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테스트로 신규기능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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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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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n readMay 26, 2021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알람이 또 뭐가 있을까?

몸을 움직이는 만큼 확실하게 일어나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지금 알라미에는 걷기, 흔들기 미션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강력한 미션이 있다면 어떨까?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서 알람을 끌 수 있다면?

그 생각에서 나온 것이 바로 알라미의 스쿼트 미션이다. 알람을 정해진 횟수만큼 스쿼트를 해야 알람이 꺼진다. (지금은 iOS만 출시했고 Android도 곧 출시예정이다)

알라미의 스쿼트 미션 해제 화면

강제로 운동을 해야만 알람이 꺼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생각만 하고 될 리 없다며 쉽게 포기하거나 다른 우회 방법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Subs(Subscription) 스쿼드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기술조사를 이어 나갔다. 구현 가능 여부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하는 대신 도전했고 결국 출시와 성과 모두 이루었다.

다른 운동 서비스는 어떻게 하고 있지?

혹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싶어 운동 관련 제품들을 많이 찾아보았다. 하지만 유사한 제품이 있어도 저마다 목적부터 사용자층까지 다르기 때문에 참고하기 쉽지 않았다. 만약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기능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리서치한 내용을 참고해서 진행할 경우 자사 제품에 맞지 않는 사용자 경험이 나올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놓친 채 디자인을 진행했고 몇 번의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타제품을 참고하기보다 우리 제품의 특징에 더 중점을 두어 다시 설계를 진행했다.

사용자 테스트를 하기 전 시안. 스쿼트 자세에 알맞는 조건을 맞출 수 있도록 안내했다.

N번째 시안과 N번째 사용자 테스트

처음 작업한 시안을 모두 지우고 다시 작업했고,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한 뒤 받은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 나갔다. 아래 내용은 처음 작업한 시안에서 받은 피드백 중 일부다.

  • 미션 해제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작이라고 나왔을 때 어떤 것에 대한 시작인지 인지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 일어나세요! (Stand up!)라고 문구를 사용자에게 보여주었을 때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전달되었다(Stand up이 아닌 Wake up으로..). 실제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란 의미였는데 전달되지 못했다.
  • 한 화면에 정보가 분산되어 있어 정보 전달이 명확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스쿼트에 알맞은 자세를 준비한 뒤 스쿼트를 한다는 것이 사용자에게 생소했고 그것을 안내해주는 인터페이스도 생소했다는 점이다. 시안의 중간과정까지는 알람 해제 시 가이드를 주고 있으므로 알람 설정 화면에서 스쿼트 미션에 대해 간단히 소개만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와 더불어 알람을 미리 접하지 않는 이상 이 미션으로 어떻게 알람을 끌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션을 실제로 해보기 전 정보 전달을 더 자세히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자세 가이드도 대폭 수정하였다.

정보전달은 고민 끝에 영상을 촬영하여 제공하는 것이 제일 확실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내부 시연용으로 간단하게 촬영해서 다시 UT(User Test)를 진행했다.

내부 시연용 영상. 스쿼드 멤버분께서 모델을 해주셨다

사진 대신 영상으로 미션을 소개했고 결과는 영상의 승리였다. 영상을 통해 어떻게 자세를 잡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개선된 가이드를 제공하니 사용자들이 전보다 수월하게 자세를 잡고 미션을 시작했다. 가이드는 기존 피드백을 토대로 크게 두 가지를 개선했다.

  • 화면별 문구 개선
  • 자세에 적합한 조건을 맞추도록 하는 대신 해당 조건이 나올 수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안내 (조건에 자연스럽게 부합되는)

화면별 문구를 개선한 것만으로 사용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일어나세요”를 “자리에서 일어나세요”로 바꾼 뒤 사용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쿼트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또한 자세를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에 맞추도록 했을 때는 사용자들이 조건을 맞추기 모두 어려워했으나 반대로 가이드를 주었을 경우 쉽게 자세를 맞춰 스쿼트를 시작했다.

수정된 마지막 시안

하지만 가이드 부분에 여전히 수정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 주요 피드백 중 1가지는 손가락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터치 영역을 직관적인 손가락 그림으로 변경했고 더 명확한 피드백을 위해 터치가 인지될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 색상이 변경되도록 했다. 그 외 미션 소개뿐 아니라 실제 스쿼트를 할 때에도 영상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진짜 마지막 시안

그리고 해당 시안으로 다시 UT를 진했다. 그러나 터치하는 과정까지만 원활히 진행되었고 팔꿈치를 몸통에 붙여 스쿼트 자세를 만드는 부분(위 시안의 5번째 화면)은 원활히 실행되지 못했다. 테스트 종료 후 우리는 어떤 것이 문제인지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다.

가설들을 토대로 버튼의 디자인을 수정하고 스쿼트 자세를 그림으로 넣어 보기도 했다. 심지어 버튼 위에 버튼을 누르라는 화살표를 넣기도 했었다. 수차례 UT를 이용해 수정했지만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로 남았다.

문제의 버튼

사용자 인터뷰에서 왜 버튼을 누르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물어보았고 그들이 겪은 어려움은 손가락 두 개를 붙인 상태에서 다시 버튼을 클릭해야했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출시를 앞둔 상황이라 다음 개선점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UT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의 가설은 아래와 같았다. 양손으로 처음에 기기를 붙잡게 했는데 버튼을 누르라고 하니 손을 붙인 상태에서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은 결국 스쿼트 자세를 잡게 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방법을 바꾸기만 하면 될 터였다.

그래서 문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버튼을 제거했다. 그리고 기기를 양손을 잡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더 터치하게끔 디자인을 변경했다.

해당 시안을 피그마의 프로토타이핑 기능을 활용해 간단히 구현했고 다음날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행히 결과는 긍정적이었고 최종 구현에 해당 디자인이 같이 반영된 상태로 스쿼트 미션을 출시했다.

당시 만들었던 프로토타입 피그마 링크

빠른 출시와 성과

이처럼 UT를 통한 빠른 개선 과정을 거듭해서 스쿼트 미션은 짧은 시간 안에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모두 진행해 출시할 수 있었다. 물론 UT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더 빠른 출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결국 사용자 경험보다 출시 일정을 우선하게 된다. 알라미팀은 제품 개발 시 사용자 경험이 가장 최우선이고, 그래서 다소 출시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사용자 경험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UT를 진행했다.

출시 일정 또한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가능한 적고 빠르게 작업을 진행했다. 출시 전 스쿼트 안내 영상은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촬영했고 디자인도 일단 최소한의 기능애 초점을 두어 작업했다.

만약 처음부터 완벽한 영상과 가이드를 제공하려 했다면 스쿼트 미션의 출시일은 몇 주는 더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스쿼트 미션은 출시 뒤 프리미엄 기능 중 2번째로 인기가 많은 기능이 될 수 있었고 안드로이드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

글을 마치며

알라미팀에 입사하기 전 내가 경험한 UT는 사내에서 진행한 것이 전부였고 고작 열명 안팎의 인원을 대상으로 간단한 질문을 한 것이 다였다. 하지만 스쿼트 미션을 출시하기 위해 진행한 UT는 훨씬 본격적이었다. 다양한 연령층들을 대상으로 UT를 진행했고 오염되지 않은 데이터를 입수하기 위해 알라미를 사용해보지 않은 사용자까지 찾아서 진행했다. 여기서 배운 점이 얼마나 많은 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UT를 진행할 때도 사용자가 기상부터 실제로 미션을 완료하기까지 과정을 글과 영상으로 기록을 하였고 그에 따른 시안의 변화과정도 마찬가지로 기록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모두 많은 데이터와 그것을 꼼꼼하게 기록한 덕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알라미팀의 제품과 사용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나 자신도 알라미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과정에서도 사용성 문제를 개선점으로 남겨두는 대신 더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스쿼트 미션은 내게 단순히 인기 많은 프리미엄 미션 기능이 아니라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하나를 뽑으라면 제품에 대한 애정이라 말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기능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쿼트 미션의 알고리즘은 더욱 고도화될 예정이며 사용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힘들다면 스쿼트 미션을 꼭 한번 써보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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