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기회 세번! 음식배달시장의 진화
‘푸드테크’
요즘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최근 푸드테크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음식 산업을 IT기술을 활용해 혁신하고 있는 기업들이 집중 조명 받고 있는데요.
푸드테크 분야라고하면 기존 배달 음식 주문 플랫폼, 배달 안 되던 프리미엄 맛집 배달, 맛집 정보, 식당 예약, 픽업 오더, 신선 식품 배송, 레시피 공유 및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 중 가장 널리 퍼져있으면서도 익숙한 분야, ‘음식 배달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음식 주문과 배달, 이 기본적인 형태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짚어볼 분야는 기존 배달 음식 주문 플랫폼 서비스인데요. 주문 단계에만 초점을 맞춰 피자, 치킨 등 기존에 전화로 주문해 먹던 음식점의 정보를 디렉토리 형태로 모아서 보여주고, 주문까지만 담당하며 배달은 음식점 자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배달 음식점 입장에서는 기존 전화 주문 방식을 웹과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더 많은 주문을 확보할 수 있는 마케팅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됐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업으로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딜리버리 히어로의 요기요, 배달통 등이 여기에 속하겠네요.
외국에는 비슷한 서비스로 그럽허브(Grub Hub), 저스트잇(JustEat) 등이 있습니다. 1세대 서비스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럽허브(Grub Hub)는 2004년 미국에서 시작한 음식 주문 대행 서비스로, 배달 서비스를 디렉토리 형태로 모아서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일을 10년 간 해왔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성장하다 2014년 4월 4일 뉴욕 증시에 기업가치 20억 달러(한화 약 2조 1,000억 원)로 상장했는데요. 최근 성장이 조금씩 정체되면서 분기별 총수입과 총이익도 조금씩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스트잇(JustEat)의 경우도 그럽허브와 비슷하게 2001년 덴마크에서 시작한 1세대 서비스인데요. 저스트잇은 영국을 중심으로 성장해 2014년 4월 3일 런던 증시에 기업 가치 15억 파운드(한화 약 2조 6,000억 원)에 상장했습니다. 저스트잇은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식당과 고객을 연결하고 있는데요, 음식점에서 등록비 699파운드를 내고 저스트잇에 가입하면 600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현재 등록된 음식점 수만 3만 6,000개라고 합니다. 현재 성장세는 그럽허브보다는 나은 축에 속하지만 서비스의 확장에 따른 성장이라기보다는 다른 지역의 동일한 사업 모델을 인수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10년 간 폭풍 성장을 하다가 그 성장세가 주춤하는 것 같더니 요즘은 조금씩 하락하는 것 같아 보여요. 상대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기 때문일까요? 최근 기존 배달 음식 주문 플랫폼과는 조금 결이 다른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의 핵심은 ‘배달되지 않는 맛집’을 발굴하고, 기존의 주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달까지 전담한다는 점인데요. 이 서비스는 주문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역량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무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한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해드린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앞선 기존 배달 주문 플랫폼 서비스를 1세대, 이제 소개해드릴 서비스를 2세대라 표현하고자합니다.
이 2세대 음식배달 서비스는 다양한 음식점 네트워크와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 인력풀을 동시에 확보해야한다는 점에서 사업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이 장벽을 뛰어넘고, 2세대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게되면 기존 배달앱 처럼 수수료에 대한 가맹점 사장님들의 반발이 덜한 편입니다. 배달 매출 자체가 없던 음식점에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주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잠재 수요도 컸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2세대 서비스의 경우, 기존 배달되지 않던 맛집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프리미엄에 대한 대가로 ‘배달팁’을 부과하는데요. 이 ‘배달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커머스보다 높은 재구매율과 구매 전환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외국 시장을 한 번 볼까요? 2세대 서비스로 도어대쉬(DoorDash), 딜리버루(Deliveroo),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 등을 2세대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도어대쉬는 미국 팔로알토에 헤드쿼터를 둔 스타트업으로, 주요 도시의 지역별 유명 레스토랑 메뉴를 ‘30분 내 자체 배송’이라는 슬로건 아래 2세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편의점까지 배달 분야를 확대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해요. 작년 1,730(한화 약 201억 원)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더니, 올해 5월에는 4,000만 달러(한화 약 465억 원)의 후속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런던에도, 폭풍 성장하고있는 2세대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딜리버루(Deliveroo)가 있는데요. 딜리버루 역시 기존에 배달되지 않던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 받고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 입니다. 딜리버루의 경우 지난 2015년 1월 2,500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 7월 말에는 7,000만 달러(한화 약 814억 원)를 투자받았는데 최근 11월에는 무려 1억 달러(한화 약 1,163억 원)의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해 시리즈D 라운드를 마무리했습니다. 딜리버루에는 ‘드라이버(driver)’라고 불리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라이더가 무려 천여 명이라고 해요. 프랑스에는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라는 2세대 서비스가 고속 성장 중인데 테이크잇이지 역시 대규모 투자유치에 거듭 성공하며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 성과를 통해 2세대 서비스를 둘러싸고 있는 성장에 대한 전 세계적인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국내로 한번 들어와 볼까요?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푸드플라이’ 서비스를 시작한 플라이앤컴퍼니를 선두로, 최근 ‘배민라이더스’라는 이름으로 2세대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의민족 등이 있습니다.
플라이앤 컴퍼니 임은선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1세대와 2세대 서비스의 차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크게 보면 온라인으로 배달한다는 면에서 같아보이지만 사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처럼 서로 매우 이질적인 시장이다.”
더불어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배달 대행업은 마치 물류 서비스와 같이 오프라인 관리까지 책임지고 하는 사업이라 기존 배달앱 업체들이 뛰어든다고 해도 사실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는 얼마 전에 만난 13억 9,000만 달러(한화 1조 6천억 원) 투자 유치의 주인공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시간때문이었다고하는데요.
최근 플라이앤컴퍼니는 푸드플라이 서비스와 관련해 딜리버리히어로와 가벼운 미팅 시간을 가졌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푸드플라이의 지표를 이야기해준 바,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한 시간에 4~5개 배달이 가능한 시장은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것 같고 한국의 문화, 인구 밀도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놀라워했다고해요.
통계청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이 되지 않는 음식점은 45~50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 규모 아래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맛집 배달이라는 효용을 강화한다는 점, 음식점 운영자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하나 더 내준다는 측면에서 수익과 상생 모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퍽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1세대와는 달리 물류 오퍼레이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점이 후발 주자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먼저 시작한 사람이 우위를 잡기 쉽고, 그렇게 획득한 우위는 오래갈 것 같습니다.
단순 주문 연결이라는 1세대에서, 새로운 시장 발굴로 고객과 점주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생 모델 2세대까지. 2세대 음식 배달 서비스는 이제 막 무궁무진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그 출발선 위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장이 커지고, 그 이후를 상상해 본다면 다음 3세대는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