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 토큰에 적용될 금융 시장의 규제를 알아보자

1. 이제 다 시큐리티 토큰으로 넘어가는거죠?

지난 글 “시큐리티 토큰, 왜 하는건데?” 에서 저는 최근 블록체인 업계가 시큐리티 토큰으로 들썩거리는 이유를 다루었습니다. 간략히 되짚어보자면, 시큐리티 토큰의 도입은 전통적 증권이나 유틸리티 토큰을 사용한 ICO보다 1) 높은 유동성, 2) 쉽고 안전한 펀드레이징, 3) 간단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 등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시큐리티 토큰이 베어마켓으로 흘러가는 블록체인 업계를 구원할 완벽한 대안일까요? 아쉽지만 아직 그렇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로 돌아와 보면, 이제 갓 태어난 시큐리티 토큰에게는 아직 많은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시큐리티 토큰은 암호화폐 시장과 전통적 금융 시장 사이에 걸쳐진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시장의 문법을 따라야 합니다. 또 시큐리티 토큰이 실질적인 ‘프로그래밍된 증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기술 표준도 꾸려야 하죠.

이 글에서는 그 중 시큐리티 토큰이 만나게 될 전통적 금융시장의 문법, 즉 법률과 규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시큐리티 토큰이 따라야 할 규제는 대체 무엇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2. 누가 만든 규제를 따라야 하는거죠?

시큐리티 토큰은 그야말로 ‘증권’입니다. 기존에 널리 통용되는 주식, 채권과 다를 바 없죠. 그렇기 때문에 시큐리티 토큰도 기존의 증권이 준수하는 발행과 거래에 관한 법규를 따라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유가증권의 종류는 매우 많고 그만큼 법규도 다양한데, 시큐리티 토큰은 정확히 어떤 법규를 따르라는 거죠?”

국가마다 다르다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토큰의 발행과 거래가 어느 국가에서 이루어지는지 알아야합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민의 증권 발행과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저마다의 법규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 각국이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하는 기준과 태도 역시 다르다는 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스위스나 홍콩과 같이 암호화폐 규제에 선제적인 국가들은 금융당국이 빠르게 나서서 토큰의 성격에 따라 적용 가능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존 증권 발행과 거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에는 미온적인 상황입니다.

이처럼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시큐리티 토큰을 발행하는 기업이 어느 국가에 있는지, 어느 국가의 사람들로부터 펀드레이징을 하고자 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알맞은 법규를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도 표준은 SEC

하지만 복잡한 상황에서도 점차 시큐리티 토큰 규제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규제입니다.

SEC는 발 빠르게 암호화폐 규제 가이드라인을 잡으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SEC의 규제가 시큐리티 토큰 규제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미국이 세계 금융 산업의 중심이기 때문이죠.

SEC는 미국의 법적 주체가 발행, 구매, 거래하는 모든 증권을 감시하고, 미국인이 참여한 증권이 SEC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합니다. 다시 말해, SEC의 눈 밖에서 증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향후 발행부터 거래까지의 모든 과정에 어떠한 미국인 혹은 미국기업도 참여시키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암호화폐와 기존 금융의 연결이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인 시큐리티 토큰이 전통적 금융 산업의 중심인 미국을 놓고 간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겠죠.

물론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SEC의 규제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하는 STO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대다수의 STO 프로젝트들은 SEC의 규제를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SEC 역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을 위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수립해나가고 있죠.

하지만 SEC가 시큐리티 토큰에 최적화된 규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11월 SEC의 의장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은 뉴욕 타임즈와의 좌담에서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위해 기존 규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였습니다.

SEC는 오랜 시간 개정을 거치면서 증권의 발행과 거래에 대한 최적의 규제를 마련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이 규제에 맞추어야 한다고 했죠. 즉, 시큐리티 토큰 역시 이에 적합한 새로운 규제가 마련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SEC가 기존에 구축한 규제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SEC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토큰의 본질적 성질이 증권임을 명시하는 STO에 국한된 말이 아닙니다. 이제는 유틸리티 토큰의 ICO 역시 SEC의 규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SEC는 Howey test 를 통과하는 모든 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또 최초 발행 목적이 증권이 아니어도 사람들로부터 실질적인 투자수단으로 쓰인다면 증권으로 간주하는 ‘실질우선원칙(Substance over form principle)’을 적용하고 있죠.

다시 말해, 기업이 아무리 유틸리티 토큰으로 ICO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사용자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투자수단으로 쓰이는 순간 언제든 증권으로 분류되어 규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SEC는 모든 ICO의 증권성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2018년에만 10건의 ICO를 증권으로 분류하고 벌금을 부과하였습니다.


3. 구체적으로 SEC의 어떤 규제를 말하는거죠?

SEC는 1932년 증권거래법을 제정하면서 설립된 이래로 투자자 보호, 적법한 증권 발행 및 거래를 위해 규제를 만들고 법을 집행해 왔습니다. SEC는 크게 1)증권 거래에 대한 규제와 2)증권 발행에 대한 규제를 다루는데,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거래와 발행 측면에서 각각 준수해야 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래 측면을 보면, 시큐리티 토큰 거래소가 되기 위해서는 SEC로부터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 자격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특정 조건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SEC에서 개별 검토 후 승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조금 더 일반적인 시큐리티 토큰 발행 관련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 해보겠습니다.

시큐리티 토큰 발행 관련 규제

SEC에서 정한 IPO 규정에 따라 펀드레이징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SEC에 증권을 등록하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합니다. SEC는 이러한 절차가 작은 기업에게는 너무 큰 부담임을 인지하고, 특정 규제를 따를 경우 SEC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조항(Exemption)을 마련해왔습니다.

특히 2012년 JOBS 법안(The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이 제정되면서 작은 기업들이 보다 쉽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SEC의 기존 법규들이 대거 수정 및 보완되었습니다. STO 역시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마련된 4 개의 면제조항을 따를 것이 권고되고 있는데, 각각 Regulation D, Regulation S, Regulation A+, 그리고 Regulation CF(CrowdFunding)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각 조항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 적합한지 알아보겠습니다.

Regulation D Rule 506

Reg D의 규칙 506을 따를 경우 기업은 금액의 제한 없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의 조달은 ‘공인된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로부터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인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 순수입 100만 달러이상이거나, 최근 2년간 순수입 매년 20만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Reg D는 재판매 역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많은 금액을 모으고자 하는 기업은 이 조항을 따르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텔레그램이 Reg D 규칙 506을 따르면서 17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모금한 바 있습니다.

Regulation D Rule 504

규칙 504는 규칙 506과 같은 Reg D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규칙입니다. 규칙 504를 따를 경우 공인된 투자자를 찾아 헤맬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펀드레이징 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5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재판매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도 쉽지 않고요.

이 규칙은 특정 주 내의 투자자에게 선매권이 있기 때문에 적은 금액을 모금하려는 로컬 비즈니스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gulation S

Reg S는 미국 기업이 미국 국민 외의 외국인에게 자금을 모을 경우 적용하는 규정입니다. 자금 조달의 제한은 없고, 재판매 제한 역시 없지만 이 모든 발행과 거래가 외국인에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큐리티 토큰 거래 플랫폼으로 유명한 tZERO가 Reg D와 Reg S를 같이 적용하여 1억 1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하였습니다.

Regulation A+

Reg A+는 투자자 제한도 없고, 재판매 제한도 없는 유연한 조항입니다. 비록 Tier에 따라 2천만 달러 혹은 5천만 달러 밖에 모금하지 못한다는 제약사항이 있지만, 재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ab, Ridecoin과 같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이외의 많은 스타트업에게 선택되고 있는 대표적인 펀드레이징 규정입니다.

Regulation CF

마지막으로 Reg CF는 그야말로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조항입니다. 직관적이지만 최대 1백 7만 달러밖에 모금하지 못하기 때문에 펀드레이징 수단으로서 많이 선택받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4. 나가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큐리티 토큰은 전통적 금융시장의 문법인 규제를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죠. 어떤 국가에서 토큰을 발행할 것인지, 어떤 국가의 사람들에게 자금을 조달받을 것인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모금할 것인지 등 여러 복합적인 요건을 검토하여 각 기업에게 적합한 규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큐리티 토큰이 본래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많은 이점들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유동성 확보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국가간 경계가 없는 투자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시큐리티 토큰이 마치 블록체인 산업의 완벽한 구원투수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큐리티 토큰은 분명히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 모든 이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규제를 비롯하여 시큐리티 토큰이 풀어나가야 하는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죠. STO가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처럼 자리잡고 있는 지금, 시큐리티 토큰이 가진 한계점에 대해서도 뚜렷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Decon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시큐리티 토큰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최선의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DECON

Cryptoeconomics Lab specialized in auditing & design & research

김성중 Sungjoong Kim

Written by

Cryptoeconomics Researcher @Decon, Major in Western history & Business administration @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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