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이라는 생소한 용어로 인해, 독서를 돌아보는 시간

JinHee Lee
Aug 23, 2017 · 5 min read

지대넓얕 75회 — 초병렬 독서법

좋은 독서법이란 있는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러다보니 독서법이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왜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독서법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영향을 받을수도 있고, 어떤 종류의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효율적인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각각의 방법들이 다 개인의 고유한 독서법이 되는것이 아닐까.

나는 늘 책, 서점, 독서 라는 단어를 발견하면 관심이 가고 마음이 설렌다. 지대넓얕 팟캐스트의 그 많은 목록에서 ‘초병렬독서법’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용어에서부터 일본의 느낌이 물씬나는 초병렬 독서법이란 일류대학 출신이 아님에도 35살에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법인 사장에 오른 나루케 마코토 라는 남자가 자신이 일프로의 인재가 된 이유를 이 독서법으로 꼽으며 쓴 책이다. 사실 아직 책은 읽지 않았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지만) 팟캐스트에서 들은 내용만으로 간단하게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책 10권을 동시에 읽어라 : 초병렬 독서법
  •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다.
  • 공간마다 다른 책을 두고 읽는다.
  • 완전 다른분야에 대한 책 10권 정도를 동시에 읽는다.
  • 남들이 보는 책을 읽는다면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 쉽고 빠르게 아주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일반 근로자의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독서법이다.

사실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어조와 논리는 상당부분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다가온다. 회사의 CEO가 아닌 일반 근로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라고 말한다거나, 절약을 하지말고 전부 책에 투자하라고 하는 등 본인의 방식을 심하게 강요하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런 부정적인 부분들을 배제하고 나면 실제 독서 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오랫동안 가져온 취미가 독서인데, 한 가지 취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재미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한 장치를 필요로 한다. 일단 나는 독서에 대한 몇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별 것 없지만)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독서의 가장 큰 목적은 나의 즐거움이다.
  • 분야와 관계없이 읽고싶은 책들을 읽으며, 앞으로 읽을 책들의 목록을 관리한다.
  • 읽은 책의 목록은 년도별로 기록한다. 기록시에는 처음 읽었으며 끝까지 읽은 책만 대상으로 한다.
  • 발췌하여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나 내용은 별도의 글로 정리한다.
  • 매년 1가지 이상의 테마나 작은 목표를 별도로 지정하여 즐겨본다.

원칙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것들이지만, 이 나름의 법칙이 나의 독서를 풍요롭고 한층 흥미롭게 하고 있어 상당히 오래 유지해오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2016년의 작은 테마가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읽자!’ 였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10권까지 동시에 읽는다거나 필요한 부분만 읽는식의 정보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는 아니기 때문에 굵직한 줄기에서 차이는 있지만 1년간의 독서를 정리해보면 보통 이런 패턴이었다.

  • 한번에 3권에서 4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 사무실, 집, 원룸, 가방 속 이렇게 공간적으로 4군데 정도에 별도의 책을 두고 그 공간에 있는 시간에 그 책을 읽는 방식으로 한다.
  • 각 책은 모두 다른 분야나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다.

이 방식의 독서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이루어졌었다. 그 전 해에 평소 즐겨읽지 않는 경제, 미술, 과학 분야 등의 도서들을 몇가지 읽어보자 하여 구입하였는데,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쉬이 읽히지 않거나 흥미는 있어도 의외로 끝까지 읽기 힘든 책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늘 모든책의 완독을 목표로 하는 나는 끝내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에 다른 책을 읽지도 못하고, 그 책을 빠르게 마무리 짓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독서의 흐름도 깨지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을 해결해보자 하는 새로운 목표가 ‘여러가지 책을 동시에 읽자!’ 였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방식은 결과적으로도 꽤나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권만 제대로 읽어야지 무슨 책을 이렇게 읽느냐고 물어본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학창시절에도 국어공부를 하다 수학공부도 했고, 그러다 지루해지면 과학책을 읽기도, 국사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그 각각의 공부가 서로를 간섭하여 방해한적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반대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할때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것이 더 효과적이고 지루함을 없앨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되어 다시 기존의 책으로 돌아갔을 때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게 된다.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저렇게 늘어놓았지만, 앞에도 말했던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독서란 반드시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아도 되는 행위이기에 좋은 독서법이란 것도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법을 핑계로 독서 자체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데, 종이책을 손에 들고 보는 아날로그적인 독서가 평소 나의 정서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며, 내가 속한 사회나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주고, 무엇보다 이렇게 오랫동안 나에게 재미를 준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장점때문이다.

더위도 한풀 꺾여가는 지금,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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