론 그래도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대열에서 이탈해서 다른 길로 갈 수는 있다.)

이것이 바로 온체인 보팅의 장점이다. 투명하고 명시적인 과정을 통해서 비공식적인 합의 비용을 줄이고 다수결에 의해서 전체 집단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 투표 결과는 갈림길에서 표지판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개인들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무리가 흩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온체인 보팅의 문제점

그러나 온체인 보팅은 여러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1. 낮은 참여율
  2. 무책임한 결정
  3. 토큰 보유자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1. 낮은 참여율

투표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소수의 사람들만 참여한 투표 결과는 전체 네트워크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은 투표의 방식과 빈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투표할 사안에 대해서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때로는 토큰을 따로 예치하거나 개인 지갑에서 등록 과정을 거쳐야할 때도 있다.

반면 투표에 참여한 것에 대한 보상은 개인의 입장에서 불확실하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들이 던지는 한 표는 최종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온체인 보팅의 경우는 토큰에 비례해 투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토큰을 많이 가지지 못한 대부분의 투표권자의 경우에는 더욱더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적다. 따라서 자신의 영향력이 적다는 것을 안 투표자는 ‘나 하나 쯤이야’하고 투표를 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무책임한 결정

만약 투표를 하더라도, 투표자들이 심사숙고를 거쳐 신중하게 투표를 할 유인이 별로 없다. 어떤 것이 옳은가 깊게 고민해보는 비용에 비해서 자신의 표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표를 잘못한다고 해서 자신에 큰 처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며, 결정을 잘했다고 해서 보상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결정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다수결 투표로 의사결정을 했을 때 근시안적인 결정 혹은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3. 토큰 보유자들에게 집중된 의사결정권

1토큰 1표를 따르게 되면, 당연하게도 토큰을 많이 가진 부자들의 의견이 더 크게 반영된다. 현실의 자본주의가 그렇듯이 토큰이라는 자본은 소수에게 집중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만 반드시 네트워크의 이해관계자는 아니다. 토큰을 적게 보유한 참여자나 또는 토큰을 보유하지 않은 참여자들도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온체인 보팅은 토큰 보유자의 의견만 반영해 네트워크 전체의 이해관계와는 상충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온체인 보팅에 대한 이런 비판은 블록체인을 사유재가 아닌 공공 인프라로 보는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참고 : Is plutocratic on-chain governance really a bad thing?)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과연 블록체인 상에서 온체인 보팅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대표적으로 비탈릭 부테린은 앞서 말했던 문제들을 들어 온체인 거버넌스가 본질적인 결함이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여전히 온체인 보팅이 잘 이뤄졌을 때의 장점도 있다. 그래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단순한 온체인 투표가 아닌 좀 더 정교하고 변형된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고 프로토콜에 온체인 투표를 적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온체인 보팅을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들을 알아보고 각 메커니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한계에 대해서 알아본다.

Ⅱ. 투표 참여를 높이는 메커니즘

Smart contract Voting

- 스마트 컨트랙트가 변화를 제안하고 투표할 수 있다면?

앞서 말한 것 처럼, 낮은 투표 참여율은 온체인 보팅의 큰 문제 중 하나다. 활발하게 안건을 제안하고 의사 표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투표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안건의 제안과 투표를 스마트 컨트랙트, 즉 코드가 자동으로 알아서 해준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투표의 비용이 훨씬 더 줄어들고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Qtum의 Decentralized Governance Protocol (DGP)다. DGP는 온체인 보팅을 통해 블록체인 파라미터를 바꿔서 빠르고 유연하게 블록체인 튜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 메커니즘의 특징은 투표의 적용 범위가 가장 기본적인 블록체인 파라미터에 한정되어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파라미터란 블록 사이즈나 가스 제한과 같은 변수를 말하고, DGP는 이렇게 사전에 정해진 파라미터만 바꿀 수 있다.

변화의 대상이 정량적 파라미터이기 때문에, 특정 조건이 만족되었을 경우 변화에 대한 제안과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 DGP는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자세히 알아보자.

네트워크에는 admin 자격을 가진 노드가 있고 (현재는 Qtum 개발팀)이 admin 자격을 가진 노드는 특정 파라미터를 변경하는 Proposal을 배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블록 사이즈를 8MB로 늘리자’는 내용을 담은 코드가 Proposal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이에 대한 투표가 스마트 컨트랙트로 배포된다.

DGP에는 여러 개의 투표자 그룹(Governing party)가 있다. 각 투표자 그룹은 네트워크의 이해관계자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채굴자 그룹, 토큰 홀더 그룹, 사용자 그룹, 코어 개발자 그룹 등이다. (현재 초기 설정은 현재 코어 개발자와 이사회 멤버로 되어있다.)

그룹에 속한 멤버 중 대다수가 동의하면 그 그룹이 가진 키로 Proposal에 서명을 할 수 있다. 각 그룹이 모두 서명을 하면 변경 사항이 특정 State로 네트워크 상에 저장이 되고, 실행할 블록 숫자가 기록된다. 이 값을 Qtum의 클라이언트가 읽어와서 특정 블록 이후부터는 모든 노드가 새로운 파라미터 값을 가지게 된다.

Qtum이 Github에 DGP에 관련된 스마트 컨트랙트를 올려놓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 (2017년 5월 이후 수정이 없다.) 다만 Qtum이 Github에 올려놓은 코드를 보면 3가지 형태의 투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Type0 투표는 Admin 권한에 대한 투표, Type1 투표는 투표자 그룹에 들어갈 사람에 관한 투표, Type 2는 파라미터를 바꾸기 위한 투표다. 이를 보면 여전히 투표자 그룹에는 기존 투표자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가는 형태로 짜여져있는데, 임시적으로 이렇게 설정해놓은 것인지 앞으로 모든 유저들이 투표자 그룹이 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DGP의 온체인 보팅 시스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사용자들이 변화에 대한 제안과 투표를 사전에 스마트 컨트랙트로 짜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1000개 블록이 90% 이상 Full로 차있었다면, 자동으로 블록 사이즈를 8MB를 늘리는 제안을 제출하라”

이런 식으로 admin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고, 투표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사를 미리 스마트 컨트랙트로 짜놓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사람이 직접 투표를 할 필요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들의 집합이 자연스럽게 조건의 변화를 감지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This technology is instrumental in Qtum being the first self-aware blockchain that can quickly adapt to a rapidly changing world”
- Jordan Earls, co-founder of the Qtum Project

개인들이 투표에 들여야하는 비용이 더 적으면서 변화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Smart contract voting은 매력적이다. 온체인 보팅의 빠른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변화의 범위도 특정 파라미터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개발팀의 입장에서도 좀 더 적은 리스크로 온체인 보팅을 도입할 수 있다.

Smart contract voting의 한계점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온체인 보팅에서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1) 의사결정으로 프로토콜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Smart contract로 변경 사항 제안/ 투표를 미리 설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대상이 사전에 정의된 파라미터일 때만 가능한 방식이다. 아예 없던 기능을 추가하는 등 특정한 파라미터 조정을 넘어서는 변화는 여전히 온체인 보팅을 적용할 수 없다.

2) 강제적인 하드 포크 유발 위험이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결정일 때 스마트 컨트랙트로 바로 결정해버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보통 아무리 다수결 투표로 결정을 한다 하더라도, 투표를 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투표를 진행한다.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고, 투표를 하기 전에 고려해야할 요소에 대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코드일 뿐인 스마트 컨트랙트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다. 조건값만 들어맞으면 실행이 된다. 만약 전체의 의견이 51:49로 갈리는 논쟁적인 결정에 대해서 자동으로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 오히려 하드 포크의 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다.

투표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하드 포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체인 보팅의 결과는 커뮤니티의 의사결정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100%의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다. 불필요한 하드 포크를 막기 위한 온체인 보팅이 오히려 하드 포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

3) 메타 거버넌스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DGP에는 DGP 자체로 결정할 수 없는 많은 부분들이 남아있다. 투표자 그룹은 누가 구성할 것이며, 누가 그 리스트에 들어갈 것인가? 이 부분은 전체 투표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렇다면 이 권한에 대한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를 여전히 풀어야 한다.

Qtum 측에서는 현재는 코어 개발팀이 이 권한을 가지고 있고 나중에 커뮤니티 멤버로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밝혔지만, 어떤 커뮤니티 멤버에게 넘겨줄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 메타 거버넌스 권한을 행사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만약 이 부분이 중앙화되어있다면 사실상 DGP라는 온체인 투표 메커니즘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Block Reward와 Voting의 연동

Smart contract voting을 통해 투표 참여 비용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만, 반대로 투표 참여시의 보상을 높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참여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참여율은 올라간다.

이러한 방법을 쓰고 있는 사례로 Decred가 있다. Decred는 PoW 채굴을 통해 블록을 생성하고, Decred의 토큰인 DCR을 Staking한 노드들이 랜덤으로 선발되어 생성된 블록에 대한 최종 검증(Finalize)를 한다. 이더리움의 캐스퍼(링크)와 비슷한 방식으로 PoW와 PoS가 섞여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이 블록 생성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블록을 검증할 때 현재 커뮤니티 내부에 올라와있는 안건에 대해서 투표를 해야만 인정해준다. 찬성/반대/기권 중 반드시 하나에 투표를 해야만 Staking에 대한 블록 보상을 받을 수 있다. Decred는 온체인 거버넌스를 굉장히 강조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 장치를 설계했다.

Decred의 안건 투표 결과

실제로 Decred의 투표 데이터를 보면 거의 대부분 94% 이상의 투표율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아 안건이 많이 없다. 또한 이 중에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하고 투표를 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블록 보상과 투표를 연동시키는 것이 투표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Decred의 투표 메커니즘은 설명한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긴 한데, 2편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Dfinity도 블록 생성 보상과 투표율을 연동시켰다. Dfinity도 PoS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에 Staking한 금액에 비례해서 블록 생성 보상을 받게 된다. 동시에 이 Staking된 토큰은 Dfninty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에 올라온 안건들에 대한 결정 권한이기도 하다.

Dfinity는 일정 기간 동안의 투표율을 계산해서 블록 보상에 그것을 곱해서 준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동안 내가 올라온 모든 안건에 투표를 해서 투표 참여율이 100%였다면, 나는 받아야할 블록 보상의 100%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표 참여율이 50%였다면 블록 보상의 절반만 받게 된다. 아예 투표를 안했다면 블록 보상을 받지 못한다. (Dfinity의 경우는 아직 메인넷이 출시되지 않아 투표율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동시에 Dfinity는 자신이 직접 투표를 하지 않아도 자신이 신뢰하는 노드의 투표를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위임 기능을 넣었다. 이를 통해 매번 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한 특정 노드의 투표를 따라가게 되어 투표 참여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2편에서는 다루지 않은 2가지 문제 (투표에 대한 책임, 투표권의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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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y Song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Cryptoeconomics Researcher @Decipher @Decon, Author of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