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닌 필수, 유통 플랫폼의 PB 도전

FAST TRACK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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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Feb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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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많은 경영학에서는 선택과 집중, 업의 본질 등을 강조하면서 개별 업태의 DNA와 그에 필요한 역량을 공급자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또 나누곤 했습니다. 이는 마치 삼성전자는 전자제품 제조에 집중하고, 하이마트는 여러 브랜드들의 전자제품을 유통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산업의 고도화, 그리고 IT 기술의 대중화로 인해 개별 회사들 간의 경쟁 구도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 사이에서 서로가 상대방의 영역이라고 여기며 침범하지 않았던 다른 영역으로 과감하게 시도를 하고, 또 시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기업의 미션과 목표를 공급자적인 관점이나 경영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에 필요한 것들을 설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국내/해외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또 특정 산업군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가치사슬이 파괴되면서 기업들은 생존과 고객 만족을 위해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해본 것까지도 잘 해야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한 켠에는 커크랜드 (Kirkland) 라는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들이 있습니다. 주류, 주스, 쿠키, 커피, 견과류, 가정용품, 여행용 가방, 가정용 기기, 의류, 세제 등 안파는 품목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코스트코가 유치한 외부 브랜드가 아니라 코스트코라는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직접 만든 Private Brand입니다. 1995년에 시작되었고, 현재 코스트코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가장 대표적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입니다. 넷플릭스는 HBO 등의 다양한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며 컨텐츠를 소싱해와서, 탁월한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정액제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넷플릭스라는 업체가 2013년 2월에 직접 제작한 House of Cards 라는 드라마를 고객에게 선보이며 컨텐츠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에미상, 골든글로브 등에서 수상하며,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가 직접 컨텐츠 제작에 뛰어드는 경우 업의 본질이 달라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완벽히 깨부수며 2020년까지 수조원을 컨텐츠 직접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최강자 아마존도 빠질 수 없습니다. 2009년 Amazon Basics라는 이름으로 Private Brand를 시작했고, USB 충전기, HDMI 케이블 등 차별화 요소가 별로 없는 영역을 직접 제조로 돌리는 시도에서 시작되어, 2014년에는 Amazon Elements라는 이름으로 기저귀나 물티슈 등의 품목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Amazon Fresh 등을 통해 신선식품을 Private Brand화 시켰고 이러한 시도는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역 파괴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유통 최강자인 이마트는 2015년 4월 노브랜드라는 Private Brand를 런칭했습니다. 시작할 때에는 9개 제품으로 시작되어 현재 800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2016년 상반기에만 노브랜드에서 638억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젊은 층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쇼핑몰 스타일난다 또한 동대문 옷을 소싱해서 팔던 쇼핑몰에서 화장품 라인을 중심으로 한 Private Brand 출시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수배 올린 케이스입니다. 2009년 자체 화장품 브랜드 3CE를 런칭했고, 출시 이후 매년 70%씩 성장하면서 출시 전에는 200–300억대 매출에 영업이익률 10%를 넘지 못하던 회사를 단숨에 1,000억대 매출에 3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회사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최근 Private Brand 열풍의 대표주자는 역시 편의점입니다. GS리테일은 2016년 유어스라는 Private Brand를 런칭했으며, 틈새라면/김혜자의 Mom 시리즈/식객 시리즈/진짜사나이 시리즈/공화춘/홍석천 도시락 시리즈 등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Private Brand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할 정도로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유통 플랫폼 업체라고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유통 플랫폼 업체들이 Private Brand로 도전하는 것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배달 서비스 분야인데요, 처음에는 배달하는 음식점이나 맛집 등을 소싱해서 라이더 오퍼레이션과 결합시켜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던 업체들이 최근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푸드플라이의 경우 맛집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다가 작년 8월부터 ‘셰플리’라는 자제 음식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통업체들의 Private Brand 도전을 유통 마진을 제거해 매출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유통업체의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해석합니다. 과거에는 그러한 경우가 많았고, 또 그렇게만 해석하고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대대적인 성공사례들이 많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 플랫폼과 Private Brand는 고객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다르지 않은 비즈니스입니다. 한국에는 더 이상 오프라인에 매장을 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프라인 유통업은 포화되었고, 온라인 커머스 또한 10여개 업체들이 매년 수천억의 돈을 써가면서 치열하게 시장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통 플랫폼도 하나의 브랜드로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들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살 것인지에 대해 그곳이 유통 플랫폼인지 Private Brand인지 Third Party Brand인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조업이건 유통 업체건 소비자들에게 나만의 스토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한 하나의 브랜드로 다가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통 플랫폼 업체들이 Private Brand 시도를 통해 브랜드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기존 제조업 기반의 브랜드 사업체들의 길을 걸어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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