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설이 풀리지 않을 때 시도해 볼 단 1가지

Chan
Delight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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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Feb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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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뒤집어버리자

🌅 새해 목표에 숨어있는 우리의 생각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라며 글을 시작했는데 구정이 지났군요. 호호)

여러분은 올해 어떤 목표를 잡으셨나요?

저는 제가 가진 좋은 습관과 생각들을 매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요. 여러분 중 누군가는 더 건강하기로 마음 먹고 운동을 시작하셨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기로 약속하고 여행을 알아보고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친구들, 동료들과 새해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아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지 않나요. 아마 그 이유는 우리의 새해 목표에는 인생의 가치관까지 이어지는 어떠한 가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선 목표들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설을 뽑아보면,

이런 생각이 숨어있을 수 있어요. 각자의 인생 목표, 가치관에 따라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이처럼, 당장 잡은 올해의 목표들을 아주 깊게 파고들어보면 우리네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라미는 사람들에게 성공적인 아침을 선사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삶’과 같은 아주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더 잘 깨우고, 더 잘 재우기 위한 하위 목표들을 구체화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잘 깨우기”를 담당하고 있는 모닝 스쿼드는 지난 1년 반 동안 “유저들의 아침을 성공적으로 만들기”라는 큰 목표 하에서 움직여 왔습니다. 그러던 중 24년 새해를 맞아 스쿼드 목표를 세우기 위한 가설을 바꾸게 되었답니다.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큰 차이를 만들었는데요, 어떤 연유로 어떤 과정으로 큼지막한 가설을 바꾸었는지 고뇌와 유레카의 과정을 살포시 나누어봅니다.

내적 아우성

🎯 모닝의 첫 임무: 내일 아침을 성공적으로 만든다!

모닝 스쿼드의 최상위 목표는 “유저들의 아침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 안에 숨은 더 궁극적인 꿈은 무엇일까요?

새해 목표처럼 파고 들어가보면,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깨우는 것을 넘어서 내일 아침을, 다음 한 달을,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알라미의 궁극적인 비전인 것이죠.

자 이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모닝 스쿼드 입장에서 위 문장을 바꾸어볼게요.

즉, 모닝 스쿼드가 가장 먼저 검증하고 싶은 제품 가설은 이것이었습니다.

오케이! 모닝 스쿼드는 잘 일어나게 하기, 상쾌한 아침 보내게 하기에 집중하면 되겠군요. 😉

그렇게 1년 반에 달하는 시간 동안, 다음날 더 잘 일어나도록, 더 상쾌한 아침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성공적인 아침을 지표로 정량화한 ‘아침 점수’라는 기능을 만들어 얼마나 한 번에 일어났는지 숫자로 알려주고, 정성적인 기분 상태를 체크하게 만들고, 이 데이터를 쌓아 일주일 간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점수를 알람 해제 직후 플로우에 추가하여 일어난 후 자신의 상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했죠. 잘 일어나지 못하는 유저들을 위해 확실히 일어나게 해주는 기능도 하나둘 추가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기능들이 속속 들어오고, ‘성공적인 아침에 대한 지표’ 화면을 보는 유저들이 차츰 늘어났습니다.

👠 길을 잃었다 (ft. 아이유)

이제 성공적인 아침에 대한 지표 시스템을 만들었으니, 더! 상쾌하고 더! 성공적인 아침을 위한 기능을 더더 추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가설을 도출하고 실행하는 데에 점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어요.

성공적인 아침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마다 무궁무진하게 많았습니다. #미라클 모닝, #아침 루틴 테마를 가진 레퍼런스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가짓수가 많은 만큼 ‘50% 이상의 유저들이 이 기능을 필요로 할 거야!’라는 자신감이 드는 아이디어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려 하면 기능이 말도 안 되게 어려워졌고, 단순하게 하나의 문제를 풀려고 하면 너무 소수를 위한 기능이 되어 버렸어요.

어찌해야 하오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닝 스쿼드에서 만든 ‘아침 점수 주간 차트’를 바라보며, 성공적인 아침을 맞는 사람들의 그래프를 상상해보았습니다. 이 그래프가 어떻게 그려져야 성공적인 아침인 걸까요?

아침 점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알라미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아침에 가까운데요,

만약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매일 힘겹게 시작하는 사람이 알라미를 처음 시작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사람이 알라미의 도움으로 점점 성공적인 아침을 보내게 된다면, 그건 우리의 목표가 달성된 거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미 매일 완벽한 아침을 보내고 있다면요? 그 이상 더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알라미에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이것까지 해야 완벽합니다!‘라고 외치지 않는 이상은요. 그런데 언제까지고 무한대로 기능을 추가할 수는 없겠죠.

반대로, 매일 성공적인 아침을 보내던 사람도 그러지 못하는 날이 생깁니다. 날씨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출장을 갈 수도 있고, 독감에 걸릴 수도 있죠. (12월의 저처럼) 그런 날 조금 미비하게 아침을 보냈다면, 알라미는 그 사람에게 ’덜 성공적이다‘는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걸까요?

🕵️ 답은 질문에 이미 있었다

잠시 100점 선을 지워보고, 차트를 멀리서 바라보았습니다.

모닝 스쿼드의 일차적인 목표는 알라미를 반복적으로 쓰는 것이었죠.

앗 그런데 이미 이 사람은 알라미를 꾸준히 쓰고 있는걸요?

선의 오르내림, 100점에 얼마나 가깝냐보다도, 이 차트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것.

꾸준히 자신의 패턴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닐까요.

당장 내일을 더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내일도 알라미로 일어나게 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알라미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유저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대단한 일인지 일깨워주고, 조금 사용해본 유저에게는 알라미를 매일 사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상상하게 해주는 거죠. 그러면 설령 첫 날부터 완벽한 아침을 보내지는 못해도, 쓰다 보면 점점 바뀌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요.

사실, 이 고민이 며칠만에 뚝딱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무의식적으로는 몇 분기에 걸쳐, 본격적으로는 4분기 동안 찐하게 고뇌를 했죠. 막막하고 혼란스러웠던 고민의 시기를 거치고 나니, 제가 찾은 돌파구를 가설로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가설이 틀렸냐? 그건 아닙니다.

인바디 점수가 수많은 사람들을 운동하게 만든 것처럼 정량화와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 사람들을 움직이기도 하고

반대로 하루 5분 운동을 냅다 반복부터 시켜서 이상적인 상태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틀린 방법은 없어요.

다만 ‘성공적인 아침부터 만들어야만! 반복시키든 말든 할 수 있어’라는 생각에 고착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이지요. 두 가설 다 말이 되니까요.

🍳 가설을 뒤집어봅시다

우리가 일을 하다 보면 ‘A를 해야 B가 이루어질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제안서를 작성해야 파트너사를 설득할 수 있을 거야.
  • 고객 대응 매뉴얼을 짜야 빠르게 안내할 수 있을 거야.
  • 이슈 대응 프로세스를 짜야 버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A를 하다 보면 막히는 순간이 한 번쯤은 오기 마련인데요, 이럴 때는 가설을 뒤집어보세요.

계란도 뒤집어가며 익혀야 골고루 익듯,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딱 정해진 순서대로 해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순서가 더 빠르고 효과적일 수도 있어요.

아, 가설을 바꾼 뒤 모닝 스쿼드는 어떻게 지내냐구요?

일단 스쿼드 이름을 다소 광범위했던 Morning 에서 알라미가 집중해야 할 행동인 Wake up 으로 바꾸었고요.

가설을 조정한 뒤로 백로그를 순산하며 즐겁게 달리고 있답니다. 이 방향이면 될 것 같다는 자신감과, 실질적으로 예측되는 제품 임팩트 모두 이전에 비해 훨씬 높은 상태예요. 어서 변화를 세상에 내놓고 검증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감 충만

앞으로의 새로운 가설을 통한 결과와 레슨들도 기대해주세요. 더 자주 글로 나누겠습니다.

가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하루 250만 명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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