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찾아본 온라인 신선식품 분야의 미래, 오이식스

FAST TRACK ASIA
FAST TRACK ASIA

--

‘온라인 신선식품 분야의 미래'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전자상거래가 등장한 것은 이제 꽤 오래된 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기사 속 이야기를 살펴보면, 전자상거래가 아직까지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분야가 보이는데요. 그 분야는 바로 신선식품 영역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분야로 진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노력들이 방법론의 문제를 논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소비 패턴, 인프라 등 외부 환경적 요소들로 인해 실패로 귀결되곤 했는데요.

지금은 아예 모바일로 소비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는 등 우리의 소비 패턴, 제반 인프라 등의 변화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 흐름들이 이제 이 분야에 뛰어들 타이밍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맹아단계의 우리나라 에서, 이 신선식품 분야의 미래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위해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보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신선식품 분야에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과정 속 중간 유통 단계들이 상당히 많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두 나라 간 유통구조가 아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보는 전통적인 신선식품 유통 과정 7단계 (그림=패스트트랙아시아)

일본에서는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기업 오이식스(Oisix)를 살펴볼텐데요. 오이식스는 2000년 대 초반에 맥킨지 컨설턴트 세명이 모여 시작한 회사입니다. 당시 거의 온라인 쇼핑은 커녕 인터넷 인프라도 부족했던 환경에도 불구하고 약 10여년 간 농산물 유통구조를 조금씩 혁신해 나가면서, 이제는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 분야의 대표주자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이 오이식스를 간단히 알아보고, 오이식스가 최근 발표한 2015년 결과 보고서를 함께 살펴보면서 온라인 신선 식품 분야의 미래, 오이식스는 지금까지 어떤 움직임을 보였고, 앞으로 어떤 그림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몰’ 느낌이 딱! (oisix.com)

2000년 6월에 설립된 오이식스! 그리고 13년 후인 2013년 5월, 도쿄 증시에 상장까지 성공해 현재 시가총액 114억 5,000만 엔(한화 약 1,240억원)까지 오른 바 있는 오이식스는 유기농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안전한 고급 식료품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가정으로 배송한다는 목표 아래 친환경 유기농 상품만 취급하고 있는데요. 오이식스의 슬로건은 ‘주문 후 수확’,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에게 먹일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상품’ 입니다.

오이식스는 산지 직송으로 상품을 조달하기 위해 전국의 1,000여개의 농가와 계약을 맺어서 직영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중간 유통과정을 없앴습니다. 또한 소포장 묶음 배송을 통해 감자 다섯 알, 토마토 세 개씩 주문해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도쿄와 같은 대도시는 2시간 단위로 배송 시간을 정해놓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제품을 받아볼 수 도 있습니다. 아, 참고로 오이식스라는 이름은 맛있다를 뜻하는 오이시(美味しい)라는 일본어를 활용한 조어입니다.

오이식스의 상품 구색! (사진=오이식스 홈페이지)

오이식스가 취급하는 상품은 과일&채소, 냉동 식품, 육류와 어류 등인데요, 여기에 우유, 디저트, 시리얼, 대체 식품 등이 더해져서 오이식스에서는 약 3,300여 개의 상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주요 고객층은 아이가 있는 30대 주부들로, 입회비, 연회비, 이용료 등이 무료라는 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 단 한 개의 신선 식품을 주문해도 받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오이식스만의 차별화된 큰 매력으로 작용해 많은 인기를 얻고있습니다.

그 외에 에비나시에 있는 자사 직영의 배송 센터에서의 철저한 온도관리와 함께 방사성 물질 체크도 진행하고 있어 오이식스를 찾는 고객들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오이식스 창업자 다카시마 코헤이(高島宏平)는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입사, 2년 후에 퇴사하고 26세 때에 오이식스를 창업했습니다.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다카시마가 신선식품을 선택한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이에는 많은 중개 업자가 들어가고, 또 식품 재료들의 정보가 고객에게 조금도 전달되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생각이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생산 농가의 생산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너희는 흙맛을 모른다는 농가 어르신의 질책에 실제 여러 지방의 흙을 먹어봤다는 에피소드부터 배송을 위탁했던 물류 센터가 갑자기 운영이 중단돼 오이식스 사업 자체를 그만 둬야할 위기를 겪고, 그 도중에 미국발 인터넷 버블 붕괴 여파를 제대로 맞아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으니까요.

아.. 오이식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1월 부터 첫 오프라인 점포 사업까지 시작한 오이식스는 현재 홍콩에 진출해 서비스를 확장했고, 오이식스 식재료 기반 레시피 커뮤니티 ‘오이시(Oixi)’, 오이식스의 상품들을 심사하는 ‘감사위원회’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사위원회 같은 경우는 고객에게 오이식스 상품들에 대한 신뢰를 한 층 더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오이식스는 자체적으로 식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생산 품목을 선별합니다. 그 과정에서 식품 감사 위원회는 오이식스에서 판매중이거나 판매 예정중인 상품을 심사해 기준에 어긋나거나 아이들에게 먹이기에 적합하지않다면 바로 상품 판매에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오이식스의 오프라인 점포 (사진 = Hidetsugu Tonomura)

앞에서 오이식스만의 다양한 특징들을 소개했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비스들이 잘 작동할 수 있는 근간, 소포장 묶음 배송 물류 시스템입니다. 더불어 여기에는 각기 다른 농가의 서로 다른 상품을 한 곳에서 모아 가장 신선하게 전달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포장하는 누적 노하우 기반 포장 기술도 동반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이 이루어지고, 매일 새벽에 현지 농가를 돌며 채소를 수거해 물류 센터 한 곳에 집하해서 소분하고 나눠 배송하는 방식. 이를 통해 중간 유통 단계가 사라지는 생산 과정의 혁신을 이루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여 소비자에게 상품을 더욱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오이식스와 헬로네이처의 콜드체인은 비슷한 점이 많다. (관련글 더 읽어보기: https://goo.gl/ZBPo2x)

지금까지 오이식스가 걸어온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을 쫓아가 보았는데요. 요즘은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아래 결과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16년 2월, 오이식스는 2015년 3Q(2015년 4월 ~ 2015년 12월)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15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15년 3Q 오이식스 매출은 151억 1,700만 엔(한화 약 1,656억 원), 영업이익은 634만 엔(한화 약 6,939만 원)으로 전년대비 291.5% 성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오이식스닷컴, 즉 온라인 쇼핑을 통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정기 배송 서비스) 가입자는 10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14,000명이나 증가했다고합니다.

오이식스의 이러한 고속성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크게 업데이트된 두 가지 전략과 그에 따른 몇 가지 액션 플랜이 있었습니다. 그 전략은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들을 지원하는데 투자하는 것과 핵심 이커머스 사업 영역을 키우는 것인데요.

먼저 빠르게 성장하는(수요가 늘어나는) 서비스들을 지원하는데 투자하는 것으로는, 정기 배송 서비스 출하량 증가를 대비해 새로운 ‘오이식스 다이닝 센터(Oisix Dining Center)운영, 또 하나는 새로운 물류 센터 ‘넘버투 오이식스 스테이션(No. 2 Oisix Station)’운영을 통한 오퍼레이션 안정화가 있었습니다.

오이식스는 정기 배송 서비스 킷오이식스(KitOisix) 물량이 증가됨에 따라, 기존 한 곳에서 육류, 생선, 가공식품, 샐러드, 킷오이식스 등을 모두 처리하던 것을 새로운 시설 하나 더 만들어서 그 곳에서는 샐러드와 킷오이식스 생산 최적화에 신경썼고, 그것이 가져온 오퍼레이션 안정화는 결국 전년 대비 165% 가량 증가한 킷오이식스의 2015년 12월 출하량을 잘 받아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물류센터 넘버투 오이식스 스테이션 확장 역시 비슷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정기 구독 서비스 킷오이식스!(Kit Oisix)

오이식스의 또 하나의 전략은 핵심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는데요. 여기에는 세 가지 액션플랜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기 배송 서비스 킷오이식스(KitOisix) 이용자를 늘리는 것, 또 하나는 타마히요(Tamahiyo)라는 회사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효율적인 연말 쇼핑 시즌 활용 등이 있었습니다.

먼저 오이식스의 정기 배송 서비스 킷오이식스(KitOisix) 이용자 늘리기의 경우에는 핫팟과 냉동 음식 키트, 그리고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한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동시에 임신, 출산, 육아 관련 회사 타마히요(Tamahiyo)와 함께 임신하거나 산후 조리중인 엄마들을 대상으로 신선 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영양사 등 전문가를 통해 임신기간과 산후조리 기간 동안 엄마와 아기를 위해 딱 맞은 신선 식품을 들 추천해주었고요.

임산부와 태아, 산모와 아기를 위한 오이식스 X 타마히요 콜라보!

마지막으로 연말에는 순 매출액은 감소하더라도 이익을 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효율적인 채널 분배를 통한 판매에 집중했습니다. 또 고급 식재료 회사 딘앤델루카 (DEAN & DELUCA )와의 콜라보를 통해 새해 맞이 특별 음식 상품을 만들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의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몰 헬로네이처는 오이식스의 사례를 보며 그 사례를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 신선식품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기 위해 지난 5년 간 생산지의 어르신을 설득하기 위해 농가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고, 물류 센터에서 살며 포장 노하우를 직접 연구하기도했습니다. 전국 최고의 상품들만을 모으고 소비자 간담회를 열어 직접 평가를 듣기도하면서 이제 900개 생산농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000여 개 상품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오이식스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해보기 위해서 5년 간 완전 열심히 달린 셈이지요.

미국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영국 런던의 오카도(Ocado)나 싱가포르의 레드마트(Redmart)처럼 신선식품이 아닌 일반 식료품에서 시작한 다양한 해외사례들이 있지만, 식품 분야의 꽃은 단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기농 신선식품 분야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이미 충분합니다. 또한 고객들의 소비 습관과 물류 등 제반 인프라도 갖춰져 있습니다. 전자상거래가 아직 다 점령하지 못한 곳이자 앞으로 가장 커질 것이라고 모두 예상하는 시장. 이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일을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해낸 곳을 헬로네이처는 바로 오이식스라고 봤고 새롭게 조명되어야할 가치를 충분히 갖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