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거버넌스, 댄 라리머의 도전과 기회

Egon
EOSYS
Published in
12 min readMay 17, 2018

EEG Native Contents

EOS의 거버넌스(governance)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본 글에서는 3세대 블록체인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EOS의 이코노미 거버넌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간략히 1, 2세대 블록체인을 추상화하자면, 비트코인과 그 복제류 코인들이 1세대라 불리는데, 이들은 코인 전송 기능을 통해 탈중앙 금융 시대의 도래를 기대케 했었지만 처리 성능의 한계와 기능성의 부족으로 그 성공을 다음 세대로 넘겨야 했다.

2세대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블록체인에 도입한 이더리움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 안에 튜링 완전한(Turing Complete) 가상 머신을 탑재하여 믿을 수 없는 인간을 대신하여 미리 짜인 로직이 사람 계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은 이 블록체인 안의 가상 머신에 대해,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에 국한시키지 않고 분산 앱이라는 더 큰 그림을 상상하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더리움 역시 분산 앱 플랫폼 역할을 하기엔 성능이 너무나 부족했고(초당 20건 미만의 처리 성능), 토큰 이코노미 거버넌스(가령 트랜잭션을 유발할 때마다 드는 가스비)의 미흡함으로 성공까지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EOS의 등장

3세대라고 이름 붙여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OS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했다기보다는) 1, 2세대로부터 교훈을 얻어 성능이 막강하고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데 열중한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다. EOS의 기술에 대해서는 현재 초당 1000 TPS (Transactions per Second) 이상의 성능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걸로 줄이고, 이번 글에서는 EOS 거버넌스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블록 프로듀서

먼저 EOS 생태계의 주인공 역할인 블록 프로듀서를 알아야 한다. 비트코인에 채굴자들이 있듯이 EOS에는 블록 프로듀서(줄여서 BP)가 있다. 이들은 컴퓨팅 리소스를 투자해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트랜잭션을 처리하며,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을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1년에 1%의 EOS 코인이 발행되며 이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 이 인플레이션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장치는 아래에 소개한다.

BP는 21개의 액티브 BP와 49개의 후보 BP로 구성되며 액티브 BP가 12개씩 블록을 생성하면 새로운 BP 21개를 이들 70개 가운데서 다시 뽑아 블록을 생성한다. 21개를 선정하는 기준은 EOS 코인 홀더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투표는 홀더들이 미리 세팅한 값에 따라 자동으로 연장된다. 또한 언제든지 지지자를 바꿀 수도 있다. BP 후보들은 홀더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EOS 생태계에 기여해야 하며 다양한 활동과 홀더들에 대한 보상을 어필해야 한다.

등록된 EOS BP 출마 현황은 다음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등록하지 않은 출마 선언한 BP는 더 많다.

현재 한국에서는 EOSYS, EOSeoul, CoinOne, PayGate, EOS NodeOne 5개 팀이 출마 중이다 (EOS 투표에 대한 기사).

투표 제도

EOS 생태계는 평등권이 없는 간접 민주정치이다. EOS 토큰 홀더들은 EOS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투표(Voting)를 해야 한다. 1개의 EOS당 30개 후보까지 표를 줄 수 있다. 투표에 사용하는 코인에 비례하여 표를 줄 수 있다. 사고팔기 바쁜 투자자들이 투표로 코인을 묶어둘 만한 유인이 있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 BP들은 배당 형태의 수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했다. BP들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배당 수익은 높아질 것이다.

BP들은 셀프 보팅을 할 수 있는데, 중국 BP들이 담합하여 서로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독식한 것처럼 EOS 생태계를 점유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BP가 되기 위해 EOS 토큰(ERC-20)을 많이 모은 후보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 한국을 제외한 BP 후보들은 EOS 보유분이 적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BP 후보들은 홀더들을 공략하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끼리 전쟁 같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스팀(Steem)을 보면, 메인 넷 출범 한 달 동안은 BP(스팀에서는 ‘증인’이라고 부른다)들이 굉장히 빈번히 바뀌었지만 그 후로는 대주주들에 의해 거의 고착화되어 과연 탈중앙화가 이루어졌는가라는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중앙 블록 프로듀서 후보, eosDAC

보통 BP 후보들은 스타트업, 중소기업, 거래소들이다. 이 생태계를 먼저 알고 연구한 집단들은 일찍부터 자본을 모으며 준비해왔다. 하지만 중앙화 된 집단에 대응해 순수히 사용자들의 뜻을 대변하여 운영되는 BP 후보도 있는데, 이들이 바로 eosDAC(Decentralized Autonomous Company)이다.

이들은 자체 토큰을 발행해 eosDAC 토큰 소유자들의 투표에 의해 BP 운영 방침이 세워진다. 그리고 eosDAC 토큰 홀더들에게 BP 보상으로 주어지는 EOS 코인의 일부(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를 배당으로 준다.

4/15일 에어 드롭된 eosDAC은 거래소 상장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 가격을 높이고 있다. 만약 (지금으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다) BP가 된다면 이 토큰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시스템답게, 탈중앙 BP의 등장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Staking

이 부분이 중요하다. 블록체인에 암호화폐가 왜 필요하냐는 물음에 좋은 대답이 되기 때문이다. EOS 생태계에서 코인은 다음 역할을 할 수 있다.

1. RAM 사용을 위한 스테이킹

2. CPU 사용을 위한 스테이킹

3. 네트워크 사용을 위한 스테이킹

4. 2, 3에 사용된 EOS 코인은 투표에도 사용될 수 있다.

5. 타인의 스테이킹에 대여

처음 EOS를 접하면 도대체 RAM, CPU, 네트워크 사용이 무슨 뜻인가 어려워할 수 있다.

EOS 블록체인은 고가의 컴퓨팅 장비를 사용할 텐데, 사용자들은 DApp을 통해 이 자원을 사용하는 샘이다. 우리가 돈을 내고 AWS를 사용하듯이, EOS 코인을 스테이킹하고 블록체인을(DApp을) 사용할 수 있다. DApp을 사용하기 위해서 돈이 들면 누가 쓰겠냐며 이더리움 사례를 생각할 수 있지만, 스테이킹은 돈을 소모하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전세 같은 제도이다. 사용을 중지하려면 스테이킹을 해제하면 되고, 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다(2, 3번에 사용된 코인은 3일 후에 돌려받는다).

예를 들면 내가 1GB 램을 사용하기 위해 10 코인을 스테이킹하고, 초당 얼마의 트랜잭션과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해 5코인을 스테이 킹 했다고 하면, 5코인만큼 투표도 할 수 있고, 이 정도의 컴퓨팅 자원을 DApp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DApp을 사용하면서 메모리가 더 필요하다면 추가 코인을 더 스테이킹 해야 한다.

그러면, 코인이 없는 사람들은 EOS DApp들을 사용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실체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돈 많은 기업은 자본력으로 코인을 매입하여 End-User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DApp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DApp 개발사가 스테이킹을 하고 그 지분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DApp을 운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무료 DApp이 있는가 하면, 돈 없는 개발자는 개인이 할당량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DApp을 만들 수도 있다. DApp 사용료를 따로 내는 게 아니라 DApp을 통해 사용하게 될 컴퓨팅 자원의 보증금을 내는 격이다. 물론 DApp 자체가 유료인 DApp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램(RAM) 시장

CPU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스테이킹은 투표로 사용될 수 있지만, 램에 대한 스테이킹은 투표로 사용될 수 없다. 램은 소모되는 자원이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한 보증금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DAWN 4.0에서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램 시장이다. 3.0까지는 내가 10개의 코인으로 RAM 사용권을 샀다면, 다시 되팔 때도 10개의 코인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초창기 램 구매자가 나중에 램값이 비싸졌을 때에 되팔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램을 현재의 가격으로 되팔 수 있도록 했다. 즉 현재 댑이 아주 활성화되어 램 사용량이 많아져 램값이 1GB당 20 코인으로 올랐다면, 1GB 램 소유자는 20 코인에 되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램을 사고 팔 때 1% 수수료를 떼는데, 이 코인은 소각(!)된다. 이 소각분으로 BP들에 대한 보상을 위한 1%의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막강한 제도를 만든 것이다. 만약 총 통화량만큼의 램 거래가 1년 동안 이루어진다면 인플에이션율은 0%이다.

EOS 코인 보유자는 코인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컴퓨팅 자원을 위한 보증금, 투표, 램 투자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EOS 블록체인 상에서 DApp을 사용하기 위한 결제 수단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하게 쏟아질 DApp 토큰들의 교환 기축 통화가 되는 것이다.

멀티 체인(Multi-chain)

EOS의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멀티 체인이다. EOS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만든 Block.one은 메인넷 론칭을 주도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만 만들고 생태계는 커뮤니티에 맡긴 것이다. 이는 메인넷 하나로만 운영되는 것을 가정하지 않는다.

첫 번째 메인넷이 출범할 때 다른 넷이 동시에 오픈되긴 힘들다. EOS 블록체인은 15%의 투표가 활성화되어야 정상 가동된다. 그 투표율이 안되면 블록체인은 구동이 안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물론 이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세팅값을 바꿔 몇몇 BP들이 자기네들 체인을 오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EOS 토큰 홀더들은 그들을 EOS 메인넷이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냥 독자 체인이 되는 것이다. 이들을 멀티 체인이라 부르진 않는다. 그냥 EO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완전 독자적인(EOS 거버넌스를 공유하지 않는) 체인이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EOS 거버넌스를 공유하는 두 체인이 동시 출범할 수 있는가? 이들이 각각 홀더들로부터 15%의 투표를 받을 수 있다면 (EOS 거버넌스를 공유한다는 말은 EOS 코인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출범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이슈가 분산되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보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메인넷이 출범, 안정화된 후 EOS 메인넷이 DApp으로 과부하가 걸려 좀 더 쾌적한 환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될 때, 마이너 BP들에 의해 또 다른 체인이 형성될 수 있다.

이를 EOS 스카이넷이라 불러보자. EOS 메인넷과 스카이넷은 EOS 코인을 공유한다. EOS 스카이넷이 출범될 때 독자적인 코인을 만들 것이지만 EOS 코인을 통해 인터 블록체인 거래가 된다. EOS 메인 넷 교환댑을 통해 EOS 코인 얼마를 적립하면, EOS 스카이넷의 또 다른 댑에서 스카이넷 속에서 통용될 수 있는 EOS 코인을 발급해주는 방식이다. 물론 반대로 넘어오는 것도 똑같은 방식일 것이다. 메인넷이 네임 밸류는 가지고 있겠지만, 좀 더 싸고 쾌적한 환경을 찾아 유저들은 넷을 이리저리 옮겨갈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체인의 DApp의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 블록체인 트랜잭션이 가능한 것이다.

EOS는 멀티 체인을 통해 이더리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확장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피해갈 수 있다.

하드포크의 가능성

비트코인의 하드포크 사태로부터 뼈저리게 배운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블록체인 설계의 최상위 요구 사항에 “안티 하드포크”가 떡 하니 있을 것이다.

온갖 기회주의자들의 먹잇감이었던 하드 포크를 막는 것은 블록체인의 숙명이 되어버렸다.

하드 포크란 운영되고 있는 블록체인 장부를 복사하여 새로운 독자 체인으로 분리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EOS는 홀더들의 투표에 의해 분리된 BP들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므로 하드 포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얘기하지만 비트 캐시, 비트 골드에서 봤듯이 돈이 복제되는데 꺼려하는 홀더들은 없다. 복제된 코인인데 투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은 실제로 운영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탈중앙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

1, 2세대의 블록체인 때만 해도, 금융의 탈중앙화를 얘기하며 결제 등 실생활의 금융 시스템의 변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엔드유저에게 더 편리하고 매력 있는 기능 없이는, 아무리 처리 성능을 높인다 해도, 탈중앙이라는 추상적인 타이틀만으로 현재의 금융 서비스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음을 배웠다.

3세대 블록체인 EOS에 대한 기대는 금융 시스템의 변혁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서비스의 탈중앙화에 대한 것이다. 결제 연동이 너무나 쉽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 안정성과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아주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탈중앙화는 유토피아인가

왕권 제도의 불합리함을 깨달은 고대인들은 민주정치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직접 민주제의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었고, 대리인을 통한 간접 민주정치가 오늘날까지 자리 잡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민주적인가. 정보의 불균형과 여론 조작 등의 수단으로 과거 귀족정과 다를 바 없는 오늘날의 간접 민주제의 문제는 우리가 충분히 목격하고 있다.

독재만큼이나 불합리한 독점 기업들의 횡포는 탈중앙 서비스에 열광토록 했다. 모 거래소의 상장 코인 출금 미지원 등에 열분을 토하는 유저들은 탈중앙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가 얼른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 겪었듯이, 일부 거대 자본 세력의 개입을 막을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 답을 찾다 보면 벌써부터 중앙화 될 조짐을 보이는 DPOS 합의 알고리즘 방식에 우리는 회의를 가질 수도 있겠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보면, 사회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소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군중은 시스템의 운영에 시간과 노력을 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를 위한 봉사 정신으로만 그 소수들을 시스템 운영에 참여시킬 수는 없다. 수천 년 인간사에서 그런 생태가 가능한 사회는 아주 작은 집단일 뿐임을 배워왔다. 그들에게 자본적 이득의 수단을 주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사회적 모순이다. 거대 자본의 횡포를 최소한의 투표권으로 견제하고 투명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커뮤니티의 임무로 하여 각자의 노력으로 사회를 발전시켜나가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성공 방정식이다.

EOS 생태계는 기술 적으로보다 사회학적으로 더욱 재미있는 연구 대상이다.

과연 댄 라리머(Dan Larimer)가 창작한 이 생태계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어떤 사악한 인간 본성으로부터 도전을 받는지, 또 어떤 지혜로 해결해나가는지 주목하는 것은 블록체인 연구자로서 가장 흥미 있는 관심거리이다.

EEG Writer: Egon

We Vitalize EOS Ecosystem.

Write with us: eeg@eosys.i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