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우기

Jeongsoo Park
6 min readAug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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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안에는 나보다 많은 경험을 한 동료들이 있곤 합니다. 각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동료들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동료들로부터 ‘잘’ 배울 수 있을까요?

딥네츄럴에서 무엇인가를 경험한 분들의 반응을 먼저 볼까요?

경험이 많은 선배 개발자 분들이 겪으신 여러 상황들을 대리 경험한 느낌이 들어요.

되게 잘 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냥 물어보면 ‘그냥 별거 없어요’라고만 대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접근하니,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그 핵심을 얻어낸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2% 부족했던 Postmortem

어느날, 새로 개발한 기능을 프로덕션에 배포했는데, 아뿔사!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장애를 잘 처리해서 한숨 돌리고, 개발과 배포를 담당하셨던 크루분이 나중에 장애에 대한 postmortem을 올려주셨습니다. 정리된 문서를 읽는데, 뭔가 조금 더 보완되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mortem

이렇게 댓글을 썼지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경험을 말로는 충분히 전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며칠 후에 있었던, 엔지니어분들과 수다를 나누는 정기모임에서 이런걸 해봤습니다.

Decision Requirements Table

글로는 잘 와닿지 않죠? 직업 경험했던 분들의 후기는 이렇습니다:

  • Postmortem을 통해 내가 직면한 문제, 장애 등을 투명하게 오픈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DRT 포맷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심도 있게 논의해볼 수 있었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나와서 좋았다.
  • ‘이게 문제였으니 이렇게 하자’라고 누가 한 사람이 답을 내리는게 아니라, 같이 이야기하고, 액션 아이템이 나온 과정이, 생산적인 회의였기도 하고, 민주적인 과정이었던 것 같다.
  • 이걸 가능하면 여러번 하고 싶다. 예전 경험을 대입해보면,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겼네. 이게 원인이네. 이렇게 해결해야지’라고 하기보다는, ‘어, 이 문제가 왜 생겼지?’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거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그냥 맞닥뜨리기보다는, 예방이랄까, 간접 경험이랄까. 이런 것도 생각해보면 좋고, 그런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뭘 하면 좋고 등, 좋았다. 장애라는 주제 외에도 다른 것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삶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활동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1. 자주 하게 되는, 그러면서도 중요한 판단이나 의사결정 꺼리를 정합니다.
  2. 그 판단/결정이 왜 어려운지, 무엇이 그것을 어렵게 하는지를 나열해봅니다.
  3. 그걸 할 때 자주 하는 실수들을 나열해봅니다.
  4. 전문가는 이 판단/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초심자와 어떻게 다르게 하는지 나열해봅니다. 이때, 전문가가 포착하는 단서(cue)와, 취하는 전략(strategy)을 주목합니다.

각자의 경력과 경험이 달라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 또 이전에 어떤 실수들을 했었는지 재잘재잘 재미있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렇게 한다’라는걸 같이 공유하면서 서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Discussion. Coutesy of https://pixabay.com/images/id-5069845/

동료들의 전문성 배우기

이 활동은 DRT(Decision Requirements Table)라고 부르는데, Power of Intuition이라는 책에서도 소개된 내용입니다.

저자인 Gary Klein은 전문성을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그는 순간의 찰나에 직관과 통찰을 발휘하는 전문가들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래서 소방관, 전투기 조종사, 중환자실 간호사 등, 위급한 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중요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그 순간에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등을 연구하며, 전문가들의 직관에 대해 밝혀냈습니다.

전문가는 오랜 경험과 숙련으로 인해, 초심자는 포착하지 못하는 중요한 단서나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초심자와는 다른 접근 방법과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초심자와 다른 사고방식(멘탈 모델)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딱 보니까 그렇던데요?’처럼 말하곤 합니다. 전문가의 특징이기도 한데, 전문가는 이미 자신이 하는 효과적인 행동이나 멘탈 모델들이 몸과 마음에 익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효과적인 전략을 알아채지 못하곤 합니다.

OO님이 일정 산정을 잘 하는데,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어보면 ‘어, 이거 그냥 하면 되는건데요’라고만 대답하시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집요하게 캐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또는, 전문가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이론(theory-in-use)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고 있다고 믿는 신봉이론(pet theory)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말로 비결을 물어보면, 자기가 그 전문성을 쌓기 위해 실제로 했던 방법들이나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방법들이 아니라, 그럴듯한 이론이나 이유를 구성해서 그것이 실제라고 믿고 설명하곤 합니다.

DRT는 이러한 함정들을 피하면서, 전문가의 멘탈 모델, 포착하는 단서, 접근하는 전략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하여 많은 시도들을 통해 먼저 경험하고 효과적인 전략과 멘탈 모델을 수립한 분들의 노력을 간접 경험을 통해 흡수할 수 있습니다.

딥네츄럴에서는 이렇게 개발자들에게 숨겨져 있는 전문성을 계발하며 실력을 갈고닦기 위한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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