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라 근로장학

[2017/1학기] 1조 기말과제


근로장학생 제도는 장학금에 근로의 개념을 더해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교내에서 비교적 간단한 업무를 하며 최저시급을 크게 웃도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근로장학생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는 높다. 현재 490여개의 근로기관에서 900여명의 근로장학생이 근무 중이며 2017학년도 1학기 기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공대는 3: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선발될까. 학기가 시작하기 전 장학복지과는 예산에 맞게 근로기관별로 인원을 배정하고, 각 근로기관은 배정받은 인원수에 맞게 신청자 가운데서 각자의 기준에 따라 근로장학생을 선발한다. 서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와 장학복지과는 모두 근로장학생 선발 시 소득수준을 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선발이 진행되는 각 단과대의 선발 절차를 취재진이 직접 조사해보자, 소득수준 우선이라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공대, 사회대, 경영대, 그리고 대학 본부의 근로 기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답했다. 또 모호한 개념인 ‘모범적인 학생’을 선발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아예 정립된 매뉴얼이 없이 선발하고 있는 학과도 있었다. 즉 실질적으로는 선발 기준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근로장학생에 지원했으나 선발되지 못한 손수진씨는 “떨어지고 붙고의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준의 부재는 근로장학생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불러왔다. 허소담씨는 “단과대나 과마다 근로장학 선발 기준이나 선발된 학생들을 보면 다른 환경에 있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런 것을 보면 파편화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인의 소개로 선발되는 근로장학생?

학생들의 불신을 부르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명확하지 않은 선발 기준 아래 인맥에 따른 알음알음 선발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과 홈페이지 등과 같은 공식적인 경로가 아닌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하거나, 혹은 전임자를 통해 후임자를 선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김아현(가명)씨는 “2년 전에 일했던 모 기관은 관례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그만두게 되면 지인들을 중심으로 후임자를 지명하는 식으로 계속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민재(가명)씨 역시 “친구가 조교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하고 있어 그 친구를 통해 조교님들을 뵙고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러한 선발이 너무나 팽배해, 오히려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문제에 무감해지기도 했다. 학과 선배로부터 근로장학생 자리를 물려받은 박하민(가명)씨는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근데 사실 근장의 대부분이 그렇게 된다고 알고있고,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체제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기관의 편의를 위한 근로장학생, 소득분위는 어디로?

이렇듯 기관에 전적으로 위임된 선발 절차는 결국 각 기관의 편의에 따라 근로장학생을 선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교내 한 기관에서는 ‘기관이 주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해당 기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했던 김아현(가명)씨는 “근로장학생이 일부 부서에서는 직원들의 보조, 준 직원의 형태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취재팀이 입수한 2016년 근로장학생 선발 기준에 따르면 486개의 기관 중 257개의 기관이 소득 수준을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기준에는 영어회화 능력, 홈페이지 관리 능력, 성적 등이 포함돼있었다. 즉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근로장학 제도가 아니라, 각 기관을 위한 제도가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로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소득 수준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민재(가명)씨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소득 분위가 낮은 사람한테 기회가 먼저 돌아가는 게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2016년 교육부의 국정감사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공립대학에 ‘학교 자체 근로장학생 선발 과정에 소득기준을 적용하는 등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단과대를 통합하는 공평하고 체계적인 선발 과정이 필요하며, 장학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제시됐다.

속수무책 장학복지과, “그런 건 다 확인할 수 없어요”

그러나 장학복지과는 각 근로기관의 근무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하며, 그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에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보였다. 장학복지과에서는 “기준이 다 다르기에 확인을 따로 하지 않는다”며 “수합을 하기는 하지만 책임은 단과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행정상으로 근로를 하고 싶어서 신청을 했는지, 친구에게 듣고 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는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각 기관의 상황을 모른다며 책임을 미루는 장학복지과와, 편의주의에 빠져 자율권을 남용하는 각 근로기관들 아래에서 서울대학교의 근로장학금은 정작 필요한 학생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


오효정(자유전공13) 이지현(정치외교15) 이창곤(언론정보12) 이한호(언론정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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