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몰락,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성숙/성장할 것

Youngjun Jang
Dogok Research
Published in
12 min readMay 15, 2022

보증된 스테이블 코인들의 확장과 미국 중심의 블록체인/암호화폐 발전이 예상됨

세줄요약:

  1.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UST)의 구조적 취약점을 공격당한 테라 블록체인의 몰락: 이틀만에 시가총액 10위 내 코인과 수많은 활성화 dApp들이 있는 블록체인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2. 실물과 완벽하게 페깅(pegging), 즉 1:1 환전이 가능하며 신뢰도 높은 국가나 기관이 보증하는 스테이블 코인들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 은행에 예치한 달러화와 1:1이 보장되는 USDC, BUSD)
  3. Made in China → Made in USA: 중국 대신 미국이 블록체인/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보이며,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중장기적 성장이 기대됩니다.
Source: https://www.tronweekly.com/us-eyeing-leadership-in-global-cryptoeconomy/

최근 루나 폭락 사태는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들에서도 큰 화제입니다. 규모가 워낙 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왜 그랬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합니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조직이나 펀드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절대 투자 조언이 아니며, 전반적인 시장 분석 및 전망입니다.

테라, 루나, UST… 이게 다 뭔가요?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 테라는 블록체인 “이름”,
  • 루나(LUNA)는 이 블록체인의 의결권이니 “주식”,
  • UST는 1달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인으로 블록체인의 “부채”,

뭐 이런 형태입니다. 구체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 LUNA: 테라(Terra) 블록체인의 Governance 토큰(블록체인에서의 의사결정) 으로서 UST 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
  • UST: Terra 블록체인의 탈중앙(decentralized),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algorithm stable coin)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의 종류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취약성

대표적 스테이블 코인들: 좌측부터 USDC, USDT, BUSD

스테이블 코인은 1달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인으로, 크게 3종류가 있습니다.

  1. 실물(대표적으로 법정화폐 1달러)과 1:1 환전이 가능한 것들 (USDC, BUSD, USDT 등)
  2.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발행되는 것들 (DAI 등)
  3. 알고리즘(algorithm)에 의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것들 (USN, UST, FRAX 등)

이중 3번 종류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들은 이전에도 폭락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21년 6월 Iron Finance 프로젝트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IRON이 1달러 미만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Governance 토큰인 TITAN의 시가총액이 하루도 안되는 시간 동안 약 2조원에서 0에 가까운 수치로 떨어졌었지요.

대마불사는 없었다: 시가총액 수십조원의 UST, LUNA 동반 폭락

본질적으로 이번 사태도 같습니다: UST가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LUNA 가격이 사실상 0으로 떨어져 버렸지요.

5/9~5/11 단 이틀만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UST 가격의 페깅(1달러 유지) 방식은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지면 누군가가 테라 블록체인에서 1달러 가치의 LUNA를 소각해서 1UST를 발행해서 매도함으로써 차익거래가 가능하며, 반대로 1달러보다 낮아지면 1UST를 소각해서 1달러어치의 LUNA를 발행해서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정상적” 인 시장 상황에서는 1달러로 유지가 되겠지요.

Source: https://eightglobal.com/blog/ust-loses-peg-luna-plummets-in-price-what-happened

문제는 UST가 1달러보다 낮게 유지될 경우 LUNA 발행 및 매도 수요가 같이 늘어나게 되는데, LUNA 가격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이론적으로 UST와 LUNA가 동반 추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UST는 1달러보다 낮아졌다가도 과거 다시 1달러로 복귀하였기에, 그리고 최근 테라 블록체인이 엄청나게 활성화되고 LUNA 가격도 크게 상승하였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UST와 LUNA의 동반 추락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UST는 2번(2020년 12월 말, 2021년 5월 말) 1달러 페깅이 깨졌지만 금방 다시 회복하였으나, 이번에는 …

갑작스러웠으나 확실해진 테라의 몰락

가격 붕괴는 이틀만에 사실상 끝난 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많아서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이나 진행 과정을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1.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경우 태생적으로 참여자들의 신뢰에 기반한다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약점이 있었기에,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뱅크런과 패닉셀이 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 이전 사례들을 볼 때 테라 블록체인이 살아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Made in China → Made in USA 전망 1: 미국 기반 스테이블 코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겠지요.

첫번째 전망은 스테이블 코인 관련입니다: 실물과 1:1 환전이 가능하고 신뢰 높은 곳 — 특히 미국 관련 — 들이 보장하는 스테이블 코인들만 살아남을 것이며, 이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의 Made in China → Made in USA 사례 첫번째입니다.

우선 글 서두에 언급했던 스테이블 코인 분류 중 세번째,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이 분류의 코인들의 폭락 사례들은 꽤 있었으나, 이정도 큰 규모는 처음입니다.

시가총액 10위 이내의 코인이 이틀만에 -99.9% 떨어지는 것도 처음이고, 특정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dApp들과 프로젝트들이 있는 블록체인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수준이니… 이건 마치 중상위권 국가 하나가 핵폭탄을 맞고 지도상에서 사라진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워낙 충격적이고 피해자 수도 많다 보니, 앞으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에서 큰 규모로 성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내재된 취약점에 대해서 시장 참여자들이 알아 버렸기에 조금만 규모가 커지면 공격이 들어오겠지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제 시장 참여자들은 1:1 환전이 가능한 스테이블 코인 외에는 불안해서 취급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서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담보로 맡기고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 DAI의 경우도, 이더리움이 갑자기 반토막 나면 어떻게 되지?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2020년 3월의 코로나 급락 때 DAI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선례도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한 종류밖에 없습니다. 실물과 완벽하게 페깅(pegging), 즉 1:1 환전이 가능한 것.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죠.

알고리즘 기반이나 암호화폐 담보 기반은 블록체인 상에서 (on-chain) 증명이 이루어진다면, 실물 페깅의 경우는 누군가가 보관 및 검증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누가 보증하는지가 엄청나게 중요해지겠지요.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스테이블 코인인 USDT(테더) 의 경우, 정말로 1:1 대응이 되는 준비금(reserve)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운영사인 iFinex (홍콩 기반으로 BitFinex 거래소 운영) 에서 외부 감사 결과 및 준비금 내역을 공개하지만, 불투명한 점들이 많으며 특히 현금이 아닌 준비금 부분에 대해서는 불안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테더 준비금에 포함된 회사채들이 부도가 난다면…?
Source: https://tether.to/en/transparency/#reports

회사채나 다른 투자 부분의 손실 가능성에 더해서, 테더의 경우 홍콩 기반이라는 것 또한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우려 요소입니다. 홍콩이 예전보다 중국화되었기 때문이죠.

간단하게 비교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것이 더 안전해 보이실까요?

  1. USDT: 홍콩 기반으로 16% 넘는 비중의 준비금이 현금 이외의 자산들에 투자되어 있음
  2. USDC, BUSD: 미국 기반으로 유명한 회사/기관들의 투자 및 보증을 받고 있으며, 1:1 환전이 언제나 가능

… 미국과 연관되기 싫은 국가나 조직이 아니라면 당연히 2번일 겁니다.

실제로 시가총액이나 거래량 변화 추이를 보면 선두주자 USDT를 USDC와 BUSD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서 이대로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역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중심으로 안정화되면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요소 중 하나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서, 제도권 편입, 즉 기관들 및 일반 대중들이 진입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러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 확장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Made in China → Made in USA 전망 2: 미국의 기축통화 장악

두번째 Made in China → Made in USA 는 암호화폐 시장의 기축통화 장악입니다.

패권국가의 상징은 기축통화입니다. 미국 달러화가 한동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러면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어떤 것이 기축통화일까요?

대부분 거래소들에서는 비트코인과 대표 스테이블코인(현재까지는 USDT) 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경우 법정화폐인 원화로 직접 거래소에서 매매가 가능하기에 예외죠.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갔습니다.

신규로 채굴되는 비트코인의 경우 대부분의 채굴량을 자랑하던 중국에서 2021년 중순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면서 바로 미국이 선두로 올라섭니다.

Source: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200477/bitcoin-mining-by-country/

기존 채굴된 물량의 경우 탈중앙 블록체인 특성상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우선 비트코인 수익 규모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고

Source: https://www.statista.com/chart/25042/where-investors-earned-the-most-from-bitcoin/

거래량에서도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Source: https://www.c-sharpcorner.com/article/top-10-countries-with-the-most-cryptocurrency-holders/

이렇게 신규, 기존, 이익 규모, 거래량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보면 비트코인은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기축통화인 스테이블 코인은 어떨까요?

여전히 USDT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USDC와 BUSD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UST, DAI 등이 있었으나 이번 폭락 이후 UST는 사실상 사라졌지요. 지금 추세로는 미국 기반인 USDC, BUSD 가 2년 내에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 UST도 미국 기반이었으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Source: https://learn.bybit.com/crypto/usdt-vs-usdc-vs-busd-differences/

마무리: 미국 중심의 블록체인/암호화폐 발전이 예상되며, 이는 업계 전반적 성장에 긍정적

상당한 커뮤니티와 많은 프로젝트들을 갖추었던 테라 블록체인의 몰락은 정말 아쉽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확실한” 스테이블 코인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질 것이고, 이는 미국 기반 스테이블 코인들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를 금지하는 사이, 수많은 미국 기업들과 기관, 연금들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뛰어들고 있으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의 핵심인 스테이블 코인 및 비트코인을 둘다 장악해 나가고 있는 미국의 행보를 볼 때, 중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됩니다. 패권국가가 밀어주는 산업이 잘 안되기는 쉽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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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un Jang
Dogok Research

Blockchain/Crypto Venture capitalist. Former global equity portfolio manager for institutional investors. Economics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