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보여주는 암호화폐의 지위 향상

Youngjun Jang
Dogok Research
Published in
5 min readMar 27, 2022

비트코인은 이미 대세 화폐

세줄요약:

  1. 비트코인보다 더 잘 알려졌거나 “신뢰” 할만한 화폐가 몇 종류나 될까? 아무리 많아야 5개 정도에 불과.
  2.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모금에서 드러난 암호화폐의 속도 및 편의성, 그리고 러시아의 비트코인 결제수단 도입 언급 등에서 드러난 암호화폐의 실용성 및 대중성
  3. 향후 개발도상국이나 비주류 국가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더욱 폭넓게 쓰일 것으로 전망됨

비트코인 >> 대부분의 화폐

대화에서 암호화폐가 언급되면, 자주 나오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Q. 비트코인 이거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인가요? 화폐라는데 누가 가치를 보증해주나요?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Q. 비트코인보다 가치가 있다, 또는 믿을만 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화폐가 몇 개 있으세요?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화폐 종류는 비슷합니다: 달러(미국), 유로(유럽), 엔(일본), 파운드(영국), 위안(중국) 정도? 좀더 나아가면 프랑(스위스), 태국(바트), 루피(인도), 루블(러시아) 등이 있겠지요. 지금 리스트만 봐도, 총 갯수가 10개 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달러나 유로 빼고 나머지는 비트코인보다 낫다고 보기가 어려울지도…

여기서 비트코인보다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화폐를 고르면… 처음 언급된 달러 유로 엔에 추가로 2개 정도? 총 5개를 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이게 딱히 놀라운 사실이 아닌 것이… 국제 외환 거래의 대부분은 달러가 차지하고, 그 외에는 유로, 엔, 파운드 등을 합해도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어딘지도 잘 모르겠거나 내부 정치나 경제가 불안한 국가들의 화폐들보다는 당연히 비트코인이 나을 것이고, 심지어 대부분의 국가들의 화폐보다도 나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러시아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를 들고 있는 것과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질까요?

  • 최근 Youtube 인터뷰에서도 이 질문을 던지고 논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알고팍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였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암호화폐 인지도 및 지위 향상에 기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국가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보냈거나 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달리 말해서, 자금이나 물자가 우크라이나에 제때 도착할 수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모금을 하려면, 일단 자금을 모아서 보내는 주체와 자금을 받을 주체를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습니다. 그 이후에도 국제 송금이다 보니 환전 및 송금도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면 은행 계좌 셋업도 되야 하고, 송금하는 국가의 은행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 가능한 은행이 호환되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등등.

그런데 암호화폐를 사용하기로 하자, 이 모든 제약이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개인이 자기 암호화폐 지갑에서 우크라이나 공식 지갑으로 송금하면 한방에 끝이니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참여해 보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공식 트위터입니다. 암호화폐 모금 주소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런 편의성을 반영하듯,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침공 4일만에 이미 1천만 달러 가량을 모금하였고, 이후 1억 달러 이상을 암호화폐를 통해 모금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전세계의 사람들의 지원을 받기에 이보다 적합한 방법이 없음을 증명하였죠.

방어자인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공격자인 러시아도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경제 제제로 러시아는 달러 기반의 국제 거래나 금융 활동이 불가능해졌는데, 대신 비트코인을 원유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원유를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게 된다면…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의 위치를 유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유 결제에 사용된다는 점인데요. 과연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른 화폐,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도입할 수 있을지.

설사 암호화폐 결제가 아직은 도입되지 않는다고 해도, 언급되고 고려되었다는 것 자체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인지도와 활용성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향후 다방면에서 암호화폐 활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됨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안그래도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알던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더 알린 계기가 되었죠. 한번 흘러가기 시작한 흐름은 멈추기가 불가능합니다.

엘살바도르가 이미 비트코인을 자국 법정화폐로 도입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 (특히 중남미 국가들) 중 추가 도입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이미 달러를 자기 국가 통화처럼 쓰는 국가들이 많은 만큼, 비트코인을 도입한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겠죠.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사실 경제나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곳, 그리고 어둠의 세계… 에서 어떤 화폐가 쓰이는가를 보면 실제로 가장 인정받고 널리 쓰이는 화폐가 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달러죠. 웬만한 국가들에서는 자국 통화보다 달러를 우선시하고, 마약상 등 범죄 조직들도 달러로 거래하고.

슬슬 이게 비트코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20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라고 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는 다들 스마트폰 앱으로 암호화폐를 전송하면서 거래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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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un Jang
Dogok Research

Blockchain/Crypto Venture capitalist. Former global equity portfolio manager for institutional investors. Economics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