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 시리즈] 제2편 Venture Capital Token — 증권형 토큰으로 자금을 모으는 VC의 등장

토큰으로 벤처캐피탈 펀드의 투자자가 될 수 있다

Eddy Song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20 min readDec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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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에서 증권형 토큰 글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시리즈의 두번째 글로 벤처캐피탈의 토큰화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VC란 무엇인가?

금융에 대해서 잘 몰라도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이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벤처캐피탈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해서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모험 자본’이다.

이전까지 벤처캐피탈은 금융권의 주류는 아니었지만, 전세계적으로 기술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스타트업이 국가 성장의 화두가 되면서 최근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벤처캐피탈은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벤처캐피탈은 남의 돈을 가져와서 투자하고 수익을 낸다. 벤처캐피탈은 LP(Limited Partner)라고 불리는 자금 보유자들에게서 돈을 모아 투자조합(fund)을 만든다. 그리고 벤처캐피탈은 투자조합을 운용하는 주체인 GP(General Partner)가 된다.

따라서 벤처캐피탈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운용 실적과 투자 역량을 증명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LP들을 설득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을 통한 펀드 모집

그런데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LP-GP 구조 없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여 자금 모집을 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한된 LP에게 출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펀드 토큰을 팔아 자금을 모집한다. 모인 자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얻은 수익을 토큰 보유자들에게 되돌려준다.

Blockchain Capital이 2017년에 첫 스타트를 끊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그리고 올해 초 SPiCE VC가 자금 모집을 완료했고 Science blockchain, Sparklabs, 22X 등 많은 벤처캐피탈이 펀드를 발행하고 자금을 모집했다. (일부는 진행 중)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지닉스가 펀드 토큰을 발행했다가 최근 금융당국의 위법 판정으로 인해 출시를 취소한 일이 있다.

여기서 얘기할 내용

증권형 토큰이 주목을 끌면서 토큰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자산이 바로 이 펀드, 그 중에서도 벤처캐피탈 펀드이다. 이 글에서는 벤처캐피탈이 펀드 토큰을 발행할 경우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Blockchain Capital과 SpiceVC의 사례를 통해 실제 어떤 식으로 토큰이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VC가 토큰을 발행하면 좋은 이유

1. VC 펀드의 유동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공모형 펀드의 경우 대부분 투자자들이 원할 때 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다. VC 투자 조합의 만기는 보통 5–10년이다. LP로써 한번 자금을 출자하면 최대 10년 동안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LP는 몇십-몇백억의 돈을 투자하고 10년 동안 전혀 꺼내지 않아도 되는 거대한 ‘쩐주’들만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아무리 돈이 많은 LP라도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굉장히 일부분만 출자한다. 중간에 돈이 부족해져서 회수하고 싶어도 회수할 수 없는 비유동자산이기 때문이다. Strategic partners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비유동성으로 인해 VC나 사모 펀드는 실제 순자산가치의 평균 95%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VC는 자금을 출자한 사람들에게 VC 토큰을 분배한다. 그리고 이 토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 수익을 돌려주기로 약속한다. VC의 포트폴리오 회사가 엑싯을 하게 되면, 회수된 투자 수익금을 토큰 발행량에 비례해서 돌려준다. (참고로 VC 토큰의 가치는 발행한 VC에 대한 온전한 신뢰에 기반하며, 탈중앙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토큰 보유자들은 언제라도 VC 토큰을 다른 사람과 거래할 수 있다. 즉, 펀드에 투자했다가 거래소에서 토큰을 팔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회사가 모두 엑싯할 때까지 7년에서 1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VC 펀드의 유동화가 가능해지고, 제한된 수의 LP 외에 더 많은 사람들이 VC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토큰의 유동성이 늘어난다. 단순히 자산을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해주기만 해도 유동성 할인에 해당하는 5%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2. VC 펀드의 대중화

기존까지는 기술 스타트업에 크라우드펀딩이나 엔젤 투자로만 참여할 수 있었던 일반 투자자들이 전문 심사역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형태의 스타트업 투자에 접근 가능해진다.

마치 ETF가 등장해서 기존에 투자하기 힘들었던 자산들을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했듯이, VC 펀드 토큰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VC 펀드 투자 기회와 유동성을 제공한다. 시장에서 토큰만 구매하게 되면, 유명 VC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구매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10년씩 묶어놓아야할 필요도 없어진다.

잠재적인 문제점

VC 토큰이 그렇게 좋다면, LP-GP 구조는 반드시 나쁜 것일까? 기존의 LP 구조가 괜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50년 동안 금융 산업이 발달해오면서도 VC에 대한 투자가 제한(Limited)되어 있었던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투자자 보호”다.

초기 단계의 기술 기업은 투자하기 쉬운 자산이 아니다. 현금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고, 대단히 높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토큰을 통해 VC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 가치 평가(Valuation)
    VC는 아직 매출도 나오지 않는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들을 수십 개 담고 있는 펀드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이 제대로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없다면, 토큰의 가격이 기초 자산의 가치를 따라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어렵다.
  • 정보 공시(disclosure)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면 정확한 정보 공시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비상장 회사들은 정보 공시의 의무가 없다. 스타트업의 엑싯과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기밀이다.
    기존 LP들은 폐쇄된 집단이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정보 공유가 가능했지만, 공개적으로 정보를 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 투자자의 협상력
    현실의 LP 구조에서는 LP 투자자가 펀드와 정당한 수수료에 대해서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투자 결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VC 토큰 보유자들은 펀드의 운용에 대해서 어떠한 권리도 가질 수 없으며, 정해진 정책을 따라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운용이 되어도 투자자는 대응 수단이 없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Blockchain Capital처럼 수익에 대한 분배가 펀드 운용역의 ‘재량’에 달려있는 경우에 투자자는 불합리하게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러면 처음부터 안사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아니라면 항의를 반영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 세금 처리
    기존 LP들은 GP들이 모두 세금과 관련된 이슈를 처리하고 나머지 금액을 돌려준다. 대부분의 VC 토큰들은 토큰을 팔아서 수익을 낼 경우 높은 확률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자신들이 직접 세무사를 고용하여 처리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하다. (물론 이 부분은 VC 토큰에 대한 세제가 정확히 확립되면 해결될 수도 있다.)

Blockchain Capital vs Spice VC, VC 토큰 비교 분석

VC들이 토큰을 발행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있어도 실제로 토큰을 발행한 펀드의 구조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VC 토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Blockchain Capital (BCAP)과 SPiCE VC(SPICE)의 내용과 세부 조항을 비교 분석하면서 VC 토큰의 구조를 알아본다.

1. 개요 (Overview)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블록체인 캐피탈은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은 둔 벤처캐피탈이다. 2013년에 설립된 후로 코인베이스, 리플, 써클, 크라켄 등 암호화폐/블록체인과 관련된 회사에 투자해온 선도적인 회사이다. 비트코인 개발자 지미 송(Jimmy Song)이 파트너로 있는 것도 유명하다.

블록체인 캐피탈은 2017년 4월 BCAP이라는 토큰을 발행해 천만 달러($10M)의 자금을 모집했다. 벤처캐피탈이 처음으로 토큰을 발행한 사례였다. ICO 자문사로 유명한 Aragon Group과 합작으로 이루어졌다. 6시간만에 완판하며 성공적으로 자금모집을 마친 BCAP의 투자자들 중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엔젤 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되어있었다. 2018년에는 ‘Blockchain Capital IV LP fund’를 추가적으로 결성하며 총 1억 5천만 달러($150M)를 모집했다.

스파이스 VC(SPiCE VC)

스파이스 VC는 2017년 하반기에 시작된 신생 벤처캐피탈이며, 애초부터 토큰 발행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전체 펀드가 100% 토큰화된 첫번째 사례다. VC 심사역, Bank of America CIO, Telefonica R&D CEO 등이 파트너로 모여서 시작했다. 자바스크립트를 만들고 Basic attention token의 창립자인 Brendan Eich가 어드바이저로 있다. 2018년 3월에 자금 모집을 마쳤고, 총 1억 달러($100M)를 모집했다. 증권형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Securitize.io라는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 법적 구조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BCAP 토큰과 관련된 법적 주체들은 매우 복잡하다. 케이먼 제도 및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Aragon Group과 Blockchain Capital 유한회사가 합작하는 형태다.

미국 외 투자자들에게는 어떠한 자격 요건을 필요로 하는지는 잘 나오지 않는데, 일단 미국에 한해서는 SEC의 증권 규제 중 Regulation D의 506c 조항을 따른다. 이 조항은 SEC에게 따로 심사를 받지 않아도 미국 기준으로 전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99인 미만에게는 자금 모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인은 전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가 아니면 BCAP에 투자할 수 없다.

증권 발행자는 규모와 대상 투자자의 범위에 따라서 규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506c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BCAP이 처음으로 이 조항을 활용하여 자금 모집을 한 이후로 506c 조항은 모든 VC 토큰이 사용하는 일종의 표준이 되었다.

여기서 들었던 궁금증은 그렇다고 해서 토큰이 거래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조사를 해보니 BCAP은 ERC-20 토큰으로 발행되었다. 이더리움 기반이므로 체인상에서 KYC를 할 수 없으며, 토큰이 이동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물론 BCAP의 경우 직접 돈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뒤에 수익 배분에서 얘기) 토큰이 잘못된 사람의 손에 들어가도 직접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투자 각서를 읽어본 결과 BCAP 측은 이에 대해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투자 각서에는 BCAP 토큰이 법적으로 거래가 제한되며, 토큰을 누군가에게 팔 때는 그 사람이 투자 각서의 내용을 읽고 동의해야한다는 것을 확실히(make sure)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BCAP은 처음으로 VC가 토큰을 발행한 사례였기 때문에 거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VC 토큰은 쉬운 거래를 통한 유동성 확보가 핵심이다. 따라서 규제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면서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ST 플랫폼 글 참고)

스파이스 VC(SPiCE VC)

SPiCE의 경우 BCAP과 전반적인 구조는 거의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에 등록된 Blockchain Capital과는 달리 SPiCE VC는 UK와 유럽 연합에 등록된 펀드다. 물론 BCAP과 동일하게 Reg D 506c 조항에 근거해 미국 전문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했다. BCAP과 다른 점은 SPiCE 토큰 각서에 완전히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대신 수익을 분배받기 위해서는 SPiCE 플랫폼에 와서 반드시 본인인증을 하도록 만들어 거래를 허용한 것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없앴다.

3. 가치 평가와 정보 공시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블록체인 캐피탈은 BCAP 보유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B.loop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B.loop에 분기별로 포트폴리오에 대한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 NAV) 평가 보고서를 공개한다. 다음은 올라온 보고서의 내용 캡쳐다. 이 글에서 중요한 부분은 “BCAP은 23개의 회사들에 투자하고 있으며 총 $32.9M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 내용이다. 블록체인 캐피탈은 이를 근거로 BCAP 1개의 가치는 $3.29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 B.loop

하지만 여기에 대한 근거는 나와있지 않다. 그 밑으로 투자사의 목록을 쭉 나열하고 있는데, 각각의 토큰 비중을 밝히지 않고 자산 형태별 비중만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해서 과연 투자자들이 순자산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출처: B.loop

투자 각서에는 BCAP의 순자산가치 평가 보고서는 펀드 매니저가 재량적으로 작성하며 이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 기관은 없는 것으로 나와있다. 따라서 BCAP 투자자들은 올려준 포트폴리오를 보며 자기 스스로 NAV 평가가 맞는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한다. B.loop에는 투자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그룹도 있는데,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 투자자들끼리도 NAV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출처: B.loop

스파이스 VC(SPiCE VC)

스파이스 VC는 BCAP에 비해 정보 공시 면에서 훨씬 더 친절하다. 스파이스 VC는 백서를 따로 공개했다. 백서에는 토큰을 발행하는 이유, 투자 기준, 투자 과정, 목표 투자 횟수, 일반적인 투자 규모 등을 밝혀놓아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외에도 웹사이트 등에 투자 상황이나 포트폴리오 회사를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BCAP과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NAV 보고서를 발간한다. 가장 최근인 3분기 보고서는 여기서 볼 수 있으며 현재까지 총 7개 회사들에 투자했다.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다. 2분기 보고서에서는 SPiCE가 1.38달러로 평가되어있으며 분기 보고서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순자산가치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나와있다.

흥미로운 점은 NAV가 공시된 것에 비해서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될 경우 펀드에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혀놓은 점이다. 펀드가 자신의 토큰을 매입한다는 것은 저평가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투자자들이 토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시그널이 된다.

피투자사의 엑싯과 관련한 정보 공시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피투자사의 입장에 따르며 피투자사가 공개하기로 결정한 이벤트는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펀드 매니저가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비하면 합리적인 정책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4. 펀드의 구조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일반적으로 10년 정도의 만기를 두는 VC 펀드와 달리, BCAP은 발생한 수익을 끊임없이 재투자하는 이른바 ‘Evergreen fund’다. 따라서 정해진 만기가 없다.

그렇다면 수익 분배는 어떻게 할까? 포트폴리오 회사가 엑싯을 해서 투자 수익을 회수하게 되면, 펀드 매니저는 수익의 50%는 재투자하고, 50%는 BCAP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할 수 있다. 원래 LP-GP 구조의 경우 지분 보유 비중에 따라서 수익금을 분배한다. VC 토큰은 대신 시장 매입 방식(buyback)을 쓴다.

방법은 단순하다. 수익금으로 시장에서 BCAP 토큰을 매입하는 것이다. BCAP 처럼 공개 시장에서 토큰을 매입하는 분배 방식을 ‘Market-priced Buyback’이라고 한다. 펀드 매니저가 수익금으로 BCAP을 매입하면 BCAP 토큰의 가치가 시장에서 올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익이 분배된다.

주목할 점은 펀드 매니저가 토큰을 매입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수익금은 다시 펀드로 되돌아가도록 되어있다. 즉, 펀드 매니저가 수익을 분배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은 그냥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펀드 매니저는 얼마의 돈을 가져갈까? VC의 수익 모델은 일반적으로 2가지가 있다. 펀드의 수익률과 상관없이 받는 관리 보수(Management fee)와, 투자로 수익을 올렸을 때 수익금의 일부를 받는 성공 보수(Carried fee, 흔히 Carry)다.

BCAP은 관리 보수 2.5%를 받고, 엑싯할 때마다 수익금의 25%를 성공 보수로 가져간다. 일반적인 VC의 수수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스파이스 VC(SPiCE VC)

스파이스 VC는 BCAP과 다르게 7년으로 만기가 정해져있다. 초기 3.5년 동안 신규투자를 하고, 후기 3.5년 동안 추가 투자 및 사후 관리를 통해 수익을 되돌려 준다.

스파이스 VC는 수익 분배 방식이 BCAP과 크게 다르다. 스파이스 VC는 공개 시장에서 토큰을 매입하지 않고, 수익 분배 비율에 따라서 직접 토큰 보유자에게 토큰을 매입하는 방식을 쓴다. 이를 ‘Proportional Buyback’이라고 부르며 더 직접적인 수익 배분 방식이다. 이 방법이 좋은 점은 수익 배분이 실제 시장의 유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배 시점에 유동성이 낮을 경우 수익 배분이 어렵거나 분배하는 수익이 유동성 비용으로 인해 깎일 수 있다.

하지만 Proportional Buyback은 매수자를 정해놓고 정해진 가격에 매도하기 때문에 VC 토큰의 가치는 마켓의 토큰 가격과 상관없이 토큰 홀더에게 직접적으로 분배된다.

물론 이 방식은 토큰 보유자에게 수익을 분배할 때 상대방이 수익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토큰을 자유롭게 거래하면 누가 토큰을 현재 들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SPiCE의 수익을 청구하려면 토큰 보유자가 직접 SPiCE platform에 가서 자신이 적격 투자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수수료의 경우, 2.5% 관리보수는 BCAP과 같다. 엑싯을 통해 얻은 수익에서 관리보수와 판매 비용을 제외한다. 만약 토큰 홀더들에게 아직 원금 이상의 수익을 돌려주지 못했다면, 모든 수익금은 토큰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다. 토큰 홀더들이 100%의 수익을 돌려받은 뒤에는 나머지 수익의 15%가 GP에게 가고 85%는 여전히 Buyback에 사용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외에도 스파이스 VC가 발행된 토큰의 15%를 배분받는다는 점이다. 마치 ICO를 할 때 팀에게 직접 토큰을 배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만약 SPiCE 토큰 발행에 참여했다면, 100의 돈을 넣었을 때 85만큼의 가치가 있는 토큰만 받게 된다.

스파이스 VC 펀드 매니저와 투자자의 인센티브를 일치시키기 위해 일부러 성공보수를 낮추고 토큰 배분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초기 3년은 팔 수 없는 조항이 걸려있다.) 펀드 매니저도 펀드 토큰을 들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5. 발행 & 유통 채널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BCAP은 Tokenhub라는 사이트에서 토큰을 발행하고 자금을 모집했다. 토큰 발행 자문사인 Aragon Group에서 만든 사이트다. 현재 Aragon Group의 자문을 받아서 발행된 펀드 토큰들은 모두 이 사이트에서 자금 모집을 하고 있다.

BCAP 토큰은 현재까지 일반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았다. 현재 Securitize.io라는 거래소 상장을 위해 준비 작업 중이라고 공지되었다. 참고로 Securitize.io는 스파이스 VC가 주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캐피탈이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스파이스 VC (SPiCE VC)

스파이스 VC는 최초 자금 모집을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했다.

유통과 관련해서는 SPiCE 또한 Securitize.io에 상장 예정이다. 스파이스 VC의 파트너가 Securitize의 창립자이고, 스파이스 VC의 첫번째 투자사이기도 하다. 아직 Securitize.io의 자세한 기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SPiCE 토큰은 Bancor Protocol을 사용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체 토큰 발행량의 5%를 Bancor에 커넥터를 만들어 예치하고 유동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약 5%의 토큰은 자동화된 유동성 공급자(market maker)의 역할을 하게 된다.

6. 거버넌스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 & 스파이스 VC (SPiCE VC)

펀드의 의사결정 시스템, 즉 거버넌스에 관해서는 둘 다 별로 차이점이 없다. 두 펀드 모두 투자 각서에는 펀드 매니저에게 펀드의 관리, 수익 실현에 대한 완전한 재량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펀드를 어떻게 운용하든, 수익을 실현하든 말든 토큰 보유자들은 항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펀드매니저가 재량권을 가지는 것이 불합리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운용 회사가 서로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해 보인다.

BCAP의 경우는 B.loop라는 플랫폼에서 투자 제안 및 소통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B.loop에서 그런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스파이스 VC는 현재 증권형 토큰 거래소를 직접 개발하고 있어서 아직 공식적인 소통 채널이 있지는 않다. 아마 Securitize.io에 여러가지 기능을 넣을 것 같다.

마치며

이렇게 벤처캐피탈의 토큰이 가지는 장단점, 그리고 실제 사례를 통해 어떤 식으로 현실에서 작동하는지를 상세히 살펴보았다. 유동화된 벤처 펀드라는 약속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이슈들이 많다.

하지만 규제와 규제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기술들이 기존의 관료제에 의존하던 증권 발행/유통 시스템이 훨씬 더 편리하게 거듭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도로 보인다.

(글쓴이는 미국 법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따라서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법적 문서의 해석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디사이퍼 증권형 토큰 아티클 시리즈]

1) 증권형 토큰 개요
- 증권형 토큰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쓰일 수 있는가?

2) STO 플랫폼은 왜 필요한가?
- STO 플랫폼들이 왜 등장하게 되었고, 기존의 토큰 발행 플랫폼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3) STO 플랫폼 뜯어보기 및 code review
- STO 플랫폼을 파헤져보고, 기존 플랫폼과의 비교대조

4) Venture Capital 토큰
- 증권형 토큰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Venture Capital에 대하여

5) 부동산 STO
- 부동산 증권형 토큰이란 무엇이고, 한계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6) 증권형 토큰 규제 Part 1, Part 2, Part 3
- 그래서 증권형 토큰,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7) 증권형 토큰의 응용
- 파생상품 토큰: 파생상품과 블록체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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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y Song
Decipher Media |디사이퍼 미디어

Cryptoeconomics Researcher @Decipher @Decon, Author of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