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rmy가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데 도움된 공식 (feat. HCI)

Jaemyung Shin
Delight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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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Feb 14, 2021

알라미가 5,000만 명의 아침을 깨우고 글로벌 알람앱으로 성장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알라미가 다른 알람과 뭐가 그렇게 달라요?”

이 질문에 간단히 “우리는 어떻게 사용자를 잘 깨울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했어요” 라고 답을 하곤 하는데, 이것 만으론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이전에 쓴 글에서 겉으로는 잘 보이진 않지만 뒤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부분들을 소개했지만 제품 기획 관련된 이야기를 하진 못한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제품을 개선해오며 했던 고민 중 하나를 공유해보려 한다.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공식

석사 과정과 알라미의 운영을 병행하던 시기에 흥미로운 논문을 하나 읽게 되었다. 당시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지에 대한 분야를(Persuasive Technology)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분야의 대가인 BJ Fogg 박사의 논문을 접하게 되었고 여기서 원하는 행동을 더 잘 발생 시킬 수 있는 디자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소셜 딜레마” 에서 나오는 기술이 바로 Persuasive Technology 이다

사실 이제는 제품 기획시에 많이들 읽는 훅(Hooked)에서 소개되어 꽤 보편화 된 개념이긴 하지만, 당시 이 모델을 접하고 알라미가 왜 다른 알람앱 보다 더 잘 깨우는지, 앞으로 어떻게 더 잘 깨울 수 있을지에 대한 시드를 찾을 수 있었다.

FBM (Fogg Behavior Model)이라고 불리는 이 모델은 어떻게 행동이 일어나는지를 세 가지 요소로 단순화시킨 강력하고 직관적인 모델로, 아래처럼 설명 할 수 있다.

1) 행동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고 (Motivation)
2) 행동을 쉽게 할 수 있을 때 (Ability)
3) 계기가 생기면 (Trigger)
→ 행동이 일어난다 (Target Behavior)

B=MAT 를 나타내는 그림 (BJ Fogg, A behavior model for persuasive design, Persuasive ’09)

이것을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B = MAT (행동 = 동기*능력*계기)라고 표현한다. 간단한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쉬운데, 만약 “기타 연습"이라는 목표 행동을 하는 상황을 B = MAT 관점에서 보면 아래처럼 해석 될 수 있다.

  • Motivation (동기): 목표 행동에 대한 동기로 ‘기타를 잘 치고 싶다’ 는 마음이 될 수 있다. 만약 기타를 잘 치고 싶은 동기가 없다면? Low Motivation 상태가 되며 행동이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 Ability (능력): Simplicity(간단함) 라고도 표현되는데, 얼마나 목표 행동을 하기 쉬운가를 나타낸다. 여기서는 ‘기타 연습을 하기 얼마나 쉬운 환경인가?’가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만약 기타가 집에 없고 연습실에 가야만 연습할 수 있다면? Low Ability 상태가 되며 행동이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 Trigger (계기): 기타 연습을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집에 기타까지 있다고 하더라도, ‘기타 연습을 하자!’ 라는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행동이 일어날 수 없다. 여기선 반복적으로 등록해둔 리마인더가 Trigger 예시가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서비스에 대입한다면?

PM, 기획, 디자인, 개발 등 누구든 사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제품에서 목표로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MAT 중에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논의해보면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우리도 워크샵에서 모두 함께 아이디에이션을 해보았는데, R&R 상관없이 모두 쉽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본인의 서비스를 B=MAT 관점에서 고민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아래에 정리해보았다. 실제로 내부 사람들과 어느 요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야기 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Motivation 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 Pleasure(즐거움) / Pain(고통)
    주로 미래보다는 즉각적인 동기 요소에 해당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얻는 보상 등에 대한 즐거움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고통이 있다.
  • Hope(희망) / Fear(두려움)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인 동기 요소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미래에 좋은 일 혹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두려움이 해당 된다. 예를 들면,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품고 운동을 하는 것이나, 독감이 걸리는 두려움을 피하고자 예방 접종을 맞는 것이 있다.
  • Social Acceptance (사회적 용인) / Social Rejection (사회적 거부)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동기 요소에 해당 된다. 예를 들면, 옷을 잘 입어서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려는 부분이나 사회적으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 욕이나 막말을 하지 않는 것이 있다.

Ability (Simplicity) 에는 6가지 종류가 있다

  • Time (시간)
    목표 행동에 드는 시간이 얼마나 드는가? 시간이 많이 들면 Ability 가 낮다.
  • Money (돈)
    목표 행동에 드는 돈이 얼마나 되는가? 돈이 많이 들면 Ability 가 낮다.
  • Physical Effort (육체적 노력)
    목표 행동을 하기 위해 육체적으로 얼마나 노력 해야 하는가? 노력이 많이 필요하면 Ability 가 낮다.
  • Brain Cycle (정신적 노력)
    목표 행동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하는가? 많은 생각이 필요하면 Ability 가 낮다.
  • Social Deviance (사회적 편차)
    목표 행동이 남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보편적인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할수록 Ability 가 낮다.
  • Non-Routine (비규칙적)
    목표 행동이 얼마나 규칙적인가? 행동이 비규칙적 일수록 Ability 가 낮다.

Trigger는 3가지 타입이 있다

  • Spark (촉발제)
    Ability 는 높은 상황인데, Motivation 이 낮을 때 사용된다. Motivation 을 상기시켜주거나 강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동기 부여되는 사진을 운동 시간 알림과 함께 보내줄 수 있다.
  • Facilitator (촉진제)
    Motivation은 높은 상황인데, Ability 가 낮을 때 사용된다. Ability 를 높이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클릭 한 번 만으로도 앱 업데이트가 쉽게 끝난다는 메시지를 업데이트 알림과 함께 보내줄 수 있다.
  • Signal (신호)
    Ability 와 Motivation 모두 높은 상황일 때 사용된다. 단순히 잊어버리지 않게 리마인드만 해줘도 된다.

Motivation 과 Ability 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 Motivation 이 엄청나게 높으면 Ability 가 낮아도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 예를 들면, 가입 절차가 말도 안 되게 복잡한 서비스를 마주했을 때 웬만하면 가입을 안 하겠지만, 그 서비스를 사용할 동기가 엄청나게 크다면 아무리 어려운 절차라도 참고 진행할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서비스에서 어떤 것을 더 쉽게 올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그 요소부터 공략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보통 Motivation 보다 Ability 를 올리는 방향이 쉽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알라미에서는 B=MAT 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알라미에 대입해보자

알라미의 핵심 사용자군은 알람을 해제하고도 다시 잠드는 사용자들로, 이들을 위한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알람이 울리면 지정된 장소까지 가서 사진을 찍어야 알람이 해제되는 “사진으로 알람 해제” 라는 기능이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사진을 찍어야만 해제 되는 “사진으로 알람 해제”

다른 알람앱에서 알람을 해제한 경우와 알라미에서 알람을 해제 한 경우의 상태를 비교하면 왜 알라미가 잠을 더 잘 깨우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래 그림처럼, 알라미의 사진 알람 해제 기능을 사용하면 일반 알람에 비해 알람을 해제 후 목표 행동에 대한 Ability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Target Behavior: 잠에서 깨운다
  • Ability: 침대에서 누워있는 상황(일반 알람) VS 침대에서 먼 곳까지 걸어가서 서 있는 상황(알라미)
왼쪽의 회색 지점은 일반 알람을 해제 한 후, 오른쪽의 주황 지점은 알라미로 알람을 해제 한 후

침대에 누워있는 상황과 침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상황 중 어느 상황에서 더 잘 깰까? 당연하게도 침대 바깥에 서있는 상황이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는 잠에서 깨기 쉬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알라미를 사용했을 때 잠에서 쉽게 깰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Ability를 높이는 예시를 들었지만, 경우에 따라서 Motivation이나 Trigger 모두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이 있다.

마치며

FBM 의 모든 요소를 표현한 그림, 최근엔 Trigger의 T 대신 Prompt 의 P를 쓰기도 한다

서비스가 목표로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MAT 중에 어떤 것을 개선 시킬지 등에 따라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꼭 서비스에 대입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지속하고 싶은 행동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평소에 잘 지키지 못 하는 행동도 더 잘 지킬 수 있는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다시 초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와보자.

“우리는 어떻게 사용자를 잘 깨울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했어요”

이를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우리는 서비스에서 본질적으로 집중해야 할 목표 행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해서 가설을 세워 검증 하며 점진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서 다른 알람앱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딜라이트룸에서는 제품의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위와 같은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해나가며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으신 분들은 채용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혹시 지금 당장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캐쥬얼한 티타임도 괜찮으니, 현재 열려있는 포지션과 별개로 딜라이트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operation@delightroom.com 으로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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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myung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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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of DelightRoom — Wake people up, fully and complet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