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무언가를 제안하면, ‘그래 일단 해봐’라고 하는 회사
패스트캠퍼스 박지웅입니다. 패스트캠퍼스 구성원들은 매년 초 한번, 매년 여름경 한번 전체가 모여서 회사의 방향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시작했던 이 비전공유 미팅은 어느새 영화관 한 관을 모두 빌려야 할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가 되었는데요. 올 초 미팅에서 제가 설명했던 슬라이드 중 하나가 바로 아래 슬라이드입니다.
패스트캠퍼스를 설명하는 많은 이야기 중에, 그래도 회사의 DNA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바로 이 슬라이드가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패스트캠퍼스는 지난 6년여간 수없이 많은 시도를 했고, 대다수가 실패했지만, 그중에 몇 가지 사업들이 살아남아 지금의 패스트캠퍼스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들에 대한 제안은 대표나 경영진이 제안한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 중 누군가가 제안해서 시작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위 슬라이드는 패스트캠퍼스의 다양한 시도에 있어서 사업적 측면만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를 만약 마케팅 측면에서, 또는 연간 단위가 아니라 월간, 반기 단위로 나눈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패스트캠퍼스의 역사 속에 존재합니다. 즉,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 채널에 대한 도전, 새로운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시도, 새로운 포맷에 대한 제안, 새로운 사람에 대한 채용,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제안 등 패스트캠퍼스에서는 오늘도 또 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새로 입사한 구성원들이 몇 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패스트캠퍼스에서 일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매 6개월마다 이뤄지는 리뷰 과정에서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일하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나온 공통적인 피드백이 바로 ‘일은 많고 빡세긴 한데, 그래도 뭐 하겠다고 하면 그래 해보라고 해서 그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전 회사에서는 맨날 얘기는 해보라고 하는데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해보지 못했거든요’였습니다. 패스트캠퍼스가 첫 직장이건, 아니면 두세 번째 직장이건, 또는 과거의 직장이 스타트업이건 큰 회사였건 무관하게 들을 수 있는 일관된 피드백이었기에 제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시도를 장려하고 실패를 감당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말 실제로도 그러한가 — 에 대해 묻는다면,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회사들이 많구나 — 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패스트캠퍼스에서도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서 그러했었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입니다. 패스트캠퍼스 또한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회사 안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고, 또 확신의 정도를 높여가기 위해 많은 질문과 피드백이 오고 가며, 의사결정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현재 패스트캠퍼스를 만든 많은 것들 중에 대다수는 이렇게 ‘누군가의 제안’과 ‘그래 한번 해봐’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백그라운드와도 일맥상통하긴 합니다. 저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대상 업체에 대해 논의를 하다 보면 대부분은 실무를 담당하는 심사역이 경영진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집니다. 여기서 대박의 사례를 만들어준 대다수의 딜은 경영진이 꽤 심하게 반대했지만 심사역이 가지고 있는 확신의 정도가 너무 커서, 그래 네가 그 정도로 깊게 고민하고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확신의 정도가 높다면 한번 해봐라 — 를 통해 투자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스톤브릿지에서 투자했었던 티몬, 블루홀, 배달의민족 등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준 회사들은 대부분 동일한 분위기에서 투자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패스트캠퍼스에서도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좋은 기회뿐만 아니라,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회에 대해서도 그 기회를 실무자의 경력 연수로 인해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경영진이 해야 하는 역할은 직접 좋은 사업기회를 찾아 실행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회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보았는지를 스스로 자문해볼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다 — 라는 점입니다. 경영진이 실무자들이 올린 아이디어에 대해서 Go / No Go 만을 ‘판정’하는 것과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충분히 깊게 고민해보았는지를 때론 challenge 하고 때론 guide를 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이 가능해지려면 필요한 것들이 더 있습니다. 경영진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급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화와 철학이 자리 잡혀야 합니다. 또한, 특정 안의 실행 결과에 대해서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제안한 개인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패의 무게는 함께 나눠가져 그 부담을 낮추고, 대신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헤쳐 모두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좋은 목표는 누구나 다 알아보지만, 실제 그것을 달성한 회사가 소수인 것은 과정상의 치밀함과 꾸준함이 때론 좋은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캠퍼스가 이러한 문화를 지향하고, 또 정착시켜나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한두 차례의 실패로 인해 다가온 재무적 타격으로 인해 이를 외면할까 고민해본 적도 정말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화야말로 패스트캠퍼스에게는 단기적 성과를 넘어서서 장기적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스타트업에서 단순히 일하는 것 만으로 개인이 성장한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도할 수 있는 환경, 그러한 시도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경영진의 생각과 조직 구성원들의 문화, 그리고 시도의 과정에 누구보다 치열함을 더하는 좋은 질문들이 모두 ‘&’로 함께 해야합니다. 이 중에 무엇 하나라도 빠져있다면, 회사가 구호로 외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실제로 그렇다고는 느끼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패스트캠퍼스에서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150여 명의 구성원들과 그다음 여정을 함께 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처음에야 패스트캠퍼스가 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들에 대해 학습하는 구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길 수 있는 분들, 그래서 이런 걸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실 분들을 ‘그래 한번 해봅시다’라고 이야기할 지금의 패스트캠퍼스 구성원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하 패스트캠퍼스에서 모집 중인 다양한 포지션들입니다. 우린, 일단 당신과 한 번 정도 편하게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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