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R(Token Curated Registry) A to Z

탈 중앙화 된 방식으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방법

Yunoo Lee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22 min readDec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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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윤우(Yunoo Lee)
1차 Reviewer: 김민석(Matthew Minseok Kim), 오세진(Se Jin OH)
2차 Reviewer: 이태헌(태헌이), 차이새(Cha Jesse)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Decipher)’의 TCR(Token Curated Registry)에 대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큐레이션(Curation):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

박물관의 큐레이터에서 맛집 추천 서비스까지 큐레이션의 세계는 다양하다 (이미지 출처)

큐레이션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맛집을 추천하는 서비스, 유저의 관심사와 연관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상품들까지. 수많은 정보와 상품들이 범람하면서 큐레이션의 가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TCR은 이러한 큐레이션을 탈 중앙화 된 방식으로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제시되었다.

탈 중앙화 된 방식의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큐레이션 과정의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기존 방식의 큐레이션은 보통 소수가 참여한 후 그 결과가 다수에게 제공된다. 이 경우 큐레이션 제공자에게 보상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맛집 추천 리스트를 떠올려보자). 하지만 큐레이션은 정보를 탐색하고 선별하는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큐레이션 제공자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얻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서 제공자는 큐레이션 결과에 광고성 정보나 특정 집단에 유리한 정보를 포함시켜주고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큐레이션 된 정보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탈 중앙화 된 방식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탈 중앙화 된 방식의 큐레이션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탈 중앙화 프로젝트에서 엄선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탈 중앙화 된 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보자. 소비자에게 변호사를 매칭 시켜주기 위해서는 실력 좋은 변호사들에 대한 정보가 큐레이션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누군가 어딘가에서 정보를 가져오거나 특정 주체에게 큐레이션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특정 주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수가 참여하는 탈 중앙화 된 방식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필요성으로 인해 TCR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TCR은 Adchain, Ocean protocol, District0x 등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들에 적용되었고 타 프로젝트들 역시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TCR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고 모델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TCR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을 통해 작동되며, 탈 중앙화 프로젝트들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본 후 TCR의 한계점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이다.

Ⅰ. TCR이란?

마이크 골딘 Medium

TCR은 컨센시스(Consensys)의 마이크 골딘(Mike Goldin)이 블로그에 쓴 <TCR 1.0> 글을 통해 처음 제시되었다. TCR은 Token Curated Registry의 약자로서, 큐레이션의 결과를 리스트로 제공한다. 이 큐레이션 리스트를 만들기 위해 다수의 토큰 홀더들은 큐레이션에 참여하고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다. 한마디로 집단 지성을 통해 양질의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받는 것이다. 골딘이 설계한 TCR 1.0에 따라 TCR의 작동 방식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참여자

소비자(Consumers): TCR을 통해 큐레이션 된 리스트를 소비하는 집단이다. 리스트를 만들고 큐레이션 하는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제공된 리스트를 구매 의사결정에 사용하거나 정보를 전달받기만 한다. 소비자의 가장 큰 목적은 TCR을 통해 좋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후보자(Candidates): TCR의 리스트에 포함되는 것을 희망하는 주체이다. 진입 신청을 위해 보증금 일부를 스테이킹 한 후 토큰 홀더들의 심사에 따라 진입이 결정된다. 후보자들은 리스트 진입으로 인해 명성을 올리거나 홍보효과를 얻고자 한다.

토큰 홀더(Token holders): 큐레이션 참여를 통해 토큰을 얻거나 보유한 토큰의 가치를 높이려는 집단이다. 리스트에 좋은 대상을 포함시키고 자격이 미달되는 대상이 포함되는 것을 막아 리스트의 가치를 유지한다.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자격 미달로 판단되는 대상이 진입을 신청하거나 진입한 대상이 더 이상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챌린지를 신청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챌린지가 발동되었을 때 투표를 통해 챌린지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작동방식

가상의 사례를 통해 TCR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겠다. 먼저 ‘실력 좋은 변호사 리스트’를 만드는 TCR이라고 가정해보자.

  1. 리스트에 포함되고 싶은 변호사들은 일정 토큰을 보증금으로 걸고 진입을 신청한다.
  2. 토큰 홀더들은 각자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여 후보 변호사가 리스트에 진입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
  3. 만약 토큰 홀더 중 변호사의 리스트 진입 자격이 미달된다고 판단한 토큰 홀더가 있다면, 같은 양의 보증금을 걸고 챌린지를 발동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챌린지가 없는 경우라면 변호사는 문제없이 리스트에 등록된다.
  4. 챌린지에 대한 투표가 열리는 동안 모든 토큰 홀더들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는 진입 찬성, 반대 양 쪽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토큰량에 따라 투표 영향력이 결정된다.
  5. 투표 기간이 끝난 후 투표 결과에 따라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 진입 찬성에 투표된 토큰량이 더 많다면 챌린저의 보증금은 진입 신청자와 투표 승리 집단에 분배되고 반대의 경우엔 진입 신청자의 보증금이 챌린저와 투표 승리 집단에 분배된다.

인센티브

TCR은 토큰홀더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자발적으로 큐레이션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인센티브는 단기적, 장기적 인센티브 두 종류가 있다.

단기적 인센티브는 큐레이션 성공에 대해 보상으로 지급되는 토큰이다. 챌린지에 성공한 토큰 홀더와 다수의 결과에 투표한 토큰 홀더들은 투표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챌린저나 신청자의 토큰 보증금 일부를 받는다.

장기적 인센티브는 토큰의 가격 상승이다. 토큰 홀더들이 큐레이션에 활발히 참여해 리스트의 가치가 상승할 경우 리스트에 진입하려는 신청자가 많아져 토큰의 수요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토큰의 가격은 상승하여 토큰 홀더가 보유한 토큰의 총가치가 올라간다. 이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에 TCR은 토큰홀더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지될 수 있다.

투표방식

TCR의 결과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 다수의 판단에 의한 투표로 결정된다. 따라서 투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득표 상황이 노출되면 토큰 홀더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이미 우세한 쪽에 투표를 할 유인이 크다. 현실의 투표에서 득표상황을 개표 이전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특성상 토큰 홀더가 투표한 트랜잭션은 체인에 공개되기 때문에 특정한 방식을 통해 투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득표 상황이 투표 기간 중에 노출되지 않는 PLCR(Partial Lock Commit/Reveal) 투표 방식이 TCR에 사용된다.

Karl Floersch 글

이 방식에서 투표는 투표 기간(Commit period)과 공개기간(Reveal period)의 기간으로 나누어진다. 투표 기간 중 토큰 홀더는 투표 내용과 랜덤 숫자를 조합해 만든 해시값(salted hash)을 제출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토큰량에 락을 걸어 투표에 참여한다(이때 락이 걸린 토큰은 동시에 다른 투표에도 사용될 수 있다). 투표 기간이 끝났다면 공개기간이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토큰 홀더는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만약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투표 결과에 반영되지 않고, 이기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Ⅱ. TCR 적용 사례

① Adchain

adchain

Adchain은 TCR이 서비스의 핵심으로 쓰인 프로젝트이다. 기존 디지털 광고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Adchain은 광고 성과가 조작되지 않고 광고 효과가 높을 만한 웹사이트를 TCR을 통해 제공한다. 다수의 토큰 홀더는 리스트 진입을 신청하는 웹사이트들에 대한 큐레이션을 수행하고 챌린지를 통해 진입을 막는다. 이러한 과정으로 리스트의 퀄리티가 유지되고, 광고주들은 이 리스트를 보고 광고 효율성이 높은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시할 수 있다.

adchain 리스트에 진입 승인된 웹사이트 목록
adchain 에서 진입 거부된 웹사이트 목록.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이슈 문제가 불거져 진입이 거부되었다.

Adchain이 지향하는 목표는 토큰의 가치 상승과 토큰 홀더들의 큐레이션 참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리스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토큰 홀더들이 큐레이션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리스트에는 광고 효율성이 좋은 웹사이트가 포함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리스트를 보고 TCR의 소비자인 광고주들은 리스트에 포함된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한다. 리스트에 포함된 후 더 많은 광고들이 게재되는 것을 보고 다른 웹사이트들 또한 이 리스트에 포함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리스트 진입에 필요한 토큰의 수요는 증가하고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다. 그 결과, 토큰 홀더들은 큐레이션 참여에 대한 유인을 더 크게 가지게 되어 활발하게 큐레이션에 참여해 리스트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Adchain은 토큰 홀더들의 큐레이션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MetaX라는 온라인 광고 분석 툴을 통해 웹사이트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분석 데이터에는 봇을 통해 웹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어뷰징을 감지한 정보와 광고 효율성 등을 수치화한 정보가 포함된다. 토큰 홀더는 이러한 정보들과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더해 웹사이트에 대한 큐레이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가 MetaX라는 특정 분석 툴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완전히 탈 중앙화 된 큐레이션으로 보기 힘들다. 만일 MetaX가 조작된 정보를 제공해 줄 경우 참여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잘못된 큐레이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② Ocean protocol

ocean protocol

오션 프로토콜은 탈중앙화 된 데이터 프로토콜을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두 가지 부분에 TCR이 쓰였다. 두 부분 모두 프로젝트의 참여자들에게 선별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쓰였는데, 첫 번째 정보는 네트워크의 선한 참여자에 대한 정보이고 두 번째 정보는 데이터의 저작권에 대한 정보이다.

먼저 일부 참여자에 대한 선별을 목적으로 만든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살펴보겠다. 오션 프로토콜은 데이터가 유저에게 제공될 때마다 데이터 제공자에게 보상을 지급한다. 이 때 일부 고래들이 데이터 마켓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로그함수 형태로 보상 공식을 정하고,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 경우 고래들은 어카운트를 여러 개 만들어 네트워크에 참가할 유인을 가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된 참여자만 데이터를 공급하도록 제한한다.

오션 프로토콜은 데이터 제공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제외한 다른 참여자들에게도 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한다. 데이터 유지자, 검증자 등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참여자들은 모두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는 절차를 거쳐야만 오션 프로토콜에 참여할 수 있다. 오션 프로토콜이 TCR 방식을 화이트리스트에 적용한 가장 큰 이유는 스테이킹을 통해 참여자들이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먼저 보증금을 예치해야 하고 등록된 다음에도 오션 프로토콜에 계속 참여하는 한, 보증금은 스테이킹 된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할 경우, 참여자들의 투표로 보증금은 몰수되고 챌린지를 신청한 참여자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적어도 예치한 보증금 이상의 이익을 얻지 않는 악한 행동은 하지 않게 되고, 서로의 행동에 대해 감시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앨리스라는 참여자가 오션 프로토콜에 데이터 제공자로 참여한다고 가정해보자.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되어야 하므로 100 OCN(토큰)을 예치한 후 챌린지 기간을 기다린다. 다행히 챌린지 없이 화이트리스트에 등록 되었기 때문에 이 때 부터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 앨리스는 제공할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허위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득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적어도 100 OCN 이상의 이득을 얻는 경우가 아니라면 허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앨리스에게 손해다. 허위 데이터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100 OCN을 몰수당하고 참여자 리스트에서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허위 데이터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토큰 홀더 중 누군가 챌린지를 발동시킨 다음 투표 결과로써 입증되어야 한다. 오션 프로토콜은 이러한 방식으로 TCR을 이용해 참여자들의 잘못된 행위를 사전에 방지한다.

두 번째로 TCR이 적용된 곳은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이다. 데이터는 쉽게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션 프로토콜은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등록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TCR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만약 챌린지에 걸린 후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데이터를 등록하는데 예치한 보증금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참여자는 보증금을 잃는 것에 더해 참여자 리스트에서도 추방된다. 적용한 분야는 다르지만 화이트리스트에서 본 것과 같이 TCR을 통해 사전적으로 데이터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식은 유사하다.

위와 같이 오션 프로토콜이 네트워크 참여자와 데이터에 대해 TCR을 적용하는 것은 선한 참여자와 공정한 데이터가 네트워크에 존재하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네트워크 참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만들게 된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많은 성숙한 네트워크라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초기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우라면 이 방식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Ⅲ. TCR의 한계

① TCR을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

객관성이 뚜렷한 정보

객관성이 뚜렷한 정보란, 계량적으로 답이 정해져 있거나 기준이 명확한 정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일일 방문자 수 TOP 10 어플 리스트나 역대 국회의원 리스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객관적인 근거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보가 거짓인지 쉽게 판별된다. 사실 이러한 정보는 큐레이션이라기보다는 온 체인 외부의 정보를 네트워크에 가져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탈 중앙화 프로젝트에서 누군가에 의해 제공되어야 할 정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종종 TCR을 활용해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보이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판별하기 쉬운 정보를 다루는 TCR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큐레이션에 대한 보상의 기댓값이 낮기 때문이다. 판별 기준이 명확하다면 리스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진입 신청자는 처벌이 두려워 진입을 신청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챌린지가 발생하는 상황은 뜸해지고 챌린지를 위해 큐레이션을 하는 토큰 홀더들은 허탕만 치게 된다. 즉, 챌린지로 인해 받게 되는 보상의 기댓값이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토큰 홀더들이 줄어들 것이고, 리스트의 퀄리티 유지는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루빗의 잭팟 개념을 적용하려는 제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투표 방식이나 TCR 구조의 수정이 상당 부분 필요해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② 자신의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

케인즈의 미인대회 이론(Keynesian beauty contest)’이라는 투자 이론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투자할만한 곳을 예측해 투자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TCR의 투표에 적용해보면, 사람들은 자신이 주관적으로 큐레이션 한 결과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투표할만한 결과를 예측해 투표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문제는 TCR의 투표는 1인 1표가 아닌 1 토큰 1표라는 점이다. 만일 소수의 고래들이 결탁하고 투표하려는 쪽을 고의적으로 네트워크에 노출시킨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과 다르더라도 보상을 받기 위해 고래들 쪽으로 투표를 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큐레이션 된 정보는 다수의 큐레이션을 활용했다고 볼 수 없다. TCR의 근본 목적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취약점은 악의적인 참여자의 공격에도 노출될 수 있다. 잘 알려진 공격 방식 중 하나인 P + epsilon 공격은 참여자들이 의사소통하기 힘든 투표 상황에서 뇌물을 통해 공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투표를 이끄는 공격이다. 투표를 통해 보상을 얻고자 하는 참여자들은 뇌물을 받기 위해 자신의 판단과 다르더라도 공격자가 원하는 쪽으로 투표를 할 것이므로 TCR의 투표 방식은 이와 같은 공격 방식에 취약하다.

③ 초기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성

TCR에서 큐레이션에 대한 투표 결과는 다수의 토큰이 찬성하는 쪽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문제는 다수의 참여자가 반대하더라도, 막대한 양의 토큰을 가진 소수의 고래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투표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네트워크 초기 상황에 많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락이 걸려있는 토큰이 많고 소수에게 토큰 분배가 집중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소수에 의해 투표가 좌지우지될 위험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규모가 충분히 커져야 하는데 그 규모에 도달하는데까지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④ 리스트의 가치와 연동되지 않는 토큰의 가격

TCR의 핵심 요소는 토큰 가격과 리스트의 가치가 연계되었을 때 참여자들이 큐레이션에 참여할 유인이 커지는 인센티브 구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장엔 투기 세력과 단순히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참여자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들에게 큐레이션에 대한 활발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실제로는 토큰의 가치와 리스트의 가치가 연동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계점은 위의 사례에서 본 TCR을 통해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화이트리스트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토큰의 가치는 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 경우 토큰 홀더들은 굳이 비용을 들여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큐레이션에 참여할 유인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현재 구조만으로 화이트리스트가 적절하게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Ⅳ. 마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TCR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한계점들 또한 명확하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TCR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 대한 고려와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TCR은 아직 실험 중인 모델이다. 언급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면 TCR은 견고하게 작동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과연 TCR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본글에서는 주로 단일한 리스트로 구성된 TCR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단일한 리스트는 확장성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목적에 쓰이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구조의 리스트가 필요하다. 부록에서 다층적인 TCR로 제시된 몇 가지 모델에 대한 내용을 보충하였다.

#부록

1. Graded TCR

Graded TCR 구조

Graded TCR은 ‘순위’라는 요소를 추가한 모델이다. 순위는 예치한 보증금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리스트에 진입하는 대상은 미리 정해진 최소 보증금 액수 이상을 예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상을 지지하는 다른 토큰 홀더들 역시 보증금을 추가할 수 있다. 만일 지지하는 토큰 홀더들이 많아질 경우 대상의 순위는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보증금을 걸고 챌린지를 발동시켜 순위를 낮출 수도 있다. 챌린지에 성공할 경우 대상에게 예치된 보증금에서 챌린지를 발동할 때 걸었던 보증금만큼 보상을 얻게 된다. 만일 특정 대상이 일정 수준의 보증금 이하를 가지게 될 경우 이 대상은 리스트에서 자동으로 퇴출된다.

2. Layered TCR

Layered TCR 구조

Layered TCR은 여러 개의 층(layer)으로 TCR 구조를 설계한 모델이다. TCR에 진입한 대상은 먼저 가장 낮은 층으로 진입을 한 후 일정 기준을 만족시키면 높은 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서 이동 기준은 예치한 보증금의 크기나 커뮤니티 기여도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높은 층으로 갈수록 참여자는 커뮤니티에 대한 더 많은 권한과 권리를 획득한다. 예를 들어 높은 층에 위치할수록 거버넌스 영향력이 커지거나 인센티브 보상 비율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높은 층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더욱 엄격한 큐레이션 기준을 통과하도록 설계한다면 층의 높이가 정보의 퀄리티를 대변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3. Continuous TCR

Continuous TCR 구조

Continuous TCR의 가장 큰 목적은 다층적인 구조를 통해 세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본 구조는 상위 리스트 아래 하위 리스트가 존재하여 정보를 다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와인 리스트라는 상위 리스트가 있을 때 이 리스트에 포함된 대상들을 다시 캘리포니아산 와인 리스트나 칠레산 와인 리스트라는 하위 리스트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칠레산 와인 리스트 안에 또다시 레드와인 리스트, 화이트 와인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어 Continous TCR(계속적으로 생성되는 TCR)이라는 명칭을 가졌다.

Continuous TCR에 포함된 상위 리스트의 작동 원리는 기존 TCR과 같다. 상위 리스트(메인 리스트)의 큐레이션을 위해 쓰이는 토큰(메인 토큰) 역시 기존 토큰의 사용 방식과 동일하다. 다만 하위 리스트(서브 리스트)의 큐레이션에 쓰이는 토큰(서브 토큰)과 연동되어 사용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브 토큰의 사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서브 토큰은 메인 토큰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서브 리스트 생성을 요청할 때 처음으로 발행된다. 서브 토큰은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고 메인 토큰과 교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서브 리스트 생성자는 일정량의 메인 토큰을 보증금으로 공동 금고(communal pool)에 맡기고 서브 토큰을 받는다. 이후 서브 리스트에 진입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인 토큰 홀더는 메인 토큰을 공동 금고에 맡기고 서브 토큰을 받는다. 다시 말해 서브 토큰은 수요자가 있을 때마다 메인 토큰과의 교환을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발행된다. 다만 서브 토큰의 공급량이 증가할수록 같은 양의 서브 토큰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메인 토큰을 공동 금고에 맡겨야 한다.

이렇게 발행된 서브 토큰은 서브 리스트의 큐레이션을 위해 사용되고 기존 TCR의 토큰 사용 방식과 동일하다. 즉, 서브 리스트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청자 또는 서브 리스트의 토큰 홀더가 되고자 하는 참여자는 서브 토큰을 소유해야 한다. 다만 기존 TCR 토큰과 달리 서브 토큰을 얻기 위해서는 메인 토큰을 먼저 소유한 후 서브 토큰과 교환하여야 한다.

가격 결정 방식

가격 결정 곡선 예시

서브 토큰은 거래소에서 구입할 수 없는 토큰이기 때문에 서브 토큰의 가격은 메인 토큰과의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교환 비율은 사전에 정해진 가격 곡선에 의해 결정되고 서브 토큰의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높아진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참여자가 10 서브 토큰을 얻기 위해 100 메인 토큰을 공동 금고에 맡겼다면 두 번째 참여자는 10 서브 토큰을 얻기 위해서 200 메인 토큰을 맡겨야 하고 세 번째 참여자는 300 메인 토큰을 맡겨야 한다.

서브 토큰 홀더가 공동 금고에 맡겨진 메인 토큰을 되찾는 경우에도 토큰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때의 교환 비율은 서브 토큰을 받을 때 적용되었던 비율과 다르다. 받게 되는 메인 토큰의 양은 전체 서브 토큰 발행량 대비 소유하는 서브 토큰량의 비율을 공동 금고에 저장된 총 토큰량에 곱해서 정해진다.

교환되는 메인 토큰량 = 공동 금고 메인 토큰량 X (소유 서브 토큰량 / 총 서브 토큰 발행량)

위 사례의 첫 번째 참여자가 서브 토큰을 교환할 경우 {소유 서브 토큰량(10 토큰)/ 총 발행량(30 토큰)} * 공동 금고 저장 토큰량(100+200+300=600) = 200 메인 토큰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참여자는 100 메인 토큰만큼의 이익을 얻는다. 한편 교환된 서브 토큰은 소각되어 전체 서브 토큰 발행량은 20 서브 토큰으로 감소하고 교환 비율 역시 다시 감소한다.

이와 같은 토큰 가격 결정 방식은 후발 참여자에 대한 리스크를 크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우상향 하는 곡선이 아닌 다른 곡선을 적용하거나 최근 오션 프로토콜이 도입하려는 EBM(Equilibrium Bonding Market)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Reference

Token-Curated Registries 1.0

How to Make Bonding Curves for Continuous Token Models

The Layered TCR

Graded Token-Curated Decisions with Up-/Downvoting

Continuous Token-Curated Registries: The Infinity of Lists

Subjective vs. Objective TCRs

Introducing Curation Markets

district0x whitepaper

ocean protocol whitepaper

TOKEN CURATED REGISTRIES: FEATURES AND TRADEOFFS

Towards Better Ethereum Voting Protocols

Learning Solidity Part 2: Commit-Reveal V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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