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진정한 위협

뤽
이바닥늬우스
Published in
8 min readAug 20, 2017

인공지능으로 생길 수 있는 재정적, 지정학적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업계의 거두 리카이푸가 쓴 글. 이바닥늬우스 공동운영진 ‘안빈낙도웰시코기'의 작품.

원문: https://www.nytimes.com/2017/06/24/opinion/sunday/artificial-intelligence-economic-inequality.html

저자인 카이-푸 리는 Sinovation Ventures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며, 인공지능 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세상이 온다면

가장 두려운것은 무엇인가요?

많이 이들은 SF 소설 속 이야기를 섞은 것 같은 답변을 하곤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인류를 뛰어넘는 ‘특이점’이 와서 인류의 삶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대로, 인공지능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지구가 사이보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것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고려 해볼법한 이야기이지만, 당장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닙니다. 아마 수백 년 안에 도래하기 어렵거나, 어쩌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알파고를 비롯한 어떤 인공지능도 아직까지는 ‘보편적 인공지능(General AI)’ 이라 부를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주: General AI -스스로를 인식하는 능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상식적인 추론, 다양한 도메인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이 있고,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

걱정해야 할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지금의 인공지능 제품들은 우리가 인식하거나, (어떤 방향으로든) 세상을 바꾸겠다고 기대하는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지능이라기보다 도구의 개념에 가깝습니다만, 인공지능은 앞으로 노동의 의미, 부의 창출 방법이나 (전례없는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접근법, 심지어 세계적 힘의 균형에 대한 방법까지 모든것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어날 변화에 대해 더욱 분명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인공지능은 과연 무엇일까요?

간략하게 설명하면, 특정한 영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모아(대출금 상환 데이터), 특정한 목적(빌려주는 사람의 이윤 극대화)을 위한 특정한 상황(개인 대출 승인 여부)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빅데이터에 아주 특화된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생각해 보세요.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떤 인간보다 나은 성과를 보일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은 (대출을 넘어) 수 천 개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고, 더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지도 모릅니다. 은행원, 고객상담원, 텔레마케터, 주식/채권 트레이더, 법률보조원, 방사선 전문의 등의 직업은 점진적으로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율주행차나 로봇처럼 자동/반자동으로 기기를 컨트롤하는 기술이 공장, 건설, 물류 산업의 노동자를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산업 혁명이나 컴퓨터 혁명 때와 달리, 인공지능 혁명은 어떤 직업을 새로운 직업으로 바꿔놓지는 않습니다. 산업 혁명은 물건을 만드는 장인을 조립 라인의 노동자로, 컴퓨터 혁명은 종이나 타자기를 사용하는 비서를 컴퓨터에 능통한 비서로 바꾸었습니다. 인공지능 혁명은 전방위적으로 대규모의 직업을 사라지게 할지 모릅니다. 일부 고임금 직업도 포함되겠지만, 대부분은 사라지는 직업들은 저임금 직업들일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도입하는 회사에게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우버가 로봇 운전수만 사용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상상해보세요. 사람은 하나도 쓰지 않고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때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요? 금융회사가 사람의 개입 없이 수천만 건의 대출을 집행하는 세상을 생각해보세요. (그런 세상이 오면, 제 벤처 캐피탈도 그런 금융사에만 투자하겠죠) (역자 주: 필자는 VC의 창립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는 양 극단에 위치한 거대한 두 변화를 바로 앞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거대한 부, 다른 하나는 대량 실업입니다.

인공지능이 잘 못하는 분야의 일을 사람들에게 교육시키고, 재훈련시키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소송 변호사같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계획을 세우고, 여러 분야를 넘나들어 지식을 만드는 일에는 강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직업들은 고소득 직종으로, 일반 사람들이 재훈련받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나은 방안은 ‘대인기술’을 발휘하는 저임금 직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바텐더, 안내원과 같이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한 사회에 무한히 많은 바텐더가 필요할까요?

저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대량 실업의 해답 중 하나가 ‘사랑이 담긴 서비스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할 수 없지만, 사회에는 필요하고, 개인에게는 삶의 목적을 부여하는 직업입니다. 노인의 병원 방문을 돕는 일, 고아를 돌보고 상담하는 일, 알콜중독자 모임을 돕는 일, (미래에 생길) 가상세계 중독자를 돕는 일이 바로 그런 직업입니다. 오늘날 봉사활동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미래에는 돈을 받는 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자원 봉사 업무는 전문성을 발휘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일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령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내놓은 암 진단 결과를 공감능력을 발휘해 전달하는 ‘사람 인터페이스’같은 직업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든,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적게 일하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직업에 돈을 낼까요? 인공지능으로 돈을 많이 번 회사들이 내야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벌어들인 많은 돈은 인공지능으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케인즈 경제학처럼 인공지능으로 부자가 된 회사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회 복지는 ‘보편적인 기본 소득’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구직 훈련을 받거나, 일정 시간을 ‘사랑이 담긴 서비스’에 사용한다면 지원을 받는 모델입니다.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율이 높아져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 대부분의 삶과 직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할 뿐 아니라, 소득세로 벌어들이던 수익을 메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마지막이자, 아마도 가장 결정적인 도전이 될 것입니다. 제가 상상하는 케인즈 주의적 접근은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기업에게서 충분한 세금을 거둘수 있는 미국과 중국같은 국가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될까요?

다른 국가들은 답을 찾을수 없는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첫 째로, 인공지능으로 벌어들인 대부분의 돈은 미국이나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강한자만이 더 강해지는 산업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질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제품이 좋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갖는다면,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할수 있고, 인재가 더 많다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완벽한 순환구조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인재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장점유율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음성인식 회사인 iFlytek이나 중국의 얼굴 인식 회사인 Megvii, SenseTime 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 산업의 선두에 서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구글, 테슬라, 우버 등의 주도로 자율주행차 산업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 인터넷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회사인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공지능 사업을 엄청나게 개발하며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 회사들은 선진국의 인공지능 시장 대부분과 일부 개도국의 시장을 장악할 것이고, 중국은 나머지 개도국의 시장을 전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특히 개발도상국이 당면할 두 번째 문제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의 중국이나 인도 같이) 크고, 성장하는 인구는 경제적 자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서 이들은 경제적 부채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 인구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회사에게 세금을 거둬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는 국가에겐 어떤 옵션이 남게 될까요? 하나의 가능성만 남게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국민이 굶주리도록 놔두지 않는 한, 중국이든 미국이든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와 협상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그 회사가 속한 국가에 종속된 국가가 되어, 그들이 자신의 국민들로부터 얻어간 부의 일부를 다시 국민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경제적 조합은 지금까지의 지정학적인 동맹 구조를 완벽하게 바꿔버릴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제 국가 안팎으로 인공지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를 최소화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번 기회에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전세계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재고해 볼 기회를 가질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와 도전은 아주 넓은 범위에서 발생할 것이기에, 어느 국가도 이를 피해갈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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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닥늬우스

안전가옥의 집사장. 뉴스를 많이 봅니다. 가끔 번역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