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라는 이름의 기계

뤽
Jan 16, 2018 · 8 min read

아마존이라는 회사는 다양한 제품, 다양한 사업을 다루는 집합체다. 극한의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방식으로 운영되는 ‘아마존'이라는 회사에 대한 글. 백현동 배주부의 작업.

원문: https://www.ben-evans.com/benedictevans/2017/12/12/the-amazon-machine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뭇 제조업체들이 그렇듯, 그들이 만드는 기계(생산품)만큼이나 기계를 만드는 기계(설비)는 중요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것도 많은 작업을 요하는 일이지만, 아이폰을 만들 수 있는 설비를 만드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작업이 필요하다.

마찬가지. 테슬라는 ‘모델3’라는 기계를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모델3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빠르고 고른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계는, 아직 만들지 못했다.

아마존은 다른 어떤 대형 플랫폼 회사들보다도, ‘기계를 만드는 기계'의 성격이 강하다. 사람들은 생산량 증가 — 비용절감 — 가격인하 — 소비량 증가 —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는 유명한 선순환 구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구조를 만들어내는 구조’로서의 아마존은 그 중요성에 비해 덜 이야기되는 듯하다.

아마존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플랫폼이 존재한다. 물류 플랫폼과 커머스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위에는 극단적인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방식이 있다. 아마존은 표준화된 내부시스템 위에서 돌아가는 수 백개의 작고 원자화된 탈중앙적 조직들의 집합이다.

예컨대 이런 셈이다. 만약 아마존이 독일에서 신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아마 신발이나 커머스와는 무관할 만큼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대여섯 명의 직원을 고용한다. 그들에게는 ‘물류'와 ‘커머스'라는 두 개의 핵심 플랫폼이 제공된다. 동시에 그들은 다른 모든 팀의 성과와 지표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용하는) 이들의 지표와 성과 역시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모든 팀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것이 바로 널리 알려진 ‘두 개의 피자' 규모의 팀이다. 소규모 팀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실행'일테다. 이 강점은 아마존 같은 구조에서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극대화된다. 내부구조의 조정이나 보고과정 없이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손쉽게 추가할 수 있고, 미팅이나 프로젝트 발주 없이도 물류와 커머스 플랫폼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시애틀 본사로 날아가 끝도 없는 미팅 스케줄을 소화하고 이탈리아의 메이크업 브랜드 지원을 요청하거나 각자의 업무 로드맵을 조정하는 설득도 필요하지 않다.

이것은, 공산품을 파는 아마존에게는 그들의 제품 카테고리마저도 그 때 그 때 추가와 제거가 용이한 공산품과 같다는 의미다.

이는 아마존에게는 두 가지 확실한 결과를 준다. 첫 번째는 사실상 무한대로 사업 스케일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 미팅이나 기존 조직구조의 조정 없이도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하다면, 오로지 신경쓸 것은 인력과 제품의 수급문제일 뿐이다. (물론 시장성과 고객 니즈에 대한 확인은 기본이다)

두 번째는 각 카테고리에서의 구매경험이, 궁극적으로는 기반 플랫폼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여러 카테고리를 탐색하다보면 종종 이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존의 상품 카테고리는 무한에 가까이 늘어날 수는 있어도, 어느 한 카테고리의 경험이 깊어지기 어렵다. 특정 카테고리는 그런 경험이 필수적일 수 있다. 명품 의류와 같은 카테고리가 아마존에서 한계를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영향도 생겨났다. 이런 극단적 탈중앙화 구조가, 팀들이 꼭 아마존을 위해 일할 동기를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인사이트가 AWS와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의 등장 이면에 감춰져 있다. AWS는 아마존 외부의 업체들에게 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마켓플레이스는 물류 플랫폼을 제공한다. AWS는 아마존 매출의 10%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거래액의 20%을 수수료로 챙긴다.

오늘날의 AWS는 아마존의 내부 기술자원의 오픈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마켓플레이스는 실질적으로 아마존의 직접 판매(사입모델)에 명백한 영향을 주었다. 마켓플레이스는 아마존의 직접 판매 모델을 꽤 많이 해체했고, 아마존의 전체 거래볼륨의 절반 가까이를 다룬다.

아마존은 실적보고자료에 마켓플레이스 거래에 대해 구매자가 지불하는 총 금액을 별도로 공시하지않는다. 입점 벤더들에게 부과하는 서비스 수수료만 매출로 공시한다. 추측컨대 아마존 자체의 거래액과 마켓플레이스 벤더들의 거래액은 현재 재무제표상 매출의 두 배 가량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마켓플래이스는 아마존이 공개하는 커머스 매출의 두 배 가량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이 거래액 전체에 대해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 카테고리를 확장할 때의 유이한 고려 조건이 1) 팀을 얼마나 빠르게 구성할지와 2) 공급계약을 얼마나 빨리 따낼 수 있는지라면, 아마존은 직접하지 않고 외부의 플레이어에게 그 일을 하도록 하고 마진을 챙기는 것이(물론 아마존 내부 조직에도 마진 목표가 있다) 더 빠를 뿐 아니라 안전하다.

AWS가 처음 런칭되었을 때에도 그랬다. 업계는 그 사업이 현금을 까먹기만 할 뿐 손익분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마존이 고육지책을 거듭할, 잘못된 판단의 어떤 예시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AWS는 급성장한 나머지 분리공시를 해야 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 아마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이 사업은 25%의 영업이익률을 보인다. AWS에서 들어오는 현금이 다른 사업 영역의 손실을 메우며 시장 확장을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과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두 이야기 모두 전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수 년 전 “아마존은 왜 수익이 나지 않는가?”에 대해 자세히 밝힌 바처럼 (이때만 해도 AWS는 출시되기 전이다) 원자화된 팀들은 각각 상황이 다르다. 어떤 팀은 크고 어떤 팀은 작으며, 어느 팀은 큰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어느 팀은 스타트업 같은 손실을 보고 있다.

아마존이 공시하는 순이익과 현금흐름은 이 수 백개의 팀에서 나오는 숫자들의 총합일 뿐이다. 아마존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단위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데, 그 사이의 배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것이 바로 AWS와 마켓플레이스를 옳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AWS은 별도로 공시해야 할 만큼 수익성이 큰 사업이지만, 아마존이라는 곳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유일한 사업인 것은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은 물류와 커머스를 잇는 세 번째 기둥에 해당한다. (마치 아마존의 팀들이 AWS와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듯) 아마존이 새로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카테고리의 모든 조각들은 프라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프라임의 가입은 일종의 매몰비용이 되어, 사람들을 취소하기 어렵게 한다. 프라임 회원들은 대부분의 온라인 구매를, 심지어는 오프라인 구매를 아마존에서 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존TV처럼 한계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주: 회원 1명이 늘어난다고 해도 아마존의 비용은 늘지 않는다) 대신TV쇼를 보기위해 프라임 회원에 가입한 사람은 아마존에서 휴지를 사기 시작한다. 휴지 구매를 월마트에서 아마존으로 갈아타는 것은, 아마존TV의 쇼의 생애가치(LTV; Life Time Value)의 일부이다.

아마존은 그래서 기계를 만드는 기계, 즉 더 많은 아마존을 만들어내는 기계라고 봐야한다. 반대 쪽 극단에는 아마도 애플이 있을 것이다. 애플은 집적회로처럼, 과격한 중앙집권 시스템이다. 모든 것이 긴밀하게 구조화되어있고 그 모두가 하나의 전략 안에서 극한의 효율성을 가진 제품으로 연결되지만, 무한에 가까운 라인업의 추가는 그들에게 꽤 어려운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노'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존에서는 그다지 미덕이라 보이진 않는 일이다.

아마존과 애플 모두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각자가 잘 수행하고 반복할 수 있는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 다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구조가 잘하는/잘하지 못하는 프로젝트 종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애플보다 클라우드 플랫폼의 확장은 더 잘하지만 UI를 훨씬 못하는 이유도, 구성원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각 팀의 세팅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회사의 방향과 잘 맞을 수록, 그 결과물도 더 믿을 만하다.

회사가 A라는 것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구성원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B에는 그 단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아마존에 대해 이야기되었던 많은 것들도 그런 것이었다. 아마존이 어떤 공산품을 팔 수 있을지, 그런 상품들이 온라인 판매와 얼마나 어울릴지, 실제로 팔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주: 중요한 것은 아마존이 어떤 구조로 상품을 파느냐가 아니라 아마존이 그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 회사냐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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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지고 신나는 테크바닥 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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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의 집사장. 뉴스를 많이 봅니다. 가끔 번역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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