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학보의 길을 묻다

[2017/1학기] 3조 기말과제


2017년 3월 13일,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기자단이 1면을 백지로 발행하였다. 백지발행은 1952년 2월 대학신문이 창간된 이후 65년 만에 처음 일어난 초유의 사태이다. 기자단은 “반올림기사 삭제에 관한 건”, “기사를 담보로 한 광고수주에 관한 건”, “1933호 1면 편집에 관한 건”을 제시하면서, 전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이 기자들의 편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였다.

대학신문 백지발행호 지면

6.25전쟁 당시 부산에서 처음 창간된 대학신문은 종전 이후 서울대학교의 공식언론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대학신문의 발행인은 총장이 맡으며 경영은 교수들로 이루어진 주간단이, 실질적인 기사 작성은 학생기자단이 맡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데에는 표면적으로는 편집권 갈등이 제시되었으나, 그 기저에는 학보에 대한 학교당국과 학생사회의 상이한 역할규정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당국은 대학신문이 본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만큼 본부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대학신문이 학내 사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작성하고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보의 두 얼굴: 정보성 기사 vs. 비판적 기사

이처럼 학보의 역할에 대한 규정은 상이하다. 대학신문의 기사는, 실제로 어떤 성격을 띠고 있을까. 취재진이 대학신문의 2013년 1846호부터 2017년 1943호까지, 총 98부의 1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전체 기사 중 학교 정보 기사가 35.3%를 차지했고, 학생 사회 기사가 29.9%를 차지했다.

2013년 1846호~ 2017년 1943호(총 98부) 1면 분석결과

35.33%를 차지한 학교동정 기사에는 본부의 보도자료가 인용된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입학식, 졸업식 등 관례적 행사에 대한 보도는 매년 1면에 실렸다. 29.94%를 차지한 학생동정 기사는 학생사회와 관련된 기사들로, 학생회장 선출 등에 대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학교지원금으로 발행되는 신문?

군부독재 시기, 독립적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대학신문은 상당히 높은 구독률을 보유하고 광고료를 통한 수입 또한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민주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독자층을 상실하면서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광고료는 줄게 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를 학교본부의 지원금이 대신하고 있다.

대학신문사 2011년~2016년 예산내역서 분석결과

지난 6년간 대학신문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본부의 직접적인 지원금이 평균 약 63%였고, 그 외 자체광고료 등 학내 타 기관과의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금액이 약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본부의 지원 없이는 더 이상 신문사가 광고료 등 자체적인 수입만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학보의 길을 묻다

해외 학보의 경우, 재정적 독립을 통해 학생신문이 본부로부터 성공적으로 독립하였다. 하버드와 스탠포드의 경우에도 학교홍보 신문과 학생신문이 별도로 존재하며, 학교홍보 신문은 학교에서 고용한 기자들로, 학생신문은 학생 기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신문은 재정적으로 학교로부터 독립돼 있기 때문에 학내외 사건들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학생신문 ‘Crimson’

대학신문에 관여했던 교수와 전, 현직 언론인들은 대학신문의 백지발행 사태를 두고, 대학홍보 매체와 학생사회를 위한 매체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학보들처럼 학생신문이 재정적으로 학교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학교는 돈을 내면서 학교동정을 주로 담는 학보를 원하지 학생자치신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연주 KBS전사장은 “재원이 100% 학생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된다면 대학당국이나 교수그룹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이를 통해 “말 그대로 독립된,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생의, 대학생에 의한 그런 신문을 만들 수가 있다”며 재정적 독립을 강조하였다.

백지발행 사태 이후, 사칙개정 등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되었으나 근본적인 논의나 변화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학신문이 총장이나 대학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대학공동체 전체를 대변하고 자유로운 공론장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학생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공현철(언론정보13) 이지현(국악14) 이창우(언론정보12) 정지애(서양사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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