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

­김한희(자연과학대학 수학과)
EWHA-CHAIN
Published in
8 min readAug 9, 2021

최근 전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꺾었던 유일한 대전을 담은 디지털 파일이 2억 5000만 원에 거래되었다. 또한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아내 가수 그라임스의 그림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NFT 형태로 연 경매에서 65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디지털 자산이 수억, 수백억에 팔리는 시장을 이끈 주인공이 바로 NFT(Non-Fungible Token)이다.

NFT 란?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가상 자산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체 불가능 토큰들은 고유성을 지닌다. 동일품이 아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NFT 시장은 지난 2018년 4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 3억 4000만 달러 시장이 됐다. 근 2년 사이 8.5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화두에 오르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용자 간 거래에 재화로 역할하는 NFT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NFT는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토큰 간 교환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1개와 타인의 비트코인 1개의 가치는 동일하므로 교환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의 경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천 원과 타인의 천 원이 같은 가치를 갖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NFT는 각기 가지고 있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토큰 간 교환이 불가능한 것이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러한 NFT를 누구나 만들고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NFT 경매 사이트에 접속하여 디지털 캐릭터 이미지를 올리고 설명을 덧붙여 가상화폐로 가격을 책정한다. 실제 매물로 내놓기까지 단 1분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원소유자가 맞는지 인증하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과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이중섭∙김환기∙박수근의 NFT 작품 경매가 취소되기도 했다. 환기재단과 박수근 화가의 유가족 등 저작권자들은 자신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NFT 디지털 예술품 거래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NFT 판매가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에 저작권이나 소유권 등의 안정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NFT와 이더리움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 거래되고 있다. 발행 내역을 원장에 기록해 소유권에 변동이 있는 경우에 이를 손쉽게 확인 가능하고, 디지털 콘텐츠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원본 증명서’를 발행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식 재산권을 블록체인화할 수 있게 만든 신기술인 것이다. 토큰 발행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자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크립토키티, CryptoKitties

NFT의 초창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크립토키티’이다. 가상의 고양이를 꾸미는 게임인데, 각자의 고양이들은 동일한 모습을 할 수 없게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꾸민 고양이를 NFT 상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한 고양이(크립토키티 드래곤)은 600ETH(이더리움)이라는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현재 시세로 11억 원이 넘는 가격이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을 이끌고 있는 ‘WWW(World Wide Web)’의 최초 소스코드도 최근 NFT 경매에 등장했다. 창시자인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 리가 직접 전자 서명한 코드이다. 경매에는 9500줄이 넘는 소스코드와 원본 WWW 브라우저 파일, 애니메이션, 디지털 포스터, 버너스 리가 직접 설명하는 내용의 디지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경매의 시초가는 1,000달러로 책정됐다고 한다. 또한 최근 대중문화로 NFT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힙합 뮤지션 팔로알토가 국내 최초로 NFT 형태의 앨범을 발매했으면 보이그룹 에이스(A.C.E)는 포토카드를 NFT로 발매했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NFT와 메타버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메타버스에서의 NFT의 활용 가치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VR)을 확장한 개념으로 가상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안에서도 경제 활동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게임 ‘동물의 숲’에서 사용자가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곤충을 채집하고 물건을 팔아 재화를 얻는 모습이다.

한편, 메타버스의 경제 활동에서 NFT를 통해 가상 세계 속 개인의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NFT는 그 자체로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메타버스 안의 경제 활동에서 신뢰성을 높인다. 또한, NFT의 각 토큰들이 가지는 고유성으로 해당 토큰의 수요에 따라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렇게 NFT가 활용되고 있는 메타버스의 사례인 디센트럴랜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디센트럴랜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디센트럴랜드는 가상현실 속 세계로 사용자는 NFT인 토지(LAND)를 구매하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우기도 하며, 갖고있는 토지를 타인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기반 원장의 가상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토지 위에는 다양한 콘텐츠와 응용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는 해당 토지 소유자의 고유한 권한이며 콘텐츠들은 정적인 3D 장면에서부터 게임과 같은 상호작용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의 NFT인 각 토지는 가상 세계 속에 단 하나만 존재하여 고유성을 가지고 이에 따라 각 토지는 가치를 가진다. 블록체인 기반의 토지는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에 저장되어 있으며, 대체 불가능하고 양도할 수 있으며 유한한 디지털 자산이다. 토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마나(MANA)라는 디센트럴랜드의 자체 암호화폐를 사용하여 구매할 수 있고 토지 외의 다른 디센트럴랜드 내부 서비스를 구매할 때도 마나가 사용된다. 지난 18일에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EST #4247은 129만 5천 마나에 거래가 되었으며 이는 91만 3800달러(약 10억원)의 가치에 해당한다.

NFT의 현재

분야별 NFT 시장 분포, 좌: 판매 규모 기준, 우: 거래 건수 기준, NonFungible.com

대체 불가능한 토큰 NFT는 고유성과 소유권을 부여하는 기능으로 디지털 창작물에 빈번하게 사용되어 왔다. NFT 데이터 플랫폼 논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NFT 시장은 주로 게임, 예술, 메타버스, 수집품, 스포츠, 유틸리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 판매 규모 기준으로 메타버스가 NFT 시장을 크게 구성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누구나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NFT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재화의 기능을 하며 다른 산업과 접목하여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NFT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춘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저작권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NFT 시장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참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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