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페덱스를 무너뜨릴 것인가?

뤽
이바닥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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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min readMay 18, 2017

작년 8월 블룸버그에 실렸던 심층기사. 커머스를 넘어 물류/유통업계에 아예 뛰어들려는 아마존의 야망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게스트 번역가가 번역해주었다, IT계의 새로운 흐름에 도전하고 있는 ‘실감나는 카메라맨’ 님의 작업.

원문: https://www.bloomberg.com/features/2016-amazon-delivery/

시애틀의 SeaFair에서 첫 선을 보이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

UPS와 페덱스의 훌륭한 고객이던 아마존이 이제 그들의 비즈니스를 빼앗고 있다.

//윌밍턴에서 진행된 아마존의 자체 물류 실험

지난 가을, 오하이오 주 윌밍턴 시의 시장 경선 후보였던 존 스탠포스는 루머 하나를 들었다. 어떤 큰 회사가 윌밍턴의 지역 공항인 에어 파크에서 항공 화물 운송을 실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회사는 프로젝트를 조용히 진행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공항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그 회사가 무언가의 상자를 검게 가리고, 그 실험을 ‘아멜리아’ 프로젝트라고 부른다고 했다. 존 스탠포스는 회사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회사가 아마존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71세의 스탠포스는 배우 제프리 탬버를 닮은, 창고 업체의 창업자다. 그리고 지난 11월 그는 수월하게 시장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당선 후에도 그는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는 않았다. 괜한 소동을 일으켜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게 누구든 상관없어요, 그냥 일자리만 만들어진다면요.”라고 생각했다.

한 때는 일자리가 충분했던 윌밍턴은 데이튼에서 남동쪽으로 35마일 정도 떨어진, 인구 12,000명의 도시다. 월밍턴의 공항 에어 파크는 에어본 익스프레스(Airbourne Express)와 DHL의 허브였다. (독일의 물류 회사 DHL은 2003년에 에어본 익스프레스를 인수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공항에서 열심히 일했다. 도착한 짐을 분류하고 다시 비행기에 실어 내보냈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급여는 꽤 괜찮았다. 그들은 윌밍턴 메인 스트리트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문신 가게에서 몸에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었다. 동네 서점도 활황이었다. 특히 해리 포터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는 더더욱.

2007년, 이 서점은 해리 포터의 일곱 번째 시리즈 발간을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다. 스탠포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중심가를 통제했어요. 인산인해였죠. 우리 로터리 클럽에서는 빙수를 팔아서 1,000달러를 벌었어요. 1천 달러를요!”

2008년이 되자, DHL은 윌밍턴 지사를 폐쇄했고 에어 파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치명적이었죠.” 스탠포스가 말한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산업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피해가 정말 큽니다.” 이듬해, 윌밍턴 시는 미국 불황의 상징으로 TV프로그램 ‘60분’ (역주: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프로그램의 스콧 펠리 특파원은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고난의 겨울’이라는 표현을, 오하이오 주 윌밍턴 시민들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윌밍턴의 공항, 에어파크

2015년 9월부터, 윌밍턴의 사람들은 더 많은 비행기가 공항을 오가며, 검게 가려진 상자를 싣고 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3월, 아마존은 에어 파크에서 운항하는 화물 회사인 에어 트랜스포트 서비스 그룹(ATSG)에서 20대의 보잉 767기를 임대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아마존은 이 화물 회사의 지분을 20% 가까이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아마존의 글로벌운영을 담당하는 데이브 클라크 수석 부사장은 당시 성명서에서 “훌륭한 회사인 ATSG와 함께 아마존의 기존 물류 네트워크를 보완하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당일 배송과 이틀 배송을 제공할 수 있는 항공 화물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20대의 항공기를 추가하였습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시험 기간 검게 가렸던 그 상자들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아마존의 발표로부터 2주 후, 시청의 한 회의실에서 스탠포스를 만날 수 있었다. 활발한 성격의 마리안 밀러 수석 보좌관과 클린턴 카운티의 브렛 딕슨 경제 개발국장이 함께 했다. 아마존이 아직 에어 파크에 대한 계획을 상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스탠포스는 곧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초록색 플리스 재킷을 걸친 스탠포스 시장은, 청력이 좋지 않다며 그의 젊은 동료들에게 대부분의 설명을 맡겼다. “아직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릅니다.” 밀러가 말했다. “하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 시에는 물류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밀러와 딕슨 둘 다 아마존의 편을 들었다. 딕슨은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의 모양새를 바꾸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기분 좋은 회사에요” 밀러가 말을 잇는다. “아마존과 같이 기분 좋은 회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들이 고객과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세요!”
해리 포터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리 시의 한 서점이 열정적으로 해리 포터를 홍보했었죠.” 스탠포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슬프지만 그 서점은 문을 닫았어요. 누구 덕인지 아시나요?”

밀러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얘기는 하지 마세요.”
“요즘 사람들은 책을 어디서 살까요?” 스탠포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말하지 말아요.” 밀러가 다시 한 번 그에게 경고한다.
“아마존이죠.” 스탠포스가 말했다.
“그 말 하실 줄 알았어요.” 딕슨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마존의 곳곳에는 여러 문구들이 걸려있다.

//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 나우로 이어지는 아마존 물류의 성장

오하이오 성명을 발표한 지 두 달 후, 아마존은 뉴욕 퍼치스의 항공 물류 회사인 아틀라스 에어에서 항공기 20대를 더 임대했다. 그리고 트레일러 트럭 4,000대를 구매했다. 동시에, 중국의 자회사를 통해 아시아와 미국 그리고 유럽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의 공간을 판매할 수 있는 해상 운송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즉 아마존은, ‘페덱스가 딸린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버전이 되는 중이다.

다른 회사라면 이런 식의 확장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마존의 성장은 늘 상식을 넘어서왔다. 2010년 아마존의 연간 매출은 340억 달러였고, 작년의 연간 매출은 1,070억 달러였다. 2010년 아마존의 직원 수는 33,700명이었지만, 올해 6월에는 268,900명이 되었다. 늘어나는 인력 숫자에 맞춰 충분한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은 시애틀의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 전부를 차지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사색과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나무로 가득한 세 개의 바이오스피어(bio spheres)를 짓고 있는데, 만약 시인 랄프 월도 에머슨이 미래지향적이고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사색을 즐긴다면 이런 공간일 것이다. 시가총액 기준 아마존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회사이다. 시가 총액은 약 3,660억 달러로 월마트(Walmart), 페덱스(FedEx) 및 보잉(Boeing)을 합한 금액과 거의 맞먹는다.

수 년 간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월가의 우려를 뒤로한 채 e-북, 로봇으로 운영되는 창고, 스마트 폰, 태블릿 그리고 TV 쇼와 같은 혁신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 하나만 보더라도 작년에 7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일에만 매달릴 수도 있었습니다.” 베조스는 최근 발표한 아마존의 연례 보고서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하지만 전 우리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기쁩니다.”

아마존의 야망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의 지속적 성공이 뒷받침한다. 연 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되면, 추가 배송 비용 없이 이틀 이내에 상품 배송을 받을 수 있다. 프라임 회원은 다른 고객에게 비해 평균 지출(ARPPU)이 거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는 아마존이 6월 말 현재 6,300만 명의 프라임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1년 전에 비해 1,900만 명이 더 늘어난 숫자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비디오 무료 이용, 킨들 사용자를 위한 대여 서비스, 그리고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의 시험 구독 등 다양한 특권을 아낌없이 제공하며 프라임 회원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프라임 회원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은 점점 빨라지고 있는 배송 서비스이다. 대도시의 회원들은 편의점에서 파는 2만 5천여 개의 상품을 2시간 이내에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7.99달러를 더 내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한다. 아마존의 일부 임원들은 이 서비스에 아마존 매직(Amazon Magic)이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농담할 정도였다. 서비스의 이름은 프라임 나우(Prime Now)로 정해졌다.

// 아마존은 물류 산업의 AWS를 만들 것인가?

아마존처럼 큰 규모로 고객에게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지난해 아마존은 2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인 115억 달러를 물류에 지출했다. 몬트리올의 물류 컨설턴트 MWPVL International에 따르면, 아마존은 항공기 임대, 트레일러 구매와 더불어 분류 센터 28개, 지역 택배사에 패키지를 공급하는 배달 스테이션 59개, 인기 상품을 고객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프라임 나우 물류허브 65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파이퍼 자프레이(Piper Jaffray)의 인터넷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아마존은 올해 72억 개의 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년 뒤인 2020년엔, 그 수는 126억 개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도이치방크(Deutsche Bank)은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이 항공기와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무인 트럭과 드론을 활용하여, 중국의 공장에서 미국 및 유럽의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옮길 수 있는 글로벌 물류를 운영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마존이 “예측 품목 운송(anticipatory package shipping)”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도 밝혔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프라임 회원이 데오드란트를 구매하는 시점에 이미 아마존은 상자에 라벨을 붙여 출하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 기술이 거대한 수학 문제일 뿐이라며, 아마존에 물류 최적화를 전공한 수학자가 수백 명 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아마존 웹 서비스처럼, 아마존이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 세계 최고의 물류 회사들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존의 전 경영진이자, 현재는 구조 조정 회사인 알바레즈 & 마살 (Alvarez & Marsal)에서 일하는 존 로스만 전무 이사는 “아마존이 다른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물류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라며 “5년 안에는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혹은 15년 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라고 예측했다.

// 물류에 대한 제프 베조스의 생각

아마존은 이 기사를 쓰는데 아주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필자는 시애틀에서 운송을 맡고 있는 클라크와 약 12분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제프 베조스와의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베조스는 리코드(Recode)의 코드 컨퍼런스에서 물류에 관한 그의 계획을 짧게나마 이야기했다. 빨간 가죽 의자에 앉아, 베조스는 리코드의 공동 창업자 월터 모스버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우주 탐사 벤처 회사인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워싱턴 포스트, 그리고 시카고, 시애틀 및 포틀랜드와 같은 도시에 개장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를 다루었다. 모스버그가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제프 베조스가 스타트렉 비욘드에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베조스는 거대한 호두처럼 생긴 머리 모양을 한 외계인으로 분장하고 스타트렉 비욘드에 등장했다. 모스버그는 외계인 얘기 대신, 동네에서 아마존의 로고가 붙은 하얀 트럭을 본 이야기를 꺼냈다.

제프 베조스는 <스타트렉:비욘드>에 까메오로 출연했다. (사진 오른쪽)

“개인적으로, 상자가 일요일에 도착하는 걸 보면 가끔 놀랍니다. 토요일 7시에 구입한 것인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처럼, 모스버그도 아마존의 생각이 궁금했다. “물류의 마지막 단계까지 차지하려는 계획인가요?”

베조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즈니스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는 아마존이 페덱스, UPS 그리고 미국 우정청(U.S. Postal Service)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추가되는 배송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코드 컨퍼런스에서 모스버그와 대담 중인 제프 베조스

모스버그가 다시 베조스를 쿡 찔러본다. “페덱스 문을 닫으려는 게 아닌가요?”
“아닙니다.” 베조스가 대답했다.
“아니면 그들의 단가를 더 낮춰보려는 건가요?”
“아니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베조스는 잠시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음. 우리가 언제나 더 낮은 가격을 좋아하긴 하죠.”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고, 베조스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우정청과 UPS가 제공하는 물류 용량을 다 쓰고도 더 추가 용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류를 맡기는 양을 줄이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UPS와 함께, 그리고 우정청과 함께 우리의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베조스는 1994년 아마존을 창립한 이래로 늘 배송에 꽂혀있었다. 어쨌거나 아마존이 고객에게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고객들은 그냥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아마존의 임원이었던 로스만은 베조스와 그의 팀이 물류를 전자 상거래에 진출하려는 경쟁자를 물리치는 방법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물류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아마존의 최고 경쟁력 중 하나라고, 그들은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로스만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첫 프라임에어를 공개했다.

1999년, 아마존은 코즈모닷컴(Kozmo.com)에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코즈모닷컴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몇 개의 다른 도시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오렌지 색 유니폼을 입은 자전거 배달부가 1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2001년, 코즈모가 닷컴 버블 시기의 다른 회사들과 함께 실패하자, 온라인 슈퍼마켓 회사인 웹밴(Webvan)과 함께 그 시대의 실패한 시도 중 하나로서 조롱을 받았다.

아마존은 다른 교훈을 얻었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개발 도상국가에 진출할 때, 아마존은 코즈모처럼 자전거로 상품을 배송했다. 아마존은 또한 2007년에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런칭하기 위해 웹밴의 전 임원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더 큰 규모의 배송 운영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은 프라임 서비스 때문이다.

// 자체 물류망을 통해 배송 물량을 처리하려는 아마존

도이치방크에 따르면 프라임 서비스는 2005년 도입 이후 5년 만에 약 800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이틀 내 배송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아마존은 페덱스와 UPS의 비싼 서비스를 사용하여 많은 배송을 서둘러 처리해야 했다. 아마존의 전 임원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1년이 되자 그들의 연말연시 물량이 페덱스와 UPS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을 깨달았다. “물류 업체의 운영을 마비시킬 정도였어요.” 그래서 아마존은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첫 시도는 영국이었다. 베조스는 주주에게 보낸 2013년 연례 서한에서 “기존의 배송 업체가 우리의 성수기 물량을 처리할 수 없는 영국에, 신속한 배송 네트워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고 썼다. “더 많은 혁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해에 상장한 로열 메일 (Royal Mail)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로열 메일은 편지와 같은 일반 우편물의 양은 감소해도, 소포 우편물이 늘어 그 손실을 상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배송을 처리하면서 로열 매일의 소포 발송량은 더 늘어나지 않았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Jefferies International)에서 유럽 지역 운송 산업 분석가로 일하는 데이비드 커스턴스는 “아마존 덕분에 로열 메일의 성장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로열 메일은 아마존의 모든 물류를 로열 메일에서 처리할 수 없다는 베조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더 이상의 코멘트는 거절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의 UPS와 페덱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우정청에 연락했다. 2013년 11월, 우정청은 일요일에 아마존의 물류를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또한 우편 번호로 상자를 분류하여 적합한 지역 우체국으로 빠르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기계 학습을 도입한 분류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도 2013년의 큰 실패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해 11월, 필자는 우연히 루이스빌에 있는 UPS 글로벌 운영 센터에서 스콧 아벨(Scott Abell)이라는 UPS의 이사에 관한 기사를 작성 중이었다. 아벨의 역할이 한 해 동안 크리스마스의 성수기를 준비하는 것이라 그는 성수기맨(Mr. Peak)이라고 불렸다. 아벨은 친절했지만, 대화하는 동안 정신이 다른 곳에 쏠려있었다. 한 고객사가 크리스마스 직전 주말에 갑자기 UPS가 처리해야할 물량을 급격하게 늘린 사실에 대해 그는 좌절감을 나타냈다.

아벨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5일에 걸쳐 계획을 세웠다. 루이스빌에 있는 UPS의 월드포트 분류 센터에는 더 많은 비행기, 더 많은 인력과 맞교대 근무가 필요했다. 아벨은 그 성가신 고객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포트의 직원을 대변하는 팀스터즈 로컬 89(Teamsters Local 89)의 홍보 이사인 제이 데니스는 나중에 그 회사가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12 월의 UPS는 아마존의 배송 패키지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은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페덱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아마존 대변인은 “아마존의 주문 처리 센터 (holiday fulfillment centres)는 연말 배송에 늦지 않도록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 업체에 전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스이스턴대학에서 공급 사슬 관리를 가르치는 로버트 리브 교수는 “사람들은 UPS를 탓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의 진실은 아마존이 UPS에 원래 약속한 것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12월 23일에 떠넘겼다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에 항공기를 더 임대하거나 직원을 더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죠.” 아마존과 UPS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UPS의 대변인인 스티브 가우트는 고객사 성수기 물량의 “예측가능성(visibility)”을 더 확보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아마존은 앞으로 있을 성수기의 혼란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2014 년 말까지, 아마존은 미국에 23개의 분류 센터를 설치했다. “기습 공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고 아마존의 부동산 담당 이사로 분류 센터 건축에 참여했던 벤 콘웰은 말한다. “센터를 굉장히 빠르게 열었죠.” 같은 해 아마존은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배송하는 프라임 나우를 뉴욕에서 출시했다. 물류컨설팅 MWPVL의 설립자 마크 울프라트는 “뉴욕의 지하철에 아마존 박스가 가득 찬 카트를 들고 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라며 “아마존은 학생이나, 허슬러(hustlers), 용돈을 벌려는 사람들을 활용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제 40개가 넘는 도시로 프라임 나우를 확장했다. 이 서비스의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생수와 화장지이지만, 아마존은 최근 프라임 나우의 데뷔 이후 30만 개의 콘돔을 배송했다고 소개했다. 콘돔을 필요한 시점에 배송하는 것은 페덱스에선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다.

지난 2015년 9월, 아마존은 온디맨드 주문 프로그램인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소개했다. 플렉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우버 드라이버가 사람들을 운송하듯이, 플렉스 앱에 로그인 한 사람들이 프라임 나우 패키지를 받아 배달한다. 아마존 플렉스는 프라임 나우의 예상하지 못한 배송 폭주 때 매우 유용하다. 맨해튼의 사람들이 눈보라에 대비하기 위해 캔 수프를 구매하는 것이 배송 폭주의 한 예이다. 7월 31일 이른 새벽에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프라임 나우 회원들에게 배송한 것도 플렉스 배달원들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에도 단점은 있다. 아마존이 직접 물류를 제공하려는 곳에서는 지역 사회의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함부르크시의 시 당국자들은 아마존이 지역 시민, 정치인, 그리고 지역 경찰의 반대로 인해 노인 센터와 유치원 근처에 유통 센터를 두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현지 언론의 지적 이후에도, 우리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고 녹색당의 지역장인 미하엘 오스터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은, 파리에 프라임 나우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 서비스로 인해 파리시민의 무역 수지가 심각하게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이달고는 말했다. “아마존은 서비스 런칭 며칠 전까지 우리에게 알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UPS와 페덱스는 아마존의 위협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2월 전화 통화에서 UPS의 CEO 데이빗 애브니는 외교적으로 말했다. “아마존은 좋은 고객입니다. 우리는 상호 유익한 관계입니다.”

페덱스의 CEO 프레드 스미스는 아마존이 페덱스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환상”이라며 웃어넘겼다.

23년에 걸쳐 물류 업계의 여러 CEO와 관계를 맺어온 노스이스턴대학의 리브 교수는 그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신감이 덜하다고 말한다. 리브는 “아마존의 당일 배송에 관해 사람들은 ‘누가 신경이나 써? 우린 그런 사업 안 할 거야’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항공기를 임대하자 그들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아마존의 시장 진입 전략은 ‘시장에 뛰어들어서 저가 전략으로 다른 회사들을 다 때려죽인다’이죠. 그 전술을 편다면, 물류 산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불안정해질 것입니다.”라고 리브는 말을 이었다.

두려움은 월가에도 퍼졌다.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전략이 물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한다고 얘기한다. 샌퍼드 C. 번스타인에서 물류 시장을 분석하는 데이비드 버논은 “이 시장을 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마존이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아마존은 제로섬 게임의 상징입니다.”

// 프라임 항공기 ‘아마존 원’의 공개

“제발 소셜 미디어는 안 됩니다.” 머리를 밀어 베조스와 닮아 보이는 아마존의 PR 담당자가 말한다. “빨리 공개하고 싶다는 건 알지만, 엠바고를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날씨 좋은 목요일 오전, 아마존은 시애틀에서 십여 명의 기자를 하얀 버스에 태웠다. 도시의 남쪽에 있는 보잉사의 격납고에서 아마존의 첫 프라임 항공기를 소개하는 비공개 행사였다. 보잉 767기 한 대가, 흰색 동체 위에 밝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프라임 에어의 로고가 잘 보이도록 자리 잡고 있었다. 홍보 담당자가 친절하게 설명한 데로, 꼬리 날개 부분은 아마존의 친숙한 로고, “아마존 스마일”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존 원’이라고 불리는 이 비행기는, 다음날 시애틀에서 열리는 썸머 씨페어 페스티벌에서 블루 엔젤스의 에어쇼 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마존의 글로벌운영 담당 클라크는 배송 상자로 만든 연단에 올라섰다. 그의 격자무늬 스포츠 코트, 파란색 셔츠, 부츠 컷 청바지, 그리고 살짝 나온 배로 보면, 클라크는 업계를 떨게 만드는 회사의 임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때 그의 직업이었던 중학교 밴드 감독에 더 어울려 보였다. 클라크는 17년 전 녹스빌 테네시 대학에서 공급 사슬 관리 분야의 MBA를 졸업하고 아마존에 합류했다. “오늘은 꿈 같은 날입니다. 솔직히 제 마음이 약간 들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 비행기를 직접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입니다.”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아름다운 비행기”에 대해 기자들과 30분간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해상 운송 라이선스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워 했지만, 아마존은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고 그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클라크는 “우리의 중국 팀은 매우 창의적이지요.”라고 말했다.

화장지와 콘돔을 들고 도시를 달리는 아마존의 배송 인력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파리의 시장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 파리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아마존은 밀접하게 일하고 있습니다.”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클라크는 다음 날 씨페어에서 있을 또 다른 “꿈 같은” 날을 준비하기 위해 떠났다. “제겐 어린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적어도 이번 주말만큼은 정말 멋진 아빠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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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이바닥늬우스

안전가옥의 집사장. 뉴스를 많이 봅니다. 가끔 번역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