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최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특별기고)

뤽
이바닥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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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May 11, 2017

IT 잡지 와이어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1월호의 객원 편집자가 되어보겠냐 묻더군요. 당연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현역이고, 특히 요즘은 대선 시즌인지라 해야 할 일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행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깊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하니, 승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 이런 것들을 사랑합니다. 사실 늘 그래왔습니다. 작년 제가 봤던 영화 중 ‘마션’이 최고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미국이 불가능에 도전하며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는 영화라면 무엇이든 사랑합니다만, ‘마션’이 저를 특히 매료시켰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사실을 탐구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우리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통해 결국 그 어떤 문제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야 마는 그런 것이었죠.

//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스타트렉을 보며 자랐습니다. (주: 오바마는 가장 유명한 트레키 중 하나다) 스타트렉이 제 세계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스타트렉이 제게 준,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긍정’의 세계관입니다. 우리들 인류에 대한 믿음, 특히 배경이나 외형과 같은 우리의 다양성이야말로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힘이라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저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우리들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 모두의 행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아직 행성간 초광속 여행이 가능해지려면 해야 할 것들이 많기는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야말로 이런 변화를 촉진시키는 ‘워프 드라이브’라고 믿습니다.

저는 또 다른 믿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당면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자극적인 케이블뉴스나 소셜미디어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불편한 보도들을 생각하면, 사실 뭔가 말이 앞뒤가 맞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 우리나라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세상이 얼마나 저주받았는지와 같은 그런 소식을 보게 된다면, 씁쓸함과 두려움은 걷어내버려도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만약 역사 속의 어느 한 순간을 골라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여기를 고를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 여기 미국. 그리고 바로 지금.

// 세상은 진보하고 있습니다.

큰 그림에서부터 시작해봅시다. 그 어떤 지표로 측정을 해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50년 전, 30년 전, 혹은 8년 전과만 비교하더라도 우리 미국은 그리고 이 세계는 더 좋아졌습니다. 잠시 흑백사진 속의 1950년대를 떠올려볼까요. 여성과 소수자, 그리고 장애를 가진 분들은 미국 역사의 거의 대부분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1983년 즈음에야 미국의 범죄율, 10대 임신 비율, 빈곤률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수명은 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 대학진학률 역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수 천만명의 미국인들은 최근에서야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흑인과 라틴계는 서서히 우리 직장과 사회에서 그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오른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의 소득 역시 상승했습니다. 멈춰있던 공장들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의 설비들은 청정에너지 시대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입었고요.

미국이 진보했듯이, 세계도 그렇습니다. 이제 더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알고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만성 기아에 시달리는 최저 빈곤층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을 포함하여) 스무개에 가까운 국가에서, 사랑하는 사이라면 성별과 관계 없이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세계의 수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포괄적인 협약에 뜻을 함께 했습니다.

// 진보는 우리 모두가, 그리고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진보는 그냥 알아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진보는, 사람들이 서로 뜻을 모으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투표했기 때문에 이루어졌습니다. 지도자들이 깊은 고민 끝에 영민하고 선진적인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루어졌습니다. 사람들의 눈이 넓어지고, 사회의 눈이 넓어지면서 이루어졌습니다.

또 한편, 이런 진보는 우리가 그 도전과제를 풀기 위해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이루어졌기도 합니다. 기술은 우리가 산성비와 에이즈와 싸울 수 있게 해줍니다. 기술은 바다 건너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줍니다.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졌을 때, TV 속의 사람들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게 해줍니다.

생명공학자 노먼 블로그가 새로운 밀을 개량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세계의 굶주림과 싸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코볼의 개발자 그레이스 호퍼가 개발한 코드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모든 데이터를 종이와 연필로 분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해 제가 긍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 재임 기간에만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볼까요. 제가 처음 백악관으로 출근하는 날, 저는 블랙베리 폰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주요 보고를 아이패드로 받고, 국립공원의 모습을 VR 해드셋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그 다음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객원 편집을 맡은 와이어드 11월호의 주제를 ‘개척자(frontiers)’로 잡은 것입니다. 지평선 너머, 아직 넘어본 적 없는 장벽 너머에 도전하는 이야기와 생각들. 이번 기회에 한 번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있는 이 곳을 지나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으로서, 사회로서, 국가로서, 그리고 인류 전체로서.

// 앞으로 더 큰 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진실을 마주봅시다. 그 동안 우리는 훌륭한 진보를 이루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들은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기후 변화, 경제 양극화, 사이버보안, 테러와 총기 폭력, 암, 치매, 기형 기생충 등등.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정치인, 행정가, 교육자, 노동자, 시민활동가. 그리고 대통령과 그 다음 대통령까지 모두.

그리고 이 변화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연구자들과 학자들 그리고 프로그래머, 의사, 생명공학자와 같은 엔지니어들이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 MIT나 스탠포드 혹은 NIH와 같은 연구소에 있는 전문 연구원들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3D프린터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어머니, 시카고 남부 어딘가에서 코딩을 공부하는 소녀, 샌 안토니오에서 새로운 앱을 개발하여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괴짜 엔지니어, 노스 다코타의 농장에서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는 아버지들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 앞에 쌓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방법입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우리 모두를 위해 최고로 발산하는 것. 다시 말하지만 우리 중 운이 좋은 몇몇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발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에 사는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빠르고 효율적인 유통망을 만드는 것만이 아닙니다.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 지방으로 잉여 생산물을 분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연료를 보다 쉽게 채울 수 있는 서비스를 발명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아예 화석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즐기는데 우리의 소셜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것만이 아닙니다. 소셜 공유의 힘을 테러의 위협이나 온라인 혐오와 싸우는데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아니면 형사 가제트를 보던 그 때의 우리처럼 크게 상상해야 합니다. 매년 저는 백악관 과학축제를 열어 과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 아이들은 우리 진보의 미래입니다.

사실 백악관 과학축제는 2010년 아주 단순한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축하행사를 해주는 대상이, 미식축구의 우승팀과 같은 이들 뿐 아니라 어린이 과학축제의 우승자도 포함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그 때 부터 저는 암세포를 치료하거나 해조류를 이용한 청정에너지의 개발이나 치료제를 세계로 유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왔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쇼는 아닙니다. 그 친구들은 아직 투표권을 갖기엔 너무 어리니까요)

이런 아이들을 만나오며, 자연스럽게 ‘그 다음’이 궁금해졌습니다. 5년 뒤, 20년 뒤 혹은 50년 뒤 백악관 과학축제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갈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언젠가 어떤 학생이 백악관에서 인공 췌장을 만들어내는 시연을 하는 장면을요. 그 아이디어는 장기기증을 기다리며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붙잡고 있는 안타까운 이들의 사연을 없애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해보았습니다. 태양광이나 물 혹은 이산화탄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청정 에너지를 개발한 소녀를요. 또 상상해보았습니다. 마치 트위터나 페이스북 피드에서 눈을 뗄 수 없듯이, 투표와 시민 참여 활동을 중독되리만치 재미있게 만드는 한 어린 친구를요. 그리고 아이다호의 한 시골 소년이, 화성 식민지로부터 가져온 흙 한줌에서 감자를 길러내는 장면을요.

또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대통령이 새로운 망원경을 발명한 한 소녀와 호수가를 산책하는 장면을요. 대통령이 망원경에 눈을 대면, 소녀는 대통령의 눈을 돌려 그녀가 새로 발견한 우리 은하계 끝의 새로운 별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하겠죠. 그녀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 그 새로 발견된 별로 가는 방법에 대한 프로젝트를.

// 도전과 진보는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미국의 정신입니다.

그런 상상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이, 어쩌면 우리의 자식 세대 혹은 그 자식 세대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지금의 우리들보다 훨씬 호기심에 가득하고 훨씬 창의적이며 훨씬 자신감에 차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반드시, 아이들의 호기심을 길러주는 것을 계속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의학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경계를 도전하고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는 우리 미국의 자랑스러운 유전자를 계속해서 길러내야만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다음 세대의 미국인들은 지금 우리가 이룬 것들을 되돌아보며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정복한 질병들, 우리가 풀어낸 사회문제들, 우리가 지켜낸 우리 별을 되돌아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같이 생각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사는 세상이 최고의 시대라며.

우리 다음 세대의 미국인들은, 우리가 써내려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떼어내어 위대한 미국 역사의 다음 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누구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그 곳을 향해, 계속해서 담대하게 나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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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이바닥늬우스

안전가옥의 집사장. 뉴스를 많이 봅니다. 가끔 번역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