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것

Doohyeon Kim
Doohye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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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in readJan 28, 2023

스타트업을 많이 다녀봤기도 했고, 또 스타트업 쪽에 있다보면 주변 인맥도 주로 그렇게 형성이 되는데요.

망한 회사, 정체된 회사, 성공할 것 같은 회사, exit한 회사 등 많이 겪다보니, 저만의 인사이트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것에 대해 적어보려합니다.

참고로 회사 내부 운영에 대한 내용들만 있습니다. 저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지 투자를 받아오고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아이디어도 아닙니다. 초보 대표님들이 제일 많이 말하는 게 이런거 더라고요.

‘아이디어도 진짜 좋고, 시장도 좋고… 돈만 있으면 사람도 뽑아서 개발도 빨리하고 마케팅도 태워서 로켓 제대로 쏠 수 있는데…’

즉, 돈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돈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돈이 넘쳐흐르는데 실패하는 회사 정말 많거든요.

돈이 있으면 더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실패할 회사라면 있었어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거예요.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쉬운 문제거든요. 정말 돈만 있으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어야 고오오오급 개발자도 뽑고 그러는거 아니야?!”

스타트업에 오는 고급 개발자들은 돈 보다는 성장과 경험, 잭팟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요. 연봉이 특정 금액 이상이 되면 ‘연봉 더 올리고싶어!’가 아니라, ‘직장인 별 거 없네…’ ‘그래봤자 직장인이네…’ ‘세금이 반이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만약 좋은 개발자를 못 구한다면 회사에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비전이 부족하거나 지분을 지나치게 아껴서일 거예요.

그리고 고급 개발자가 없어도,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잘 만들어서, 팀원들이 폭풍 성장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돈이 꼭 중요한 건 아닙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창업한지 3년도 안돼서 Exit한 대표 두 분이 계시는데, 두 분 모두 돈을 1원도 쫓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돈은 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시더라고요. 지분이나 경영권을 포기해서라도 목표를 이루려고 했던 분들이었는데, 그 정도 각오와 집중력이 있어야 성공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서울대 박사, 대기업 부장 출신, 인재 담당 전문가, 명문대 교수 등 온갖 화려한 이력을 갖고도 스타트업 와서 프로젝트 관리나 인재관리 못해서 회사가 산으로 가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게 아니라면, 이제 막 졸업한 박사보다 스타트업 경력 6년 있는 사람이 훨씬 도움 될 거예요.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는 라이트 형제지 랭글리 박사가 아니거든요.

인재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기술 스펙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스타트업에서 인프라를 이중화 삼중화하고, 서버가 안터지게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aws를 쓰든 azure를 쓰든 네이버클라우드를 쓰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스타트업에서 서버가 죽는 경우는 대부분 개발자의 실수나 수준 낮은 코드에 의한 것이지 인프라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스타트업에서 인프라가 부족해서 서버가 터졌다? 그건 이미 성공한 서비스거든요.

그럼 그 때 가서 DevOps 전문가를 뽑으면 됩니다. 그렇게 구하기 힘들던 개발자들도 면접 보려고 줄 설거예요.

MAU가 1000명도 안되는 서비스에 서버와 DB를 가장 좋은 스펙에 삼중화 해놓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컨설팅을 잘못 받은 경우입니다.

스타트업이면 PoC든 MVP든 제품부터 만들고 기능 붙이면서 유저수 늘리고 가설 검증하면서 PMF 찾고 BM만드는 게 우선이에요.

동시접속자 100만명 될거 예상하면서 인프라부터 늘리는 건… 축구교실 다니는 꼬맹이가 나중에 세계적인 선수가 될지 모르니 품위유지를 위해 명품을 입고 다니겠다는 거랑 같아요.

(대표 스펙이 좋은 건 초기에는 도움이 많이 되긴 합니다. 시리즈 A까지는 대표 스펙만으로 받는 경우도 있긴하거든요.)

그럼 뭐가 중요한데?

스타트업은 업셋을 만들어야 하는 언더독이에요.

영화 300으로 유명한 테르모필레 전투, 임진왜란 등 기적이라고 불릴만한 승리들을 보면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자신감, 전략,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이 네 가지를 모두 갖고 있어요.

자신감

제가 회사에서 항상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약팀이 아니에요. 우리가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물론 말로만 하면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상세한 로드맵을 그려서 공유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처음 제시했던 로드맵에 비해 얼만큼 왔는지 점검해요. 로드맵을 따라 순항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팀원들이 저 말을 믿기 시작하고 우리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더라고요.

왜냐하면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구성원들이 의기소침해 있거나 자신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잘 하고도 스스로를 의심해요. ‘이게 맞나…? 내가 한 거 볼품 없는거 아니야…?’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해줘요.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뭐라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으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거예요.’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결과물 하나 못 내놓고 도망가거든요. 돈 쏟아 붓고도 서비스 출시도 못하는 회사가 정말 많아요.’

‘이런 환경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자부심 가지셔도 됩니다.’

직원들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때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중요합니다. 안될 것 같은 일도 어떻게든 되게끔 만드는 힘이거든요.

전략

전략 정말 중요합니다. 사업 전략도, 서비스 전략도 중요하고 모든 전략이 다 중요한데요. 그 중에서 팀 빌딩 전략을 예시로 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개발팀 빌딩 할 때 제일 많이 듣던 얘기가 있습니다.

왜 Flutter랑 NestJS를 선택하셨어요? 개발자 쉽게 구하려면 네이티브나 Java/Spring 해야하지 않나요?

스타트업은 지원자 99%가 학원이나 부트캠프를 끝내고서 경력 쌓으려고 오는 신입/주니어 개발자인데요. 주니어 개발자 중에 Java/Spring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렇다고 Java/Spring이 생산성이나 속도가 빠른 기술도 아니거든요.

Flutter는 한 명이 iOS/AOS 모두 개발 할 수 있지만, 네이티브 개발자는 두 명을 뽑아야 해요. 인건비가 두 배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둘 중에 한 명 퇴사라도 하면 새로 개발자 구할 때 까지 그 플랫폼은 스탑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고요.

스타트업에선 뭘 해도 개발자를 쉽게 구할 수가 없어요. 현재 갖고 있는 리소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NestJS를 썼던 이유는 팀에 조인했을 때 리액트 경력 1년이신 분이 계셨기 때문에 긴급 상황 때 풀스택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공식문서가 잘 되어 있어서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생산성도 괜찮았어요. flutter의 언어인 dart랑 비슷하기도 하고요.

팀 빌딩도 생산성이나 팀원들의 이탈 리스크 등을 고려해서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대책없이 사람 뽑았다가 서비스 개발도 못하고 팀 전체가 공중분해 되는 걸 실제로 목격한 적이 있는데, 팀원이 11명인데 11명 모두가 기술 스택이 달랐거든요. 한 명 나갈 때 마다 새로 채워질 때 까지 나머지 10명이 일을 못하더라고요.

커뮤니케이션

진실된 소통은 정말… 거듭 강조해도 모자릅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서비스나 미래에 대해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만 만들어도 그 리더는 유능한 리더예요.

그리고 투명하게 소통할 수 없는 문화는 구성원들이 온갖 쓰레기 같은 노이즈 속에서 일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쓰레기 같은 노이즈는 ‘소문’이에요.

소문(所聞)이란 그 내용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세상에서 얘기되는 이야기

“우리 회사 투자 못 받아서 위험하대~”, “OO님 회사 그만둘거라던데~?”

“우리 회사 M&A 될 것 같다는데~?”, “OO회사랑 컨택 중인데~ XX해야 된대!”

“우리 팀 없어질 수도 있다던데?”, “곧 조직 개편이 있을거래!”

직원들이 이런 노이즈에 휘둘리게 되면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지 않고, 각자도생하기 위해 일하게 돼요.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 받고, 의사결정권자는 의사결정을 하고, 의사결정이 잘못 됐으면 실수를 인정하고 원인 분석해서 개선하면 됩니다.

이상한 진흙 탕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지 않고, 온전히 목표에만 집중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대표가 정말 투명하고 솔직하더라고요.

음…

적고나니 너무 당연한 소리만 한 것 같네요.

사실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합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그 어느 업계보다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한 곳이거든요.

실제 현장은 흐름을 온전히 느끼면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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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yeon Kim
Doohyeon.kim

Developer, SW Engineer, Product Manager. Expert for startup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