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콘 참관기

by 전정호님

안녕하세요. 이더리움연구회의 전정호입니다. 지난 10월 30일부터 4일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이더리움 축제 devcon4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day0 (10월 30일)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본 시내>

연초부터 데브콘에 간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정작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우울했습니다. 다행히 행사 2주 전에 기회가 생겨서 급하게 프라하행을 준비했습니다. 다른 분 티켓으로 참석할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등록대에서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검사해서 놀랐습니다.

관광을 즐기려고 주말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공항부터 지하철까지 한글 안내 문구가 자주 보여서 신기했습니다. devcon에 맞추어 프라하에는 다양한 블록체인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해커톤은 물론이고 Parity와 Algorand 같이 기업에서 주최한 행사도 있었지만, 비영리 분야의 블록체인 적용을 논의하는 행사나 커뮤니티 운영자 모임 같은 행사도 열렸습니다. 티켓이나 발표자 신청에서 떨어진 경우가 많아서인지 (발표자 신청이 무려 천여건이었다고 합니다!) 데브콘 앞뒤로 그리고 데브콘 기간 중에는 저녁에 행사가 많이 열렸습니다.

<강 건너 폐건물 같은 장소에서 열린 Parity 밋업>

첫날은 지원금 운영, Mist,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Swarm, Trinity, Whisper, P2P 등 이더리움 분야별 현황 보고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Universal Login과 버질(Virgil)이 마지막 시간에 발표한 올해의 재미있는 프로젝트 소개가 흥미로웠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의 기념품, 지원금, 위키와 외부의 ether.cards, Wolfram Language Oracle, Neverslash, HurricaneGuard, Raincoat, Rhombus 등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day1 (10월 31일)

<devcon 테마송, 나중에 “Eth 2.0”은 “Serenity”로 바뀝니다>

둘째날은 조나단 만(Jonathan Mann)의 즉흥곡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의 아야(Aya Miyaguchi)와 Serenity(Ethereum 2.0)에 대한 비탈릭의 키노트 이후 확장성, Serenity, 프라이버시, 개발자 경험, UX 디자인 등 분야별 발표 소개가 있었습니다.

행사는 우리나라 코엑스 같은 프라하 콩그레스 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여러 발표장(크기 순서로 Spectrum, Prism, Ultra Violet, Radiant Orchid, Rhapsody, Xanadu, Mikado, Coquelicot, Rose Quartz)을 사용했습니다. Mikado와 Coquelicot는 노트북으로 실습하는 세션을 주로 했고, Rose Quartz는 번개 모임(BoF)이 열렸습니다. Neptune이라고 디지털 예술을 보여주는 휴게실도 있었습니다. 크기 순서로 앞쪽 4개 방은 재단에서 촬영했고, 몇주 후에 유튜브로 발표 영상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둘째 날부터 저는 가급적 촬영을 하지 않는 세션을 위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StarkWare 발표를 기다리는 청중, 영지식 관련 세션은 항상 이렇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StarkWare의 STARK 발표를 들었습니다. StarkWare는 비탈릭의 개인 투자는 물론이고 최대 400백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재단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후 필립 다이안(Philip Daian)의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발표에 들어갔습니다. 다양한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그답게 DEX에서 경쟁적 우위를 가지려는 가스 사용을 분석한 frontrun.me 사이트를 만들어서 인상적이였습니다.

day2 (11월 1일)

<보안 브레이크아웃 사회를 맡은 인텔의 Sanjay Bakshi>

시간표를 보면 분야별로 여러 발표를 묶어서 2~3시간 분량의 브레이크아웃(Breakout)을 만들었습니다. 세번째 날 오전에 전부터 관심을 가진 state channel 확장성 브레이크아웃 대신 보안 브레이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보안 브레이크아웃은 Intel SGX로 잘 알려진 Trusted Compute를 이더리움에 적용한 여러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ce)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이 진행중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을 말하면 보통 영지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Trusted Compute처럼 하드웨어를 사용한 다른 접근 방법도 진지하게 개발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렇게 관련된 여러 발표를 모은 브레이크아웃>

점심을 마치고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개방형 금융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줄 존 초이(Jon Choi)가 불참한 사건입니다. 그 방은 참석자들의 자유 발언으로 시간을 채웠습니다. 오후는 개발자 경험 (DevEx) 브레이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eWASM을 중심으로 Yul (EVM 중간 언어), Turbo eWASM, stateless client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일 큰 Spectrum 발표장에서는 블라드(Vlad)의 CBC Casper 발표와 더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의 VDF (Verifiable Delay Function) 발표가 있었습니다.

day3 (11월 2일)

<재단 지원금을 받은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장소>

마지막 날은 형식 증명 (formal verification), 영지식, 샤딩 등 세션을 들었습니다. 올해 초 샤딩 구현으로 지원금을 받은 Prysmatic Labs 멤버들이 데브콘에서 처음으로 만났다고 하네요. 지원금을 받은 여러 프로젝트가 Gitcoin으로 보상을 분배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요즘 비탈릭과 다양한 공동 작업을 하는 “래디컬 마켓(Radical Markets)”의 저자 글렌 웨일이 연단에 나오고, 스티브 잡스 때문에 유명해진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처음 말한 대안문화의 대부인 스튜어드 브랜드옹의 대담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저녁에는 이더리움 재단 김태연님과 한국 이더리움 밋업 정우현님이 한국 참가자를 위한 회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그날 저녁 비행기로 바로 귀국해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감상

이번에 흔히들 생각하는 확장성 문제 보다는 UX와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심이 많아진 점을 느꼈습니다. 마치 확장성 문제는 당연히 풀리리라고 모두 확신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대신 온보딩(onboarding) 문제를 중심으로 어떻게 일반 사용자에게 대중화할 수 있을까는 화두를 던지는 발표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UX 브레이크아웃에 추가로 온보딩 브레이크아웃이 따로 열릴 정도였습니다. 사용성 측면에서 Swarm과 ENS(Ethereum Name Service)도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특히 Swarm 팀은 행사 전날 Swarm 미니 컨퍼런스를 진행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는 (Intel SGX 등) 하드웨어와 암호학(영지식)이라는 두 연장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스폰서 기업중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Status.im이었습니다. 제일 큰 발표장에서 자신들의 그간 활동을 소개한 것은 물론이고, 외곽에 큰 홀을 대관했습니다. 그곳에서 데브콘이 열리기 전에는 해커톤을 진행하고, 데브콘 기간 동안은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맥주를 마시며 생방송을 보는 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저녁에 열린 libp2p 번개 모임>

평소에 국내외 컨퍼런스에 가면 소극적으로 발표만 듣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였는데 이번에는 탈피하려고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날과 세번째 날은 세션에 들어가는 대신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샤딩과 P2P 개발자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평소에 개발자들의 gitter 채팅이나 주간 컨퍼런스 콜을 따라가고 있어서 관련 번개 모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PyCon처럼 번개 모임(BoF)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브콘 기간에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서있을 자리도 없이 붐빈 경우가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단체들이 예약한 공간에 비해 삼천명이 넘는 데브콘 참석자들이 몰려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데브콘은 놀라운 깜짝 발표보다는 그간 진행 상황을 정리하고 앞으로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더리움의 행보가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새로운 블록체인 아이디어를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는 장으로서 이더리움의 가치를 봤습니다.

<비탈릭이 키노트에서 밝힌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계획>

이더리움연구회는 12월 18일 (화) 한국 블록체인 커뮤니티 데이 Devstamp를 개최합니다.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